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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마법사 마젠스가 승선해 있는 대형급 갤리선은 전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뒤쪽에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혼전 속으로 들어가면 손해였다.
“으음, 마젠스 님. 저렇게 큰 배는 처음 봅니다.”
“크흠, 그렇군. 두 눈으로 보니 훨씬 더 큰 것 같군.”
“저렇게 큰 배를 건조하다니 엘도라도 놈들 정말 대단합니다.”
“돛과 노가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게 신기해.”
프리맨 2호함은 주위에 있는 해적선들을 그냥 받아버렸다.
콰쾅!
“으악.”
“크아악.”
해적선들은 박살나면서 침몰했다.
프리맨 2호함이 해적선 사이로 움직이면서 거추장스러운 해적선들은 그냥 받아버렸고, 측면에서는 각종 무기로 해적선들을 공격했다.
해적선들은 프리맨 2호함의 주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입었다.
마법사 마젠스는 캐스팅 해놓았던 공격마법을 펼쳤다.
“매직 미사일!”
츠츠츠.
마젠스의 손끝에는 열 발의 매직 미사일이 생성되었다.
스윽!
마젠스의 손짓에 매직 미사일 열 발이 프리맨 2호함으로 날아갔다.
화살촉 모양의 빛의 매직 미사일 열 발이 날아오자 해병들은 팔에 착용하고 있던 원형 손방패를 들어 막았다.
콰쾅!
“우욱.”
“크읍.”
철판을 덧댄 원형 손방패라 매직 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충격이 상당했다.
마젠스는 시험적으로 공격해 보고는 강력한 마법 한 방을 펼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크크크, 강한 걸로 한 방 먹여주마. 브러스트 익스플로전!”
츠츠츠.
지름이 2미터나 되는 거대한 화염구 열 개가 생성되었다.
표면에 불길이 이글거리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력이 있을 것 같았다.
스윽!
마젠스의 손짓에 거대한 화염구 열 개가 프리맨 2호함을 향해 날아갔다.
준은 전투상황을 지켜보다가 측면에서 마법적인 기운을 느꼈기에 그곳을 쳐다보았다.
어느새 화염구 열 개가 날아와 프리맨 2호함의 갑판 여기저기에 떨어졌다.
콰콰쾅!
폭발음이 일어나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악.”
“크아악.”
해병들 수십 명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일부 해병들은 화상을 입거나 옷에 불이 붙었다. 해적들과 해전을 하면서 첫 인명피해를 입게 되었다.
준이 분노하며 공격마법이 날아온 해적선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마법사 마젠스도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쳐다보았다.
준과 마젠스는 상당히 먼 거리에 떨어져 있었지만 서로를 느낄 수 있었다.
씨익!
준은 마법사 마젠스에게 썩은 미소를 보여주고는 강력한 공격마법을 영창했다.
“후후후, 선물을 받았으니 좀 더 큰 것으로 되돌려주마. 마그마 블래스터!”
츠츠츠츠!
뜨거운 고열로 뭉쳐진, 사람 상반신 정도 크기의 마그마탄이 30발이나 생성되어 하나씩 차례대로 고속으로 해적선을 향해 날아갔다.
마젠스가 승선해 있는 대형급 갤리선의 갑판에 마그마 블래스터가 떨어졌다.
콰쾅!
“커억.”
“으아악.”
사람 상반신 정도의 크기의 마그마 블래스터가 폭발했다. 갑판에 큰 구멍이 뻥 뚫렸다. 관통성과 폭발성을 동시에 갖춘 뛰어난 화염계 공격마법이었다.
한 발만으로도 해적들은 공포에 휩싸였는데, 이것이 한 발이 아니라 연속적인 시간차 공격으로 30발이나 날아와 폭발했다.
대형급 갤리선의 돛대 세 개가 전부 박살나고, 갑판에는 20여 개가 넘는 큰 구멍이 뻥 뚫려버렸으며, 해적들도 수십 명이 쓰러졌다. 불길이 곳곳에서 치솟고 있었으며,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
마법사 마젠스도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멍한 표정이었다. 자신은 6서클 유저의 마법사이기에 마그마 블래스터 같은 마법은 아직 펼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한 발도 아니고 무려 30발이나 마구 퍼부었던 것이다.
그것만 보아도 상대는 자신의 마법실력을 능가하는 무서운 자였다. 이 정도의 공격마법을 가볍게 사용할 정도면 최소 7서클에 올랐다는 것이니 그건 바로 대마법사급이라는 말이었다.
7서클의 대마법사급은 왕국에 궁정마법사 한 명 정도였기에 대륙전역으로 놓고 보아도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많아야 30명 이내였다. 원래 대마법사는 8서클에 오른 자를 가리켰지만 3백년 이래로 7서클만 되어도 대마법사급이라 칭호 했다. 그만큼 놀라운 경지가 대마법사급이었다. 현재 8서클에 올라 있는 진정한 대마법사들은 겨우 6명뿐이었다.
아무리 마젠스가 마법실력이 뛰어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후후후, 이번에는 아예 침몰시켜버리겠다. 파이어 블레이즈!”
고속으로 회전하는 거대한 마법의 칼날에 화염계 마법을 추가했기에 불길이 이글거리는 회전하는 칼날이 공중에 생성되었다.
그런데 이전의 마법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준이 마음먹고 크게 생성한 것이었다.
지름이 20미터나 되는 초거대 마법칼날이었다.
너무나 거대한 칼날이 불길이 이글거리면서 회전하자 해적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저것 한 방이면 대형급 갤리선도 두 동강 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초거대 마법칼날이 마법사 마젠스가 승선해 있는 대형급 갤리선을 향해 날아왔다.
콰콰콰콰!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배의 앞부분이 잘려 나갔다.
해적들은 입을 쩌억 벌리면서 경악했다. 대형급 갤리선 앞부분이 마법의 칼날에 의해 잘려나가자 순간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
배를 자르고 지나갔던 초거대 마법칼날이 허공을 선회하여 다시 날아왔다.
“허억, 피해라.”
“다시 날아온다.”
“으아, 살려줘.”
공포에 휩싸인 해적들은 살기 위해 바다를 향해 다이빙했다.
콰콰콰콰!
대형급 갤리선이 다시 반 토막 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침몰하고 있었다. 마법사 마젠스는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으로 떠올랐다. 초거대 마법칼날은 아직도 소멸하지 않고, 주변에 있던 해적선을 향해 날아갔다.
느닷없이 날아온 초거대 마법칼날에 의해 배가 두 동강 난 해적들은 바다에 뛰어들었다.
두 동강 난 해적선은 그대로 침몰했다.
이미 엘도라도 함대에 의해 크로제 해적단의 함대와 오거슨 해적단 함대는 큰 피해를 입었다.
도저히 승산이 없다 판단한 이들은 뱃머리를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추격하라.”
“한 놈도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
해적선들이 열심히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지만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엘도라도 함대의 중형급이나 대형급 갤리선에는 벗어날 수 없었다.
일방적인 공격을 당한 해적선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침몰했다. 해적선 갑판에서 저항하던 해적들은 엘도라도 함대의 해병들이 쏜 화살이나 석궁의 퀘럴에 맞아 죽었다. 바다에 떠 있던 해적들은 그대로 두었다. 전투가 끝이 나면 모두 포로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에 둥둥 떠 있던 마법사 마젠스는 양팔을 옆으로 벌리면서 마법주문을 외웠다.
“파도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워터 블래스터!”
츠츠츠츠!
잔잔하던 바다에 갑자기 거대한 물기둥이 수십 개나 솟아올라 장관을 연출했다. 막대한 마나가 들어가는 마법이기에 함부로 시전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엘도라도 함대의 중형급 갤리선들이 물기둥이 솟아오르면서 충격을 주었기에 배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일부가 부셔졌다. 철판을 덧댄 갤리선인데도 불구하고 수리를 해야 할 만큼 피해를 입었다. 그만큼 워터 블래스터는 위력적이었다.
마법사 마젠스는 계속 워터 블래스터를 시전해 엘도라도 함대의 갤리선들을 뒤집으려고 했다.
마젠스의 의도를 간파한 준은 화가 치밀었다. 공중에 떠 있는 마법사 마젠스를 향해 공격마법을 날렸다.
“파워 썬더!”
파지지직!
강력한 번개가 마젠스에게로 날아가 격중되었다.
쩌쩌쩍!
마젠스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실드마법을 펼쳐두었다. 그런데 파워 썬더라는 전격계 공격마법에 맞으면서 보호막이 금이 갔다. 깜짝 놀란 그는 이대로 있다가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는 걸 알고는 시전 중인 워터 블래스터를 즉시 중지하면서 동시에 다른 마법을 시전했다.
“블링크!”
스스스스!
순간이동으로 몸을 피한 마법사 마젠스는 가슴을 움켜쥐면서 상체를 숙였다.
“우욱!”
입에서 검붉은 핏덩이를 뱉어 내었다. 그제야 답답하던 가슴이 약간 시원해졌다.
갑자기 시전 중인 워터 블래스터 마법을 중지했기에 몸에 무리가 일어났던 것이다. 게다가 다시 블링크 마법을 펼쳤으니 멀쩡하다면 그게 더 이상했다.
위력적이던 워터 블래스터가 소멸되자 엘도라도 함대의 해병들은 크게 안도했다.
“파워 썬더!”
파지지직!
준이 마법사 마젠스를 향해 다시 강력한 번개 공격마법을 날렸다.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마젠스는 즉시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대로 찢어버렸다. 위기 상황에서 주로 사용하는 마법 스크롤이었다.
번쩍!
빛과 함께 마법사 마젠스는 사라져버렸다. 강력한 번개는 그냥 빈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면서 소멸되었다.
이렇게 도망칠 줄 몰랐었던 준은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크로제 해적단의 함대와 오거슨 해적단의 함대는 대부분 침몰했고, 일부의 배들은 도망쳤다.
와아아아!
엘도라도 함대의 해병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이번 전투도 역시나 엘도라도 함대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이번 해전에서는 피해도 제법 발생했다. 해병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지만 다행히 아직 한 명도 죽은 자는 없었다. 해적 마법사의 영향으로 갤리선에 피해를 입었지만 간단한 수리만으로도 해결될 것이었다. 어쨌든 이 정도는 큰 피해는 아니었다.
“전열을 정비하라.”
“무기를 정비하라.”
“서둘러라, 서둘러.”
지휘관들의 독려에 해병들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바다에서 건져낸 해적들은 나뉘어 감방에 집어넣었다.
이번의 해전으로 발생한 해적 포로는 무려 5천 명이 넘었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전열을 정비한 엘도라도 함대는 코코스섬을 향해 다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