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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스스스스.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준이 텔레포트 마법으로 샌디 성의 성루로 이동해왔다. 찰슨 성주는 즉시 준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각하, 어서 오십시오.”
“찰슨 성주, 오랜만이구나.”
“예, 각하.”
“샌디 성의 상황은 어떤가?”
“롱바야 후작의 진영은 아직 별다른 모습 없이 조용합니다.”
“각 국의 병사가 몰려오기 전에 저들을 처리해야겠군.”
“각하, 20만의 미르비아 왕국군이 걱정됩니다.”
“그건 걱정 마라. 조금 전 그들을 공격해 큰 피해를 입혔다.”
“아니, 벌써 말입니까?”
“그렇다. 안개의 언덕에서 14만 정도가 죽고 도망친 자들은 겨우 6만 정도다.”
“그렇다면 잔당들이 이곳으로 오려면 며칠 더 걸리겠군요?”
“문제는 이들이 아니라 르완 왕국군과 로타스 왕국군, 오이란트 왕국군이다.”
“각 왕국의 병사들이 쳐들어온다면 수십만은 될 것인데 그들을 어떻게 막을지 걱정입니다.”
“비록 조금 어렵겠지만 그들을 막을 수 있다.”
“따로 비책을 준비하신 겁니까?”
“그렇다.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 어쨌든 찰슨 성주는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배식에 신경 써라.”
“예, 각하. 안 그래도 병사들에게 하루에 한 번씩 고기를 먹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병사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신경 쓰도록.”
“예, 각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찰슨 성주, 광장으로 따라오도록.”
“광장으로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미르비아 왕국군을 공격하면서 그들의 군량과 무기, 각종 물품들을 수거해 왔으니 분류해서 보관해 두도록.”
샌디 성의 광장으로 이동한 준은 아공간을 열어 그 속에서 수거해온 각종 무기부터 꺼냈다. 보급병들은 눈이 커졌다.
칼을 비롯해, 활과 화살, 창, 전투용 도끼, 방패, 갑옷과 무구 등 엄청났다. 얼마나 무기류가 많은지 산더미 같이 쌓였다.
이번에는 병사들의 옷과 가죽갑옷과 투구도 꺼내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짐수레와 짐마차, 각종 공성무기들까지 다양했다.
이것들만 해도 광장이 비좁을 정도였다.
“어서 옮겨라.”
“서둘러라, 서둘러.”
천여 명의 보급병들은 광장에 쌓여 있는 각종 물품들을 창고로 옮겼다. 워낙 물건들이 다양하고 많아서 한참이나 걸렸다.
광장이 비자 이번에는 군량을 꺼내었는데 역시 산더미였다.
이걸 본 찰슨 성주는 눈이 커졌다.
“각하, 엄청난 군량입니다.”
“20만 대군이 먹을 군량인데 이 정도는 당연해.”
“그, 그렇군요. 각하, 놈들에게서 이것들을 빼앗아 오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놈들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니까 물품 창고에는 무장한 병사들을 많이 배치하도록.”
“예, 적들의 공격에도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적들이 아무리 많아도 각개격파를 하면 충분히 최소한의 피해로 전투를 이길 수 있다.”
“저희들에겐 각하가 계시니 든든합니다.”
“나는 적들을 기습 공격해 피해를 입힐 테니 찰슨 성주는 이곳 샌디 성을 방어하는 것에만 중점적으로 신경을 쓰도록.”
“예, 각하. 전면전을 하여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데 성을 방어하는 건 무조건 자신 있습니다.”
“샌디 성 자체만으로도 방어력이 높은 성이니 적들이 성을 함락시키긴 어려울 거야.”
“예, 각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준은 샌디 성에 주둔하고 있는 영지병들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보급이 풍족하고 사기가 무척 높아 보였다.
지금 엘도라도 영지와 뉴 엘도라도에는 전시체제로 변환되어 있었다. 각 성마다 무기와 군량이 충분하게 보급되었고, 병사들도 이미 주둔이 완료되어 적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각 백인대장과 천인대장, 만인대장들은 병사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 성 앞에서 훈련을 시키면서 정신무장도 병행했다.
짐수레와 짐마차 행렬이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병사들의 각종 무기류와 군량이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공성무기들도 소가 끌고 이동 중이었다.
길가로는 무장한 병사들이 행군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군으로 15만 명이나 되었다. 선발대의 사령관으로는 아케비안 공작의 아들 렉스가 맡고 있었다.
렉스는 준을 전혀 모르지만 아케비안 공작이었다면 분명 준을 알아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렉스와 아케비안 공작은 준과 직접적인 대면을 하지 못했기에 엘도라도 영지의 프리맨 후작이 준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케비안 공작은 개인적으로 준과 안면이 있었다. 그건 바로 아리안느 소공녀 때문이었다.
예전에 준이 드로이안 산맥의 고요의 숲에서 처음 만난 일행이 바로 아리안느 소공녀였다.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주었고, 아케비안 공작령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었었다.
렉스는 검술 수련 도중에 마나가 뒤틀리면서 폭주해 그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아리안느 소공녀가 구해온 드래곤 하트의 영향으로 다시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 후 렉스는 수련에 매진하면서 급성장해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올랐다. 그래서 이번에 선발대 사령관을 맡은 것이었다.
소공녀 아리안느는 준을 좋아했지만 아케비안 공작의 명으로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
소공녀 아리안느는 아케비안 공작의 명으로 몇 년 전에 후작가에 시집을 가서 살고 있었다.
아케비안 공작은 일단 선발대로 렉스를 보내고, 자신은 추가 병력 30만을 끌어 모아 출병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부관이 렉스 곁으로 다가왔다.
“사령관님, 삼일만 더 가면 엘도라도의 초입이며, 정보길드의 말로는 샌디 성이 있다 합니다.”
“일개 후작령이 아버님의 공작령에 버금가며, 이토록 영지가 잘 발달되어 있다니 대단해.”
“그렇습니다. 반란세력에 위협을 받고 있지만 분명한 건 대단한 인물이라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소문을 듣고 있었다. 천일염으로 막대한 부를 이루어 영지를 발전시켰으며, 영지병들까지 대거 모집했다지?”
“예,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도자기라는 것으로 막대한 부를 쌓고 있다 합니다.”
“아, 도자기. 나도 보았는데 대단한 예술품이었어.”
“지금도 귀족들은 도자기를 보면 사족을 못 쓴다고 합니다.”
“아무튼 대단해. 천일염에 도자기까지 개발해 그걸 팔아 막대한 부를 이루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주변정리를 못했기에 이렇게 영지가 위태롭게 된 것입니다.”
“하하하, 맞아. 막대한 부를 이루면 처세를 잘했어야지.”
“그렇습니다. 이번에 엘도라도를 점령하면 우리에게도 이권이 많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나도 들었다. 도자기 비법을 우리가 입수하게 된다니 엄청난 이권이야.”
렉스와 부관은 장밋빛 미래를 떠올리고 있었지만 코앞에 위기가 닥친 것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사사삭, 사삭!
갑자기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군 전방 이백 미터의 땅속에서 무엇인가 쏟아져 나왔다.
땅을 온통 검게 물들이고 있는 건 자이언트 엔트였다.
크기가 성인남자의 주먹만 했는데, 그런 자이언트 엔트가 수천 마리나 땅밖으로 튀어나와 접근하고 있었다.
“허엇, 자이언트 엔트다!”
“모두들 조심해!”
보병들이 즉시 대형을 이루었고, 방패병들이 앞으로 나섰다. 방패병들은 서로 방패를 붙이면서 땅바닥에 꽂았다. 방패병들 등 뒤에는 창병들과 궁병들이 도열했다. 또한 연락을 받고 전투마법사 30명이 달려왔다.
“파이어 볼!”
“매직 미사일!”
“파이어 애로우!”
전투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영창하자 공중에 이들이 원하던 것들이 생성되었다.
전투마법사들이 일제히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슈슈슈슝!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날아가 자이언트 엔트 떼에 떨어졌다.
퍼퍼퍽, 콰쾅!
-끼아악.
파이어 볼이 폭발하면서 폭발력에 휩쓸린 자이언트 엔트가 공중으로 떠올라 박살나 흩어졌다. 매직 미사일에 격중된 자이언트 엔트들도 몸통이나 머리가 박살났다. 파이어 애로우에 맞은 것들은 몸이 박살나거나 불이 붙어 몸부림쳤다.
-끼아아아.
자이언트 엔트 떼도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는 생각인지 병사들을 향해 몰려왔다. 수백 마리가 공격마법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워낙 많은 자이언트 엔트가 땅굴 속에서 쏟아져 나왔기에 금방 복구가 되었다.
방패병들이 방패로 자이언트 엔트 떼를 가로막았지만 이빨로 방패를 물어뜯거나 방패를 넘어 병사들을 공격했다.
워낙 많은 수였기에 병사들은 당황했다.
병사들은 각자 자신들의 무기로 자이언트 엔트 떼를 공격했지만 죽는 수보다 몰려드는 게 더 많았다. 자이언트 엔트 떼는 육식도 했기에 병사들을 공격해 물어뜯었다.
“아아악!”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고, 자이언트 엔트 떼가 그런 병사들을 공격했다. 독은 없었지만 몸을 마비시키는 마취성분의 액체를 가지고 있었기에 한 번 물리게 되면 다리가 마비되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넘어졌다.
넘어진 병사에게는 자이언트 엔트 수백 마리가 달려들어 물어뜯었기에 전신이 마비되었다. 그러면 자이언트 엔트 떼는 그런 병사들의 살점을 뜯어 먹었고 순식간에 앙상한 뼈만 남았다.
“궁병들은 자이언트 엔트를 공격하라!”
“화살을 쏴라, 쏴!”
시시시싯!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날아간 화살은 자이언트 엔트의 몸통을 꿰뚫었다.
자이언트 엔트가 주먹만 한 크기였기에 손쉽게 공격해 죽였지만 문제는 수가 너무 많아서 병사들의 피해가 늘어났다.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여라.”
“공격해, 공격.”
천인대장들의 다그침에 병사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촤아악.
기름이 부어지자 병사가 불을 붙였다.
불길이 순식간에 치솟았기에 자이언트 엔트 떼도 주춤거렸다. 본능적으로 불을 무서워하기 때문이었다. 무모하게 몇 마리의 자이언트 엔트가 불길로 다가가다가 몸통에 불이 붙었다.
자이언트 엔트는 잠시 몸부림치다가 잠잠해졌다.
전투상황을 지켜보던 렉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느닷없이 자이언트 엔트 떼가 나타나 병사들의 피해가 커졌다. 그래도 전투마법사들과 지휘관들의 독려로 인해 병사들이 신속하게 대처를 했기에 그나마 피해가 더 크지는 않았다.
수만 마리의 자이언트 엔트 떼가 어느덧 대부분 죽고, 몇 천 마리 남지 않았다. 땅굴 속에서도 더 이상의 자이언트 엔트는 나오지 않았다.
얼마 후, 자이언트 엔트 떼는 전부 전멸시켰다. 병사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렉스는 주먹을 쥐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관, 병사들의 피해상황을 즉시 파악하라.”
“예, 사령관님.”
부관이 피해상황을 파악하려고 말머리를 돌렸다.
잠시 후, 부관이 렉스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사령관님, 피해상황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래. 피해가 얼마나 되던가?”
“사망자는 6232명이며, 부상자는 3923명이었습니다. 사망자 중에는 방패병이 710명이고, 궁병이 322명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보병들이었습니다.”
“으음, 생각보다 피해가 크군?”
“그래도 신속하게 대처했기에 이 정도에서 그친 것입니다.”
“또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 척후병을 보강하도록 하고, 선두에 경기병들을 세워라.”
“예, 사령관님.”
공중에 둥둥 뜬 상태에서 투명화 마법을 펼쳐 모습을 숨기고 있는 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너희를 위해 내가 많은 것들을 준비했으니 기대해도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