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31화 (231/284)

0231 / 0284 ----------------------------------------------

제9권  골렘

‘무, 무서운 놈!’

“블러드 게이트, 블러드라는 골렘 말고 다른 건 없어?”

-으음, 내가 소유한 건 블러드 골렘뿐이다. 하지만 통로를 지나면 크라이오튼 님께서 최후의 안배로 배치해 놓으신 골렘들이 있다.

“그래? 마도시대의 골렘을 볼 수 있겠군.”

-방문자여, 블러드도 마도시대 때 만들어진 골렘이다.

“알아.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마도시대의 골렘은 달라.”

-다르다고? 어떻게 다르다고 말하는 거지?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골렘이라는 것은 우선 5미터 이상의 신장을 가지고 있어야 골렘다운 맛이 있잖아. 책에서 읽어 보았던 마도시대의 골렘은 신장이 10미터라고 하던데 맞나?”

-방문자여, 나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듣기로는 보통 마도시대에 제작된 골렘들은 10미터의 신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10미터라면 대단한 위용이겠어?”

-방문자여, 크라이오튼 님께서 배치해 놓은 골렘을 보면 만족할 거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배치해 놓은 골렘은 신장이 어떻게 되지?”

-크라이오튼 님께서는 마도시대의 대마법사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특별한 골렘을 제작하셨는데 신장이 무려 25미터나 된다.

“그,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 크라이오튼 님께서 직접 만드신 골렘들은 다른 대마법사들이 소유한 골렘보다 신장만 큰 것이 아니다. 파워와 스피드가 5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하셨다.

“으음, 정말 대단하겠어.”

-골렘을 제작할 때에는 거의 비슷한 재료들이 들어가며, 특히 골렘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마력을 충당하기 위해 최상급 마나석을 3개나 장착한다.

“그 정도야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크라이오튼님 께서 제작하신 골렘들은 좀 더 특별하다. 최상급 마나석을 무려 15개나 장착하셨기 때문이다. 또한 대방어마법진도 이중으로 설치하셨다.

“골렘 1기에 최상급 마나석을 무려 15개나 장착했다고? 그리고 대방어마법진을 이중으로 설치하다니 멋진데?”

-다른 골렘들처럼 자아를 가지게 만드셨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스스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학습능력까지 부여하셨다.

“뭐? 골렘이 스스로 학습까지 한단 말야?”

-그렇다. 이것만 해도 정말 획기적이신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다른 대마법사들은 골렘을 최대 5기까지 소유하고 있었지만 크라이오튼 님께서는 후일을 위해 힘드셨지만 22기를 제작해 놓으셨다.

“으음, 22기라니 정말이냐?”

-그렇다. 방문자여, 그것도 스톤골렘이 아닌 아이언 골렘이다.

“아이언 골렘이라니 믿을 수 없을 정도군?”

준이 알기로 골렘의 소재가 되는 것들 중에서 가장 하급이 진흙이고, 그 다음이 돌로 제작하는 스톤골렘이다.

제작하기가 가장 까다롭지만 골렘의 꽃이라는 아이언 골렘은 다른 것보다 제작비가 엄청나게 들어간다. 합금과 중요 부분에는 미스릴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도시대의 대마법사들도 최대 5기를 소유하는 게 한계였다.

골렘의 핵인 마나석도 마나석이지만 기본적으로 골렘의 형태를 만들 때 들어가는 합금과 미스릴도 무시 못 할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기에 전투력과 모든 면을 고려해 10미터 이상의 제작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은 무식한 건지 아님 용감한 건지 모르겠지만 25미터나 되는 초대형 아이언 골렘을 무려 22기나 제작했으니 그 제작비용이 얼마나 들어간 것인지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을 거라 짐작될 뿐이었다.

-방문자여, 이제 날 어떻게 할 거지?

“네 녀석이 날 이제까지 괴롭힌 걸 생각한다면 소멸시켜야 하지만 한 번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기회라고?

“그렇다. 지금이라도 나의 수하가 된다면 널 살려주마.”

-난 크라이오튼 님의 비밀의 장소를 지켜야 하는 사명이 있다.

“알아. 하지만 이제 곧 이곳을 내가 소유하게 될 것이니 넌 당연히 나의 명령을 따라야만 한다.”

-으음, 아이언 골렘까지 돌파한다면 방문자의 말대로 나의 주인으로 인정하마.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렇다면 일단 너를 봉인구로 봉인한 다음 관문을 통과하겠다.”

-날 봉인한다고?

“그렇다, 블러드 게이트.”

츠츠츠츠!

준이 마력을 일으켜 블러드 게이트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압했다.

엄청난 마력의 압력으로 인해서 블러드 게이트는 도망치려고 해도 마음뿐이었다.

기이한 주문이 준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아! 안 돼.

공포에 질린 블러드 게이트의 외침이 있었지만 결국 준의 손에 의해서 봉인되고 말았다.

수정구 속에 갇힌 블러드 게이트는 그 속에서 움직여 보았지만 마법의 공간 속이기에 준이 직접 꺼내어 주기 전에는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골렘 블러드는 준의 눈치만 보고 서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준이 펼쳐놓은 마법의 공간 속이기에 어디로도 달아날 수 없었다. 공포가 이미 인식되어 있었기에 더욱 달아나지 못하고 서 있었다.

저벅저벅!

준이 가벼운 걸음으로 골렘 블러드에게로 다가가자 뒷걸음질 치면서 눈치만 보았다.

“그 자리에 서라. 너의 주인 의식을 다시 입력하고, 나의 충실한 부하로 삼겠다.”

준의 말에도 골렘 블러드는 여전히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이놈, 거기 서.”

츠츠츠츠!

준이 마력을 내뿜으면서 골렘 블러드의 핵인 최상급 마나석의 마나를 제압했다.

골렘 블러드는 마치 전신마취가 된 사람처럼 꼼짝하지 못했다.

“후후후, 잠깐이면 된다.”

준은 골렘 블러드의 가슴부분에 마력을 집어넣으면서 주문을 중얼거렸다.

츠으읏!

신기하게도 골렘 블러드의 가슴부분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수정구가 하나 스르르 튀어 나왔다.

수정구 속에는 미스릴판이 들어 있었다.

수정구는 투명한 막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으며, 자세히 보니 무려 다섯 겹이나 되었다.

“으음, 실드 마법이 다섯 겹이나 설치되어 있는 건 처음 보는군?”

보호막 마법인 실드 마법 하나만 걸어 놓아도 어지간한 물리적인 공격에도 끄떡없다.

그런데 무려 다섯 겹의 실드 마법이라면 9서클의 절대마법이라고 해도 2번 정도는 충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수정구 속에 들어 있는 미스릴판에는 각종 도형과 룬문자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으며, 그 속에는 각종 보석들이 12개나 박혀 있었다.

보석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니 그 보석 속에도 미스릴판이 하나씩 들어가 있었다.

당연히 미스릴판에는 필요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보석 속에 들어 있는 미스릴판은 아주 작게 보이지만 실상은 사람 몸통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보석 속에는 공간확장마법이 걸려 있을 것이고, 미스릴판을 마법으로 집어넣었을 것이다.

사람 몸통 정도의 크기를 가진 물건을 작은 보석 속에 집어넣기 위해서는 마법실력이 뛰어난 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대마법사급의 마법실력이 아니면 골렘 제작이 어려운 것이다.

물론 대마법사급이 아니라도 골렘을 제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성능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아마 저 12개의 보석 중에서 하나가 수정구의 실드 마법이 펼쳐지도록 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듯이 각 보석들은 골렘의 움직임에 필요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각종 보석들이 무려 12개나 마법진의 설정된 자리에 정확하게 촘촘하게 박혀 있었으며, 골렘의 핵인 최상급의 마나석도 9개나 마법진의 가운데 부분에 정확하게 자리 잡고 박혀 있었다.

“으음, 최상급 마나석은 아주 귀한 것이라 드워프의 광산이 아니라면 찾아보기 힘든 물건인데 그것을 무려 9개나 사용했다니 대단해.”

준은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다시 한 번 대단하다는 걸 인정했다.

세심하고 정교하게 설치된 것을 준은 조심스럽게 마력을 이용해 펼쳤다.

시간이 제법 많이 소모가 되었지만 결국 골렘 블러드의 주인인식 마법진을 지우고, 준이 다시 설치했다.

다른 것은 바꿀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기에 수정구를 다시 제자리에 집어넣었다.

츠으으.

골렘 블러드의 두 눈이 번쩍이면서 스르르 일어났다.

-주인님.

“내가 주인인 걸 알아보겠느냐?”

-예, 주인님.

“좋아, 내가 소환할 때까지 너의 공간으로 들어가 있거라.”

-예, 주인님.

스스스스!

골렘 블러드는 고개를 숙여 준에게 인사하고는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한쪽에 냉동이 되어 있는 누메이를 충실한 수하로 만드는 일이었다.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누메이라 쓸모가 많을 걸로 보였다.

눈과 얼음의 빌헤임 권능을 거두어들이자 누메이가 다시 움직이려고 했다.

그걸 준이 자신의 강력한 마력장으로 가두고는 주인 의식 마법을 펼쳤다.

한참 동안이나 주문이 이어졌고, 결국 누메이도 준의 충실한 부하가 되었다.

-이제부터 주인님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누메이, 너를 소환할 때까지 너의 공간으로 들어가 있거라.”

-예, 주인님.

이렇게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이 만든 것은 모두 자아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만의 마법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든 준이 소환하면 다시 나타날 것이다.

“후후후, 충실한 부하도 얻었으니 이제 결계를 해제하고는 나가볼까.”

츠츠츠츠.

준은 자신이 설치해 놓았던 결계를 해제했다.

비밀의 장소 지하 10층의 통로로 다시 나온 준은 전방에 닫혀 있는 철문을 바라보면서 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그그긍!

굉음이 일어나면서 철문이 옆으로 움직이면서 안이 드러났다.

저벅저벅!

준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통로 안에는 지하 공동이 있었는데, 공간확장마법이 걸려 있어서 크기가 엄청났다.

원래의 지하 공동은 천장이 약 30미터 정도에, 넓이는 100미터 정도였지만 공간확장마법이 걸려 있기에 천장의 높이가 수백 미터에, 넓이도 수 킬로미터는 될 것이다.

준이 놀란 건 지하 공동이 아니었다.

지하 공동 속에 배치되어 있는 마도시대의 골렘들이었다.

블러드 게이트의 설명대로 크기가 25미터나 되는 초대형 아이언 골렘들이 무려 22기나 배치되어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츠으으으.

갑자기 투명하던 아이언 골렘들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침입자가 나타나자 잠에서 깨어난 것이었다.

준은 자신과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아이언 골렘을 살펴보았다.

황금색과 은색으로 빛나는 아이언 골렘은 그 자체로도 멋있었다. 특이한 것은 손에 무기가 없었으며, 가슴 한 쪽에 흉장처럼 지베르 22라고 새겨져 있었다.

“으음, 네가 지베르 22호라는 말이구나.”

지베르는 강한 무언가를 상징하는 고대어인데 그걸 골렘에다가 붙인 모양이었다.

후우웅!

순식간에 준의 곁으로 접근한 지베르 22호라고 가슴에 새겨진 아이언 골렘은 주먹을 내리쳤다.

준은 재빨리 보법을 밟으면서 피했다.

쾅!

폭음이 일어나면서 돌바닥의 일부가 깨어져 사방으로 튀겼다.

지베르 22호 골렘이 가볍게 내리친 것 같았는데, 엄청난 파워가 느껴졌다.

골렘의 주먹 크기만 해도 1미터가 넘었기에 저것에 한 방 맞으면 끝장날 것으로 보였다.

준은 보법을 밟으면서 뒤로 물러나면서도 공격을 퍼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