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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그럼 화물선과 군용 갤리선을 보내줄까요?”
“그래주면 좋겠어. 증기기관 대형 화물선 50척과 화물선을 호위할 중형급 증기기관 갤리선 20척 정도면 되겠어.”
“그렇게나 많이 필요해요?”
“이곳 마스제도에는 해적들의 가족들도 많이 살고 있으니까 그들도 전부 엘도라도에 데려 가려고 해.”
“알았어요. 그 정도는 충분히 보내줄 수 있어요. 어느 섬으로 보내면 되나요?”
“화물선이 도착할 때까지 코코스섬에 주둔할 것이니까 코코스섬으로 최대한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보내줘.”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사랑해요, 준!”
“나도 사랑해, 글리아나!”
마법통신이 끝이 나자 준은 전방을 바라보았다. 2킬로미터 앞에 코코스섬이 보이고 있었다.
“차고스 선장, 벌써 코코스섬인가?”
“예, 그렇습니다. 영주님.”
“좋아, 주위에 혹시라도 해적선들이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긴장 늦추지 마.”
“예, 알겠습니다.”
마법사는 즉시 마법통신구로 각 갤리선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뿌우우우!
초대형 증기 갤리선 프리맨 2호함에서 뱃고동이 울려 퍼졌다.
해병들은 그동안 바다 위 갤리선에만 있었기에 육지가 그리웠다.
엘도라도에서 포로들을 싣고 갈 화물선이 도착할 때까지는 코코스섬에서 휴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모두들 속으로 좋아했다.
화르르, 타탁!
모래사장의 곳곳에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무장한 해병들이 오십 명씩 나뉘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블루문이 밤하늘에 떠 밤바다와 주위가 제법 밝았다. 해안과 인근 바다에는 갤리선이 배치되어 떠 있었다. 초대형 증기 갤리선 프리맨 2호함도 마치 섬처럼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언제 해적들이 기습 공격해 올지 모르기에 증기기관은 그대로 작동해 두고 있었다. 이렇게 해야만 언제든 바로 출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준은 모래사장을 천천히 밟으면서 걸었다. 코코스섬은 아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섬이었다.
준은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코코스섬에는 스타로열 해적단 소속의 해적 가족들이 4천 2백 명 정도 살고 있었다. 엘도라도 함대의 중형급 갤리선 한 척이 해안 가까이 접근했지만 암초가 곳곳에 있었기에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멈추었다. 대신 갤리선 측면에 매달아 놓은 25명이 승선할 수 있는 나무배에 해병들을 승선시켰다.
정찰조가 노를 저으면서 백사장에 도착했다. 해적들이 거의 대부분 엘도라도 함대와 싸우기 위해 떠나갔기에 현재 코코스섬에는 젊은 해적은 20명도 안 되었다. 대부분 노인과 여자, 어린아이들이었다. 이러니 거의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이상이 없다고 깃발을 흔들었고, 엘도라도 함대의 각 갤리선에 매달아 놓았던 작은 배들이 물위에 놓여졌다.
30척의 작은 배에는 해병들이 25명씩 승선해 백사장을 향해 빠르게 노를 저었다. 750명이나 되는 해병들은 선발대로 백사장에 무사히 상륙했다. 먼저 도착해 있는 25명의 해병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경계하고 있었다.
해적들이 없었기에 해변은 손쉽게 엘도라도 함대의 해병들이 장악할 수 있었고,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했다.
석궁병과 궁병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혹시라도 해적들의 기습공격에 대비했다.
이번에는 초대형 증기 갤리선 프리맨 2호함에서 측면에 매달아 놓았던 배가 물위에 놓이더니 해병들이 승선했다. 중형급이나 대형급 갤리선에 매달아 놓았던 작은 배보다 배는 큰 나무배였다. 한 번에 50명씩 승선할 수 있는 배였기에 무장한 해병들이 신속하게 승선했다. 20척, 천 명의 무장한 해병들이 배에 승선하여 해변으로 노를 저었다.
천 명의 해병들이 해변에 도착해 내리더니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했다.
500명씩 3개조 1500명이 세 곳으로 나뉘어 이동했다. 275명의 해병들은 해안에서 적들의 기습에 대비하면서 배를 지켰다.
엘도라도 함대의 해병들에게 저항할 만한 세력이 존재하고 있지 않았기에 코코스섬 곳곳을 정찰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코코스섬의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자 해적들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손쉽게 찾아내었다. 처음에는 약간의 저항이 있었지만 무장한 해병들의 상대는 아니었다. 간단하게 그들을 제압한 후 전부 포로로 삼아 해변으로 끌고 왔다.
해적들의 마을에는 식량을 비롯해 각종 무기류와 농기류도 있었다. 또한 해적들이 약탈해온 각종 보물들도 상당했다.
해병들은 전리품들을 전부 철궤에 담아 가져왔다.
4천 2백 명이나 되는 많은 포로들을 전부 초대형 증기 갤리선 프리맨 2호함의 감방에 나누어 가두어 두었다. 약탈해온 전리품들도 전부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
해변을 산책하던 준은 백사장 한곳에 설치해 두었던 게르로 들어갔다. 이미 결계까지 설치해 두었기에 준이 아니고선 아무도 결계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게르 안으로 들어간 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는 천왕대심공을 운용했다. 하단전에 있는 기를 운용해 대주천을 한 번 시전하고는 신의 아티팩트 기운을 흡수하는 일에 착수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신의 아티팩트 하나의 기운은 인간의 연약한 몸으로 감당하기엔 벅찬 기운이었다.
하지만 꾸준하게 조금씩 흡수해 몸이 적응하고, 단련될 수 있도록 했기에 하루가 다르게 기운을 흡수해 몸 구석구석에 잘 저장할 수 있었다.
이미 준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 신의 초입에 들어간 상태였다. 만약 신의 아티팩트 4개의 기운을 전부 흡수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마지막 남은 신의 아티팩트인 혼돈의 기운을 가진 히민반가르를 소유하고픈 욕망이 꿈틀 거렸다.
“으음, 아직은 욕심 부릴 필요 없어. 시간은 충분하니까.”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현실만 생각하도록 했다. 준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신의 아티팩트 기운을 흡수하는데 주력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 아침이 되었다.
준은 욕조에 들어가 깨끗하게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칙칙한 갈색 로브를 입지 않고 이번에는 에메랄드빛의 로브를 꺼내 입었다.
스윽!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는 아주 잘 어울렸다.
게르 밖으로 걸어 나온 준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촤라라락!
경쾌한 소리가 들리면서 설치되었던 게르가 순식간에 철거되었고, 공중으로 떠오른 게르는 준의 손바닥 위에 놓였다. 게르를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고는 설치해 두었던 결계도 해제시켰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해병들을 살펴보니 식사준비에 한창이었다.
준은 피식거리며 나직하게 외쳤다.
“플라이!”
공중으로 떠오른 준은 초대형 증기 갤리선 프리맨 2호함을 향해 날아갔다.
갑판의 가장자리에는 한 해병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준은 해병의 등 뒤에 소리 없이 나타나 잠시 구경했다.
해병의 옆에는 양동이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물고기 2마리가 들어 있었다.
“낚시는 할 만한가?”
“허억, 영주님.”
깜짝 놀란 해병은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준은 해병의 어깨를 다독여 주면서 괜찮다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물고기는 잡아서 어디에 쓸 생각인가?”
“나중에 간식으로 구워 먹으려고 합니다.”
“그렇군. 나도 이번에 물고기나 한번 잡아볼까?”
“예? 영주님께서요?”
“왜? 나는 물고기도 못 잡을 것 같나?”
“그, 그건 아니지만 낚시가 쉽지 않습니다.”
“하하하, 나는 자네와는 다른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을 것이니 상관없어.”
해병은 준의 말에 머리를 갸웃거렸다. 낚싯대도 없이 준이 물고기를 어떻게 잡을지 궁금했기에 옆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스윽!
준은 양팔을 옆으로 벌리면서 천천히 가슴 앞으로 모으더니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콰콰콰콰!
전방의 바닷물이 마치 칼로 잘라 들어 올린 것 같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지름 백여 미터에 깊이는 50미터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지금도 공중에 떠 있는 바닷물 속에는 수천 마리의 물고기 떼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중에서는 일 미터도 넘는 큰 물고기들도 섞여 있었다.
“허억?”
“저, 저게?”
“우와 엄청나다.”
주위에 있던 해병들의 눈이 커지면서 우르르 달려와 구경했다. 갑판에는 수백 명의 해병들이 진귀한 장면을 구경하게 되었다. 초대형 증기 갤리선 프리맨 2호함의 차고스 선장도 어느새 한쪽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주루룩.
공중에 떠 있던 바닷물이 바다로 마치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이것 또한 진귀한 장면이었다. 어쨌든 공중에 떠 있던 바닷물이 전부 흘러내리고 남은 것은 살아 있는 물고기 떼였다.
“누가 주방에 연락해 물고기 담을 것을 가져와라!”
“예, 영주님.”
일 미터가 넘는 큰 물고기 한 마리와 50센티미터 정도 되는 물고기 3마리만 남기고 전부 해병들이 먹을 수 있도록 주었다.
주방의 요리사들은 환호했다. 이렇게 싱싱한 물고기로 요리를 할 생각을 하니 절로 가슴이 뿌듯해져왔다.
갑판에서 준은 직접 칼질을 하면서 물고기를 다듬었다. 피와 내장 찌꺼기는 제거하고, 굵은 소금에 칼집을 넣어 생선구이를 했고, 생선찜도 했다. 마지막으로 일 미터가 넘는 큰 물고기로는 생선회를 했다.
차고스 선장과 항해사를 비롯해, 함교에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두고 준 곁으로 모였다. 이들은 영주가 직접 요리한 것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 처음 보는 요리법과 요리들이었지만 맛은 기가 막히도록 좋았다. 간단하게 와인 한 잔씩들 하면서, 생선뼈와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맑은 탕을 만들어 그것도 떠먹었다. 담백하고 시원한 게 속이 편안해서 좋았다.
맛있게 생선요리를 먹던 차고스 선장이 한마디 했다.
“요리솜씨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영주님.”
“그런가? 시간만 난다면 이렇게 한 번씩 요리를 해먹는 것도 좋지.”
“도대체 영주님께서는 못하시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내가 여러 가지에 관심이 많다보니 조금씩 배워 두었던 거야. 일단 배워두면 이렇게 쓸모가 있지.”
차고스 선장과 간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주인 준의 말처럼 일단 무엇이든지 배워두면 언제고 써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촤촤촤촤!
파도를 헤치면서 빠른 속도로 함대가 코코스섬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들은 엘도라도에서 출항한 함대로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대형 화물선 50척과 화물선을 호위할 중형급 증기기관 갤리선 20척이었다.
이미 코코스섬 인근 바다에 대기해 있던 엘도라도 함대는 환호했다.
해적포로와 코코스섬에 살고 있던 해적가족들을 전부 대형 화물선에 옮겼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엘도라도 함대의 뒤를 따라 다니면서 마스제도에 있는 모든 섬들을 돌아다니면서 그곳에서 살고 있는 해적가족들을 전부 포로로 삼았다. 일부 해적들이 있었지만 엘도라도 함대가 접근하기도 전에 사방으로 도망쳐버렸다.
마스제도에 있는 오거슨 해적단과 크로제 해적단, 스타로열 해적단의 해적들까지 큰 피해를 입어 명맥만 겨우 유지할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감히 엘도라도 함대와 맞서지는 못했다.
마스제도에 살고 있는 해적가족들은 생각보다는 많았다. 또한 그들이 약탈한 보석들도 엄청났다.
준은 마스제도의 모든 해적단을 소탕해버리면 좋았겠지만 영지를 너무 오랫동안 비워 놓을 수 없었기에 토벌은 이 정도에서 멈추었다.
엘도라도 함대와 각 화물선들은 엘도라도를 향해 뱃머리를 돌렸다. 한 달 간의 대장정이 끝이 나고 엘도라도 선착장에 이들이 돌아오자 영지민들은 구름같이 몰려들어 영주와 해병들을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