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47화 (24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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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야킬 항해사, 부하들에게 전투준비를 하라 일러라.”

“선장님, 엘도라도 함대가 보이지도 않는데 벌써 말입니까?”

“그렇다. 곧 놈들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야킬 항해사, 우린 앞으로 나서지 말고 뒤쪽으로 빠진다.”

“선장님, 우리가 전공을 세워야 하는데 이러면 전공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전공을 올리는 게 문제가 아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엘도라도 함대는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우린 적당히 지켜보면서 대형을 이탈해 도망친다.”

평소 앞장서기를 좋아하는 존스 선장이 이번에는 겁쟁이처럼 뒤로 빠져 상황을 지켜보다가 도망친다고 하니 야킬 항해사는 기가 막혔다.

“선장님,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다. 너도 곧 엘도라도 함대를 조우하게 되면 나의 말을 이해할 것이다. 그러니 어서 서둘러라.”

“예, 선장님.”

야킬 항해사가 조종실에 매달아 놓은 종을 힘껏 내리쳤다.

땡땡땡땡!

듣기 거북한 종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 퍼지자 해적들은 갑판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면서 벌떡 일어났다. 각자 맡은 바 임무대로 신속하게 움직여 전투준비를 끝마쳤다. 평소 얼마나 미르바호의 해적들이 훈련이 잘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160명의 해적들이 모든 전투준비를 끝마치자 존스 선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평소 선봉을 도맡아 하던 미르바호가 갑자기 후방으로 빠지자 다른 해적선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절대로 저럴 존스 선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후 존스 선장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촤촤촤촤!

수평선 끝에 파도를 헤치면서 엘도라도 함대가 나타났다. 스타로열 해적단의 함대도 노를 빠르게 저어서 최대속도로 항해하고 있었다.

“전투준비!”

각 해적선장들의 명령에 노를 젓던 해적들은 일제히 노를 한쪽에 내려놓고는 각자 무기를 챙겼다.

육안으로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거리까지 양측의 함대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스타로열 해적단의 함대는 엘도라도 함대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갤리선인데 모습이 조금 특이했다. 아니 많이 이상했다. 있어야 할 돛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노예들이 힘차게 노를 젓는 것도 아니었다. 노와 돛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해적선들보다 몇 배나 빠르게 항해해 오고 있었기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멍청하게 서 있을 수만 없었다.

“전 함대는 화살촉 전투대형으로 움직여라.”

해적선들은 재빨리 화살촉 전투대형으로 움직였다.

“허억, 저, 저게 뭐야?”

“으아, 말도 안 돼.”

해적들의 눈이 커졌다. 일부 해적들은 충격을 받아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해적들도 이제야 거대한 프리맨 2호함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해적선들보다 20배가 넘는 엄청난 크기의 프리맨 2호함이었다. 배의 높이도 열 배는 넘는 것 같이 보였다. 상상도 못해본 거대한 배가 바다에 떠 있는 것만 해도 불가사의하게 생각했다. 또한 노나 돛이 없어도 저렇게 빠르게 항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보였다.

해적들의 상식으로는 저렇게 거대한 배가 바다에 떠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거의 작은 섬만 한 크기의 배였다.

후미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미르바호의 해적들은 그제야 존스 선장의 명령이 이해가 되었다.

해적들의 갤리선보다 엘도라도 함대의 갤리선의 크기가 조금 더 컸다. 거기에다가 돛이나 노가 없었기에 그 자리에 다른 시설을 설치하여 공간이 훨씬 넓었다. 외형적인 모습이 다른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배의 속도가 다섯 배 정도 빠르다는 것에 있었다. 해전에서 특히 이것은 매우 중요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해적들은 프리맨 2호함의 거대한 모습에 사기가 꺾였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굳게 먹었다.

지금은 양측의 거리가 약 500미터 정도 되었기에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공격 사정거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믿어지지 않게도 엘도라도 함대에서 선공이 시작되었다.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해적선으로 날아온 것은 초대형 퀘럴이었다. 저건 분명 공성무기로 알려진 발리스타에서 발사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 발리스타에서 발사되는 퀘럴보다 배는 커 보였다.

해적선에도 탑재가 되어 있었지만 저것보다는 크기가 작았으며, 아직 사정거리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엘도라도 함대에서는 먼저 발사해버렸다.

당연히 바닷물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해적선의 갑판이나 돛대에 날아와 박혔다.

콰쾅!

굉음이 일어나면서 초대형 퀘럴이 깊게 박혔다. 다행히 해적들의 피해는 없었다. 그런데 큰일은 다음에 일어났다.

화르르르.

갑자기 갑판이나 돛대에 박혀 있던 초대형 퀘럴에서 불꽃이 일어나 불길이 치솟았다.

“불이야, 불!”

“물을 가져와 불을 꺼라.”

“서둘러라, 서둘러.”

해적들은 갑자기 불을 끄려고 난리였다. 중형급 갤리선 19척과 소형급 갤리선 30척에 초대형 퀘럴 수백 개가 날아와 큰 피해를 입히기 시작했다. 초대형 퀘럴에 유도기능 마법과 화염계 마법을 새겨 넣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의 사정거리는 절대 나올 수 없었다.

이렇게 될 줄 이미 짐작하고 있는 존스 선장은 안도했다. 미르바호의 해적들도 동료 해적선이 불타는 걸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존스 선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야킬 항해사에게 말했다.

“야킬 항해사, 뱃머리를 돌려라.”

“예? 서, 선장님.”

“지금 여길 빠져나가지 못하면 우리도 저 꼴 난다. 어서!”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야킬 항해사는 해적선들이 공격을 받아 불타는 걸 보고는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미르바호는 재빨리 뱃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엘도라도 함대와 스타로열 해적단의 함대 거리가 250미터까지 접근하자 엘도라도 함대의 신무기 신기전 화차가 준비되었다.

“신기전 화차를 발사하라.”

“발사하라, 발사.”

화살촉에 기름을 묻혀 불을 붙이고는 그대로 발사했다.

시시시싯!

발사음이 터지면서 신기전 화차에서 한 번에 백 발의 불화살이 발사되었다.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해적선에 무작위로 불화살이 떨어져 불이 붙었다.

화르르, 활활!

해적선의 갑판과 돛대, 배의 측면에까지 닥치는 대로 불길이 일면서 불타고 있었다. 워낙 불길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다보니 해적들이 불을 끄기가 어려웠다. 일부 해적들은 불을 끄다가 날아온 불화살에 맞아 화상을 입거나 부상을 당했다.

해적선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활이나 석궁의 사정거리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기에 공격 한 번 못해보고 있었다. 각 해적선의 선장들은 참담했다. 이건 해전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화력시험을 당하는 표적이었다. 엘도라도 함대에서는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자 전투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캐스팅했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트.”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불덩이가 해적선에 떨어졌고, 주먹만 한 크기의 불덩이도 수십 개나 한꺼번에 해적선에 떨어져 불길이 치솟았다.

“블레이즈.”

고속으로 회전하는 칼날이 생성되어 해적선으로 날아갔다. 해적들은 거대한 회전하는 마법의 칼날이 날아오는 걸 보고는 눈이 커졌다.

“으아, 피, 피해.”

“으아악.”

눈치가 빨랐던 해적들은 바다에 뛰어들어 피했지만 그렇지 못한 해적들은 뒤쪽에서 날아오는 회전하는 칼날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으면서 쓰러졌다.

엘도라도 함대의 각 갤리선에는 전투마법사가 승선해 있었기에 이들이 공격마법을 집중적으로 퍼부어 해적선에 큰 피해를 입혔다. 해적선에 불길이 치솟게 하고, 해적들에게도 직접적으로 상처를 입혔다.

프리맨 2호함의 갑판에 서서 전투상황을 바라보던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증기기관으로 항해하는 신형 갤리선에 비밀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적선과의 실전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보일지는 미지수였다. 그런데 이번에 마스제도의 롱레바섬에서의 첫 해전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제대로 비밀무기를 사용해 보지도 못했다.

아르메섬 인근 바다인 이곳에서야 본격적인 해전이 이루어졌다. 사정거리가 미치지 못하는 해적선들에 비해서 엘도라도 함대의 갤리선들은 사정거리가 긴 초대형 발리스타에서부터 공격이 시작되었고, 신기전 화차에서도 한 번에 백 발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살촉에 기름을 묻혀 불을 붙여서 발사했기에 해적선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 초대형 발리스타와 신기전 화차만으로도 이미 해전의 승패는 나와 있었다. 여기에 전투마법사들이 일제히 공격마법을 퍼부어 해적선들을 일방적으로 몰아 붙였다. 이미 해적선에 심하게 불길이 치솟고 있었기에 해적들이 활이나 석궁으로 공격할 수도 없었다.

공격 사정거리에 도달했을 때에는 이미 해적선들의 한쪽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해적들이 엘도라도 함대를 향해 공격하기보다는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기 바빴다.

중형급 갤리선 19척과 소형급 갤리선 30척에 이르는 해적선 함대가 공격 사정거리가 되지 못하여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다가 모두 침몰했다. 그나마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한 미르바호 한 척만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미르바호의 해적들은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다.

준도 미르바호가 전투 직전에 후미에서 도망치는 걸 보았지만 그대로 두었다.

“바다에 떠 있는 해적들을 사로잡아라.”

“반항하는 해적들은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버려라.”

엘도라도 함대의 중형급 갤리선들이 나서서 바다에 헤엄치거나 떠 있는 해적들을 사로잡았다. 모든 해적선들은 차가운 바다 속에 침몰한 이후였다. 워낙 많은 해적들이 바다에 떠 있었기에 건지는 것도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해적들을 사로잡았는데, 그 수가 무려 2천 2백 명이나 되었다.

사로잡은 해적들을 각 갤리선에 나누어 선 내부에 쇠창살로 이루어진 감방에 집어넣었다. 프리맨 2호함에 해적들을 천 명 이상 가두었다.

“함대는 즉시 대형을 이루어라.”

“대형을 이루어라.”

엘도라도 함대는 준의 명으로 즉시 대형을 이루었다. 그러고는 다음 목표인 코코스섬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32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코코스섬 너머에는 스타로열 해적단의 본거지가 있는 테브섬이 있었다.

바렌 왕국의 수도 까브.

찬드란트 국왕과 왕족들을 전부 제거하고 정권을 잡은 중도파의 루나드 공작과 귀족파의 리안 공작은 프리맨 후작령의 엘도라도와 베일레 백작령의 뉴 엘도라도를 치기 위해 대대적으로 병사들을 모집하여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었다.

현재 반란군의 병력은 150만 명이며, 올해 말까지 2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내전 준비가 끝나는 내년 봄에는 정규 병사들이 진군할 예정에 있었다.

모처럼 루나드 공작과 리안 공작이 밀실에서 만났다.

수도 까브에는 엘도라도에서 의뢰한 정보길드의 정보원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기에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왕성의 내성에 있는 국왕이 예전에 한 번씩 사용하던 밀실에서 전격적으로 비밀리에 회담이 열렸다. 사실 국왕과 왕족들이 전부 제거되었기에 바렌 왕국은 멸망했다. 그러나 아직 왕국이 안정되지 않았기에 개국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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