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43화 (243/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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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뾰로로롱!

앵무새와 비슷하게 생긴 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더니 저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직 주위는 어둠에 빠져 있었다. 날이 밝으려면 한 시간 정도는 더 있어야만 했다.

쿨쿨쿨!

해적들은 대부분 해안의 모래사장에 널브러져 잠에 빠져 있었다. 해적들의 이런 모습만 아니라면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다.

수평선 끝에 검은 점이 생겨났다.

검은 점은 순식간에 여러 개로 늘어나더니 커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

파도를 헤치면서 빠르게 다가온 것은 엘도라도 함대였다.

노를 저어서 항해를 하는 게 아니라 증기기관을 이용해 항해를 하는 것이기에 배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해적들도 상식적으로 생각했기에 아직 엘도라도 함대가 나타나려면 멀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이렇게 널부러져 있었던 것이다.

믿을 수 없게도 엘도라도 함대는 출항한 지 겨우 이틀 만에 이렇게 마스제도의 북쪽에 있는 롱레바섬 앞바다에 나타났다.

이제까지 이렇게 빠른 배는 아직 없었다. 엘도라도 증기기관 갤리선 함대가 처음이었다.

스윽!

준은 프리맨 2호함의 갑판 난간에서 망원경을 들어 롱레바섬을 살펴보았다. 해안가에는 중형급 갤리선이 30척이나 정박해 있었으며,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해적들이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있었다.

프리맨 2호함의 차고스 선장도 함교에 서서 망원경으로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미 준은 롱레바섬이 가까워지자 페밀리어를 날려 보내어 정찰을 하고 있었다.

부웅, 붕붕!

지름이 겨우 2센티미터에 불과한 말벌 다섯 마리는 롱레바섬의 해안가부터 시작해 섬 전체로 퍼져 곳곳을 살펴보면서 정보를 준에게 알려주었다. 이미 말벌 페밀리어가 보내온 정보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난간에 서서 망원경으로 다시 한 번 더 확인했던 것이다.

“후후후, 해적들도 나름대로 정보력을 통해 대비를 했겠지만, 우리 엘도라도 함대가 이렇게까지 빨리 이곳에 나타난 건 몰랐을 거다. 그게 너희 해적들의 치명적인 실수이며, 동시에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벅저벅!

준은 함교로 돌아와 차고스 선장에게 명령했다.

“차고스 선장!”

“예, 영주님.”

“전 함대에 전투준비를 내려라.”

“예, 알겠습니다. 통신병, 어서 전 함대에 전투준비를 하달하라.”

“예, 선장님.”

전투마법사 로이손은 즉시 마법통신구로 전 함대에 전투준비를 하달했다.

해적들이 모두 술에 취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해안가에 정박해 있던 중형급 갤리선의 전망대에 있던 해적이 수평선에 나타난 엘도라도 함대를 보고는 눈이 커졌다.

“허억, 놈들이 나타났다.”

“뭐, 뭐야?”

“엘도라도 놈들이 나타났다.”

“이, 이런?”

땡땡땡땡!

해적이 즉시 비상종을 울렸다. 주위에 정박해 있던 다른 해적선들에서도 엘도라도 함대가 접근하고 있는 걸 보고는 눈이 커졌다. 그들도 신속하게 비상종을 울렸다.

갑자기 주위가 시끄러워지자 술에 취해 해안의 모래사장에 널브러져 있던 해적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해적들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해적선을 바라보다가 고함치는 소리에 수평선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랐다.

“허억, 엘도라도 놈들이 벌써?”

“일어나, 어서!”

먼저 일어난 해적들이 동료들에게 발길질을 하면서 잠을 깨웠다. 여기저기 해적들이 일어나 고개를 옆으로 흔들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곧 상황을 인식하고는 각자 해적선으로 달려갔다.

해적 연합의 중형급 갤리선이 출항준비도 미처 끝나지 않았는데, 엘도라도 함대가 해안을 벌써 포위해버렸다.

“발리스타를 발사하라!”

“발사!”

지휘관들의 독려에 병사들은 즉시 자리를 잡았다.

엘도라도 함대에서 일제히 대형 발리스타에 퀘럴을 장착하더니 발사했다.

슈슈슈슝!

발사음이 터지면서 대형 퀘럴 수십 개가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해적선으로 날아갔다.

퍼퍼퍼퍽!

해적선의 갑판이나 측면에 대형 퀘럴이 박히면서 불이 붙었다. 해적들은 미처 준비도 갖추어지지도 않았기에 제대로 대처도 못하면서 우왕좌왕했다. 지휘를 해야 할 해적 조장들이 대부분 해안에 있었기에 명령체계가 잡히지 않았다.

엘도라도 함대에서 발사한 대형 퀘럴에는 유도기능 마법진과 화염계 마법도 새겨져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해적선에 순식간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스윽!

함선의 난간에 횡대로 서 있던 석궁병들은 일제히 퀘럴을 장전했다. 또한 뒤 열에 서 있던 궁병들은 화살촉에 기름을 묻혀 불을 붙여서 장전했다.

지휘관이 팔을 아래로 내리면서 외쳤다.

“발사하라, 발사!”

슈슈슈슝!

퀘럴과 불화살이 하늘을 가득 메우면서 비처럼 쏟아졌다.

퍼퍼퍼퍽!

“으악.”

“크아악.”

여기저기에서 해적들의 비명소리가 터졌다.

화르르르.

해적선의 갑판이나 돛, 측면에 불길이 치솟으면서 검은 연기가 공중으로 피어올랐다.

“아아악.”

“으악, 옷에 불이 붙었다. 꺼줘.”

“사, 살려줘. 으아악!”

30척의 해적선들 중에서 벌써 17척이 불타고 있었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기에 불을 끄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나머지 13척은 신속하게 출항준비를 했기에 배를 움직여 위기에서 일단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엘도라도 함대가 부챗살처럼 포위한 상태이기에 해적선들은 도망칠 수 없었다.

“쏴라, 쏴!”

지휘관들의 공격 독려에 궁병들과 석궁병들은 화살과 퀘럴을 마구 발사했다.

시시시싯!

파공음이 일어나면서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가 해적들을 맞추었다.

“크아악.”

“으악.”

해적들은 불길을 피해서 달아나려고 하다가 화살이나 퀘럴을 등이나 가슴에 맞고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일부 해적들은 바다에 뛰어들어 해안으로 헤엄쳐 갔다.

해적들은 미처 반격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엘도라도 함대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었다. 일부 해적선들이 포위망을 빠져나가보려고 했지만 견고한 포위망을 뚫지는 못했다.

“파이어 볼!”

“파이어 애로우!”

슈슈슝!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화염계 공격마법이 해적선에 떨어졌다.

콰콰쾅!

폭음이 일어나면서 해적선의 갑판과 돛, 선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해적선이 불타기 시작했다.

해적들이 불을 끄려고 해도 엘도라도 전함에서 화살과 퀘럴이 날아 왔기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 서 있다가는 어느새 날아온 퀘럴이나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엘도라도 함대는 해적선과 가까이 붙지는 않았다. 쥐가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도 있듯이 해적들의 저항이 염려되어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집중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30척의 해적선들이 모두 불이 붙어 일부 해적선들은 차가운 바다 속으로 침몰해버렸다. 해안으로 도망친 해적들은 350여 명 정도 되었다. 이들은 해안의 바위 뒤나 나무 사이에 몸을 은폐하면서 공격에 대비했다.

각 해적단의 지휘관들은 마법통신구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해안에 몸을 은폐하면서 즉시 자신들의 해적단에 보고했다.

한창 각자의 본거지에서 출항준비를 서두르고 있던 해적단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충격을 받았다. 선발대 형식으로 보낸 30척의 중형급 갤리선이 모두 불타면서 침몰했다는 소식에 할 말을 잃었다.

롱레바섬에서 가장 가까운 아르메섬은 스타로열 해적단의 소유이며, 거리가 불과 12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기에 몇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부상을 입거나 박살난 나무판에 몸을 의지하고 있던 해적들은 엘도라도 함대의 중형급 갤리선들이 다가가면서 건져 올려 포로로 삼았다.

갤리선 내부에는 쇠창살로 이루어진 감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해적들을 포로로 잡으면 이곳에 당분간 가두어 두려는 용도에서 마련해 놓은 것이다.

갤리선의 난간에서 갈고리를 쥐고 있던 해병들이 힘이 빠져 나무판에 의지하고 있는 해적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놈은 기절했는데?”

“야, 그래도 건져 올려.”

“저 해적은 한쪽 팔이 심하게 화상을 입었는데 건질까요?”

“그래. 무조건 숨만 붙어 있어도 전부 건져 올려. 마법사들이 치료마법을 걸면 살 수 있어.”

“예, 알겠습니다.”

“해적 놈들을 엘도라도에 데려가면 전부 노예를 삼을 거라니까 한 놈이라도 더 건져야 돼.”

“아, 알겠습니다. 야, 저놈도 건져.”

해적들은 엘도라도 해병들이 탄 중형급 갤리선이 다가오면 저항하는 게 아니라 아주 반가워했다. 힘이 빠져 자칫 잘못하면 익사할 수도 있었기에 일단 살고 싶어서였다. 죽은 해적들도 많았지만 어쨌든 포로로 잡은 해적들이 342명이나 되었다.

준은 프리맨 2호함의 함교에서 망원경으로 해안에 은폐하고 있는 해적들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차고스 선장!”

“예, 영주님.”

“전 함대를 뒤로 물려라.”

“전 함대를 말입니까?”

“그렇다. 해안에 있는 해적들은 내가 직접 상대하겠다.”

“영주님, 혼자서는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하하하, 말은 고맙지만 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함교를 나선 준은 플라이 마법으로 가볍게 공중으로 부웅 떠올랐다.

슈슈슉!

공중에 선 채로 앞으로 화살이 날아가듯 그렇게 빠르게 해안을 향해 날아갔다.

해적들은 준이 날아오는 걸 보고는 외쳤다.

“마법사가 날아온다. 공격해.”

“활을 쏘아라.”

시시시싯!

십여 발의 화살이 준에게로 날아왔다.

스윽!

준은 한 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면서 파리를 쫓듯 손바닥을 가볍게 흔들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잘 날아오던 화살들이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옆으로 튕겨져 버렸다.

처척!

해안의 모래사장에 준이 내려서자 주위에 은폐하고 있던 해적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롱소드나 날이 휘어진 대거, 전투용 도끼, 창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모두들 얼굴들이 잘 걸렸다는 표정이었다.

“해적들아, 난 혼자다. 어서 덤벼라.”

준의 말에 황당해 하던 해적 세 명이 화를 참지 못하고 달려오면서 검을 휘둘렀다.

쉬쉬쉭, 파팟!

제법 매서운 공격이었다. 그러나 이런 허접한 수에 당할 준이 아니었다.

“후후후, 가소로운 놈들!”

파악!

모래를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간 준은 해적들이 휘두르는 칼을 상체를 흔들어 피하면서 급소를 가볍게 찍는 것만으로도 해적 세 명을 간단하게 쓰러뜨렸다.

“끄으으.”

“이, 이게?”

“커억. 젠장!”

해적들의 눈이 커지면서 놀라고 있을 때 어느새 준은 주위에 서 있던 해적들을 향해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퍼퍼퍽, 빠악!

“크악.”

“아아악.”

근처에 서 있던 해적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마치 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졌다. 준은 무기도 없이 맨손만으로 해적들을 공격해 한 방을 먹이면 그 해적은 그대로 고꾸라져 모래에 머리를 처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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