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35화 (23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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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후후후,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이여, 당신의 보물은 내가 잘 쓰겠소.”

비밀의 장소에 들어 있는 보물을 싹쓸이한 준은 유유히 출입문 끝의 바닥을 박차고 도약했다. 그러고는 우뚝 솟은 암벽석상의 꼭대기로 가볍게 날아올라 내려섰다.

처척!

두리번거리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더니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휘이이이.

암벽석상의 꼭대기라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으음, 역시 바깥바람이 더 시원하고 상쾌해.”

제법 비싼 값을 치르고 구입했던 브라운종의 말은 보이지 않았다.

가르시아 팀은 의뢰받은 일을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하다가 다시 마음을 바꾸었다.

의뢰금이 너무 컸기에 포기하긴 너무 힘들었다.

이런 가르시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던 전투마법사 세이먼과 제리는 마법을 이용해 주변을 다시 한 번 더 정밀하게 수색했다.

전투마법사 세이먼의 도움으로 결국 실종된 원주민 20명의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 인근의 땅속에 묻혀 있었던 것이다.

일단 의뢰를 받았던 임무는 잘 처리가 되었다.

가르시아 팀은 준과 의문의 골렘들과 싸우는 것을 멀리서나마 지켜보았기에 이곳에 던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팀원들과 의논한 결과 암벽석상에 숨겨진 대마법사급의 던전을 발견했지만 일단 비밀로 하기로 했다.

의뢰비 잔금을 용병길드에서 받아 필요한 것들을 충분하게 구입해 다시 이곳으로 비밀리에 오기로 했다. 이들은 비밀리에 던전을 발굴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가르시아는 준이 타고 온 브라운종 말을 발견해 횡재했다. 척 보기에도 100골드 정도는 받을 수 있을 명마였다. 이곳 밴코밸리로 오면서 준이 타고 있는 걸 보았기에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어디에서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값비싼 명마라 그냥 두고 갈 수 없어서 끌고 가버렸다.

그것이 3일 전의 일이었다.

츠츠츠츠.

준의 두 눈이 기이한 빛에 휩싸이다가 순간 사라졌다.

“후후후, 용병 놈들이 나의 말을 허락도 없이 훔쳐가 버렸군.”

조금 괘씸한 생각도 들었지만 엄청난 보물을 입수한 후라서 그런지 마음이 너그러워졌기에 그냥 이해하기로 했다.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그냥 영지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순간이동!”

스스스슷!

준은 엘도라도의 좌표를 알고 있었기에 바로 순간이동 마법으로 이동해 사라져버렸다.

촤촤촤촤!

거친 파도를 헤치면서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배가 있었다.

폭이 좁으며 재빠른 노를 가진 전투 갤리선이었다. 돛은 하나뿐이었으며, 길이는 45미터였다.

지금은 바람의 움직임으로 가기보다는 노의 힘으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24개의 노가 힘차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각 노는 세 명의 노예들이 저었다. 화살과 창으로부터 노잡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방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갑판에는 대형 발리스타가 두 대나 설치되어 있었다.

돛의 꼭대기에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는데, 검은색 바탕에 흰 해골과 서로 교차한 칼을 새겨 넣은 문양이었다.

이들은 주위 바다를 장악하고 있는 오거슨 해적단의 해적선이었다.

그러고 보니 해적선이 1척이 아니라 모두 3척이나 되었다.

해적선의 전방 이백여 미터 앞에는 화물선 2척이 도주하고 있었다.

“빨리 저어라, 빨리!”

화물선에는 비상이 내려져 최고 속도로 도망치고 있었지만 화물을 가득 실었기에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해적선은 달아나는 화물선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기에 곧 붙잡힐 것으로 보였다.

얼마 후, 화물선에 따라 붙은 해적선들은 갈고리를 던져 잡아당겨 배를 가깝게 만들었다.

시시싯!

화살과 퀘럴이 뒤섞인 그것들이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가 화물선의 선원을 공격했다.

퍼퍼퍽.

“아악.”

“크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몇 명의 선원이 고꾸라졌다.

보유한 무기도 없고, 제대로 훈련도 안 되어 있는 화물선의 선원 60여 명으로는 200명 정도 승선해 있는 해적선의 해적들에게 대응도 하지 못했다.

해적들이 밧줄을 던져 그걸 타고 우르르 화물선의 갑판으로 건너왔다.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휘두르면서 화물선의 선원들을 위협했다.

화물선의 선원들은 반항조차 하지 않고 양손을 머리 위로 높이 들면서 항복했다.

오거슨 해적단의 해적들도 화물선의 선원들이 제대로 반격도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배를 점령하는 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저벅저벅!

해적들이 신속하게 화물선을 점령하자 그제야 해적선에서 6명이 건너왔다.

모자를 쓰고 잘 차려 입은 자가 앞장서고, 그의 주위로 허리에 검을 찬 해적 5명이 호위했다.

어수선한 화물선의 갑판에서 손짓하면서 소리를 지르던 해적선의 조장은 선장이 화물선으로 건너온 것을 보고는 달려왔다.

“선장님,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정리가 되겠습니다.”

“밧줄로 묶은 선원들은 해적선으로 옮기고, 노예들은 노를 저어 이동하도록 한다.”

“예, 선장님.”

“샤푼 조장, 화물칸은 살펴본 건가?”

“지금 살펴보고 있습니다, 선장님.”

“좋아, 신속하게 본거지로 돌아간다.”

“예, 알겠습니다. 선장님.”

둥둥둥!

해적선에서 북소리가 울리자 이들은 신속하게 노를 저어 저편으로 사라졌다.

엘도라도 프리맨 후작 영주성.

우우웅!

내성의 광장 한쪽이 이지러지면서 무엇인가 나타났다.

주위에는 무장한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기에 즉각 백 명의 병사들이 달려왔다. 병사들 속에는 블루 로브를 입은 전투마법사도 섞여 있었다.

병사들은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온 사람을 쳐다보고는 일제히 무릎을 꿇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전투마법사 게이든이 대표로 말했다.

“영주님, 정말 돌아오신 겁니까?”

“그래. 게이든, 조용히 왔는데 내가 방해한 건가?”

“아, 아니옵니다. 영주님.”

“내가 떠나 있는 동안에 엘도라도엔 별일 없었나?”

“예, 영주님. 주모님께서 그동안 영지를 잘 운영해 오셨기에 아무 일 없었습니다.”

“그렇군. 난 안으로 들어가 볼 테니 너희들은 하던 일들을 계속하도록.”

“예, 영주님.”

게이든은 병사들을 물러나도록 했고, 그들은 각자 맡았던 자리로 되돌아갔다.

멀어지는 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게이든도 자신의 맡은 자리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준은 성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를 지나치는 그에게 마주친 하녀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왔다.

영주 집무실 앞에는 하그리와 무장한 병사 20명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하그리가 고개를 돌리다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준을 발견하고는 눈이 커졌다.

“영주님!”

“오랜만이구나, 하그리.”

“돌아오신 겁니까?”

“그래.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 왔다.”

“그러셨군요.”

“글리아나는?”

“집무실에서 서류를 보고 계십니다.”

“그래? 연락 좀 해줘.”

“예, 영주님.”

똑똑.

하그리가 노크를 하자 안에서 글리아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인가요?”

“글리아나 님, 영주님께서 오셨습니다.”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요?”

글리아나는 하그리의 말이 믿어지지가 않았기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직접 문을 열었다. 앞에 정말로 준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눈이 커지면서 동시에 얼굴이 환해졌다.

“준, 정말 돌아온 건가요?”

“그렇소, 글리아나.”

글리아나가 두 팔을 벌려 준의 목을 감으면서 안겼다.

준도 글리아나의 등허리를 안아 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하는 글리아나였다.

글리아나가 쉽게 떨어질 것 같지 않아서 준은 아예 그녀를 안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제야 글리아나는 정신이 들면서 민망한지 떨어지려고 했다. 그러자 준이 그녀의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안았다.

엘프인 글리아나는 몸이 날씬하고 가벼웠다.

“하그리!”

“예, 영주님.”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하고, 오늘은 글리아나와 둘이서만 지내고 싶다.”

“예, 알겠습니다.”

아무에게도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하그리는 알 것 같았다.

하그리는 살며시 문을 닫아 주었다.

준은 글리아나가 살펴보던 서류를 그대로 둔 채 집무실 뒤쪽에 있는 문을 열고 침실로 들어갔다.

영주 집무실과 침실은 서로 복도를 통하지 않고서도 이렇게 들어갈 수 있었다.

준은 글리아나를 안은 채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살며시 눕혔다.

글리아나는 준에게 적극적으로 키스해왔다.

사랑이 담긴 키스였다.

서로 적극적인 애무를 시작하더니 사랑하는 마음으로 뜨거운 밤을 보내었다.

서로를 놓아주지 않았기에 이들은 격렬한 사랑의 행위를 나누었고, 새벽이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촤촤촤촤!

거친 파도를 헤치면서 화물선 한 대가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화물선의 길이는 85미터나 되고, 폭도 12미터나 되었기에 제법 큰 규모의 화물선이었다.

노는 양쪽에 24개씩 48개가 있었으며, 돛도 3개나 달려 있어서 제법 먼 바다까지 항해를 할 수 있는 대형 화물선으로 이름은 셔면호였다.

셔면호의 앞부분에는 대형 발리스타가 두 개나 장착되어 있었으며, 해적들과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석궁과 활, 칼과 전투용 도끼인 배틀 엑스를 비롯해 무장한 용병 250명까지 승선해 있었다.

비상시에는 노를 젓지만 평소 항해를 할 때에는 물건을 옮기거나 나르는 일에 동원되는 노예가 90명에 선원이 60명이었다.

돛대 꼭대기 전망대에는 웃통을 벗은 선원이 망을 보고 있었는데, 그는 무엇인가 발견한 듯 전방을 향해 팔을 들어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육지다. 육지가 보인다.”

갑판에서 물청소를 하고 있던 선원들이 우르르 갑판으로 달려가 쳐다보았다.

“육지야, 육지.”

53일 간의 항해 끝에 이들은 드디어 육지가 보이는 곳까지 올 수 있었다.

선장실에서는 선장과 항해사가 양피지로 된 항해지도를 보면서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드디어 엘도라도 해안에 도착했군.”

“멋진 항해였습니다, 선장님.”

“그래. 그런 것 같아.”

“선장님, 밖에 나가서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엘도라도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직접 봐야지.”

엘도라도 해안 가까이 셔면호가 접근하자 무장한 병사들이 승선해 있는 중형급 군용 갤리선 한 척이 다가왔다.

주위에는 세 척의 중형급 갤리선과 대형급 갤리선이 떠 있었다.

해안 쪽에는 백여 척의 갤리선이 정박해 있었다.

해안가의 선착장에는 수십 척의 화물선들이 닻을 내리고 화물을 내리고 있었다.

중형급 군용 갤리선이 셔면호 측면에 붙으면서 밧줄을 던져 서로 연결하더니 무장한 병사들이 건너왔다.

체인 메일을 입은 기사 한 명과 석궁과 활로 무장한 병사 50명이었다.

선장은 엘도라도가 처음이었지만 그동안 여러 왕국의 영지를 가보았기에 눈치가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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