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7 / 0284 ----------------------------------------------
제9권 골렘
기분이 좋아진 글리아나는 포크로 안심 스테이크를 찍어서 입에 넣었다.
환하게 웃는 준의 얼굴을 쳐다보던 헌트는 말문을 열었다.
“영주님, 돌아오셔서 저와 하그리는 너무나 기쁩니다.”
“그동안 헌트와 하그리가 글리아나를 옆에서 지켜 주느라 힘들었을 거야.”
“아, 아니옵니다. 영주님.”
“그동안 엘도라도엔 큰 사건은 없었나?”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기에 큰 사건은 없었습니다.”
그때, 글리아나가 헌트의 말에 반박하는 말을 했다.
“한 가지 있긴 있어요.”
“있어? 글리아나, 그게 뭐지?”
“최근 엘도라도에 해상무역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해적들의 습격이 빈번해지고 있어요.”
“해적? 엘도라도 해안과 인근 바다의 순찰을 강화하고 있어?”
“예, 하지만 영악한 자들이라 걸려들지 않아요.”
“으음, 누군가 내통하고 있다는 거군.”
“그래요. 해적들만 제거된다면 좋겠어요.”
“으음,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그건 그렇고 영지병 모집상황은 어때?”
“지금 85만 명이 모집되어 한창 훈련 중에 있어요.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신규 영지병들을 모집하고 있으니까 올해 말까지 목표로 한 100만 명은 무난하게 달성할 것 같아요.”
“바렌 왕국의 리안 공작이나 루나드 공작측은 어때?”
“정보길드의 보고로는 수도 까브에서 병사들을 모집하면서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요.”
“으음, 그럴 줄 알았어. 글리아나, 좀 더 조사한 걸 말해봐.”
“현재 그들 반란군들의 병력은 150만 명이며, 올해 말까지 2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요. 내년 봄에 엘도라도를 공격해 올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아직 시간은 충분하군? 좋아, 당분간 내가 준비할 것도 있으니까 글리아나가 그대로 엘도라도를 맡아서 처리해줘.”
“알았어요.”
“뉴 엘도라도에 계시는 아버님도 영지병을 모집하면서 훈련을 시키고 있고, 영지개발에도 힘을 쓰고 계시니 걱정 없어.”
“아, 다행이에요.”
“헌트와 하그리!”
“예, 영주님.”
“너희들은 내일부터 신병 훈련소의 교관을 맡아서 영지병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켜라.”
“영주님, 저희들은 그렇게 하면 좋지만 문제는 글리아나 님의 신변경호입니다.”
“그건 걱정 마라. 나도 있고,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 50명으로 하여금 경호를 맡기겠다.”
“준, 나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알아, 그렇지만 영지의 일들을 처리하는 것만 해도 벅찰 테니 경호는 기사들에게 맡겨.”
“아, 알았어요.”
“주모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희들이 최선을 다해 신병들을 훈련시켜 보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내년 봄에 적들이 엘도라도에 쳐들어오면 그들을 막아야 하니까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예, 영주님.”
“글리아나, 영주성을 중심으로 인근에 5천 명이 주둔할 수 있는 성들은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 거야?”
“예, 현재 노예들과 인력을 동원해 축성 중인데 겨울이 오기 전에 완공될 것 같아요.”
“공사 중인 성이 몇 개나 되지?”
“현재 열 개의 성을 축성 중이에요.”
“그럼 영주성을 제외하고 14개의 성이 중요 지점에 축성되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열 개의 성이 더 완공된다면 엘도라도의 방어력은 충분하겠어.”
“그래요. 24개의 성에 100만의 영지병을 보유하게 될 엘도라도를 누가 함부로 하겠어요.”
“글리아나, 현재 보유한 자금력이 충분하고, 거기에다가 노예와 인력까지 충분하니 계획했던 대로 필요한 공사를 계속 추진하도록 해.”
“아, 알았어요.”
“난 당분간 영주성의 지하 실험실에서 연구할 게 있어.”
“이번에는 또 어떤 걸 발명할 거예요?”
“후후후, 기대하라구. 정말 멋진 놈들이 발명될 테니까 말이야.”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준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발명품이 뭐가 될지 아주 궁금했다.
준은 이번에 연구하게 될 발명품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준의 발명품은 돌풍을 일으킬 그런 발명품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츠츠츠츠!
주먹만 한 크기의 투명한 막이 둥근 구의 형태로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그 속에는 엷은 황금색 액체와 흰색의 액체가 들어 있었으며, 준이 펼친 마력장의 영향을 받아 회오리를 일으키면서 섞이고 있었다.
스윽!
테이블에는 길이가 60센티미터 정도 되는 미스릴로 만든 원형의 막대기가 놓여 있었다.
준이 손가락으로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둥근 구를 가리키자 막의 한쪽이 찢어지면서 그 속에서 골드색의 액체가 흘러 나와 미스릴 원형 막대기의 표면에 마법의 룬문자를 새기기 시작했다. 마법진이 새겨지고 있는 것이다.
제법 정밀한 작업이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룬문자가 다 새겨지자 고개를 끄덕이던 준이 마법의 주문을 중얼거렸다.
번쩍!
원형 막대기에서 눈부신 빛이 일어나다가 순간 사라져버렸다.
골드색 액체로 써진 룬문자는 사라져 보이지 않았지만 시동어만 중얼거리면 언제든지 전격계 공격마법이 발사될 수 있었다.
“후후후, 최초의 망원경이 완성되었구나.”
준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은 2단 망원경이었다.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겹쳐 사물을 볼 수 있는 최초의 망원경이었다.
배율이 16배였다.
천 미터의 거리에 있는 물체를 오 미터 앞에서 보는 것과 같은 망원경이었다.
준이 개발한 망원경은 단순히 사물을 크게 볼 수 있는 기능만 있는 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방수기능이 있었으며, 물리적인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충격흡수와 흠집이 잘 나지 않도록 복원기능 마법도 새겨 넣었다.
공격마법이 두 가지 새겨져 있었는데, 하나는 일렉트릭 스파크로 전기의 불꽃공격 마법이었는데, 이건 주인의 허락 없이 함부로 훔쳐가기 위해 만지거나 하면 바로 작동되는 거였다.
마지막 하나는 직접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마법으로 매직 스피어 마법이었다. 상대방이 일단 마법의 창에 격중되면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이것은 글리아나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만든 것이고, 상업적으로 판매를 하기 위한 망원경은 따로 준비했다.
5배율이며 동으로 만든 망원경이었다.
전투를 할 때 지휘관들이 전투상황을 후방에서도 지켜볼 수 있었으며, 또한 배를 타고 항해를 할 때 선장이나 항해사가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망원경이었다. 마법적인 기능은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 부여하지는 않았다.
준은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마법을 동원해 간단하게 만들었지만 아티팩트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라고 할지라도 쉽게 만들기는 어려운 물건이었다.
대마법사급이라면 망원경을 보고 모방을 해서 충분하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망원경 하나 만들자고 대마법사가 귀한 시간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모방하기보다는 그냥 돈 주고 구입하는 게 훨씬 간단하기 때문이다.
준은 글리아나에게 줄 망원경과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이 완성되자 그것을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두 번째로 준이 연구를 한 물건은 흑색화약이었다.
초석과 유황, 목탄의 혼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바로 흑색화약이었다.
불이 잘 붙기 때문에 취급에 신경을 많이 써야만 하는 위험물이었다.
준은 흑색화약을 만들어 이걸 주로 도화선으로 이용하려고 했다.
유황은 화산의 퇴적물이나 정적토에서 주로 손쉽게 채취할 수 있었다.
목탄은 도자기 마을에서 나무를 가마 속에 넣어 구워낸 숯덩이를 이용했다.
문제는 초석인데 이것은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석회암 동굴의 퇴적물에 많이 있었지만 이것은 전혀 사용되는 곳이 없었기에 엄청난 양을 수거할 수 있었다.
세 가지의 기본적인 재료가 준비되었기에 준은 초석 75%, 유황 15%, 목탄 10%로 배합해 흑색화약을 만들었다.
흑색화약의 배합비율과 재료를 준은 알고 있었기에 흑색화약을 만드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일단 흑색화약의 실험을 위해서 간단하게 결계를 치고 염력을 이용해 10센티미터의 흑색화약 심지에 불을 붙여 보았다.
화르르륵!
흑색화약 심지에 불이 붙어 빠르게 타버렸다.
일단 시험적으로 만든 흑색화약 심지가 실험에 성공하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후, 역시 예상한대로 성공이야.”
스윽!
초석과 유황, 목탄을 각각 따로 곱게 분쇄해 커다란 통에 넣어 두었다.
세 가지 재료를 한곳에 섞는 것은 위험한 작업이기에 조심하면서 진행했다.
이번에는 대나무 통을 준비해 그 속에 세 가지 재료를 배합한 흑색화약을 채우고는 심지가 꽂혀 있는 뚜껑을 덮었다.
이번에도 마력으로 불을 일으켜 심지에 불을 붙였다.
치이이이!
연기를 일으키면서 심지가 빠르게 타들어 갔다.
쾅!
폭발음이 크게 일어나면서 제법 큰 위력이었지만 준은 만족하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으음, 역시 흑색화약 폭탄은 위력이 약하군? 좀 더 강력한 위력을 내기 위해서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것을 만들어야 되겠어.”
다이너마이트는 니트로글리세린과 규조토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해 건조시킨 과립형 물질로 만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준이 아플 때 이에 관한 책을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신의 아티팩트와 천왕대심공을 수련하면서 잊고 있었던 기억들까지 전부 기억해낼 수 있었기에 지금은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충격이나 급속한 가열에 매우 민감하기에 조심해서 다루었다.
규조토는 단세포 해조류의 껍질로 구성된 밝은 색을 띤 부서지기 쉬운 퇴적암인데 해안가에 널려 있을 정도로 흔했다.
스윽, 슥슥!
준은 조심하면서 세밀한 작업으로 니트로글리세린과 규조토를 일정한 비율로 혼합했다.
수분을 마법으로 건조시킨 후 다이너마이트가 완성되자 심지에 불을 붙였다.
쾅!
폭발음이 일어나면서 결계 안에 놓아두었던 몇 가지의 물건들이 박살나 버렸다.
“하하하, 좋아. 폭발력이 아주 마음에 들어.”
망원경은 모르겠지만 흑색화약과 다이너마이트는 아주 위험한 물건이라 준은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앞으로 다가올 전쟁에는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엘도라도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준은 일단 실험이 성공하자 흑색화약을 대량으로 제조해 심지를 만들었다.
그런 후 다이너마이트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충격과 열에 민감한 물건이라 특히 많은 조심을 했다.
결계를 삼중으로 치면서 결계 밖에서 마력을 이용해 이것들을 혼합해 제조했다.
다이너마이트 하나의 위력도 상당했지만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 큰 위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준은 다이너마이트 열 개를 끈으로 묶었다.
이것 한 방이면 어지간한 성벽도 구멍이 뻥 뚫릴 정도로 위력이 엄청난 폭발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