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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30화 (23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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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파앙!

얼음벽이 산산조각 나면서 날아오던 누메이가 그 파편에 맞아 포물선을 그리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얼음 파편에는 강력한 충격파가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메이가 가볍게 맞은 것 같았지만 뒤로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는 충격이었다.

누메이가 다시 일어나고 있을 때, 준의 연속적인 공격이 펼쳐졌다.

퍼억!

누메이의 옆구리에 불의 창이 날아와 박혔다.

치이이이!

연기가 일어나면서 몸이 열기에 타들어 가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누메이는 주먹만 한 크기의 상처 부분을 뜯어내었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나 몬스터였다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누메이는 마법으로 탄생한 자아를 가진 존재이기에 이것이 가능했다. 떨어져 나간 부분은 몸이 변형되어 스르르 복구되었다.

스스스스.

누메이가 순간 몸이 녹는 것처럼 그렇게 변하면서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자신의 특기인 은신을 한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 다시 튀어나올지 몰랐다.

당연히 바닥에서 공격해올 것이라 생각한 준은 플라이 마법을 펼쳐 공중으로 떠올랐다.

츄욱!

공중에 떠 있는 준의 등 뒤에서 끝이 뾰족한 창날 같은 것이 튀어나와 공격했다.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참 무서웠다.

어떻게 공중에 떠 있는 준의 등 뒤에서 튀어나온 것인지 불가사의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누메이도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 있었다.

아무리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와 공격을 했더라도 준이 그리 허술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티잉!

누메이의 창날 공격이 튕겨졌다.

당연한 현상이었다.

준은 9서클의 절대 방어막이라는 앱솔루트 배리어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어떤 마법적인 공격이나 물리적인 공격 속에서도 시전자의 몸을 방어해주는 최고의 절대 방어마법이었다.

누메이의 기습공격이 실패하자 준의 즉각적인 공격이 날아왔다.

퍼억!

단순한 스트레이트 공격이었지만 절대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눈과 얼음의 빌헤임 권능이 스며든 공격이었다. 누메이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나가떨어졌다.

누메이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변신을 하려고 해도 몸이 마치 마비가 된 것처럼 변해지지 않았다. 빌헤임의 권능이 스며들어 몸이 냉동되어버린 것이었다.

“후후후, 저게 끝장났으니, 이제 블러드 게이트 네가 나서라.”

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블러드 게이트의 공격이 펼쳐졌다.

준의 분신을 소멸시킨 붉은 광선이었다.

지이잉!

준은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절대 방어막이라는 앱솔루트 배리어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붉은 광선이 절대 방어막에 격중되자 스파크가 일어나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나 절대 방어막은 멀쩡했다. 블러드 게이트의 공격도 강력했지만 이런 공격에 파괴된다면 절대 방어막이 아니었다. 앱솔루트 배리어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블러드 게이트는 붉은 광선을 발사하던 걸 중지했다.

“블러드 게이트여,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좀 더 강력한 것 없어?”

-으음, 이젠 어쩔 수 없이 이것을 꺼내어야 하겠구나.

주르륵!

신기하게도 블러드 게이트에서 피눈물 같은 것이 생겨 나더니 한 방울 떨어져 내렸다.

스스스스!

그것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신장 2미터의 붉은색 골렘이 되었다.

“골렘?”

-그렇다. 네가 생각하는 허접한 그런 골렘은 절대로 아니다.

“마도시대의 골렘인가?”

-나의 창조주이신 크라이오튼 님께서 직접 나에게 만들어 주신 골렘이다. 블러드, 저자를 죽여라!

쿵쿵쿵쿵!

무게가 수 톤은 나갈 것 같은 붉은색 골렘이 준을 향해 달려왔다. 순간 가속도가 엄청났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100미터 달리기 선수의 초속이 10미터라면 붉은 골렘은 그것의 5배인 50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백 미터를 2초 정도 만에 달릴 수 있는 엄청난 속도였다.

준도 스톤이라는 골렘을 제작해 보유하고 있었지만 저 골렘처럼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진 못했다. 아니 10배 정도 속도 차이를 가지고 있었기에 비교 자체가 안 되었다.

눈을 한 번 깜빡거리는 짧은 시간에 어느새 달려온 붉은 골렘이 준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콰앙!

마치 아이스하키 선수의 바디첵킹을 펼친 듯했다.

폭음이 터질 정도였으니 아무리 절대의 방어막을 펼친 준 이라지만 충격이 엄청날 것으로 보였다.

주루룩!

준의 발이 바닥에 10센티미터 정도 움푹 들어가면서 뒤로 1미터 정도 밀렸다.

수 톤은 나갈 것 같은 무게를 가진 붉은 골렘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어깨로 들이받은 공격에 비한다면 이건 말도 안 되었다.

그러나 절대의 방어막이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해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파악!

또다시 붉은 골렘이 준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준은 염력으로 달려오는 붉은 골렘의 방향을 약간 틀어버렸다.

순간 중간을 잃어버린 붉은 골렘은 몸이 공중으로 부웅 뜨더니 바닥을 들이받았다.

콰앙!

굉음이 터지면서 구덩이가 생겼다.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그런데도 붉은 골렘은 전혀 이상 없었다. 두리번거리면서 준을 찾더니 순간 다시 달려왔다.

이번에는 준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어느새 내공이 담긴 강력한 발차기를 붉은 골렘에게 날렸다.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걸 보니 발차기에 강기를 담은 공격이었다.

콰앙!

폭음이 터지면서 붉은 골렘이 달려오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뒤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훨훨 날아가 떨어졌다.

콰쾅!

구덩이가 생기면서 그곳에 처박힌 붉은 골렘은 아무런 피해 없이 구덩이 속에서 튀어 나왔다.

붉은 골렘은 준이 자신과 싸워도 지지 않을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기에 성급하게 공격하기보다는 마주보면서 기회를 보고 있었다.

붉은 골렘과 준이 서로 대치 상태로 들어간 것이었다.

준이 이제까지 상대한 것들과는 수준이 다른 진정한 마도시대의 무서운 골렘이었다.

책에서 읽었던 마도시대의 골렘이 갑자기 생각났다.

마도시대 골렘의 전투력은 드래곤을 상대할 정도로 강력하다고 했다.

천 년 정도 된 해츨링급의 드래곤은 골렘 1기면 충분했고, 아직 성룡급이 되지 못한 드래곤들은 골렘 2기의 전투력과 맞먹었다. 성룡급의 드래곤이라면 골렘 3기와 비슷한 전투력이고, 골렘 4기는 고룡급과 같은 전투력이었다. 다만 각 드래곤 종족의 수장에게는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마도시대의 9서클 대마법사들은 드래곤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골렘을 5기를 보유했다.

골렘 5기라면 각 드래곤 종족의 수장과 싸워도 지지 않을 전투력이었다. 다만 모든 드래곤의 수장인 드래곤 로드는 레어에서 절대로 밖으로 나오지 않았기에 결과를 알 수 없었다.

전해진 바로는 전대 드래곤 로드는 로드로 선출된 드래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능을 물려주기에 신의 초입에 들어간 존재라 했다.

그런 드래곤 로드와 만약 마도시대의 골렘이 싸운다면 골렘 5기 이상은 되어야 할 거라는 예상만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준이 알고 있었는데, 지금 싸우고 있는 붉은 골렘의 전투력은 예상의 3배 정도로 강력했다.

“으음, 나의 예상이 맞다면 저 붉은 골렘은 성룡급의 드래곤과 맞먹는 전투력을 가진 것 같아.”

-방문자여, 잘 보았다. 블러드는 분명 마도시대의 대마법사들이 소유하고 있던 골렘 3기와 맞먹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으음, 역시 그랬었나?”

준은 역시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이 무서운 자라는 걸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방문자여, 전투력만 놓고 본다면 상대할 자가 없다 생각했는데 너는 정말 강하구나.

“하하하하, 블러드 게이트가 나의 실력을 인정하는군?”

-실력이 없었다면 어떻게 크라이오튼 님의 비밀의 장소 지하 10층까지 올 수 있었겠나?

“후후후, 블러드 게이트. 한 가지 알려줄 게 있다.”

-방문자여, 그게 무엇인가?

“지금까지 내가 보여준 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야. 진정한 나의 힘은 아직 펼쳐 보이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으음, 그, 그럴 리가?

“지금부터 좀 더 강한 힘을 보여줄 테니 잘 보거라. 참고적으로 지금 펼치는 것은 일곱 걸음을 내딛는 것에 불과하지만 아마 막아내진 못할 것이다.”

츠츠츠츠!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준에게서 엄청난 기운이 스멀스멀 일어났다.

위기감을 느낀 골렘 블러드는 양팔을 들어 올려 몸통과 머리 부분을 보호하고자 엑스자로 펼쳤다.

우우우웅!

공명음이 일어나면서 골렘 블러드의 몸에 새겨져 있던 대방어마법진이 빛을 내면서 투명한 막이 생겨 나 몸을 보호했다.

스윽!

준이 한 쪽 발을 들어 앞으로 내딛었다.

쿵!

준이 단지 한 발을 앞으로 내딛은 것뿐이었는데, 엄청난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공간이 충격을 받아 출렁거렸다.

최상의 방어로 버티고 있던 골렘 블러드가 엄청난 기운에 뒤로 밀려났다.

주르륵!

바닥에는 5미터가 넘는 긴 흔적이 생겨났다.

준이 펼친 기운에 뒤로 밀려난 골렘 블러드의 흔적이었다.

최근 신의 아티팩트의 권능을 일부 흡수한 준은 불현듯 떠오르는 게 있어 창안한 무공이었다.

이름이 적당한 게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칠보파천(七步破天)이라 명명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절대적인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기에 그 어떤 것도 이것에 대항하지 못하게 될 거라 예상했다.

이제 겨우 한 걸음을 시전한 것뿐이었는데, 골렘 블러드가 버티지 못하고 뒤로 저렇게 밀리게 된 것이다.

쿵!

칠보파천의 두 번째 걸음이 내디뎌졌다.

퍼퍼퍼펑!

무엇인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일어났다.

대방어마법진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던 골렘 블러드가 상상 이상의 강력한 절대적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대방어마법진이 깨어졌다.

쩌쩌쩍!

동시에 골렘 블러드의 온몸에 균열이 발생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수 톤의 무게와 강력한 힘으로 버티려고 했지만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뒤쪽의 공중에 둥둥 떠 있던 블러드 게이트도 강력한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20미터 정도를 날아갔지만 다행히 공중에서 추락하는 것만은 면했다.

이렇게 칠보파천은 첫 걸음보다 두 번째 걸음이 적어도 세 배 이상 강력했다.

공포라는 걸 모르는 블러드 게이트와 자아를 가진 골렘 블러드가 처음으로 공포라는 걸 느꼈다.

두 걸음을 겨우 견디었는데, 정말이지 세 번째 발걸음은 막을 자신이 없었다.

-그, 그만. 항복이야. 항복!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진 블러드 게이트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항복했다.

“블러드 게이트, 내가 겨우 두 걸음 내딛은 것뿐인데 벌써 항복하면 어떻게 해?”

-으으, 두 걸음도 최선을 다해 막았다. 다음은 자신 없어.

“후후후, 하긴 세 번째 걸음이 두 번째 걸음의 위력보다 5배 정도 강력하니 내딛었다면 분명 버티지 못했을 거야.”

-그, 그게 정말인가?

“믿지 못하는 모양인데 보여줄까?”

-아, 아니 되었다.

블러드 게이트는 세 번째 걸음이 두 번째보다 5배나 강하다고 하니 그 위력에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미루어 짐작하기로도 네 번째 걸음은 세 번째보다 훨씬 강력할 것이고, 마지막 일곱 번째 걸음은 상상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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