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34화 (23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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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나의 충실한 수하들인 지베르 골렘들이여 이제 그만 잠에서 깨어나거라.”

-예, 주인님.

지베르 골렘들은 마력이 다시 원활하게 움직이는 걸 확인하고는 모두 일어났다.

“이제 너희들의 창조주 크라이오튼이 새겨 놓았던 주인의 의식을 나로 바꾸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날 주인으로 믿고 따르겠느냐?”

-예, 주인님. 이미 확인이 되었으니 이제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잠시 기다리거라.”

스윽!

준은 봉인구로 봉인해 놓았던 블러드 게이트를 깨웠다.

“블러드 게이트여, 저들이 보이는가?”

-으음, 정말 지베르 골렘들이구나. 선명하게 잘 보인다.

“저들은 이제 나의 충실한 수하가 되었다. 너는 이제 날 믿고 따르겠느냐?”

블러드 게이트는 이미 주인이 바뀌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로 지베르 골렘들이 가만히 서 있을 이유가 없었다. 침입자는 무조건 죽이는 게 저들의 임무였으니 말이다.

-으음, 방문자여.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베르 골렘들을 전부 수하로 거두었구나.

“그렇다. 블러드 게이트여.”

-으음, 그렇다면 이제 방문자의 앞을 가로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 나도 승복해 주인으로 섬기겠다. 다만 나에게는 리치처럼 생명력을 담아두는 라이프 배슬이라는 것이 있다. 그곳에 주인의 의식이 새겨져 있기에 그것을 바꾸기 전에는 널 주인으로 인정하지 못한다.

“그것이 어디에 있느냐?”

-비밀의 장소 입구의 천장 속에 넣어 두었기에 난 이곳을 벗어날 수 없었던 거다.

“그렇다면 이곳을 나갈 때 너의 라이프 배슬도 입수하고, 주인의 의식도 그때 거행하도록 하겠다.”

-알았다, 방문자여.

“그동안은 봉인구 속에서 기다리거라.”

-으음, 알았다. 방문자여.

스스스스.

블러드 게이트는 사라졌다.

준은 봉인구 속에 블러드 게이트가 있는 걸 보고는 씨익 웃더니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지베르 골렘들이여, 너희들도 아공간을 가지고 있느냐?”

-그렇습니다, 주인님.

“그럼 내가 소환할 때까지 들어가 대기하라.”

-예, 주인님.

스스스스.

지베르 골렘 22기는 순간 흩어져버렸다.

“자 이제는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이 숨겨둔 비밀의 장소의 보물이나 회수하러 가 볼까나.”

룰룰루.

휘파람을 부르면서 준은 지하 공동의 안쪽 동굴 속으로 걸어갔다.

파파팟!

천장에서 라이트 마법이 발현되면서 환해졌다.

천장과 벽을 비롯해 바닥까지 전부 대리석이었다. 자체 정화마법이 걸려 있는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전방에는 석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문이 없고 투명한 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벽면과 출입구의 윗부분에는 공간확장마법과 보존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오래 보전하기 위해 상급의 마나석이 5개나 박혀 있었다.

상급의 마나석 한 개에 들어 있는 마력이라면 공간확장마법과 보존마법진에서 쓰이는 마력을 5천 년 정도는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너무 많이 흐르다 보니 상급의 마나석 중에서 4개는 이미 마력이 고갈되어 있었고, 나머지 하나에도 5분지 4가 넘게 소비가 되어 5백 년 정도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후후후, 내가 늦지 않게 들어와서 다행이야.”

매직 아이 마법으로 석실 안을 바라보니 마도시대 때 쓰였던 골드화와 실버화를 비롯해 각종 쥬얼리가 가득했다.

예전에 준은 드래곤 레어를 싹쓸이 한 적이 있었는데, 대충 보아도 그것의 몇 배는 되어 보였다.

좀 더 정확한 것을 알기 위해서는 석실에서 꺼내어 확인해 보아야만 했다.

석실 안에는 공간확장마법이 걸려 있었기에 실제로 보는 것 하고는 차이가 있었다.

스윽!

준은 염력으로 석실 안에 보관되어 있는 보물이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게 했다.

각종 보물은 스르르 석실 밖으로 빠져나와 바닥에 쌓이기 시작했다.

준은 골드화를 하나 꺼내어 앞과 뒷면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골드화는 금이 약 70%에 나머지는 구리 30%가 섞인 것이었지만 마도시대 때 골드화는 전체가 금으로 만들었다. 또한 크기도 지금보다 약 세 배 정도로 컸다.

마도시대 때 골드화는 현재 골동품으로 인기가 높았기에 비싼 값으로 경매할 수 있어 가치가 매우 높았다.

쥬얼리들도 예술적으로 가치가 높았다.

팔찌와 반지, 목걸이, 귀걸이를 비롯해 각종 곤충이나 새, 꽃모양의 브로치에도 각종 보석이 박혀 있었다.

손재주가 좋은 장인의 솜씨이거나 아님 드워프의 솜씨였다.

그 정도로 하나같이 완성도가 뛰어났다.

커팅 된 보석들과 원석들도 많았다.

특히 상급의 마나석은 수백 개나 보관되어 있었으며, 중급의 마나석은 수천 개나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보관했는지 불가사의했다.

금괴와 은괴도 엄청나게 많이 보관되어 있었다.

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보물을 모은 건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준은 즐거운 마음으로 아공간을 열어 그 속에다 보물들을 전부 집어넣었다.

아공간 속에는 보물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지만 그것들의 약 10배가 넘는 보석들이 다시 채워졌다.

“으음, 드래곤 레어를 싹쓸이한 것보다 10배는 넘는 것 같아. 정말 엄청난 보물이야.”

두 번째 석실에는 마도시대의 책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모두 보존마법이 아직도 걸려 있었기에 조금 전에 집어넣어 보관한 것처럼 깨끗하고 상태가 양호했다.

문학과 역사, 대륙어, 흑마법서와 백마법서, 창조마법서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했고 엄청났다.

“으음, 마도시대의 귀중한 자료인 책이 무려 5만권은 되는 것 같아. 초대박이야.”

현재 마도시대의 책은 마케리안 대륙을 통틀어도 백여 권이 안 될 것이다. 그중에 마법서가 주류를 이루었다. 마탑에서 몇 권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보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마탑주나 고위 마법사들이 마도시대의 마법서를 보면서 수련을 하거나 연구를 해오고 있다고 전해진다.

앞의 석실에서 획득한 엄청난 보물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가치가 높은 책이었다.

세 번째 석실에는 각종 무기류와 방어구가 가득했다.

오른쪽 선반에는 20여 가지의 각종의 검과 활, 석궁, 창, 철퇴, 배틀 엑스까지 다양했다.

왼쪽의 선반에는 원형 손방패를 비롯해 사각방패, 투구, 체인아머와 풀 플레이트 아머, 실드 마법이 걸려 있는 아티팩트까지 있었다. 구석진 곳에는 특이한 모양의 무기들과 방어구가 수백 점 놓여 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드워프가 만든 무기였다. 만 명의 병사가 사용해도 될 정도의 무기와 방어구였다.

“후후후, 대박이야, 초대박!”

준은 신이 나서 소리쳤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다.

저벅저벅!

비밀의 장소에 보관되어 있던 엄청난 양의 보물을 전부 아공간 속에 집어넣은 준은 유유히 입구를 향해 이동했다.

스윽!

마법주머니 속에서 봉인된 블러드 게이트를 꺼내었다.

“블러드 게이트, 너의 라이프 배슬이 어디에 숨겨져 있느냐?”

-저기 천장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수정이 하나 있을 것입니다.

블러드 게이트가 가리키는 곳을 준은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그의 말대로 자세히 살펴보니 자수정이 하나 박혀져 있었다.

“저것인가?”

-그렇습니다.

스윽!

준이 한 손을 들어 염력으로 자수정을 끌어 당겼다.

주우욱.

손쉽게 자수정이 천장에서 뽑혔다.

비밀의 장소를 지키는 블러드 게이트의 라이프 배슬은 자수정 속에 들어 있었다. 손톱만 한 크기의 자수정 속에는 공간확장마법이 걸려 있었기에 집어넣어 보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수정은 24커팅으로 보랏빛 광채가 나는 게 아름다웠다.

분명 드워프의 솜씨가 느껴졌다.

츠으으읏!

준이 마력을 일으켜 자수정 속에 들어 있는 블러드 게이트의 라이프 배슬을 강제로 끄집어내었다.

밖으로 나온 라이프 배슬은 수박만 한 크기에 미스릴로 주조되어 있었으며, 형태는 향로와 비슷했다. 양쪽에 손잡이가 있었으며, 뚜껑이 잘 덮여 있었다.

라이프 배슬의 표면에는 마법진과 상급의 마나석이 박혀 있었다. 물리력을 방어하기 위해 실드 마법이 3중으로 설치가 되어 있었으며, 순간이동 마법도 새겨져 있었다. 라이프 배슬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블러드 게이트가 알고 있는 은밀한 곳에 이동시켜 보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절대로 배신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주인의 의식도 새겨져 있었다.

“으음, 주인의 의식 마법진을 고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어.”

라이프 배슬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투시력으로 확인해 보았다.

미스릴로 주조된 블러드 게이트의 라이프 배슬 속에는 붉은빛으로 출렁이는 액체가 들어 있었으며, 그 속에는 알 수 없는 생명체의 눈 같은 게 둥둥 떠 있었다.

스윽, 슥슥!

준은 약간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면서 블러드 게이트의 주인의 의식 마법진을 고쳤다.

“다 되었으니 확인해 볼까.”

블러드 게이트의 라이프 배슬을 다시 자수정 속에 집어넣었다.

“블러드 게이트여, 이제 나를 새로운 주인으로 인정하는가?”

-예, 주인님.

“나오너라, 아공간이여.”

츠츠츠츠.

준의 외침에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암흑의 굴 속 같은 검은 아공간의 입구가 나타났다.

“너는 이제부터 나의 아공간 책임자로 임명한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잘 분류해 놓아라.”

-예, 주인님.

원래 아공간 속에는 공기가 없기에 생명체는 들어가면 살 수가 없다.

하지만 블러드 게이트는 마법으로 탄생한 자아를 가진 존재이기에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블러드 게이트, 너의 라이프 배슬은 아공간의 가장 깊숙하고 안전한 곳에 보관해 놓거라.”

-감사합니다, 주인님.

“으음, 아공간의 입구가 너무 멋이 없구나. 근사한 출입문을 만드는 게 좋겠군.”

준은 엔틱 분위기가 나는 형태의 문을 떠올렸다.

츠츠츠츠.

마력으로 아공간의 출입구를 생성시켰다.

은빛으로 번뜩이는 웅장하고 멋진 거대한 아공간의 출입문이 생성되었다.

-오오, 주인님. 너무 멋집니다.

“블러드 게이트여, 너는 이제 아공간의 출입구를 지키면서 아공간을 관리하도록 해라.”

-예, 주인님.

스스슷!

블러드 게이트는 아공간의 출입문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아공간 출입문을 잠시 바라보던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스스.

준의 아공간이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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