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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마르시아의 전격계 공격마법에 당했기에 기절해 있던 디아슈는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결국 죽어버렸다.
“하하하, 디아슈를 잡아 죽였어.”
“우와, 디아슈를 죽였다. 이제 우린 살았어.”
선원들과 찰스 용병대의 용병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제야 마르시아는 투명화 마법을 해제하고 모른 척하면서 갑판으로 걸어 나왔다. 물위에 둥둥 떠 있는 죽은 디아슈를 바라보다가 흥미를 잃었는지 뒤돌아 다시 선실로 들어가 버렸다.
용병들은 황당하다는 듯 용병대장 찰스를 쳐다보았고,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디아슈는 해양몬스터로 분류가 되고 있었고 선원들은 이것을 잡아도 먹지는 않았기에 그대로 버려두고 그곳을 떠나버렸다.
화물선 내부에서는 바닷물이 흘러 들어오고 있었기에 선원들이 나무를 덧대어 못질을 했다. 그제야 배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바닷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런 상태로도 항해해 엘도라도까지 가면 수리가 가능하다.
그때까지는 조금씩 흘러 들어오는 바닷물은 어쩔 수 없었다.
제법 많은 물이 차면 퍼내어야 한다.
이렇듯 선원들이 달려들어서 응급수리를 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선실로 들어온 마르시아는 순간이동 마법으로 사라졌다.
스스스슷!
다시 나타난 곳은 바다 위 공중이었다.
대형 퀘럴과 화살을 많이 맞아 죽은 해양몬스터 디아슈가 아직도 수면 위에 둥둥 떠 있었다.
피식거리던 마르시아는 한 손을 가슴 위로 치켜들었다.
두둥실!
해양몬스터 디아슈가 공중으로 떠오르자 마력으로 몸에 꽂혀 있던 것들을 제거했다.
“큭큭큭, 디아슈가 얼마나 맛있는 건데 이걸 버려?”
12미터나 되는 디아슈를 아공간을 열어 그 속에 집어넣었다.
디아슈는 별미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마르시아는 적당한 장소에서 시간이 되면 꺼내어 뜯어먹을 생각이었다.
스스스!
아공간이 다시 닫히면서 사라지자 주위를 한차례 살펴보던 마르시아는 순간이동 마법을 펼쳐 선실로 되돌아왔다.
화물선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엘도라도를 향해 계속 항해 중이었다.
저벅저벅!
준이 혼자서 통로를 걸어가자 발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만큼 통로는 조용했다.
츄츄츙!
갑자기 양쪽 벽에서 끝이 뾰족한 창이 튀어나왔다.
불과 2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기에 피하기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거리도 너무 가깝고, 거기에다가 튀어나온 창이 너무 빨랐다.
이것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천왕대심공과 여러 가지 무술까지 익힌 준이기에 이 정도의 공격속도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속도에 불과했다.
어느새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창을 피해버렸다.
통로의 양쪽 벽에는 수백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그곳에서 갖가지 무기들이 튀어 나와 준을 공격했다.
츄츄츄츙!
발사음이 터지면서 십 수 발의 창이 튀어 나왔다.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사각에서까지 공격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중으로 도약해 몸을 둥글게 말아 공중제비를 선보이면서 공격을 피했다.
통로는 50미터 정도 되었는데, 아마 이 통로를 빠져나갈 때 까지는 계속 공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통로에 설치된 무기가 튀어나올 수 있는 건 아마도 마법진이나 아님 발사기관 장치가 정교하게 설치된 모양이다.
슈슈슝!
이번에는 석궁의 퀘럴이 구멍 속에서 튀어 나왔다.
티티팅, 파팍!
준은 퀘럴을 피하기도 했지만 손바닥을 이용해서 퀘럴의 측면을 내리쳐 튕겨버리기도 했다.
동체시력이 뛰어난 준은 구멍 속에 석궁이 설치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으음, 지하 10층이면 공격이 최고로 강력하기 마련인데 지하 1층이나 2층에서 설치되어 공격하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어. 이상해!”
준의 이런 생각이 아주 잘못 되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구멍 속에서 이번에는 빛의 화살촉이 튀어 나왔다.
그것은 바로 마법의 화살이었다.
티티티팅!
마법의 화살은 전부 준의 보호막에 가로막혀 튕겨져 소멸되었다.
“흥, 내가 이런 허접한 마법 공격에 당할 것 같아?”
츄츄츙!
이번에는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파이어볼이 동시에 5발이나 구멍 속에서 튀어 나왔다.
준은 상체를 흔들거리면서 파이어볼을 피했다.
등 뒤에서 이번에는 얼음의 창이 날아왔다.
나름대로 계산된 공격이었지만 준과 같은 고수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얼음의 창 역시 가볍게 피했다.
파지지직!
이번에는 벽의 구멍 속에서 전격계 마법인 체인 라이트닝이 발사되었다. 하지만 준의 보호막에 가로막혀 스파크만 일어나다가 멈추었다.
치이이이!
양쪽 벽의 구멍에서 일제히 독안개가 뿜어졌다.
준은 순간 연속 3회전 공중제비를 시전하면서 공격을 피했다.
여유 있게 통로 끝까지 도착하자 모든 공격이 끝이 났다.
“후후후, 이제 지긋지긋한 통로를 벗어났구나.”
준이 순간 방심해서일까?
대리석 바닥의 일부가 고무줄처럼 주욱 늘어나면서 공격해왔다.
콰앙!
준은 보호막을 펼치고 있었지만 너무나 강력한 공격이었기에 보호막이 순간 크게 금이 가버렸다.
쩌쩡!
다행히 파괴되지는 않았기에 그 짧은 순간에 공중으로 도약해 공중제비를 펼쳐 피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준의 등 뒤에서 대리석 바닥이 주욱 늘어나 주먹으로 변하더니 공격했다.
퍼억!
준은 이번에는 피하지 못하고 공격에 당했다.
“우욱!”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면서 앞으로 부웅 날아가 떨어졌다. 재빨리 양손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일어났다.
준의 등 뒤 벽에서 머리통만 한 주먹이 튀어나와 스트레이트를 먹였다.
퍼억!
“커억!”
준은 몸이 공중으로 부붕 떠오른 다음 떨어져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츠츠츠츠!
그때 통로의 천장에 거대한 눈이 생겨났다.
그 눈은 바로 블러드 게이트였다.
-큭큭큭, 이제 이곳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알겠지?
“으윽, 이젠 날 어쩔 셈이지?”
-방문자여, 이제 그만 죽어라!
지이잉!
블러드 게이트의 붉은색 눈동자에서 붉은 광선이 쏘아졌다.
준은 놀라 눈이 커졌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었기에 붉은 광선을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
퍼억!
격중음이 터졌다.
블러드 게이트의 붉은 광선이 결국 준의 가슴에 격중된 것이다.
준은 믿을 수 없는 것인지 고개를 약간 숙여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큰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커진 눈으로 고개를 들어 블러드 게이트를 쳐다보았다.
푸스스스!
워낙 강력한 광선이라 준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드디어 방문자가 죽었다, 죽었어.
블러드 게이트는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천장에서 벗어났다. 공중에 둥둥 떠 있었는데, 빛으로 뒤덮인 거대한 눈이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냈다.
츠츠츠!
바닥과 천장에서 고무줄처럼 늘어나 공격하던 것이 형태가 만들어지면서 일어났다.
2미터나 되는 인간형으로 암벽 석상과 모습이 유사했다.
-누메이, 수고했다.
…….
누메이라 불린 것이 입이 없었기에 대답하지 못했지만 블러드 게이트에게 머리를 살짝 숙이는 걸로 보아서는 말은 알아듣는 모양이다.
-인간족이 여기 지하 10층까지 온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하다고 인정해 줄만 하지만, 욕심이 너무 과했기에 결국 죽을 수밖에 없었어.
블러드 게이트가 누메이에게 일방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기운이 스멀스멀 일어나 공간을 가두었다.
바로 결계의 강력한 기운이었다.
그제야 블러드 게이트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허억, 언제 이런 것이?
통로와 이곳은 엄연히 다른 공간이 된 것이다.
결계의 강력한 기운으로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기에 블러드 게이트에게 지속적으로 주입되어지던 마력이 끊어진 것이었다.
그렇기에 블러드 게이트가 알게 된 것이지 안 그러면 아직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다.
-누구냐? 나타나라!
츠츠츠츠!
한곳에 둥근 구의 형태로 된 막으로 둘러싸인 것이 나타났는데 표면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다가 사라졌다.
막이 소멸되고 그곳에 나타난 것은 믿을 수 없게도 준이었다.
-허억, 너… 너는?
블러드 게이트는 깜짝 놀랐다.
분명 소멸되는 걸 두 눈으로 보았는데 죽지 않고 이렇게 다시 나타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후후후, 블러드 게이트 반가워.”
-어, 어떻게 죽지 않았던 거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건 나의 분신술로 펼친 가짜였어.”
-으으음, 어쩐지 너무 쉽게 당한다고 했어.
블러드 게이트는 그제야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준은 블러드 게이트를 이렇게 결계의 공간으로 사로잡기 위해서 함정을 판 것이었다.
-누메이, 저자를 공격해.
블러드 게이트의 명령에 누메이가 뒤돌아 준을 올려다보더니 바닥을 박차고 날아왔다.
준은 오른 손바닥을 가슴 앞으로 주욱 내밀었다.
후우웅!
2미터나 되는 거대한 손바닥이 순간 공중에 생성되어 날아갔다.
누메이의 움직임도 빨랐지만 준의 대수인이 더 빨랐다.
누메이가 방향을 틀어 대수인을 피하려고 했지만 유도탄처럼 따라 붙었다.
주우욱!
믿어지지 않게도 대수인이 누메이의 몸에 격중되려고 할 때 고무줄처럼 몸이 늘어나 피해버렸다.
“고무줄 괴물?”
준은 그제야 자신의 분신이 벽이나 바닥에서 주욱 늘어나 공격해온 누메이의 공격에 당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몸이 자유자재로 늘어났다 줄어드는 것에는 열기나 냉기에 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츠으읏!
알사탕 정도 크기의 냉기 덩어리를 8개 생성한 준은 손가락을 튕겼다.
피윳!
누메이는 준을 향해 달려오면서 공중제비를 펼치며 냉기 덩어리를 피했다. 준과의 거리가 불과 5미터밖에 안 되었기에 달려오는 상태 그대로 한쪽 손이 끝이 뾰족한 창날처럼 변했다.
저것으로 준을 찌르려는 거였다.
그러나 누메이의 의도는 무산되었다.
쾅!
굉음이 터지면서 누메이는 뒤로 나가 떨어졌다.
스스스.
누메이가 부딪치면서 충격을 받았기에 그제야 준의 전방에 보이지 않는 얼음벽이 생성되어 있는 게 드러났다.
몸을 튕겨 벌떡 일어난 누메이는 준을 향해 다시 공격을 하려고 했다.
쩌엉!
갑자기 우측 어깨부분이 깨어져 파편이 우수수 떨어졌다. 냉기의 공격을 받아 어깨부분이 얼어 있었던 것이다.
누메이는 입이 없어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충격과 고통이 상당한 듯 몸을 떨었다.
-누메이, 공격해!
공중에 뜬 채로 뒤에 서 있던 블러드 게이트가 공격명령을 내리자 누메이가 공중으로 도약하면서 새로 변했다.
저런 것을 보면 무엇이든지 변신이 가능한 몸인 것 같았다.
짜악!
준이 갑자기 박수를 크게 한 번 쳤더니 얼음벽에 그 충격파가 전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