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55화 (25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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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샤이나, 나와 결혼해 주겠어?”

“그 말 정말이에요?”

“그래. 나의 아내가 되어줘.”

“글리아나 님은요?”

“글리아나도 나중에는 나의 마음을 이해해 줄 거야.”

“정말 이해해 줄까요?”

“그럴 거야. 난 앞으로 왕국을 건국할 거야. 넌 왕비가 되는 거지.”

“아… 그런 엄청난 말을?”

“지금은 너와 나 단둘이서 이렇게 무인도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만 넌 나의 아내야.”

“응, 그래요. 난 당신의 아내에요. 아내.”

샤이나와 뜨거운 키스를 나눈 준은 그녀에게 결혼 증표로 미스릴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주었다.

“샤이나, 여기에는 너와 나 둘만의 결혼식과 키스 장면이 마법으로 기억되어 있어. 또한 마나를 끌어 모으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기에 끼고 있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아,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샤이나를 곁에서 지켜줄 녀석도 준비했어. 나오너라 헬!”

스스스스!

준의 외침에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검은 털을 가진 황소만 한 거대한 개가 나타났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코에 코뿔소처럼 뿔이 돋아나 있었다. 두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있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했다.

크르르르!

“헬, 조용해.”

준의 외침에 헬이 조용해졌다. 그러고는 바닥에 턱을 고이면서 엎드렸다.

“어머, 너무 무섭게 생겼어요.”

“하지만 절대로 주인을 무는 법은 없어.”

“정말이에요?”

“그럼. 오우거의 세 배나 되는 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스피드도 말보다 더 빨라. 또한 트롤처럼 재생능력도 가지고 있기에 상처가 나더라도 금방 회복돼.”

“정말 대단하네요?”

“체력회복마법과 상급의 마나석도 몸속에 박혀 있기에 엄청난 놈이지.”

“상급의 마나석이 몸속에 정말 박혀 있어요?”

“그래. 가죽도 두껍기에 오러도 견딜 수 있지만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에는 상처를 입어.”

“그래도 오러를 견딘다고 하니 대단해요.”

“그렇지. 대방어마법진도 몸에 새겨 넣은 놈이기에 어지간한 공격마법은 끄떡없어.”

“정말 괴물이네요?”

“그래.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지. 이젠 샤이나를 곁에서 지켜줄 놈이야. 그러니 주인의식을 지금 치르자.”

“예, 정말 고마워요.”

준은 헬과 샤이나의 몸에서 각각 피를 뽑아내어 잘 섞고는 마법약물도 첨가해 마법주문을 중얼거렸다. 한참이나 이어진 마법주문이 끝이 나자 잘 섞어 놓은 것에서 기이한 빛이 번쩍였다.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났으니 샤이나의 몸에 직접 그려 넣을 거야.”

샤이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를 눕히고는 배에다가 준이 직접 주인의식 마법진을 새겨 넣었다. 헬의 피와 샤이나의 피,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법약물을 한곳에 잘 섞어 넣은 그것으로 섬세하게 그려 넣었다.

번쩍!

준이 섬세하게 그려 넣었던 마법진에서 빛이 내뻗어져 헬의 이마에 스르륵 스며들었다. 샤이나의 배에 그려진 마법진에서도 빛이 나면서 순간 사라져버렸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샤이나의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 완전히 동화되었다.

“샤이나, 이제 모든 과정이 끝이 났어. 헬을 한번 불러봐.”

“알았어요. 헬, 이리와!”

키잉!

헬은 개처럼 소리를 내면서 샤이나 곁으로 다가와 머리를 비볐다. 그제야 샤이나도 안심하면서 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스윽, 슥슥!

“헬, 이제 그만 들어가 있어.”

키잉!

스스스슷!

헬이 연기가 흩어지듯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준이 샤이나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자 샤이나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요, 준!”

“사랑해, 샤이나!”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누면서 무인도에서 또다시 사랑을 나누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이 잠시 떨어져 있어야만 했다. 준은 영주성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시간이 벌써 열흘이나 흘렀기 때문이었다.

바렌 왕국의 수도 까브.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엘도라도를 치기 위해 한창 내전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아직 병사들을 징집하고 있는 상황이라 200만 명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말이 되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현재 리안 공작은 군량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루나드 공작은 병사들이 사용할 무기의 재료가 되는 철광석과 각종 무기재료를 상단을 통해서 충당하고 있었다.

스스스스!

갑자기 수도 까브의 외성 평민거주지역의 골목길 끝에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갈색 로브를 입은 자가 소리 없이 나타났다.

눌러쓴 후드를 벗자 정체가 드러났는데 준이었다.

준은 샤이나와 꿈같은 시간을 보낸 후 영주성으로 돌아와 3일 동안 영지에 관한 일들을 확인해 보고는 즉시 텔레포트 마법으로 수도 까브로 이동해왔다.

스윽!

준이 한 손을 들어 주먹 쥔 손을 펼치자 손바닥에서 말벌 열다섯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말벌들의 두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군량 창고를 찾아라. 가랏!”

붕붕붕!

말벌 열다섯 마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후후후, 열다섯 마리나 풀었으니 곧 찾아낼 거야.”

저벅 저벅!

발소리가 나면서 50명으로 이루어진 무장한 병사들이 저쪽에서 나타나 주변을 살피면서 이동했다.

스윽!

준은 다시 후드를 머리에 섰다. 그러고는 연기의 그것처럼 사라져버렸다. 병사 한 명이 골목길로 들어오다가 골목길이 막힌 걸 확인하고는 다시 뒤돌아 나가버렸다.

“흥, 제법 경계가 철저하군?”

준은 이동한 게 아니라 투명화 마법으로 모습만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이다.

부우웅!

공중으로 떠오른 준은 어디론가 날아갔다. 투명화 마법에 플라이 마법까지 펼쳤기에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말벌이 발견한 것은 내전에 쓰일 군량이 들어 있는 거대한 창고였다. 무장한 병사들이 군량 창고 주위를 철저하게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하지만 준에게는 전혀 소용없었다. 천장을 그냥 통과해 창고 안으로 들어간 준은 창고의 규모에 놀라고, 준비된 군량에 또 한 번 놀랐다.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군량은 통밀이었다. 통밀을 그냥 쪄서 먹어도 되지만 보통은 밀가루로 만들어서 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창고 안에는 보존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기에 장기보관이 가능했다. 창고 문 주위에는 알람마법이 걸려 있었다.

“후후후, 이 정도 방어 마법을 설치하느라 수고했다만 나에겐 통하지 않아. 나오너라, 블러드 게이트여!”

스스슷!

준의 호출에 아공간을 지키는 수호자 블러드 게이트가 공중에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그래. 이곳의 통밀을 전부 아공간 속에 넣어라.”

-예, 알겠습니다.

츠츠츠츠!

창고 안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통밀이 순식간에 전부 준의 아공간 속에 들어가 버렸다. 마법으로 이렇게 간단하게 처리해 버린 것이다.

-또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그렇다. 그만 들어가 있거라. 블러드 게이트여!”

-예, 주인님. 필요하시면 또 불러 주십시요.

“알았다. 그렇게 하겠다.”

스스슷!

준의 아공간 수호자 블러드 게이트는 순간 사라져버렸다.

군량 창고 안에 보관되고 있던 통밀을 간단하게 강탈한 준은 벽을 그냥 통과해 사라졌다. 그것도 모르고 병사들은 창고 경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말벌 페밀리어가 수도 까브를 정찰하면서 준에게 군량 창고를 찾아내어 알려 주었다. 그때마다 준은 은밀하게 군량 창고 안으로 스며들어가 그 속에 보관되어 있는 군량을 소리 없이 강탈하고는 사라졌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수도 까브에 보관되고 있던 군량 창고 열다섯 곳이 강탈당했다.

다음날 군량 창고를 확인한 천인대장은 황당한 상황에 입을 쩌억 벌렸다.

“이, 이게?”

산더미같이 쌓여 있던 통밀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경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의 말로는 전혀 침입자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창고를 열어 확인해보니 깨끗하게 없어져버렸다.

털썩!

군량 창고 총책임자인 천인대장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멍한 표정이었다.

“으, 이젠 우린 다 죽었어.”

하룻밤 사이에 무려 열다섯 곳의 군량 창고가 누군가에게 강탈당하자 비상이 내려졌다. 하지만 흉수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었기에 찾을 수 없었다. 흉수는 마법적인 지식이 뛰어난 자로 분명 마법사라 판단했다. 알람마법이 걸려 있었는데도 한 군데도 알람이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알람마법에 대하여 잘 알고 있고, 어떻게 하면 알람이 울리지 않는지 잘 알지 못하면 절대로 군량 창고를 털어갈 수 없었다. 그것으로 보아 흉수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자였다. 아무리 대대적으로 조사를 해보아도 흉수는 찾을 수 없었다.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책임자와 경비를 섰던 병사들을 전부 본보기로 목을 베어버렸다.

“찾아라, 반드시 찾아라.”

“어떤 놈인지 찾아라.”

리안 공작은 루나드 공작과 함께 자신들이 데리고 있던 6서클 유저 마법사까지 동원하여 추격에 나섰다. 그러나 흉수는 너무나 완벽하게 털어갔기에 전혀 흔적이 남지 않았다.

마법사들은 대지의 기억 마법까지 펼쳤지만 어찌된 것인지 대지의 기억 마법으로도 아무것도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었다. 강력한 마법적인 기운이 방해를 했기 때문이었다.

준은 숨어서 마법사들의 행동을 지켜보고는 비웃었다. 6서클 유저의 마법사 실력으로는 9서클 마스터에 올라 있는 준의 마법을 당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밤이 되자 준은 이번에는 투명화 마법과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으로 둥둥 떠올랐다.

“후후후, 밤에 불구경 좀 시켜줘야겠군.”

스윽!

준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평민의 집 지붕 한 곳을 가리켰다.

화르르르!

갑자기 지붕에서 불꽃이 일어나면서 불이 일어났다. 화염계 마법으로 불꽃을 일으켰기에 물로도 잘 꺼지지 않을 것이다.

불길이 제법 거세게 일어나자 이번에는 손바닥을 살랑살랑 흔들었고 마법의 바람이 불었다.

휘이이이!

불이 바람을 만나자 미친 듯이 일어나 주변을 태우기 시작했다.

“불이야, 불!”

“불이 났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고, 불을 끈다고 난리였다.

잠시 공중에서 불구경을 하던 준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 역시 그곳에도 방화를 저질렀다. 참으로 악질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준의 목적은 이렇게 수도 까브를 혼란에 빠뜨리는 게 최종 목적이었다.

쾅!

테이블을 내리친 리안 공작은 분노가 일어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으으, 도대체 어떤 놈이냐?”

“지금 방화범을 찾고 있습니다, 공작 각하.”

“어제는 군량 창고가 털리더니 오늘은 방화인가?”

왈칵!

문이 열리면서 루나드 공작이 들어왔다.

“리안 공작, 여기저기 여섯 곳에서 방화가 일어났다고 하던데 사실이오?”

“으음, 그렇소. 어떤 놈이 이런 짓을 저지르는지 모르겠소.”

“경비대를 출동시켜 상황을 알아는 보았소?”

“마법사들까지 동원해 지금 알아보고 있소.”

“음, 이건 보통 일이 아니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루나드 공작.”

“갑자기 이런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다니 이상하군?”

“으음, 루나드 공작도 그렇게 생각하시오?”

“그렇소.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이러는 것 같은데 혹시?”

“혹시라면?”

“으음, 이건 분명 엘도라도의 프리맨 후작의 짓인 것 같소.”

“프리맨 후작이 이런 야비한 짓을 하겠소?”

“그자가 마음먹어 못한 일이 있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소.”

“그거야 두고 보면 알 일이고, 밀실에서 나누었던 그 일은 어찌 되었소?”

“걱정 마시오. 난 잘 처리되었소. 루나드 공작은 어떻소?”

“나도 성공적으로 처리했소. 병사가 준비되는 대로 진군한다고 하오.”

“그게 언제가 될 것 같소?”

“르완 왕국의 페르난데스 후작은 15일, 로타스 왕국의 핸리 백작은 19일이면 된다고 하오.”

“그렇다면 엘도라도까지 진격하려면 한 달은 걸리겠구려?”

“그 정도면 충분하게 도착할 수 있소.”

“나는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은 12일, 미르비아 왕국의 롱바야 후작은 5일이면 된다고 하오.”

“하하하, 그렇다면 미르비아 왕국의 롱바야 후작이 가장 가까운 거리이니 엘도라도까지 열흘 정도면 되겠구려.”

“그렇소.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도 20일이면 될 것이니 엘도라도 놈들 긴장해야 할 것이오.”

“아참, 그런데 미르비아 왕국의 롱바야 후작은 병사를 얼마나 동원할 수 있다고 하오?”

“그의 말로는 일단 5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하며, 한 달 이내 추가로 20만을 더 움직일 거라고 했소.”

“좋구려.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은 어떻소?”

“아케비안 공작도 우선 15만을 동원하고, 한 달 이내로 30만을 동원한다고 했소.”

“그럼 둘이 70만을 동원할 수 있다는 말이구려.”

“결과적으로는 그렇소. 루나드 공작은 어떻소?”

“일단 르완 왕국의 페르난데스 후작은 10만을 동원하고, 한 달 이내로 25만을 동원할 것이라 하오. 그리고 로타스 왕국의 핸리 백작은 5만에 한 달 이내 추가로 20만을 동원한다고 했소.”

“좋소. 좋아, 그렇다면 이들이 동원할 병사는 모두 130만 명이나 되니 이번에야말로 엘도라도 놈들에게 확실한 피해를 입힐 수 있겠구려.”

“크크크, 그렇소. 이번에 엘도라도 놈들에게 확실하게 피해를 입혀야만 나중에 우리가 승리할 수 있소.”

“으음, 나도 잘 알고 있소.”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득의의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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