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48화 (24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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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중도파의 수장 루나드 공작은 왕국을 개국하고 싶었지만 바렌 왕국의 37%의 땅만 보유하고 있었기에 공국보다도 더 작았다.

귀족파의 수장 리안 공작도 루나드 공작의 생각과 같았다.

귀족파가 바렌 왕국의 42%의 땅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21%는 프리맨 후작령의 엘도라도와 베일레 백작령의 뉴 엘도라도였다. 이렇게 크게 보면 바렌 왕국은 세 개의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서로 연합하여 엘도라도를 공격해 흡수하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이들이 바렌 왕국을 양분하여 신 왕국을 개국할 수 있었다.

밀실 안에는 작은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 개가 전부였다. 테이블 위에는 간단하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이 두 개 놓여 있었다.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서로를 마주보면서 앉아 있었다.

잠시 생각하고 있던 리안 공작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루나드 공작.”

“리안 공작, 무슨 말인지 먼저 해보구려.”

“지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병력이 150만 명이오. 알고 있지요?”

“그렇소. 리안 공작, 올해 말까지 200만이 목표인 걸 나도 잘 알고 있소.”

“으음, 그런데 이번에 정보길드를 동원해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를 조사해 보았더니 놀라운 정보가 들어왔소.”

“어떤 정보인지 말해 보시오.”

“프리맨 후작령의 엘도라도에는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겨우 5개의 성에 불과했었소. 하지만 최근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미 14개의 성이 축성되어 있으며, 10개의 성이 지금 한창 축성되고 있다고 하오.”

“뭐요? 그, 그게 사실이오. 리안 공작?”

“그렇소. 하루가 다르게 중요 지역에 축성되고 있다고 하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완공된다면 모두 22개의 성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오.”

“으음, 그럼 큰일이 아니오?”

“그렇소. 또한 현재 100만 명의 영지병을 모집해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다고 하오.”

“그, 그게 정말이오?”

“그렇소. 엘도라도가 얼마나 많은 돈을 끌어 모으고 있는지 짐작으로도 알 것이오.”

“으음, 천일염부터 시작해 도자기를 제국이나 각 왕국에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지 짐작이 되오.”

“막대한 자금력으로 축성도 하고, 도로를 정비하고, 영지병들의 무장과 군량도 이미 비축해 두었다고 하오.”

“그럼 우리가 내전에서 승리하긴 어렵겠구려.”

“그러니 나도 걱정이오.”

“으음, 그럼 베일레 백작령의 뉴 엘도라도의 사정은 어떻소?”

“그곳에도 아들 프리맨 후작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아 하루가 다르게 영지가 발전하고 있다고 하오.”

“으음, 역시 프리맨 후작은 무서운 자요.”

“그렇소. 한꺼번에 20개의 성을 축성 중이고, 영지병들도 대대적으로 모집해 이미 1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계속 모집 중이며, 한창 훈련 중이라 하오.”

“그, 그럼 큰일이잖소?”

“이대로는 우리가 절대로 그들과 싸워 승리할 수 없소.”

“그렇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면 우리가 크게 패할 뻔했소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 큰일이오. 좋은 방법이 없겠소?”

“흐흐흐, 그래서 내가 그것 때문에 루나드 공작을 밀실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오.”

리안 공작이 꺼내놓은 패는 이웃 왕국인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에게 병력지원을 받는 일이었다. 리안 공작과 친분이 있었기에 이번에 마법통신을 하게 되었고, 확답은 아니었지만 대가를 지불한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리안 공작의 자세한 설명을 듣던 루나드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이 30만의 병력을 지원해 준다는 말이오?”

“그렇소, 루나드 공작. 이번에 내전이 일어나 우리가 승리하면 엘도라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과 도자기 기술을 넘겨준다는 조건이오.”

“으음, 그건 너무 많은 걸 요구한 것 아니오?”

“흐흐흐, 루나드 공작. 생각하기 나름이오.”

“생각하기 나름이라니 무슨 말이오?”

“지금은 우리가 급하니 그들을 이용해 먹는 것이오. 생각해 보시오. 일단 30만의 병력을 지원받아 그들로 하여금 엘도라도를 치게 만드는 것이오.”

“아, 그럼 우린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이득을 보는 거구려?”

“그렇소.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의 영지병이 무려 200만이나 되오. 그들을 맞아 겨우 30만으로 이길 수 있겠소?”

“흐흐흐, 절대 불가능하오.”

“그렇소. 일단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이 동원한 병력이 크게 패하게 되면 틀림없이 추가 병력이 파병될 것이오. 그들이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사업인 천일염과 도자기를 포기 하겠소? 절대 아니오. 그럼 우린 그들을 또 이용하는 것이오.”

“하하하, 그렇다면 남의 병력을 이용하여 먼저 공격하게 만들고, 우리는 그동안 착실하게 힘을 기른다는 말이구려.”

“그렇소. 그래서 나는 아예 오이란트 왕국뿐만 아니라 남부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미르비아 왕국과 르완 왕국, 로타스 왕국까지 이번 참에 조건을 제시하고, 지원을 요청해 보려고 하오.”

“하하하, 정말 멋진 계략이오. 당장 추진합시다. 오이란트 왕국과 미르비아 왕국은 리안 공작이 친분이 있어서 지원요청을 하면 되니, 난 친분이 있는 르완 왕국의 페르난데스 후작과 상의해 보겠소. 또한 로타스 왕국의 핸리 백작과도 친분이 있으니 천일염과 도자기의 기술이전을 약속한다면 충분할 것 같소.”

“하하하, 그래서 내가 이렇게 밀실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오.”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프리맨 후작령의 엘도라도는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는 천일염과 도자기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었기에 대륙의 각 왕국에서는 어떻게 하든지 간에 두 가지의 기술을 얻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이 기술이전을 약속한다면 충분히 병력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밀실에서 헤어진 후 각자 친분을 이용하여 마법통신을 시도해 확답을 받았다.

이렇게 엘도라도는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촤촤촤촤!

파도를 헤치면서 빠르게 이동하는 함대가 있었다.

이들은 크로제 해적단의 함대로 대형급 갤리선 두 척과 중형급 갤리선 30척, 소형급 갤리선 40척이었다.

이들은 엘도라도 함대에게 스타로열 해적단 소속의 중형급 갤리선 19척과 소형급 갤리선 30척이 침몰한 걸 아직 모르고 있었다.

존스 선장의 중형급 갤리선 미르바호는 전투가 시작될 때 이미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전장을 이탈해 도망쳐버렸다. 이들은 스타로열 해적단의 본거지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북쪽으로 항해해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섰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로열 해적단의 본거지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크로제 해적단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아르메섬을 향해 항해하고 있었다.

이들 크로제 해적단과 불과 동쪽으로 7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바다에서 이동 중인 오거슨 해적단 소속의 함대도 한창 아르메섬으로 항해 중이었다.

오거슨 해적단은 선발대로 대형급 갤리선 두 척과 중형급 갤리선 30척, 소형급 갤리선 30척을 출항시켰다.

엘도라도 함대는 아르메섬 인근 앞바다에서 스타로열 해적단 소속의 중형급 갤리선 19척과 소형급 갤리선 30척을 침몰시키고, 해적들을 대거 포로로 삼아 코코스섬으로 항해 중이었다.

끼룩 끼룩!

하늘 높이 나는 흰 갈매기 한 마리가 크로제 해적단이 항해 중인 걸 발견하고는 주위를 빙빙 돌면서 정찰하더니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해적들은 흰 갈매기 한 마리를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거슨 해적단의 함대가 이동 중인 곳의 하늘에도 흰 갈매기 한 마리가 나타나 이들을 정찰하려고 빙빙 돌면서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오거슨 해적단의 대형급 갤리선 두 척 중 우측에서 항해 중인 배에는 파란색 로브를 입은 자가 승선해 있었다.

6서클 유저의 마법사인 마젠스라는 자로 몇 달 전에 오거슨 해적단에서 전격적으로 영입한 마법사였다.

영지전에도 여러 번 참전했었으며, 파티를 이루어 이십여 번이나 용병 의뢰를 받아 활동하기도 했었다.

어느 날 로타스 왕국의 드마 남작과 그의 기사 5명, 영지병 50명을 숲 속에서 전부 죽여 버렸다. 정적으로 있는 귀족에게서 의뢰를 받아 죽인 것이다. 그런데 그 귀족이 발설해 사건이 들통 나면서 귀족을 죽였다는 이유로 쫓기게 되어 오거슨 해적단이 활동하는 곳까지 흘러들어 왔었다.

오거슨 해적단장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안 그래도 마법사가 필요했었던 오거슨 단장은 전격적으로 마젠스를 영입했다.

평소에는 로드하우섬의 실험실에서 잘 나오지 않는 마젠스였지만 이번에는 오거슨 단장의 부탁으로 승선하게 되었다.

그는 하늘을 힐끗거리다가 흰 갈매기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눈빛을 번득였다.

츄웅!

마젠스의 손끝에서 파공음이 일어나면서 빛의 화살촉이 빠르게 흰 갈매기에게로 날아갔다.

퍼억!

흰 갈매기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빛의 화살촉에 맞아 추락하다가 연기가 흩어지듯 사라져버렸다.

“크크크, 우릴 정찰하는 자가 있었구나.”

혼자서 중얼거리던 마젠스는 피식거렸다.

페밀리어를 단번에 알아본 그가 일단 흰 갈매기를 죽여 버렸다.

스윽!

오른손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면서 다섯 손가락을 약간 오므렸다. 그의 손바닥에서 투명한 기운이 뭉치더니 신기하게도 날개가 생성되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푸드득!

투명한 유리 같은 새가 마젠스의 손짓에 의해 하늘 저편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시야에서는 금방 사라져버렸는데, 그건 바로 투명하다 보니 눈에 잘 보이지 않은 것이다.

“크크크, 가라. 가서 나에게 보여다오.”

한편, 프리맨 2호함 함교의 천장 가장자리에 깃대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깃대에 등을 기대면서 준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흰 갈매기 페밀리어로 크로제 해적단의 함대가 접근 중인 건 확인이 되었지만 오거슨 해적단의 함대도 발견하여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하다가 페밀리어가 소멸되어버렸다. 자세하게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함대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았다.

“후후후, 오거슨 해적단의 함대에 마법사가 타고 있었구나. 교전할 때 그자가 얼마나 활약을 할지 기대되는구나. 아주 재미있겠어.”

끼룩 끼룩!

울음소리를 내면서 흰 갈매기 한 마리가 전방의 하늘에서 나타나더니 준 곁으로 날아와 우측 어깨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스윽!

준은 흰 갈매기에게 생선 한 마리를 내밀었고, 흰 갈매기는 생선을 받아 맛있게 삼켰다.

“다시 부를 때까지 돌아가 있거라.”

흰 갈매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간 연기처럼 흩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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