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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프리맨 후작의 엘도라도 영주성.
글리아나는 영주집무실에서 한창 서류를 검토 중이었다.
똑똑.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렸다.
서류를 살펴보던 글리아나는 고개를 들어 문을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무슨 일이에요?”
“후작 부인, 저 에밀리입니다.”
‘에밀리 경이 무슨 일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글리아나는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덜컹.
문이 열리면서 갈색 로브를 입은 전투마법사 에밀리가 안으로 들어왔다.
“후작 부인, 수도 까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수도에서 말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말해보세요.”
“루나드 공작과 리안 공작이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이상한 움직임?”
“예,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이 왕성의 내성에서 밀담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으음, 그럼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예, 그렇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특별하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두 공작저택에서 일하는 하녀 정보원들의 보고에 의하면 어디론가 마법통신을 했다고 합니다.”
“마법통신이야 특별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게 아닙니다. 다른 왕국의 고위귀족과 마법통신을 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귀족의 이름이 두 명이나 나왔으니 말입니다.”
“으음, 다른 왕국이라면?”
“그래서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았더니 리안 공작은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과 미르비아 왕국의 롱바야 후작이었고, 루나드 공작은 르완 왕국의 페르난데스 후작과 로타스 왕국의 핸리 백작과 친분이 있다는 걸 알아내었습니다.”
“두 공작이 왜 그들과 마법통신을 했을까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정보길드를 동원해 오이란트 왕국과 미르비아 왕국, 르완 왕국, 로타스 왕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귀족들이 군부를 책임지고 있는 귀족들과 만나고 있다 합니다. 파병소문이 나고 있기에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잘했어요. 영주님이 곧 해적들을 소탕하고 돌아오실 겁니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적들의 움직임을 주시해 주세요.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지원해 드리겠어요.”
“예, 후작 부인.”
“그만 나가보세요.”
“예, 그럼.”
전투마법사 에밀리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잠시 사색에 빠져 있던 글리아나가 책상 위에 놓인 수정구에 손을 올려놓았다.
영주집무실 밖의 집사실에 있던 라킨 집사의 책상에 놓인 수정구가 갑자기 깜빡거리면서 호출음이 흘러 나왔다.
삐삐삐.
글리아나의 호출에 라킨 집사는 즉시 영주집무실로 달려갔다.
“후작 부인, 저를 찾으셨습니다.”
“그래요 라킨 집사, 즉시 헌트경과 하그리 경을 데려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라킨 집사가 밖으로 나가더니 마법사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마법통신구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들이 20명이나 상시 대기해 있었다. 마법통신구를 이용해 헌트 경과 하그리 경이 있는 곳에 연락을 보내었다.
얼마 후, 말을 타고 헌트 경과 하그리 경이 영주성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신병훈련소에서 교관으로 한창 신병들을 혹독하게 교육시키고 있다가 연락을 받고 이렇게 달려왔던 것이다.
“글리아나 님, 저희들을 찾으셨습니까?”
“그래요. 헌트 경과 하그리 경. 우선 소파에 앉으세요.”
하녀가 차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급하게 달려왔을 텐데 우선 목이라도 축이세요.”
“예, 글리아나 님.”
헌트와 하그리는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헌트가 글리아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십시요.”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어떻게 보면 좋은 소식이기도 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수도 까브에서 긴급으로 들어온 정보인데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이 밀실에서 회의를 했다고 해요.”
“으음, 그자들이 밀실에서 회의를 했다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맞아요. 정보길드에서 입수한 정보를 가지고 두 공작의 저택에서 일하는 자들에게 알아보았더니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었어요.”
“글리아나 님, 그 음모가 어떤 건지 알 수 있겠습니까?”
“리안 공작은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과 미르비아 왕국의 롱바야 후작과 친분이 있는데, 그들에게 아마 파병을 요청한 것 같아요.”
“예? 파병이라고요?”
“그래요. 루나드 공작은 르완 왕국의 페르난데스 후작과 로타스 왕국의 핸리 백작과 친분이 있는데 역시나 그들에게도 파병을 요청한 것 같아요. 지금 이들 각 왕국의 고위 귀족들에 관한 움직임을 은밀하게 감시하고 있어요.”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이 각 왕국에 파병을 요청했다면 그에 대한 대가가 엄청날 텐데요?”
“나도 알아요.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현재 병력을 모집하고 내전에 대비하고 있기에 자금의 여유가 없어요.”
“으음… 그렇다면 혹시?”
“그래요. 헌트 경,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내전 이후 아마 엘도라도에 관한 이권을 넘겨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으음, 엘도라도의 이권이라면 천일염과 도자기를 말하는 것 같군요?”
“정확하게 보았어요. 분명 그것들에 대한 이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파병을 요청하는 것 같아요. 일단 그들로 하여금 파병을 이끌어내어 우리 엘도라도를 공격한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그 이후에는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이 대군을 이끌고 일시에 쓸어버리려고 하겠죠.”
“으음, 그럼 저희들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헌트 경과 하그리 경은 현재 신병들을 훈련시키고 있지만 엘도라도의 영지 경계에 있는 성에 병력을 대대적으로 주둔 시키는 한편으로 무기와 군량까지 완벽하게 준비시켜 놓고, 그 인근에서 임시로 신병훈련소를 만들어 신병들을 훈련시켜 주세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당장 조치를 취해 보겠습니다.”
“고마워요. 영주님께서 곧 해적들을 소탕하시고 돌아오시면 잘 처리하시겠지만 현재는 부재중이시니 전 그 빈자리의 무게감이 크군요.”
“아, 아닙니다. 글리아나 님께서 지금도 잘 처리하고 계십니다.”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저희들의 주모님이신데 최선을 다해서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두 분이 곁에 계셔서 든든해요.”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계시면 말씀만 해주십시요. 저희들이 최선을 다해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두 분께서는 언제나 저에게 큰 힘이 돼요.”
“그럼 저희들은 그만 나가서 말씀하신 것을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헌트와 하그리가 글리아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글리아나는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책상으로 걸어왔다. 그러고는 미루어 두었던 서류를 다시 검토하면서 처리하기 시작했다.
촤촤촤촤!
엘도라도 함대의 갤리선들이 파도를 헤치면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크로제 해적단 함대와 오거슨 해적단 함대가 공격해온 것을 모두 물리치고는 이렇게 코코스섬을 향해 이동 중이었다.
크로제 해적단과 오거슨 해적단의 갤리선 몇 척이 가까스로 침몰하지 않고 도주하면서 각 해적단의 본거지에 마법통신구로 보고했다.
오거슨 해적단과 크로제 해적단, 스타로열 해적단은 이제 운명의 기로에 서 있었기에 전 해적들을 이끌고 코코스섬으로 이동했다.
코코스섬에 모여 전면전을 치르려는 것이었다.
테브섬의 본거지에서 출항한 스타로열 해적단은 대형급 갤리선 한 척과 중형급 갤리선 20척, 소형급 갤리선 30척은 코코스섬에 도착해 그곳에 대기해 있던 대형급 갤리선 두 척과 중형급 갤리선 8척, 소형급 갤리선 5척이 합세했다.
스타로열 해적단이 보유하고 있는 전 함대였으며, 가족들을 제외한 해적들 6천 5백 명도 각 갤리선에 나누어 승선해 있었다.
두 번째로 큰 해적단인 크로제 해적단은 본거지인 피닉스섬에 출항하여 코코스섬에 도착했다. 대형급 갤리선 3척과 중형급 갤리선 33척, 소형급 갤리선 52척에 1만 명의 해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오거슨 해적단은 마스제도에서 가장 큰 해적단으로 본거지 로드하우섬에서 출항하여 코코스섬에 도착했다. 대형급 갤리선 13척과 중형급 갤리선 55척, 소형급 갤리선 90척을 이끌고 왔다. 해적들도 1만 5천 명이나 되었다.
이렇게 해서 코코스섬에는 해적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해적들은 3만 1500명에 대형급 갤리선 19척, 중형급 갤리선 116척, 소형급 갤리선 177척이나 되었다.
엄청난 수의 갤리선들이었다.
이들과 상대하는 엘도라도 함대는 초대형 프리맨 2호함과 대형급 갤리선 10척, 중형급 갤리선 20척, 보급선 10척 해서 겨우 41척에 불과했다.
엘도라도 함대가 코코스섬에 가까워지자 준은 페밀리어를 동원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후후후, 코코스섬 앞바다에 해적선들이 집결해 있었구나. 전면전을 하자는 것인가?”
갈매기 페밀리어가 하늘 높이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해적선의 수를 헤아려보니 무려 312척이나 되었다.
41척으로 312척의 해적선을 상대해야만 하는 일이라 어려운 해전이 될 것 같았다.
준은 그렇다고 여기에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스윽!
차고스 선장은 망원경으로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코코스섬을 살펴보았다.
“영주님, 코코스섬 앞바다에 해적선이 가득합니다.”
“차고스 선장, 나도 알고 있다. 해적들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모양이다.”
“전면전을 하면 우리 측이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쉽지 않은 해전이 될 것이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승리한다는 거다. 왜 그런 줄 아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바로 내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지.”
“…….”
차고스 선장은 갑자기 할 말이 없었다. 자신감에 차 있는 영주가 저렇게 말하는데 반박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준이 마음만 먹는다면 혼자서도 해적들을 전부 처리할 수 있었다. 신의 아티팩트 기운 한 가지만 제대로 내뿜어도 해적들은 전부 차가운 바닷물 속에 수장될 수도 있었다. 또한 칠보파천 같은 엄청난 위력의 수법을 사용해도 충분했다.
그러나 준은 해적들과 전면전에서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 모든 일을 자신이 나서서 처리하게 되면 영지병들이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영지민들이나 영지병들이 스스로의 자립심을 심어주기 위해서 나서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둥둥둥둥!
코코스섬 앞바다에 대기해 있는 해적선에서 북소리가 요란할 정도로 울려 퍼졌다. 이미 엘도라도 함대가 수평선에 나타나 접근하고 있다는 걸 해적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해적선들은 이미 전투준비를 끝내고 엘도라도 함대가 접근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엘도라도 함대에서도 화살촉 대형을 이루면서 속도를 높였다.
콰콰콰콰!
거칠게 파도를 헤치면서 빠르게 엘도라도 함대가 접근해오자 해적선에서도 긴장했다. 돛과 노가 없다는 걸 해적들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저런 괴상한 갤리선이 어떻게 빨리 항해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돛이 없는 대신에 굴뚝이 있었고, 흰 연기가 내뿜어지고 있었다.
“퀘럴을 장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