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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39화 (23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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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배에 불길이 거세었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렇게 집중공격을 받았기에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해적선 2척이 엘도라도 갤리선 30미터 앞까지 접근하자 해적선에서도 해적들이 활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패병들이 방패로 날아오는 화살을 대부분 막았기에 영지병들의 피해는 전무했다.

오히려 영지병들이 석궁과 활로 공격을 마음껏 퍼부었고, 뒤쪽에 대기해 있던 전투마법사들은 화염계 마법인 파이어 볼을 생성해 날렸다.

“으악.”

“옷에 불이 붙었다. 꺼줘.”

“아아악.”

옷에 불이 붙은 해적들은 바다에 뛰어들었고, 불길이 거세어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해적들도 너도나도 바다에 몸을 날렸다.

활활!

이미 해적선 2척은 불길에 큰 피해를 입고 있었기에 이젠 불을 끄기는 불가능했다.

오거슨 해적선 2척은 결국 불길에 휩싸여 연기를 내뿜었다.

열기가 엄청났기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해적들이 너도나도 바다에 뛰어 들었다.

결국 해적선 2척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바다 속에 침몰해 버렸다.

바다에 뛰어든 해적들 중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기에 버티지 못하고 결국 그들은 물에 빠져 죽었지만, 126명은 포로가 되었다.

해적들은 모두 끈으로 묶여 선실에 마련되어 있는 쇠창살 안에 갇혔다.

엘도라도 갤리선은 배를 돌려 롱팔마호에게 접근했다.

와아아아!

롱팔마호의 선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엘도라도 갤리선과 롱팔마호는 나란히 북쪽을 향해 항해하기 시작했다.

북쪽에는 엘도라도가 있었다.

엘도라도 해안가.

해안가의 바위 위에 갈색 로브를 입고 후드까지 눌러쓴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하늘은 맑고 따뜻한 바람이 약간 불었지만 아주 좋은 날씨였다.

스윽!

갈색 로브의 후드를 벗자 정체가 드러났는데 그는 준이었다.

그동안 준은 영주성의 지하 연구실에서 몇 가지 물건들을 연구하고는 신의 아티팩트의 기운을 흡수했다. 이미 천왕대심공은 극성까지 익혔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대주천을 운용해 기를 다스렸다.

엄청난 기운이 스며들어 있는 신의 아티팩트 한 개만 하더라도 연약한 인간의 육체로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준은 무려 네 개의 신의 아티팩트를 입수해 그 기운을 몸속에 강제적으로 한꺼번에 집어넣어 두었다. 지금은 그것을 조금씩 안전하게 흡수하고 있었다. 천왕대심공이 없었다면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천왕대심공을 운용해 신의 아티팩트 기운을 조금씩 안정적으로 흡수했기에 몸에 무리 없이 신의 아티팩트 기운을 흡수할 수 있었다.

신의 아티팩트 기운은 하루 이틀에 흡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세월을 두고 흡수하다 보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하 연구실에서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다 보니 답답했기에 이렇게 모처럼 해안가에 나와 낚시를 즐기는 중이었다.

영지의 일은 글리아나가 맡아서 잘 처리해 주고 있었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뉴 엘도라도에도 양부 베일레 백작이 영지의 일을 맡아서 잘 처리하고 있었다. 특히, 영지병 모집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한편으로 중요한 거점에는 어김없이 성을 축성하고 있었다.

이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영지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만 누구도 함부로 도발하지 못한다.

지금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의 무력이라면 바렌 왕국의 반란자들을 일거에 쓸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면전이 일어나면 너무 큰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 판단하고는 힘을 기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스스!

갑자기 준의 뒤쪽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누군가 이동해왔다.

준은 바위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보았다.

여행자들이 즐겨 입는 갈색 로브를 입은 자가 나타나 준을 쳐다보았다.

“…….”

“……!”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침묵이 길어질 것 같았는데 준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으음, 당신은 누구지?”

“날 벌써 잊은 건가? 난 마르시아라고 한다.”

“마르시아,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보니까 한 번 마주친 것 같은데 맞나?”

“크크크, 그래. 이제야 날 기억하는구나.”

“드래곤이 무슨 일로 날 찾은 거지?”

“무슨 일이라고? 예전의 일을 떠올려 보거라.”

“예전의 일이라고?”

“너의 기억을 좀 되살려줄 필요가 있는 것 같군. 우디숲이라면 기억나나?”

“그렇군. 이제야 확실하게 기억나는군. 너는 그때의 그 드래곤이구나.”

“그렇다, 인간이여.”

“그때, 나에게 석화마법을 걸었던 게 너였지?”

“그렇다. 분명 내가 너에게 석화마법을 걸었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는가 보구나.”

“후후후, 아니 효과가 있었어. 절대마법인 파워 워드 킬 마법에 연속으로 두 방을 맞고, 거기에다가 석화마법을 맞았는데 어찌 괜찮았을까?”

“나도 그때의 일로 레어에서 상처를 치료하느라 오래 걸렸었다.”

“그건 그렇고 여긴 어쩐 일이지? 혹시 그때의 원한을 잊지 않고 갚아주기 위해서인가?”

“뭐, 그런 이유도 없진 않지만 엘도라도라는 곳에서 생산되는 신기한 물건들의 호기심이라고나 할까?”

“내가 개발한 도자기는 마음에 들던가?”

“물론. 정신적으로 문화적인 충격을 받을 만큼 명품이었다.”

“그럴 거야.”

“지금 나와 싸울 거야?”

“그러려고 왔다.”

“그럼 여기에서 싸우는 건 적당하지 않으니까 저 멀리 바다에서 싸우자.”

“좋다. 앞장서라.”

고개를 끄덕인 준은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도 뒤따라 날아갔다. 수 킬로미터를 날아간 준은 바다 위 50미터 정도의 공중에 떠 있었다.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는 준과 약 백 미터 정도 떨어져 마주 보았다.

둘은 백 미터라는 거리가 있었지만 안심하지 못하고 긴장했다. 준의 몸속에서 엄청난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와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는 인간이 비록 9서클의 마법을 익혔지만 자신의 상대는 아니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준의 엄청난 기운을 느끼고는 긴장했다. 역시나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후후후, 예전에는 나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마음껏 사용해 보려고 한다. 마르시아 넌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인간이여, 넌 아직도 오만하구나.”

“오만이라고? 이건 나의 자신감이야.”

“어디 얼마나 실력이 있기에 이러는지 지켜보겠다.”

스윽!

준은 양팔을 가슴 앞으로 느리게 들어 올리면서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츄웅!

주먹만 한 크기의 녹색 타원형 광선이 발사되었다. 속도가 무척 빨랐기에 순식간에 마르시아에게로 날아왔다.

마르시아도 공격에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용언마법을 펼쳤다.

“흥, 이런 하급의 공격에 당할 것 같으냐, 실드!”

스스슷!

마르시아의 외침에 투명한 보호막이 순간 펼쳐졌다.

콰앙!

폭음이 일어나면서 보호막이 큰 충격을 받아 출렁거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력적인 것에 마르시아는 깜짝 놀랐다. 마법의 시동어도 없이 발사한 공격이 이런 위력이 스며들어 있을 줄은 몰랐었다.

쩌쩌쩍!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보호막이 깨어졌다.

“블레이즈.”

마르시아의 외침에 공중에 지름 5미터의 거대한 마법의 칼날이 생성되었다. 지금도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위력이 있을 것 같았다.

“흐흐흐, 나의 공격을 받아봐라. 가랏!”

스윽!

마르시아의 손짓에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는 마법의 칼날이 준에게로 날아갔다.

“좋아, 나도 칼에는 칼로 맞서주지.”

준은 양팔을 옆으로 벌리면서 천천히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순간 앞으로 내뻗었다. 신의 아티팩트 중에서 바람의 기운을 가진 벤뵤르그의 권능을 내뿜은 것이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엄청난 바람의 기운이 담긴 바람의 칼날이 마르시아를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

대기가 엄청난 바람의 기운에 요동쳤다. 바닷물도 크게 출렁거리면서 해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는 이런 엄청난 기운은 처음 보았다. 자신이 해츨링 시절에 부모 드래곤들도 이 정도의 기운을 내뿜지는 못했다.

“으음, 이런 엄청난 기운은 처음이야. 바람에는 바람으로 맞선다. 윈드 스톰!”

콰아아아!

마르시아는 드래곤 자존심에 뒤로 물러서지 않고 마법의 폭풍을 시전했다.

두 개의 바람의 기운이 서로 충돌했다.

콰쾅!

폭음이 일어났다. 그런데 마르시아가 펼쳤던 윈드 스톰은 소멸되어 버렸지만 준이 펼친 바람의 기운을 머금은 바람의 칼날은 여전히 마르시아에게로 날아갔다.

충격파와 바람의 칼날이 밀려오자 당황한 마르시아는 즉시 방어마법을 용언마법으로 외쳤다.

“앱솔루트 배리어!”

절대 방어막이라는 앱솔루트 배리어 마법을 펼쳤다. 이 정도의 절대마법을 펼치면 충분하게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쩌쩌쩍!

바로 앱솔루트 배리어라는 이름값의 절대 방어막이 바람의 칼날에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가고 있었다. 이대로는 낭패를 당하겠다 싶어 마르시아는 즉시 마법을 펼쳤다.

“블링크!”

시전자의 눈에 보이는 거리까지 순간이동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마르시아가 사라짐과 동시에 절대의 방어막은 바람의 칼날에 견디지 못하고 깨어지면서 소멸되어버렸다.

200미터 옆으로 이동한 마르시아가 다시 나타나자 어느새 준이 펼친 다른 공격이 밀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불의 기운을 머금은 바나리르의 기운이었다.

치이이이.

“흐읏, 이, 이건?”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화염계 마법이나 불의 기운을 선천적으로 타고나며, 내성을 가지고 있는 게 바로 레드 드래곤이었다. 그런데 지금 밀려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지옥의 불길처럼 고열이었고, 미처 불길이 도달하기도 전에 살이 익어버릴 것 같은 뜨거움이 느껴졌다.

어떻게 이런 불의 기운을 인간이 지니고 있는 건지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마르시아는 이번에도 블링크 마법으로 순간이동 해버렸다.

“후후후, 내가 내뿜은 마력이 공간을 완전히 지배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피하는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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