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3 / 0284 ----------------------------------------------
제9권 골렘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골렘들이 아직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지만 지베르 1호 골렘은 초조했다. 두 눈을 번뜩이면서 준의 공격모습을 담아 분석을 시작했다.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이 지베르 골렘들을 만들게 된 의도는 드래곤이나 나아가 천족이나 마족, 또는 성을 함락시킬 때 필요한 강력한 무력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인간같이 작고 힘이 약한 것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더구나 준같이 무공을 익히고, 마법까지 익힌 자에게는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지베르 골렘들은 신장이 25미터나 되었지만 상대는 2미터도 안 되었고, 작고 빠르기에 맞추기도 힘들었다.
준은 반대로 지베르 골렘들은 신장이 25미터나 되는 표적이기에 눈감고도 맞출 수가 있었던 거다.
이러니 제대로 된 싸움은 되지 못했다.
지금까지 나선 지베르 골렘 5기의 전투력은 거의 똑같았다. 다만 서로 가진 무기가 달라서 공격이 조금 달랐을 뿐이었다.
지베르 골렘 5기가 협공해 준을 공격했지만 여전히 전투력에서 밀렸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골렘들의 대장인 지베르 1호 골렘은 텔레파시로 수하 골렘들에게 명령했다.
[너희 다섯이 나서서 도와라.]
[예, 대장.]
지베르 1호 골렘의 명을 받은 수하 골렘 5기가 앞으로 나서면서 이제 지베르 골렘은 10기나 준을 공격하게 되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전투력만 놓고 보더라도 지베르 골렘은 1기만으로도 고룡급을 넘어 각 드래곤들의 수장과 비슷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막강한 지베르 골렘이 무려 10기나 한꺼번에 나섰으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고서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지베르 골렘들의 대장인 1호 골렘은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분석해 보아도 제대로 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베르 골렘 10기들이 공격하는 것은 준이 모두 피했고, 오히려 준이 공격한 수법에 당해 심하게 두들겨 맞았다.
지베르 1호 골렘은 이제 자존심 때문에라도 강력한 인간족을 꼭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하 골렘 전부를 내보냈다.
21기의 지베르 골렘들이 준을 포위해 협공을 시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준은 혼자서 21기의 골렘을 마구 공격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베르 골렘들은 마력을 일제히 내뿜었다. 주변의 공기까지 마력의 영향으로 충격을 받을 정도로 아주 강력했다.
준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블러드 게이트를 혼내주었던 방법을 다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파악!
뒤로 튕기듯 물러나면서 자리를 잡더니 외쳤다.
“후후후, 다시 이것을 사용하게 되는군? 어디 얼마나 견디는지 볼까?”
칠보파천이라는 수법의 제 일식인 첫걸음을 내딛었다.
쿵!
준이 단지 한 걸음을 내딛은 것뿐이었는데, 엄청난 위력에 대기가 흔들렸다.
지베르 골렘들의 상체가 약간 흔들렸지만 그것뿐이었다.
씨익!
준은 지베르 골렘들에게 무서운 미소를 짓고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쿵!
두려운 칠보파천의 두 번째 걸음이 내디뎌졌다.
블러드 게이트와 골렘 블러드까지 이것에 견디지 못하고 항복했었지만 이들은 최상의 전투력을 가진 마도시대의 골렘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지베르 골렘이었다. 이제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만들어지기 힘든 골렘이었다. 몸체도 미스릴이 함유된 합금이라 강도가 높았지만 여기에다가 이중으로 설치된 대방어마법진까지 있었기에 방어력이 엄청났다.
쩌쩌쩌쩍!
그러나 대방어마법진에 균열이 발생했다.
이것만 보아도 간접적으로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 수 있었다.
가장 뒤쪽에 서 있었던 지베르 1호 골렘은 경악했다.
-이건 말도 안 돼.
대방어마법진에 균열이 발생하고, 지베르 골렘들의 몸에도 충격을 받아 미세하게나마 금이 생겼다.
“후후후, 좋아 좋아. 이 정도는 견디어 주어야 돼.”
쿵!
아직까지 한 번도 시전된 적이 없는 칠보파천의 세 번째 걸음이 드디어 내디뎌졌다.
천왕대심공과 9서클 마법에 신의 아티팩트 4개의 권능까지 스며있는 칠보파천이었다.
단연 이것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였다.
지베르 1호 골렘은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는 즉시 실드마법을 연속으로 펼치면서 마력을 내뿜어 몸을 보호했다.
우르르릉, 쩌쩍!
갑자기 대기가 강력한 기운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스파크가 일어났다.
퍼퍼퍼펑, 와지근!
갑자기 가죽북 터지는 듯한 소리가 일어나면서 물건이 박살나는 소리도 함께 일어났다.
믿을 수 없게도 지베르 골렘들의 몸이 모래성처럼 와르르 허물어지면서 뒤에서 뒷덜미를 잡아당긴 듯한 모습으로 훨훨 날아가 떨어졌다.
무게가 수십 톤은 나갈 지베르 골렘들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다만 대장인 지베르 1호 골렘은 철저하게 방어를 해서인지 제자리에 버티고 있었지만 그도 심각한 모습이었다.
5중으로 펼쳤던 실드 마법이 전부 깨어졌고, 이중으로 펼치진 대방어마법진도 역시 박살났다. 동시에 미스릴이 함유된 합금의 아이언 골렘 몸체에 균열이 심하게 났다.
츠츠츠츠.
다행히 대장 지베르 1호 골렘의 강력한 마력으로 치유되고 있었기에 곧 회복될 것으로 보였다.
뒤로 날아가 쓰러져 있던 지베르 골렘들도 힘겹게 일어나고 있었다. 극심한 부상을 입었지만 자체 치유력으로 회복 중이었다. 다만 준의 상상 이상의 강력한 공격으로 인해 너무 극심한 부상을 입었기에 치유 시간이 조금 길어질 것 같았다.
“후후후, 칠보파천의 세 번째 걸음을 막아내었구나. 하지만 네 번째 걸음도 막을 수 있을까?”
대장 지베르 1호 골렘이 미세하게 몸을 떨면서 준에게 말했다.
-으으, 이게 끝이 아니었나?
“끝이라니? 앞으로 네 걸음이나 더 남았는데.”
-으음, 믿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세 번째 걸음도 잘 막았으니 네 번째 걸음도 한번 막아봐. 참고적으로 네 번째 걸음은 세 번째 걸음보다 5배 정도 더 강할 거야.”
-뭐? 말도 안 돼.
“말이 되는가 안 되는가는 겪어 보면 알게 될 거야.”
-그, 그만! 항복하겠…….
대장 지베르 1호 골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준의 칠보파천 중 네 번째 걸음이 내디뎌졌다.
쿵!
발자국 소리가 일어났지만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그러나 대장 지베르 1호 골렘은 이것이 폭풍이 일어나기 전 고요한 상황이라 판단했다.
즉시 뒤쪽에 쓰러져 있던 수하 골렘들을 끌어 모아 서로 뭉치면서 마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 강력한 마력장을 펼쳤다.
지베르 골렘 22기가 한꺼번에 끌어 올린 마력장은 너무나 엄청난 양이라 수치를 계산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준이 펼친 수법은 그것보다 더 강력했다.
푸스스스!
마법의 공간이 혼돈의 상황을 맞았는지 모든 것이 다 파괴되고 있었다. 바닥이건 벽이건 천장이건 보이는 건 모두 가루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건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치 절대마법이라는 9서클의 공격마법을 20명의 마법사들이 한꺼번에 한곳을 향해 집중적으로 펼친 듯한 모습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 정도로 준의 공격은 엄청났다.
지베르 골렘들이 펼친 마력장도 준의 막강한 기운에 대항해 보았지만 끝에서부터 빠르게 소멸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은 방법이 없었기에 대장 지베르 1호 골렘이 준을 향해 외쳤다.
-항복하겠다. 살려줘!
공포를 모른다는 골렘들이 처음으로 공포란 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지베르 골렘들은 단순한 골렘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높은 학습과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자아를 가지고 있었기에 소멸된다는 공포를 이기지는 못했던 것이다.
준은 씨익 웃으면서 칠보파천의 펼쳐진 초식의 기운을 거두었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그 기운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제야 지베르 골렘들이 안도했다.
“후후후, 너희 지베르 골렘들은 그래도 대단하구나. 이곳을 지키는 블러드 게이트도 두 번째 걸음에서 그만 항복했는데 말이야.”
준의 말에 지베르 골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 번째 걸음만으로도 엄청났지만 마력을 최대한으로 펼쳤기에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걸음에는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지만 겨우 자존심으로 버틴 거였다.
마지막 네 번째 걸음만은 도저히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지베르 골렘들은 극심했던 상처들이 자체 치유가 되어 멀쩡했다.
“지베르 골렘들이여, 이제는 나를 주인으로 섬기겠는가?”
대장 지베르 1호 골렘이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주인으로 섬기고 싶지만 우리들은 크라이오튼 님께서 창조한 골렘,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습니다.
“후후후, 그렇게 말한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너희들의 몸속의 핵에 새겨진 주인의 인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오오, 그렇습니까?
“자, 이젠 나를 주인으로 섬기고 따르겠느냐?”
-예, 주인의 인장만 바꿀 수 있다면 주인님으로 섬기겠습니다.
“좋다, 그럼 너희들은 나를 믿고 모두 핵의 마력을 일시적으로 해제해라.”
-예, 따르겠습니다.
대장 지베르 1호 골렘이 말하자 수하 골렘들도 동의했다.
지베르 골렘 22기가 핵의 마력을 일시 해제해버리자 붉게 물들어 있던 눈빛이 다시 투명해졌다.
준은 마력을 이용해서 지베르 골렘의 몸속에 들어 있는 핵을 꺼내었다.
츠츠츠츠!
지베르 골렘의 가슴속에서 수정구가 스르르 빠져나왔다.
골렘 블러드의 핵을 담아두었던 수정구와 비슷했다.
역시나 골렘 블러드의 핵처럼 수정구에 다섯 겹의 실드 마법이 펼쳐져 있었다.
수정구 속에는 공간확장마법으로 집어넣은 미스릴판이 들어 있었으며, 각종도형과 룬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정확하게 어떤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것인지는 연구를 해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골렘 블러드는 12개의 보석이 박혀 있었지만 지베르 골렘은 보석이 20개나 박혀 있었다.
보석 속에도 미스릴판이 들어 있었으며, 그 미스릴판에도 각종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골렘의 핵인 최상급 마나석도 15개나 박혀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골렘 블러드와 비슷했지만 최상급 마나석이 좀 더 많이 박혀 있었고, 마법진도 조금 더 많고 복잡했다.
매직 아이 마법으로 정밀하게 살펴보고는 주인의 의식이 새겨진 마법진을 찾아내었다.
“후후후, 여기에 새겨져 있었구나. 자 이제부터 주인의 의식을 펼쳐볼까.”
츠츠츠츠!
고도의 정신집중과 의지력을 불어 넣어야 하는 세심한 작업 이었지만 이미 여러 번 해본 일이라 준은 여유 있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베르 골렘 22기를 전부 주인의 의식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스으읏.
수정구를 다시 지베르 골렘의 가슴속에 집어넣었다.
비록 정신적인 피로가 상당했지만 준은 만족했다.
드래곤보다 전투력이 뛰어난 지베르 골렘을 무려 22기나 획득했기 때문이었다.
마력과 내공, 정신적인 피로를 풀기 위해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는 천왕대심공을 운용했다.
대주천을 한 번 시전하자 금방 피로가 풀렸다.
원래 천왕대심공을 운용한다고 이렇게 빨리 마력과 내공, 정신적인 피로도까지 회복되는 건 아니었는데, 신의 아티팩트를 4개나 소유하고 그 권능의 일부를 흡수했기에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후후후, 시간만 넉넉하게 있다면 신의 아티팩트 4개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마지막 한 개도 찾아내어 흡수하면 어떻게 될까?”
신의 아티팩트 한 개만 온전하게 흡수해도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게 된다.
준은 그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아직은 그렇지 못하지만 말이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던 준은 정신을 차리면서 누워 있는 지베르 골렘들을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