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59화 (25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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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당신이 환상마법진을 설치한 것이오?”

“그렇다.”

“으음, 이 정도의 수준 높은 환상마법진을 그리려면 보통의 마법실력으로는 어려운데 누구요?”

“알 필요 없다. 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려라.”

“흥, 당신 혼자서 20만 대군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20만 대군이 다 죽기 전에 어서 발길을 되돌려라.”

“저, 저, 저놈이?”

마법사 볼칸의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천인대장은 화가 치밀었다. 활로도 사정거리 밖이었기에 일단 두고만 보았다.

천인대장의 흥분을 이해한다는 듯 볼칸은 다시 말을 이었다.

“떠돌이 마법사 같은데 우리에게 의탁해보는 건 어떻소?”

“하하하, 나를 어찌 보고 그리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말한다. 발길을 되돌려라. 그것만이 너희가 살길이다.”

더 이상 말이 통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 마법사 볼칸은 길에 그려진 환상마법진을 파괴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파이어 볼!”

마법사 볼칸의 손끝에 불길이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생성되었다. 손짓 한 번에 불덩이가 환상마법진으로 날아가 폭발했다.

콰쾅!

폭음이 일어나면서 환상마법진이 파괴되었다.

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레오가 부관에게 눈짓을 보내자 부관이 경기병들을 내보냈다. 그러자 백여 명의 경기병들이 말을 몰아 안개의 언덕 정상으로 달려 나갔다.

준은 피식 웃더니 양팔을 머리 위까지 치켜들고는 앞으로 내밀었다.

“매직 애로우!”

츄츄츄츙!

허공에 빛나는 마법화살이 백 개나 생성되어 날아갔다. 하얀색으로 빛나는 마법화살 백 개가 날아가는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유도 기능이 있었기에 목표물을 찾아가 맞힐 수가 있었다.

매직 애로우는 실제적인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마치 빛과 같다고 보면 된다. 목표를 놓치는 일은 결코 없으며 목표물은 어떻게든 타격을 입게 된다.

길을 따라 달려오던 경기병들은 상체를 숙여 마법화살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런 정도로는 결코 피할 수 없었다.

퍼퍼퍼퍽!

“크악!”

“아아악!”

이히힝.

경기병들은 말 등에서 떨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또한 말들도 마법화살을 맞고는 옆으로 쓰러졌다. 몇 명의 경기병들이 피했지만 공중을 선회하여 다시 날아온 마법화살에 등을 맞고는 말에서 떨어졌다. 경기병 백 명이 너무나 허무할 정도로 마법 한 방에 모두 쓰러졌다.

“은혜는 한 번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발길을 되돌려라.”

준의 경고를 담은 외침에도 그걸 비웃을 뿐 발길을 되돌리는 자는 없었다. 비록 몇 만의 병사들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14만이 남아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사 한 명에 겁을 먹고 발길을 되돌린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더 이상 경고로는 어쩌지 못한다고 판단한 준은 결국 동원하기 싫은 방법을 선택했다.

“후후후, 이것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군.”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보석 상자를 하나 꺼냈다.

“주인으로서 명령하니 어서 나오너라, 헬 바바여.”

스스스스.

준의 외침에 보석 상자에서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모습을 갖추었다. 봉인되어 잠들어 있던 헬 바바였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그렇다. 배고픈 너의 새끼들에게 줄 싱싱한 먹이가 있다. 새끼들까지 전부 불러내어서 저들을 잡아먹어라.”

-예, 감사합니다. 주인님.

헬 바바가 텔레파시로 새끼들을 부르자 어느새 헬 바바의 등 뒤에는 만 마리나 되는 헬 바바 3세들이 소환되었다. 헬 바바 2세 백 마리도 그곳에 섞여 있었다.

“가라, 가서 저들을 마음껏 잡아먹어라.”

-예, 주인님.

헬 바바가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2세와 3세들이 전부 뒤따라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레오의 병사들에게로 날아갔다.

날개가 달린 처음 보는 이상하게 생긴 마물이 날아오자 병사들은 겁을 집어먹었다.

“으아, 마물이 날아온다.”

“활을 쏴라.”

“저 마물들을 죽여라.”

숲의 공포라는 오우거보다 훨씬 강력한 무력을 보유한 헬 바바를 병사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얼마나 무서운 괴물인지 모르고 있었다. 헬 바바는 준이 직접 창조마법으로 탄생시킨 마법의 생명체였다.

시시시싯!

수천 발의 화살이 쏘아졌다.

퍼퍼퍼퍽!

공중을 날아오는 헬 바바가 화살을 피했지만 워낙 수가 많았기에 화살을 맞는 헬 바바도 많았다. 그러나 몸에 화살이 박혀 있었지만 그걸 무시하고 계속 날아왔다.

등에 난 촉수가 몸에 박힌 화살을 잡아 뽑아 던져버렸다. 화살에 입었던 상처는 순간 스르르 아물어버렸다. 트롤처럼 재생력이 뛰어났다.

“크아악!”

“아아악!”

여기저기에서 병사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늘을 날아와 덮치는 헬 바바의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헬 바바들은 영리하기에 레오의 병사들이 뒤돌아 도망치지 못하도록 아예 가장 뒤쪽에도 대거 날아가 포위했다.

14만이나 되는 무장한 병사들이 일만의 헬 바바에 겁을 집어먹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졌다.

“도망쳐야 돼.”

“난 잡아먹히기 싫어. 아아악!”

전염병처럼 순식간에 병사들에게 공포가 전염되었다.

퍼퍽!

한 병사가 창으로 헬 바바 3세의 등 뒤에서 찔렀지만 피부가 두꺼워서 창날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헬 바바 3세의 화만 돋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퍼억!

헬 바바 3세의 촉수가 그 병사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면서 병사는 쓰러졌다. 허무할 정도로 약해 보이는 병사들이었다. 원래 병사들이 약한 게 아니었고 그만큼 헬 바바 3세들의 능력이 뛰어났던 것이다.

기사들은 칼을 뽑아들더니 사선으로 내리쳤다.

오러를 칼날에 불어 넣었기에 헬 바바 3세의 피부도 견디지 못하고 베어졌다. 제법 상처를 입었지만 스르륵 아물어 버렸고, 헬 바바 3세들이 기사들을 공격했다.

평소 검술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기사들이라 그런지 헬 바바 3세들의 공격을 잘 막아내었다. 그러나 기사들은 무력으로 결코 헬 바바 3세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하늘을 날 수도 있고, 몸의 스피드도 빠르고, 재생력과 괴력까지 소유한 헬 바바 3세들이었기에 체력적인 면에서도 기사들은 그들에게 밀렸다.

레오는 날아다니거나 병사들을 공격하는 헬 바바를 쳐다보고는 경악했다. 몬스터가 아니라 마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사 볼칸도 파이어 볼을 날려 몇 마리의 헬 바바를 태워 죽였지만 주위에는 헬 바바가 너무 많았다.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는 모양이었다.

“레오 님, 포위망을 뚫어야 살 수 있습니다.”

“포위 되었는데 어디로 간단 말이오?”

“제가 공격마법으로 앞장 설 테니 기사단을 뒤에서 지원해 주십시오.”

레오 옆에 서 있던 부관도 한마디 거들었다.

“레오 자작님, 볼칸 님의 말이 맞습니다.”

“마물들에게 밀려 우리가 도망쳐야 한단 말인가?”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닙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병사들이 전멸하겠습니다.”

“후퇴하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후퇴의 북소리를 울리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알았다. 즉시 후퇴의 북소리를 울려라.”

“예, 알겠습니다.”

부관은 즉시 북을 메고 있는 병사에게 지시했다.

둥둥둥!

북소리가 울리자 병사들은 일제히 뒤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상대하기엔 헬 바바와의 무력이 너무 차이 났다.

병사들이 대거 포위망을 뚫으려고 달려 나가 헬 바바 3세들을 공격했다. 다행히 레오 일행은 기사단을 주위에 배치시켜 헬 바바 3세를 공격해 포위망을 뚫을 수 있었다.

헬 바바 3세들도 오러를 칼에 불어 넣어 공격하는 기사들을 상대하기보다는 병사들을 공격해 잡아먹는 게 훨씬 손쉬운 방법이기에 물러났다.

포위망이 뚫리자 병사들이 물밀듯이 파고들어 도망쳤다.

8만여 명이 헬 바바의 공격으로 잡아먹히게 되었고, 포위망을 뚫고 도망친 자들은 겨우 6만여 명이었다. 레오의 병사들 중 가장 많이 살아남은 자들은 말을 타고 있는 기병들이었다. 보병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헬 바바의 손아귀에서 가장 손쉽게 당했기에 살아남은 자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쩝쩝, 와드득!

헬 바바들은 죽은 병사들을 허겁지겁 잡아먹었다. 턱이 강력해 단단한 뼈까지도 오도독 씹어 삼켰다. 병사 한 명을 먹어 치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겨우 오 분을 넘지 않았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먹성이 좋아 병사 열 명을 잡아먹고도 아직도 배가 부르지 않는지 주위에 있는 죽은 말도 잡아먹었다. 죽은 병사들도 병사들이지만 말들도 상당했는데 헬 바바는 마음껏 만찬을 즐기면서 좋아했다.

얼마 후, 병사들과 말들의 사체는 헬 바바들이 깨끗하게 먹어 치웠고, 준은 마법을 이용하여 병사들의 무기와 공성병기, 기타 짐수레에 실려 있는 식량까지 한곳에 끌어 모았다.

20만 대군이 움직였기에 군량과 무기와 각종 물품들이 산더미였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던 레오의 병사들은 헬 바바와 싸우던 곳에서 약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허겁지겁 도망쳐 오다 보니 병사들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대로 무질서하게 있을 순 없었기에 다시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각 부대별로 모여라.”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서둘러라.”

천인대장들은 부대별로 병사들을 독려해 전열을 정비시켰다.

20만 대군이 이제는 겨우 6만 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버렸다.

패잔병 같은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레오는 침통했다.

“크으, 아버님께 뭐라 한단 말인가?”

“진정하십시오, 레오 자작님.”

부관이 레오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힘들었다.

레오는 옆에서 말을 타고 있는 마법사 볼칸에게 말했다.

“마법사 볼칸, 마물을 소환할 정도의 마법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도대체 그자가 누구였는지 진정 모르오?”

“으음, 죄송하지만 저도 처음 보는 자였습니다.”

“크으, 6서클 유저의 실력을 가진 마법사 볼칸으로도 놈을 막지 못했어.”

“제가 보기엔 그자는 깨달음을 얻어 7서클에 올라 있는 자 같았습니다.”

“7서클이라면 대마법사급이 아니오?”

“그렇습니다. 저도 대륙에 있는 대마법사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 그자는 처음 보는 자였습니다.”

“으음, 어떻게 그런 실력자가 엘도라도에 있는 것이지?”

“프리맨 후작이 그 마법사를 전격적으로 영입한 모양입니다.”

“내가 알기로는 대마법사급의 마법사들은 자존심이 강하여 쉽게 영입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아니오?”

“그건 맞습니다만 프리맨 후작이 마탑이라도 세워준다고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으음, 하긴 그 정도의 조건이 아니라면 영입하지 못하겠지.”

“레오 님, 조금 더 빠르게 행군하려다가 이런 낭패를 당했으니 전열이 정비되는 대로 안전한 길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소. 지금은 그게 최선인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합시다.”

레오는 병사들의 전열을 정비하고는 안전한 길로 행군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으나 이미 병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기에 일단 휴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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