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57화 (25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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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둥둥둥둥!

북소리가 샌디 성에 울려 퍼지자 병사들은 각자 무장을 갖추고 맡은 곳으로 달려갔다.

“천인대장들도 각자 부대원들을 지휘하시오.”

“예, 성주님.”

천인대장들도 성루에서 내려가 각자의 부대로 달려갔다.

쿵쿵쿵쿵!

롱바야 후작의 보병들이 열을 맞추어 접근해오고 있었다.

롱바야 후작은 어이없게도 검문소에서 이천 명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5만 명이나 되었기에 이천 명을 빼더라도 거의 표시가 나지 않았지만 첫 피해라는 점에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저 성을 함락시켜 구겨진 자존심을 다시 세워야겠어.”

롱바야 후작의 병사들은 샌디 성과 30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전열을 정비했다.

쿠르르르.

투석기 열 대와 대형 발리스타 다섯 대도 뒤쪽에 배치했다.

찰슨 성주는 성루에서 롱바야 후작의 병사들을 내려다보다가 지휘봉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러자 성벽 위에 대기해 있던 전투마법사 30명이 일제히 공격마법을 영창했다.

“파이어 볼!”

불길이 이글거리는 사람 몸통만 한 크기의 불덩이가 서른 개나 공중에 생성되었다.

전투마법사들의 손짓에 파이어 볼이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롱바야 후작의 진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전투마법사들이다.”

“파이어 볼이다. 방패로 막아라.”

“물러서지 마라!”

롱바야 후작 진영의 백인, 천인대장들이 보병들을 다독였다.

콰쾅!

파이어 볼이 날아와 폭발하자 불덩이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보병들을 덮쳤다.

“크악!”

“옷에 불이 붙었다. 꺼줘.”

화염계 공격마법은 병사들에게 시각적으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격이었다.

“파이어 애로우!”

불길이 이글거리는 불화살 마법이 펼쳐지자 공중에는 삼백 발의 마법불화살이 형성되었다. 이어 전투마법사들이 일제히 손짓하자 마법의 불화살이 롱바야 후작 진영으로 날아왔다.

“으악! 불화살이야!”

“방패로 막아라!”

퍼퍼퍽, 화르르!

“커억!”

마법의 불화살을 맞은 보병들은 여기저기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방패병들은 방패를 들어 마법의 불화살을 막아 보았지만 방패마저 관통해 가슴에 박히면서 쓰러졌다.

앞쪽에 대형을 이루면서 서 있던 보병들은 전투마법사들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인해 대형이 흐트러져 혼란에 빠졌다.

진격도 하기 전에 이렇게 공격을 받아 피해만 입자 롱바야 후작은 인상을 쓰면서 부관을 닦달했다.

“부관, 어서 투석기로 공격해.”

“예, 후작각하. 투석기로 어서 공격하라!”

투석기에 사람 머리만 한 돌덩이가 놓이더니 발사되었다.

슈아아앙!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날아간 돌덩이는 사정거리가 아직 미치지 못했는지 샌디 성 앞 해자에 떨어졌다.

“천인대장님, 아직 사정거리가 미치지 못합니다.”

“조금 더 앞으로 나가야 되겠군. 투석기를 이동시켜라.”

“예, 천인대장님.”

쿠르르르.

투석기가 굉음을 일으키면서 움직였다.

이때, 샌디 성 성루에서 내려다보던 찰슨 성주는 다시 한 번 지휘봉을 앞으로 내뻗었다.

“투석기 발사하라!”

“발사하라, 발사!”

그러자 성안에 배치되어 있던 20대의 투석기에서 일제히 돌덩이가 발사되었다.

투투퉁!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돌덩이가 롱바야 후작의 보병들에게 떨어졌다.

“크악!”

“케에엑!”

사람 몸통만 한 크기의 돌덩이가 공중에서 떨어져 보병들을 덮쳤으니 중상이나 사망이었다.

롱바야 후작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부관, 즉시 보병들을 진군시켜라.”

“지금은 무리입니다. 진영을 정비한 후 진군해야 합니다.”

“그럴 시간이 없다. 당장 진군시켜라.”

“아, 알겠습니다. 보병들을 진군시켜라.”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자 롱바야 후작의 보병들이 샌디 성을 향해 달려 나왔다.

“와아아아!”

함성과 함께 보병들은 대비책도 없이 샌디 성을 향해 달렸다.

“크로스보우병들은 저들을 죽여라.”

“쏴라, 쏴!”

시시시싯!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일어나면서 석궁에서 수백 발의 퀘럴이 발사되었다.

퍼퍼퍼퍽!

“커억!”

“크아아악!”

그냥 발사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조준해서 발사하는 것이기에 달려오던 보병들은 가슴이나 머리, 다리에 퀘럴을 맞고는 고꾸라졌다.

비명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지만 무시하고 나머지 보병들은 성벽을 향해 달려왔다. 보병들의 앞에는 깊이 7미터에 넓이가 무려 15미터나 되는 해자가 있었다. 해자에는 물이 절반 정도만 채워져 있었기에 사다리가 아니고선 건너기 힘들었다.

“전투사다리를 놓아라.”

“화살을 쏘아라.”

해자 앞에서 롱바야 후작의 보병들이 주춤거리자 샌디 성에서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자들이 아니었다.

“신기전을 발사하라.”

“신기전 발사!”

시시시싯!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일어나면서 화살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포물선을 그리면서 해자 앞과 그 뒤쪽에서 계속 진군해오고 있는 롱바야 후작의 병사들을 덮쳤다. 한 번에 무려 백 발의 화살을 발사할 수 있는 신무기가 바로 신기전이었다. 샌디 성에는 석 달 전에 이미 15대나 실전 배치되어 있었다.

“크악!”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우수수 쓰러졌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로 인해서 제대로 성벽 한 번 올라보지도 못하고 이만에 가까운 병사를 잃었다.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면서 롱바야 후작의 병사들은 즉시 후퇴했다.

“투석기를 발사하라.”

“발사!”

투투퉁!

돌덩이가 후퇴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떨어져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후퇴하던 병사들은 겁을 집어먹고는 넘어져 동료에게 짓밟히거나 깔려 부상자가 속출했다.

롱바야 후작 진영.

샌디 성에서 약 팔백 미터 떨어진 지점에 천막을 설치했다. 어설프게 공격을 했다가 낭패를 당한 롱바야 후작은 부관의 말을 듣지 않았던 걸 후회했다.

‘으음, 내가 너무 서둘렀어. 젠장!’

전열을 정비해본 결과 오만에서 삼만 이천이 남았다. 그중에서 삼천 명이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자들이었다. 검문소에서 어이없게도 이천을 잃어버리더니 샌디 성의 첫 전투에서도 무모한 공격으로 인해 일만 육천 명이나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롱바야 후작이 모르는 게 있었다. 샌디 성에는 무려 육만이나 되는 병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롱바야 후작보다 더 많은 병력이었지만 병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성을 방어하는 것에만 주력했다.

이것은 찰슨 성주의 의도가 아니라 엘도라도 영주성의 프리맨 후작 명령이었다. 처음에는 찰슨 성주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프리맨 후작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는 이해했다. 엘도라도 후작령을 노리는 건 이들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샌디 성의 병사들은 첫 전투에서 몇 명이 화살에 맞아 부상당한 게 전부였다.

샌디 성 군량 창고에는 앞으로 육 개월 간 충분하게 버틸 수 있는 식량이 확보되어 있었으며, 또한 압도적인 신무기인 신기전도 보유하고 있었기에 마음이 느긋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롱바야 후작 진영에서는 저녁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보병들에게는 딱딱한 빵과 스프가 전부였지만 귀족들과 기사, 기병들은 먹고 남을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서 잘 먹는다. 그래야 전투에서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사사삭, 사삭!

풀숲을 헤치면서 은밀하게 롱바야 후작 진영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있었다. 모두 이백 명이나 되었으며,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밤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샌디 성에서 파놓은 비밀 땅굴을 통해서 밖으로 나와 이렇게 롱바야 후작 진영의 측면으로 접근했다.

그곳은 임시 천막을 치고 식량을 쌓아둔 곳이었다. 창을 손에 쥔 경비병 몇 명이 전부였는데 그만큼 경비가 허술했다.

선두에 엎드려 있던 대장이 수신호를 보내자 무리가 좌우로 퍼지더니 식량 천막 쪽으로 접근했다. 경비병들 뒤쪽에 나타난 이들은 경비병의 입을 막음과 동시에 칼로 목을 따버렸다.

“끄으으.”

털썩!

경비병들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면서 쓰러졌다.

천막 안으로 들어간 자들은 허리에 묶어 놓았던 자루에서 기름통을 꺼내었다. 이들이 허리에 차고 있는 건 마법주머니로 수레 하나 정도의 물건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마법주머니 속에서 기름통을 전부 꺼내고 빈 그곳에는 식량을 채워 넣었다.

“기름을 부어라.”

“서둘러라. 어서!”

이들은 신속하게 기름통의 뚜껑을 열어 식량에 부었다. 또한 일부는 기름을 천막 밖으로 나가면서 부어 심지 역할을 하도록 조치했다. 모두들 신속하게 빠져나가자 몇 명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기름에 불을 붙였다.

화르르.

기름에 불을 붙이자 순식간에 불이 번지더니 식량 천막 안에도 불길이 치솟았다.

연기와 불길이 치솟은 후에야 경비병들이 발견하고 소리쳤다.

“불이야, 불!”

“식량 천막에 불이 났다.”

여기저기서 물동이를 가져와 불을 끄려고 했지만 이미 불길이 크게 치솟았고 열기가 뜨거워 가까이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어쌔신 훈련을 받은 특공대는 임무를 완수하고 신속하게 후퇴했다. 샌디 성에서 이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 쪽으로 이동한 이들은 바위 속으로 사라졌다.

바위에는 환상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기에 외부에서 보면 그냥 바위였다 하지만 바위 속에는 땅굴이 있었고, 땅굴은 샌디 성까지 이어져 있었다.

한편, 롱바야 후작은 자신의 천막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부관에게 식량 천막에 불이 난 걸 보고 받았다.

“뭐라? 그게 무슨 소리야?”

“특공대가 식량 천막에 불을 지르고 도망쳤습니다.”

“경비병들은 뭐하고 있었나?”

“이미 경비병들은 모두 죽어 있었습니다.”

“식량 천막 전부가 타버렸나?”

“다행히 열 개의 천막 중 다섯 곳에 피해를 입었다 합니다.”

“이러면 병사들의 군량수급에 지장이 있을 것 같은데?”

“한 달 치 중 절반이 날아갔으니 보름 분량이 남았습니다.”

“으음, 이제 지원병들만 믿어야겠군.”

“후작 각하, 경비를 좀 더 강화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특공대 놈들은 찾았나?”

“저, 그것이… 죄송합니다.”

“이, 이… 당장 추격대를 편성해 놈들을 추격하라.”

“예, 후작 각하.”

추격대가 편성되어 곧 추격에 나섰지만 이미 특공대는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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