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45화 (24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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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파파팡!

직접적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파공음이 엄청났기에 간접적인 충격을 받았다.

“우욱!”

마르시아는 가슴에 여러 방을 맞은 것처럼 답답해져왔다.

“블링크!”

순간이동으로 몸을 피한 마르시아는 곧 정신을 차리면서 골렘 블러드를 노려보았다.

“플라즈마 볼!”

공중에 녹색의 타원형 광선이 생성되었다. 한꺼번에 다섯 개나 되었다.

스윽!

마르시아의 손짓에 고속으로 골렘 블러드를 향해 날아갔다.

처척!

골렘 블러드는 양손을 가슴 앞에서 교차하면서 방어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르시아는 황당한 표정이었다. 강력한 화염계 마법은 단순하게도 팔을 교차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콰쾅!

폭음이 일어났지만 그것뿐이었다.

골렘 블러드는 멀쩡했다.

“이, 이게?”

쉬쉬쉿, 파팟!

순간 방심한 마르시아의 곁으로 접근한 골렘 블러드가 주먹공격과 발차기 공격을 섞어 가면서 연속으로 퍼부었다. 마르시아는 상체를 꺾으면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전부 피했다.

파지지직!

갑자기 골렘 블러드의 열손가락에서 번개가 내뻗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라 그만 마르시아는 번개에 맞고 말았다.

“크으윽, 젠장!”

레드 드래곤이 겨우 골렘 하나를 상대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으아아, 더 이상은 못 참는다.”

양손을 옆으로 펼친 마르시아는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했다.

츠츠츠츠!

마르시아의 양손바닥 위에 백색의 빛이 생성되었는데 주먹만 한 크기였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게 초고열로 보였다.

이것 한 방만 제대로 맞는다면 그대로 끝장이었다. 마력이 많이 들어가는 공격이기에 마르시아도 거의 펼치지 않는 수법이었다. 그런데 화가 치밀 대로 치민 그이기에 이 수법을 펼치려는 것이었다.

골렘 블러드도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어서 양팔을 휘저으면서 앞으로 내뻗었다.

츠츠츠츠!

핏빛의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나면서 마르시아를 향해 날아갔다.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날아가는 핏빛의 안개가 순간 엄청난 스피드로 마르시아에게 날아갔다. 마르시아도 생성한 백색의 빛을 골렘 블러드를 향해 집어 던졌다.

두 개의 강력한 기운은 중간에서 부딪쳤다.

쿠콰콰쾅!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충격파가 골렘 블러드와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 곁으로 날아갔다. 뒤로 피하려고 했지만 충격파가 한 발 먼저 도달해버렸다. 몸을 심하게 떨면서 뒤로 십 미터 정도 날아간 골렘 블러드가 겨우 멈추었다.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도 상당한 충격을 받아 뒤로 물러나 있었다. 준과 싸우면서 입었던 외상은 말끔하게 치료가 되었지만 내상은 완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충격파에 다시 내상을 입고 말았다.

“끄으으. 젠장!”

레드 드래곤이라는 자존심에 금이 가버렸다.

울컥!

스스로 화가 치밀어서인지 한 움큼의 핏덩이를 내뱉었다.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는 그제야 속이 좀 편해졌다. 이런 상태로 더 이상 싸운다는 것은 무리였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다음번에는 이렇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드래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어서 잡아요.”

글리아나의 외침에 골렘 블러드는 마력장을 내뿜어 마르시아가 텔레포트 마법을 펼치지 못하도록 해버렸다.

마나의 방해를 받은 마르시아는 결국 텔레포트 마법을 펼치지 못했다.

마르시아는 폴리모프를 해제해 본체로 변신했다면 이렇게 망신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폴리모프를 해제한다면 가만히 지켜볼 골렘이 아니었다.

어떤 방법이 최상인지 순간 고민했다.

쉬이잇, 파팟!

골렘 블러드가 블링크 마법으로 순간이동해 마르시아를 공격했다. 당황한 마르시아는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쪽보다는 피하는 쪽을 선택했다. 골렘의 신장이 겨우 2미터에 불과해서인지 스피드가 엄청났다.

마르시아는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는 엘프 글리아나를 잡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모든 엘프들은 드래곤을 마주치기만 해도 저항을 포기해버린다. 그렇기에 본체로 헌신하여 싸울 필요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었다.

하지만 엘프 글리아나는 예상을 깨고 자신을 보고도 공포에 질리기보다 맞서 싸우려고 했다. 처음에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저항을 해보아야 결과는 뻔했기 때문이었다.

엘프의 마법수준으로는 절대 드래곤의 마법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런데 글리아나에게는 마르시아가 모르는 비밀병기가 있었다.

마르시아에게는 복병인 셈인데 바로 골렘 블러드였다.

보통 골렘이라고 하면 신장이 4미터 이상은 되어야 골렘이라 할 수 있는데, 골렘 블러드는 겨우 신장이 2미터에 불과했다.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보통의 골렘이었다면 마르시아는 몇 수만에 간단하게 파괴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골렘 블러드는 그런 보통의 골렘이 아니었다. 마법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마도시대의 골렘이었다.

직접 겨루어 본 적이 없는 마르시아는 예전에 레어에서 고서를 읽었는데, 마도시대의 골렘은 드래곤이 만든 골렘보다 강하며, 실전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흥, 골렘이 다 같은 골렘이지 마도시대의 것이라고 별수 있겠어?”

마르시아는 그렇게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랬는데 오늘 마도시대의 골렘을 마주하게 되었다. 서로 싸워보니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었다.

마도시대의 골렘이라도 성룡급을 상대하려면 3기는 있어야 하며, 마르시아와 같은 고룡급이면 4기는 있어야 상대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싸워보니 아니었다. 일대일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거의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골렘이었다.

마르시아가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골렘 블러드는 마도시대의 대마법사들이 만든 그런 골렘이 아니었다.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골렘 블러드였다. 그러니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리력이나 마법방어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어지간한 마법공격은 그냥 몸으로 받아버린다.

이런 상대와 싸워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본체로 헌신해 권능인 화염의 브레스를 날리거나 피어를 발출하면 승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도록 두고 볼 골렘이 아닌 것 같았다.

이러니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쉬이잇, 파팟!

블링크 마법으로 순식간에 마르시아 곁으로 이동해온 골렘 블러드는 어깨로 받아버리려고 했다.

마르시아가 직접 부딪치는 건 불리하기에 재빨리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피했다.

지나쳐간 골렘 블러드가 몸이 직각으로 꺾이면서 뒤쪽에서 마르시아의 등을 노렸다.

마르시아는 몸을 비틀어 회전하면서 다시 공격을 피했다.

지칠 줄 모르는 게 골렘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골렘 블러드의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 퍼부어졌고, 마르시아는 피하기에 급급했다.

멀리 공중에 떠서 상황을 지켜보던 글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 곁에 붙여주고 간 골렘 블러드가 드래곤에 전혀 밀리지 않아. 대단해.’

드래곤의 기운에 처음부터 겁을 먹었던 글리아나였지만 골렘 블러드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준의 당부를 떠올리고는 안도할 수 있었다. 그래도 떨리는 가슴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시험 삼아서 날려본 마법이 마르시아의 무효화 마법에 걸려 허무하게 소멸되어버리자 덜컥 겁이 났었다.

그때, 골렘 블러드를 소환해 맞상대하게 했더니 지금까지 잘 싸워주고 있었다.

드래곤은 이미 지쳐가고 있는데 반해 골렘 블러드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결과는 어느 정도 나와 있었다.

더 이상 드래곤이 버티지 못하고 도주할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글리아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마력장을 펼치게 하여 드래곤을 사로잡으려고 했지만 역시나 고룡급의 레드 드래곤이라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싸움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헉헉, 골렘이라서 그런지 지치지도 않는군?”

마르시아는 골렘과 맞상대하기보다는 뒤쪽에 물러나 있는 글리아나를 기습공격 해 사로잡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골렘 블러드는 자아를 가진 존재이기에 마르시아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생각되면 바로 글리아나의 앞에 나타나 가로막았다.

글리아나도 골렘 블러드의 의도를 알고는 몸에 헤이스트 마법을 걸었다. 스피드를 배로 높여주는 마법이었다. 이것만으로는 불안함을 느껴서 빛의 방어막이라는 샤이닝 실드도 펼쳤다.

츠츠츠츠.

8서클의 방어마법이기에 방어력 면에서는 최고급 마법이라 알려져 있었다.

앱솔루트 배리어 같은 절대의 방어막보다는 견고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방어마법이면 어지간한 물리적인 공격에는 끄떡없었다.

골렘 블러드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던 마르시아는 글리아나가 샤이닝 실드를 펼치는 순간 얼굴이 찡그려졌다.

‘이젠 기습공격도 소용없게 되었어. 젠장!’

순간적인 집중도가 떨어졌을 뿐이었는데 골렘 블러드는 어느새 마르시아에게 접근해 강력한 위력이 담긴 주먹공격을 퍼부었다.

연속적인 공격이라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퍼퍽!

“우욱.”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순간 뒤로 물러선 마르시아는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이미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공격을 받았으니 내상이 더 심해졌다.

골렘 블러드가 펼쳐놓은 마력장의 영향으로 마르시아는 행동에 제약을 받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지칠 줄 모르는 골렘 블러드의 강력한 육탄공격에 마르시아는 고전하고 있었다. 블링크 마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었지만 이것도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

골렘 블러드가 마르시아의 의도를 알고는 순간이동하면 따라서 바로 순간이동해 앞을 가로막고는 공격해왔다.

마르시아는 본체로 헌신하지 못하는 게 이렇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줄은 몰랐었다. 더구나 엘프에게도 망신을 당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골렘에게 이렇게 위기 상태까지 몰릴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집중력이 자꾸만 흐려지자 골렘 블러드의 강력한 공격을 또 받았다.

퍼퍽!

“크으윽.”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물러섰지만 가슴이 찌르르 한 게 내상이 악화되었다.

드래곤 하트에 있는 막대한 마나를 사용하려고 해도 내상 때문에 약간씩 제약을 받았다.

강력한 마법공격을 퍼부으려고 해도 골렘 블러드가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 점점 밀릴 수밖에 없었다.

퍼퍽, 빠악!

“크어어억.”

삼연타를 맞은 마르시아는 비명을 지르면서 땅으로 추락했다.

높이는 겨우 5미터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제법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마르시아는 피를 내뿜으면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더 이상 싸운다는 건 무리였다. 사실상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가 골렘 블러드에게 패한 것이다.

골렘 블러드가 마르시아를 향해 주먹을 먹이려고 하자 즉시 마르시아가 외쳤다.

“내가 졌다. 항복이다.”

골렘 블러드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해서 골렘 블러드는 마르시아를 향해 손가락을 내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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