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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42화 (24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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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출입국 사무소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10개의 통로에는 각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으며, 행정사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엘도라도에 들어온 사람들을 간단하게 조사해 출입증을 발급해 주는 업무를 했다.

통로 뒤쪽에는 무장한 기사 열 명과 영지병 백여 명이 서 있었다.

출입국 사무소 옆 별동에는 영지병 천 명이 상시 대기해 있었기에 그 어떤 소란도 용납하지 않았다.

로타스 왕국 정기 여객선에서 내린 일행이 행정사 앞에 섰다.

스윽!

행정사는 이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어디서 오신 분들입니까?”

“난 로타스 왕국에서 온 팔레인 남작이라 하네.”

“아, 그렇습니까?”

“그리고 이쪽은 처와 아들과 딸 그리고 하녀들과 기사들이네.”

“엘도라도엔 관광차 오신 겁니까?”

“아니, 우린 이곳에 정착했으면 하네.”

“아, 그렇다면 우측에 있는 문으로 바로 들어가시면 자세한 안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정착에 관한 걸 처리해주지는 않는가?”

“그렇습니다, 남작님. 여기에서는 관광객들의 출입증이나 상인들의 출입증만 교부해 주고 있습니다. 정착에 관한 업무는 옆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시면 자세한 안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으음, 알았네.”

고개를 끄덕인 팔레인 남작은 가족들과 기사들을 대동하고 행정사가 말해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은 넓었지만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안내인이 팔레인 남작에게 다가왔다.

“혹시 엘도라도에 정착하려고 오신 겁니까?”

“그렇다네.”

“그렇다면 이쪽에 앉으십시요.”

안내인을 따라 약간 이동한 팔레인 남작은 행정사와 마주보고 앉았다.

행정사는 잠시 팔레인 남작 일행을 한 번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분이시군요?”

“그렇다네. 난 로타스 왕국의 팔레인 남작이라 하네.”

“일행 분들도 알려주십시요.”

“이쪽은 부인이고, 이쪽은 아들과 딸, 그 옆에는 하녀들이고, 이쪽은 나의 기사들이네.”

“그럼 간단하게 엘도라도에 관해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행정사는 엘도라도에 관한 것들을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고, 제법 긴 시간이었지만 팔레인 남작과 일행은 귀를 기울여 들었다.

“설명을 들으셨다시피 이전의 작위는 이곳 엘도라도에선 인정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귀족이셨기에 정식 귀족인 남작의 아래인 준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 분들까지 모두 준귀족입니다. 그리고 기사 분들은 정식으로 이곳에 있는 기사시험을 통과해야만 기사자격증을 받아 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만 아직은 아니기에 준기사라는 증명서를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으음, 그 정도만 해도 고맙네.”

“아닙니다. 이건 엘도라도에 나와 있는 규정대로 처리한 것입니다. 그리고 1년간은 정착금이 지급되는데 모두 20명이니 1인당 60실버씩 지급 받지만 그건 평민에 한하는 것이기에 하녀 다섯 명이 해당 됩니다.”

“으음, 하녀에게도 정착금을 준다니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저희 엘도라도는 인심이 그리 야박하지 않습니다. 준기사 분들은 1인당 300실버 즉, 3골드를 지급 받습니다.”

“생각보다 많군?”

“그럴 겁니다. 그리고 준귀족이신 팔레인 님과 가족 분들은 1인당 30골드씩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으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은 것 같네.”

“예. 그리고 4인 가정을 기준으로 주택을 한 채 배당 받는데, 일행이고 준귀족이시니, 20명이 함께 살 수 있는 주택은 현재 없으니까 10인용 주택으로 나란히 두 채를 배당해 드리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만 해준다고 나로서는 정말 고맙겠네.”

“그러시다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정말 고맙네.”

“팔레인 님과 일행의 정착을 돕기 위해 정착 도우미가 1년간 옆에서 알려줄 것입니다. 또한 언제든 행정 사무소에 들러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대우를 받을 줄은 몰랐었는데 정말 고맙네.”

“아, 아닙니다. 엘도라도의 행정사라면 당연히 해드리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마십시요. 뱅가!”

“예, 행정사님.”

“앞으로 자네가 이분들을 옆에서 도와드리게.”

“예, 알겠습니다.”

“그럼 10인용 주택 두 채와 정착 신분패를 먼저 드리고, 정착금은 내일 오전에 담당자가 집에 방문해 지급해 드릴 겁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직원에게 정착 신분패를 꺼내 보이시면 3일치 식량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것을 받아서 가십시요.”

“으음, 정말 고맙네.”

“저의 당연한 업무이니 신경 쓰시지 마십시요. 다시 한 번 엘도라도에 정착하실 걸 축하드립니다.”

스윽!

행정사가 내민 주택배당증명서와 정착 신분패를 팔레인이 받았다. 고개를 끄덕인 팔레인과 일행은 뱅가를 따라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엘도라도 해군기지.

초대형 증기 갤리선 프리맨 2호함 갑판의 난간에는 해병들이 횡대로 길게 서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출항하는 해병들을 쳐다보면서 사람들도 손을 흔들었다. 해병들의 가족들과 귀족들,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의 모습도 보였다. 준도 난간의 한곳에 서서 글리아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천천히 나아가던 프리맨 2호함은 해군기지를 벗어나 엘도라도 해안으로 나왔다. 이미 해안에는 대형급 갤리선 10척과 중형급 갤리선 20척, 보급선 10척이 대기해 있었다.

콰콰콰콰!

파도를 헤치면서 프리맨 2호함이 해안을 벗어나자 좌, 우측에 보급선이 다섯 척씩 자리를 잡았다. 대형급 갤리선들도 반씩 나누어 보급선 옆으로 대형을 이루었다.

중형급 갤리선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선두에 다섯 척이, 프리맨 2호함의 좌, 우측에 각각 다섯 척이, 뒤쪽에 다섯 척이 각각 자리를 잡고 대형을 이루었다.

프리맨 2호함 뿐만 아니라 이번 해적소탕작전에 동원된 배들은 전부 증기 군용 갤리선이었다.

각 보급선에는 백 명의 해병들이 승선해 있었으며, 각 중형급 갤리선에는 150명의 해병이, 각 대형급 갤리선에는 300명의 해병들이 승선해 있었다. 하지만 프리맨 2호함에는 5천 명의 해병이 승선해 있었다.

이번 해적소탕작전에 동원된 해병들은 모두 1만 2천명이나 되었다. 또한 전투마법사들도 프리맨 2호함에는 200명이, 각 대형급 갤리선에는 10명이, 각 중형급 갤리선에는 5명이, 보급선에도 각 5명의 전투마법사들이 모두 450명이나 승선해 있었다.

대규모의 해적 토벌 원정이었다.

대형을 이루기 시작한 배들이 엘도라도 해안을 벗어나자 준이 선장에게 말했다.

“차고스 선장, 배의 속도를 높여라!”

“예, 영주님. 항해사, 배의 속도를 높여라!”

“예, 선장님!”

스윽!

명령을 받은 항해사는 계기판에 부착되어 있는 손잡이를 앞으로 밀었다. 그러고는 뱃고동을 울렸다.

뿌우우우!

뱃고동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자 대형을 이루던 전함들도 프리맨 2호함을 따라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콰콰콰콰!

전함들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자 전함들이 지나온 뱃길에는 포말이 하얗게 일어나 부셔졌다.

로드하우섬.

르완 왕국과 미르비아 왕국의 해상 경계지점에 있는 마스제도는 22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마스제도의 동쪽에는 오거슨 해적단의 본거지가 있는 로드하우섬과 주변 여덟 개의 섬을 오거슨 해적단이 점령하고 있었다.

오거슨 해적단의 단장인 오거슨은 누군가와 마법통신을 하고 있었다. 마법통신구 안에는 블루 로브에 후드까지 눌러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자의 모습이 보였다.

마법통신을 받던 오거슨 단장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 그, 그게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단장님. 7일 안으로 41척의 전함이 접근할 것입니다.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 엘도라도에서 이번에 단단히 준비를 한 것 같구나.”

“그렇습니다. 신속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알았다. 우리 오거슨 해적단만으로 이들을 막으려면 출혈이 너무 커진다. 주변에 있는 크로제 해적단과 스타로열 해적단 과 연합을 해야 할 것 같다.”

“저의 생각도 단장님과 같습니다. 특이사항이 있으면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래. 이번에 너의 정보가 큰 힘이 되었다.”

“단장님,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알았다. 다음에 연락하마.”

스스슷!

마법통신구에서 그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오거슨 단장은 턱에 손을 붙이면서 생각에 빠졌다.

몇 시간 후, 크로제 해적단과 스타로열 해적단은 오거슨 단장의 마법통신을 받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들을 토벌하기 위해 무려 41척의 전함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략 5천 명의 병사들이 배에 승선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오거슨 해적단은 마스제도에서 가장 큰 해적단으로 대형급 갤리선 15척과 중형급 갤리선 85척, 소형급 갤리선 120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적들도 1만 9천명이나 되었다. 처와 아이들, 노인들까지 해적들의 가족들을 전부 포함하면 7만 명이나 되며, 주변의 섬들에 나뉘어 살고 있었다.

두 번째로 큰 해적단은 크로제 해적단으로 피닉스섬에 본거지가 있으며, 인근 여섯 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형급 갤리선 5척과 중형급 갤리선 63척, 소형급 갤리선 92척에 1만 5천명의 해적과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6만 명 정도 되었다.

마지막으로 테브섬에 본거지가 있는 스타로열 해적단은 인근 다섯 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었다. 1만 2천명의 해적에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6만 명 정도이며, 대형급 갤리선 3척, 중형급 갤리선 78척, 소형급 갤리선 65척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금 마스제도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엘도라도 해군의 전함들은 일반 상선이나 화물선이 아닌 정규 군사훈련을 받은 병사들로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나의 해적단이 보유하고 있는 무력을 총동원해 상대해야 하기에 자칫하면 쌍방이 다 패하고 상처를 입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오거슨 해적단에서는 전격적으로 연합을 추진한 것이었다.

크로제 해적단과 스타로열 해적단도 평소 같았으면 경쟁자이기에 절대로 연합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상황은 연합할 수밖에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약탈을 일삼고 있는 해적들은 제대로 된 토벌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엘도라도 영주가 41척이라는 엄청난 함대를 구성해 토벌하러 오고 있었다.

엘도라도에서 마스제도까지는 뱃길로 약 7일 정도 걸린다. 그러나 전함이라면 어쩌면 5일 만에 올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 해적단들은 서둘러 함대를 구성하느라 난리였다.

엘도라도에서 마스제도로 향하면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섬이 롱레바섬이었다.

높은 봉우리 하나에 사방이 깎아지는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주민이라고 해봐야 겨우 500여 명 정도였다.

롱레바섬은 스타로열 해적단의 소유로 그렇게 쓸모가 있는 섬이 아니었기에 해적들이나 그 가족들은 전혀 살고 있지 않았다.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기에 원시 부족들이 30년 전부터 이곳으로 이주해 살고 있었다.

원래는 마스제도 섬들에 골고루 나뉘어 살고 있었지만 해적들이 본거지를 마련하게 되면서 원주민들은 전부 롱레바섬으로 강제 이주되어 살게 되었다.

그런데 어젯밤 전격적으로 이곳 롱레바섬에 오거슨 해적단과 크로제 해적단, 스타로열 해적단 소속의 중형 갤리선 30척이 정박했다.

이곳 롱레바섬에 해적선들이 대기해 있다가 엘도라도 소속의 전함들이 항해해오면 은밀하게 뒤쪽에서 접근해 기습공격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해적들의 예상으로는 빠르면 2일, 늦어도 4일 정도면 롱레바섬을 지나갈 것이기에 그동안 해적들은 지루한 시간을 술을 마시면서 보내기로 했다.

원래 자유분방한 자들이 바로 해적들이었다. 지난밤 해안에 배가 도착해 세 곳의 해적단 해적들이 한곳에 모여 인사를 나누면서 고기와 술을 나누어 먹고 마셨다.

평소에는 서로 경쟁자였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모두들 편한 마음으로 술과 고기를 나누어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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