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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이렇게 엘도라도에서는 자신이 조금만 부지런하게 일하면 먹는 것과 입는 것,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고급 주택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영지민들은 대부분 이주해오면 1년 정도 부지런하게 일하면 좋은 주택도 살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잘 먹기에 영양상태가 좋아서 힘도 좋아지고, 몸에 살도 붙어 보기가 좋았다.
이주민들이나 영지민들은 엘도라도가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린 자녀들도 아카데미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영주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있었기에 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아카데미에서는 급식도 하고 있었기에 부모들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미래가 밝았기에 영주에 대한 충성심은 신에 버금갈 정도였다.
그렇기에 누구도 영주에 대한 험담을 할 수 없었다.
만약 그런 자가 있다면 그자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단으로 구타를 당해 죽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다른 영지에서 이주해온 지 하루밖에 안 된 자가 술에 취해 영주에 대한 비난의 말을 했다가 주위에 있던 영지민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집단구타를 했다.
그런데 그자가 그만 어이없게도 죽고 말았다.
그 누구도 죽은 자를 억울하게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죽은 자에게 침까지 뱉었다.
살인현장에 나왔던 영지병들까지 오히려 죽은 자에게 창이나 검으로 한 번씩 찌르거나 베고는 돌아가 버렸다.
어떻게 소문이 난 것인지 여자들까지 나타나 돌을 집어 던졌다. 따라온 어린아이들까지 돌을 던졌다.
이렇게 3일간 죽은 시체를 아무도 치우지 않았기에 영주인 준이 직접 이곳까지 와서 죽은 자를 짐수레에 실어 화장을 해주었다.
영주인 자신에게 욕을 한 자에게 보복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비를 베풀어 화장까지 해주었기에 영지민들의 충성심은 더 높아져만 갔다.
오죽하면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을 정도였다. 음유시인들은 이 같은 일화를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이같이 엘도라도는 준의 왕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저벅저벅!
어두운 복도를 두 명의 간수들이 걸어와 쇠창살 안에 있는 자를 끌어내었다.
쇠창살 안에 있는 자들은 어제 선착장으로 들어온 중형급 갤리선 엘도라도 A-97호에서 포로로 잡은 오거슨 해적단의 해적들로 126명 중 일부였다.
간수들에 의해 끌려간 해적은 사방이 가로막힌 조사실로 들어갔다.
조사실 안은 천장에 마법등이 하나 매달려 있었으며, 책상과 의자가 전부였다.
이미 의자에는 조사관이 앉아 있었으며, 간수들이 끌고 온 해적을 맞은편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벽 쪽에 서서 대기했는데, 이미 벽 쪽에는 20명의 영지병들이 검이나 다른 무기는 일체 없이 오직 나무를 깎아서 만든 50센티미터 정도 되는 나무봉만 하나씩 들고 서 있었다.
스윽!
조사관은 해적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은?”
“…….”
해적은 조사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등 뒤에 서 있던 간수 중 한 명이 나무봉으로 해적의 어깨를 내리쳤다.
퍼억!
“으윽.”
“어서 조사관님의 말에 대답해.”
“너의 이름은?”
“쉬, 쉬거든입니다.”
“쉬거든?”
“예, 그렇습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나?”
“자, 잘 모르겠습니다.”
“잘 들어라. 여긴 엘도라도이며, 너희들을 조사하고 있는 구치소의 조사실이다. 참고적으로 구치소라는 것은 너희들이 현재 갇혀 있는 곳을 말한다. 알았나?”
“예? 아, 알겠습니다.”
“좋아, 너는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 해적이지?”
“오거슨 해적단에 있습니다.”
“오거슨 해적단의 본거지는 어디지?”
“그, 그건…….”
퍼억!
또다시 어깨를 나무봉에 얻어맞은 해적은 즉각 대답이 튀어 나왔다.
“마스제도에 있는 섬에 있습니다.”
“마스제도라면 르완 왕국과 미르비아 왕국의 해상 경계지점에 있는 그 마스제도를 말하는가?”
“그렇습니다.”
“마스제도는 크고 작은 섬들이 22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느 섬이 본거지야?”
“로드하우섬에 있습니다.”
“로드하우섬이라면 마스제도의 섬들 중에서 가장 암초가 많아 배들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섬이 아닌가?”
“그,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오거슨 해적단의 본거지가 있는 것입니다.”
“으음, 하긴 그런 곳에 위치하고 있어야 토벌을 당하기 어렵지.”
“마스제도는 너희 오거슨 해적단만 있나?”
“아, 아닙니다. 피닉스섬에는 크로제 해적단이 있으며, 테브섬에는 스타로열 해적단이 있습니다.”
“으음, 그럼 삼대 해적단이 모두 마스제도에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저희 오거슨 해적단이 로드하우섬과 주변의 8개 섬을 보유하고 있으며, 크로제 해적단은 피닉스섬과 인근에 있는 6개의 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타로열 해적단은 테브섬과 5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역시 오거슨 해적단이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하고 있었구나.”
“그, 그렇습니다.”
“좋아, 너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다른 동료 해적들을 조사해 보면 알겠지. 데리고 나가라.”
“사실대로 전부 말씀 드렸습니다. 살려주십시요.”
“조사를 좀 더 해봐야 하니까 너는 동료들이 있는 곳과 다른 곳에서 당분간 대기하게 될 거다.”
“그럼 절 죽이지는 않는 것이죠?”
“그렇다. 날 믿어라.”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해적은 조사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는 간수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갔다.
이윽고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른 해적이 다시 조사관실에 들어왔다.
조사관은 해적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면서 조사를 했다.
그렇게 포로로 붙잡혀온 해적들을 전부 신문한 결과 쉬거든과 똑같은 대답이 나왔기에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조사관은 해적들을 심문하면서 작성한 조서를 상부에 보고했다.
이렇게 해서 작성된 서류가 책임자를 거쳐 글리아나에게 전달되었다.
꼼꼼하게 서류를 읽어보던 글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골치를 썩이던 해적들의 본거지를 알게 되었기에 기뻤다.
엘도라도 해군기지.
화물선이 들어오는 선착장과 맞은편 해안에 자리한 엘도라도 해군기지는 군용 갤리선의 건조와 수리 등 해군에 필요한 시설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몇 달 전에 초대형 증기 갤리선인 프리맨 1호함(SS-1)을 건조해 시험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글리아나는 기술자들에게 프리맨 2호함을 건조하도록 명했다.
프리맨 1호함만 하더라도 잘 훈련된 해병들을 무려 2천 명이나 승선시킬 수 있었다. 또한 대형 발리스타 30대에 화살 100발을 한꺼번에 발사할 수 있는 신기전 화차도 10대나 탑재되어 있었다.
프리맨 1호함은 대형 갤리선의 열 배나 되는 규모였기에 바다에 떠다니는 요새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건조되는 프리맨 2호함은 1호함보다 배나 큰 규모였다. 또한 나무와 철판을 절반씩 채택해 건조한 1호함과는 다르게 이번에 건조된 프리맨 2호함은 선체가 전부 철판으로 건조되었다.
해병 5천 명을 한 번에 승선시킬 수 있으며, 무기의 채택도 대폭 늘렸다.
대형 발리스타 50대와 신기전 화차 50대, 전투마법사 200명도 승선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프리맨 1호함보다 2호함은 엔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기존의 대형 엔진은 석탄을 많이 소비했지만 2호함은 엔진은 더 커졌지만 연료로 들어가는 석탄은 오분지 일에 불과했다.
준이 영지로 돌아왔기에 그가 직접 고열의 화염계 마법진을 엔진에 새겨 넣었다.
마법진에 상급의 마나석을 열 개나 박아 넣었기에 연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초대형 증기 갤리선 프리맨 2호함이 빨리 건조될 수 있었던 건 드워프의 작업과 기술자들이 대거 투입되었고, 작업에 필요한 자재를 조달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작업인력도 이전보다 다섯 배나 더 투입했기에 배의 건조가 빨랐던 것이다.
어쨌든 초대형 증기 갤리선 프리맨 2호함(SS-2)이 이번 해적소탕작전에 동원될 예정에 있었다.
뿌우우우!
뱃고동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영주인 준과 글리아나, 헌트와 하그리 그리고 엘도라도의 귀족들과 그 가족들이 대거 참석했다.
초대형 증기 갤리선인 프리맨 2호함의 진수식을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프리맨 1호함처럼 세 개의 거대한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콰콰콰콰!
파도를 헤치면서 프리맨 2호함(SS-2)이 출항하기 시작했다.
참관하던 사람들은 전부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짝짝짝짝!
차고스 선장과 해병들은 갑판의 난간에 횡대로 서서 거수경례를 했다.
영지민들은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어 흔들었다.
“주군, 프리맨 2호함이 성공적으로 출항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구나, 헌트. 이번에 해적들을 소탕하는 작전에 프리맨 2호함이 투입될 것이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글리아나와 하그리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헌트, 프리맨 2호함에 승선할 해병 5천 명은 준비가 되었나?”
“예, 주군. 이미 5천 명을 뽑아 정신교육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특수훈련을 실시 중입니다.”
“좋아, 마음에 들어.”
“에밀리 경, 전투마법사들은 준비되었소?”
“예, 영주님. 3서클 마스터에 올라 있는 전투마법사 200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준은 옆에 서 있는 자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이번에 새로 행정관이 된 갈로든이었다.
“갈로든 행정관, 프리맨 2호함이 3일간의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면 해적소탕작전에 투입되어야 하니까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해.”
“예, 영주님.”
“이번 해적소탕작전에는 프리맨 2호함과 대형급 갤리선 10척, 중형급 갤리선 20척, 보급선 10척을 동원할 것이니 준비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야.”
“예, 영주님. 이미 프리맨 2호함을 제외한 다른 배들은 정비를 끝마치고 대기해 있습니다.”
“좋아, 아주 좋아.”
“준, 이제 식사하러 가요.”
“그럴까? 모두들 가지.”
진수식 장소 한쪽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으며, 천여 명이 넘는 참관인들이 대거 모여들었기에 식사를 준비한 요리사들도 힘들었다.
와인과 요리를 먹으면서 모두들 화젯거리는 당연히 프리맨 2호함에 있었다.
제국이나 왕국도 시도하지 못했던 일을 엘도라도에서 최초로 시작했기에 모두들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렇게 즐거운 분위기에서 모두들 맛있게 식사를 했다.
엘도라도 해안의 선착장.
로타스 왕국에서 배가 한 척 들어와 정박했다.
열흘에 한 번씩 들어오는 정기 여객선이었다.
화물선뿐만 아니라 이렇게 관광객들을 태운 정기 여객선이 운항하고 있었기에 엘도라도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20여 명의 무리가 여객선에서 내리더니 선착장 끝에 있는 출입국 사무소로 향했다.
누구든 엘도라도에 들어오면 이곳에서 간단하게 심사를 받고 엘도라도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 출입증을 교부받는다.
만약 출입증 없이 돌아다니다 치안대원들에게 붙잡혀 구치소에서 갇혀 있다가 추방당하기도 한다.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는 중년인은 입고 있는 옷을 보니 귀족으로 보였다.
중년인의 옆에는 20대 중반의 잘생긴 남자가 함께 걸었으며, 등 뒤에는 드레스를 입은 중년부인과 갈색 로브를 입은 여자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런데 로브를 입은 여자는 걸을 때마다 살짝 드러나는 얼굴을 보니 미녀였다. 몸매도 날씬한 게 귀하고 곱게 자란 귀족의 딸이라는 게 느껴졌다.
하녀들도 다섯 명이나 옆에 붙어서 따라 걸었다.
이들의 사방에는 허리에 검을 찬 기사 11명이 호위하면서 움직였다.
이들이 출입국 사무소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