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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38화 (23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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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준은 다이너마이트를 무려 십만 개를 만들었다.

처음 실험이 어려웠지 대량으로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단 철궤 속에 공간확장마법을 걸어 다이너마이트 묶음 천개를 집어넣었다.

다이너마이트 묶음 만 개를 모두 집어넣기 위해서는 공간확장마법이 걸린 철궤가 열 개나 필요했다.

재료는 충분했기에 준은 그리 어렵지 않게 흑색화약과 다이너마이트, 공간확장마법이 걸린 철궤 열 개까지 모두 만들 수 있었다.

“후후후, 다이너마이트가 준비되었으니 반란군과 싸워도 이젠 걱정 없어.”

스윽!

아공간을 열어 그 속에 다이너마이트가 들어 있는 철궤 열 개를 모두 집어넣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르는 게 있었다.

전쟁을 할 때 시각적으로 큰 위력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름 2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철구를 만들었다.

쇠를 녹여 얇게 둥근 공으로 만들었는데, 한쪽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 다이너마이트의 주재료인 니트로글리세린과 규조토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해 건조시킨 과립형 물질을 절반 정도 채우고는 나머지는 흑색화약을 채워 넣었다. 그러고는 구멍을 막고 심지를 꽂았다.

척 보기에도 대형 폭탄이라 위력이 엄청날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되었다.

재료의 양으로 보면 다이너마이트 천 개가 한꺼번에 폭발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아직 재료도 많이 남았기에 대형 폭탄을 이십 개나 만들어 아공간 속에 넣어 놓았다.

준은 이때만 해도 단순한 호기심과 아이디어로 만든 대형 폭탄이 전쟁에서 적들의 사기를 단번에 꺾으면서도 큰 피해를 입힐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콰콰콰콰!

거친 파도를 헤치면서 화물선 한 척이 북쪽을 향해 항해 중이었다.

사방은 온통 푸른 하늘과 망망대해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한 잔 마시면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화물선 롱팔마호의 선장 드리미드는 사색에 빠졌다.

로타스 왕국의 사로키 백작령에 소속되어 있는 롱팔마호는 6일 전에 출항해 엘도라도를 향해 항해 중이었다.

뱃길로 9일이 걸리는 거리였지만 폭풍우가 생긴다면 2~3일 정도는 더 걸릴 수도 있었다.

드리미드 선장이 가장 근심을 하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해적들 때문이었다.

엘도라도로 향하는 화물선을 집중적으로 약탈하는 해적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었는데 특히 오거슨 해적단은 그중에서 가장 악랄하다 알려져 있었다.

그게 드리미드 선장으로 하여금 깊은 근심을 가지게 하는 이유였다.

땡땡땡!

돛대의 꼭대기 전망대에서 바다를 살피고 있던 선원이 긴급하게 매달려 있는 종을 쳤다.

드리미드 선장은 깜짝 놀라면서 사색에서 깨어났다.

“항해사, 무슨 일인가?”

“선장님, 갤리선 2척이 접근 중이라 합니다.”

“갤리선이?”

“그런데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혹시 해적들이 아닐까요?”

“으음, 그럴 수도 있겠어. 즉시 배에 비상을 내리고 전속력으로 항해하라 일러라.”

“예, 선장님.”

뿌우우우!

항해사가 허리에 달고 있던 고동을 들어 입에 물고 불었다.

롱팔마호의 선원들은 휴식을 취하다가 비상의 고동소리를 듣고는 갑판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항해사의 외침에 즉시 노를 꺼내들고는 젓기 시작했다.

촤촤촤촤!

거친 파도를 헤치면서 롱팔마호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바람에 의지해서 항해를 하고 있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갤리선 2척에서도 즉시 속도를 높여 추격해왔다.

드리미드 선장은 품속에서 막대기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주우욱.

그것을 잡아당기자 두 배로 길어졌다.

골드색이 빛나는 그것은 바로 망원경이었다.

이번에 출항할 때 상점에서 구입한 것인데 바다를 항해할 때 쓰면 아주 유용할 것 같아서 10골드의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

거금인데도 드리미드 선장이 선뜻 주고 구입한 것은 이 망원경이 바로 엘도라도 산이었기 때문이었다.

스윽!

망원경에는 1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갤리선이 마치 바로 앞에서 보는 것 같이 선명하게 잘 보였다.

망원경을 보던 드리미드 선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갤리선은 해적선이었다.

그것도 악명 높다는 오거슨 해적단의 깃발을 매달고 있었다.

“항해사, 오거슨 해적단이 분명하다.”

“예? 정말입니까?”

“그래. 이젠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것밖에 길이 없어.”

“제가 선원들에게 말해 주겠습니다.”

항해사는 즉시 갑판으로 달려가 노를 젓고 있는 선원들에게 외쳤다.

“오거슨 해적단이 추격해오고 있다. 전속력으로 달아나야 한다. 노를 힘껏 저어라.”

“허억, 오거슨 해적단이야.”

“저어, 빨리 저어야 살 수 있어!”

선원들은 살기 위해서 젖 먹던 힘까지 전부 내어서 노를 젓기 시작했다.

화물선 롱팔마호의 속도가 좀 더 높아졌다.

그러나 오거슨 해적단의 갤리선 속도도 빨라져 거리를 조금씩 줄이고 있었다.

드리미드 선장은 긴장했기에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망원경으로 오거슨 해적단의 갤리선을 살펴보고 주위 바다도 살펴보았다.

아직은 롱팔마호의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전방에 중형급의 갤리선이 나타났다.

망원경으로 배를 살펴보니 무장한 병력이 승선해 있었으며, 돛에는 엘도라도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하하하, 살았어. 엘도라도 영지병이야.”

선장 옆에 서 있던 항해사는 눈이 커졌다.

“선장님,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래. 이젠 살았어. 항해사도 한번 보게.”

“예, 선장님.”

항해사는 선장이 내민 망원경을 들고 살펴보니 드리미드 선장의 말대로 분명 엘도라도 갤리선이었다.

돛의 깃발은 분명 엘도라도의 문장이었다.

십여 번이 넘게 엘도라도를 왕복하고 있었기에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롱팔마호를 추격해오던 오거슨 해적단의 갤리선도 엘도라도 영지병들이 승선해 있는 갤리선을 보았다.

보통 때 같으면 어쩔 수 없이 배를 돌려 도망쳤을 테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배의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둥둥둥둥!

엘도라도 갤리선은 전투 북소리를 울리면서 다가왔다.

롱팔마호는 엘도라도 갤리선을 지나쳤다.

츄아앙!

오거슨 해적단의 갤리선에 장착된 발리스타에서 발사된 대형 퀘럴이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와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은 사정거리가 미치지 못했는지 엘도라도 갤리선과 60미터 정도 전방의 바다에 떨어졌다.

사정거리에 훨씬 못 미쳤다.

주우욱!

이번에는 엘도라도 갤리선에 장착된 대형 발리스타의 줄이 힘껏 당겨졌다.

영지병이 발리스타 측면에 부착되어 있는 것을 잡아 돌리자 혼자서도 손쉽게 발리스타의 줄이 당겨졌고, 옆에 대기해 있던 병사가 즉시 대형 퀘럴을 장착했다.

모든 준비가 끝이 나자 백인대장이 손에 들고 있는 붉은 깃발을 아래로 내렸다.

그게 바로 발리스타를 발사하라는 공격명령이었다.

츄아앙!

묵직한 발사음이 터지고 공중을 날아간 대형 퀘럴은 그대로 오거슨 해적단의 갤리선 갑판에 떨어져 박혔다.

콰지직!

다행히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자 언제 긴장했냐는 듯이 오거슨 해적단의 해적들은 킬킬거렸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갑판에 박혀 있던 대형 퀘럴에서 갑자기 불이 나면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활활활!

“허억, 불이다. 불을 꺼라!”

“이게 어찌 된 거지?”

해적들은 당황하면서도 급하니까 물부터 가져와 불을 끄기 시작했다.

치이이이!

물을 부어도 불은 잘 꺼지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불은 보통의 불이 아니었다.

바로 마법의 영향으로 생성된 화염계 불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또 있었다.

발리스타를 쏜 자가 명사수라고 하더라도 빠르게 움직이는 배를 정확하게 맞춘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단 한 발에 갑판에 명중시켰고, 이렇게 불까지 일으켰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선장은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갑판에 박혀 있는 대형 퀘럴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의심한대로 역시나였다.

“으음, 역시 퀘럴에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어. 젠장!”

대형 퀘럴에는 유도기능과 화염계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기에 절대 빗나갈 수 없었다. 발사만 하면 대형 퀘럴이 알아서 날아가 격중되도록 되어 있었다.

츄츄츄츙!

해적들이 방심하는 사이 또다시 허공을 가로질러 대형 퀘럴이 4발이나 날아왔다.

퍼퍽, 콰지직!

대형 퀘럴은 사이좋게 두 척의 해적선에 두 발씩 갑판에 날아와 박혔다.

대형 퀘럴에서 순간 불길이 일어나면서 해적선에 피해를 입히기 시작했다.

치이이이!

해적들은 서둘러 물을 가져와 부었지만 잘 꺼지지 않았다.

아직 엘도라도 갤리선과 3백 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오거슨 해적선보다 훨씬 좋은 발리스타를 장착했기에 피해를 입고 있었다.

엘도라도 갤리선에서는 발리스타를 마음 놓고 발사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전투를 하기도 전에 피해를 입기 시작했기에 해적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오거슨 해적들은 지금껏 엘도라도 갤리선을 상대하지 않고 보이면 바로 도망쳤었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겁 없이 덤비다가 이렇게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노를 힘껏 저어라. 배를 붙이기만 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조장들의 말에 해적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힘껏 노를 저었다. 그래서인지 해적선은 빠르게 엘도라도 갤리선과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엘도라도 갤리선에는 전투마법사가 세 명이나 승선해 있었다.

그들은 갑판에 서서 해적선을 향해 마법을 영창하더니 외쳤다.

“파이어 애로우!”

세 명의 전투마법사가 횡대로 서며 영창한 마법의 불화살은 공중에 30발이나 생성되었다. 전투마법사 한 명에 열 발씩 생성시킨 것이었다.

스윽!

전투마법사들의 손짓에 마법의 불화살은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 해적선에 떨어졌다.

닻이나 갑판에 떨어진 마법의 불화살은 순식간에 불을 일으켰다.

화르르, 활활!

아직 화살의 사정거리는 멀었지만 전투마법사들의 사정거리는 훨씬 길었기에 이렇게 마법의 불화살이 먼저 날아온 것이다.

해적들은 배에 불이 붙기 시작했기에 불을 끄려고 난리였지만 마법의 불길이라서 그런지 잘 꺼지지 않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목조선에 천으로 된 돛이 불에 잘 타고 있었다.

불길이 크게 번지자 해적들은 우왕좌왕했다.

엘도라도 갤리선의 갑판에서는 무장한 영지병들이 석궁과 활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해적들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방패병들도 이미 배치되어 있었다.

“석궁과 활을 발사하라.”

“쏴라, 쏴!”

지휘관의 공격명령에 대기하고 있던 영지병들이 일제히 석궁의 퀘럴과 화살을 쏘았다.

슈슈슈슝!

수십 발의 퀘럴과 화살이 해적선으로 날아갔다.

퍼퍼퍼퍽!

“크악.”

“아아악.”

화살이나 퀘럴을 맞은 해적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해적들은 근접전에는 강한 편이지만 이렇게 조직적인 영지병들에게는 취약했다.

이미 오거슨 해적선 2척은 전의를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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