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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권 골렘
황소 괴물들이 확실하게 군중현혹 마법에 영향을 받자 준이 크게 소리쳤다.
“너희들의 눈에 적이 보이지 않느냐? 어서 공격해 죽여라. 어서!”
준은 마치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교인들인 황소 괴물들에게 절대적인 신의 명령을 전달했다.
쿠워어어어!
황소 괴물들이 크게 울부짖으면서 앞에 있는 동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금 황소 괴물들의 눈엔 천적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채채챙, 파팍!
10만 마리가 넘는 황소 괴물들이 절반씩 나뉘어져 서로를 공격했다. 아무리 재생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무작위의 공격에는 상처를 크게 입을 수밖에 없었다.
“후후후, 그래 싸워라, 싸워!”
세상에서 싸움구경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더니 그 말이 정말이었다. 하지만 재생력이 강한 황소 괴물들은 상처를 입어도 금방 회복되기에 싸움은 길어졌다.
“이제 많이 약해졌으니 9서클의 절대마법을 한 방 먹여줘야지. 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
함부로 펼칠 수 없는 절대마법이 드디어 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 절대마법을 쓰면, 눈에 보이는 거리 내에 있는 것은 모두 피를 토하고 쓰러진다. 대마법사급이나 그 이상의 능력자가 아니면 절대로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절대마법 중 죽음의 외침이라 할 수 있는 언령마법이었다.
퍼퍼퍼퍼퍽!
충격파가 폭풍처럼 순식간에 밀어 닥쳐 휩쓸고 지나갔다. 믿어지지 않게도 10만 마리가 넘던 황소 괴물들 중 서 있는 것은 고작 수천 마리에 그쳤다. 나머지는 피를 토하고 쓰러져 몸을 부르르 떨더니 잠잠해졌다. 몸속의 장기가 전부 일시에 터져버려 재생할 수 없었다.
그만큼 준은 신의 아티팩트를 무려 4개나 소유해 권능과 기운을 절반이나 흡수했기에 이렇게 파괴력이 무서운 것이었다.
“으음, 설마 이렇게까지 위력적일 줄이야.”
준도 믿어지지 않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죽은 황소 괴물이 평지에 흩어져 쓰러져 있어서 그렇지 한곳에 모아 놓는다면 봉우리가 하나 새로 생겼을 것이었다. 죽은 황소 괴물을 그냥 이대로 둘 수 없었기에 화장시키기 위해 화염계 마법을 일으켰다.
“잘 가거라, 황소 괴물이여. 날 만난 게 너희들의 불운이다. 플레어!”
초고열의 불꽃이 일직선으로 주욱 내뻗어졌다. 마치 화염방사기를 쏜 것 같았다.
화르르, 활활!
초고열의 불꽃이라 황소 괴물은 순간 재가 되어버렸다.
물을 뿌리듯이 그렇게 사방으로 초고열의 불꽃을 뿌리자 불길이 크게 번지면서 죽은 황소 괴물의 사체를 태우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수라서 그런지 온 세상이 화장터 같았다. 황소 괴물이 타면서 일어난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을 정도였다.
불길이 워낙 거세게 타오르자 아직 살아남아 있는 황소 괴물들은 달려오던 곳으로 도망쳐버렸다.
스르르 처척!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에 떠 있던 준이 땅으로 내려섰다.
“으음, 이제 끝난 것인가?”
준이 안도하는 것도 잠시였다.
위이잉, 왜애앵.
곤충의 날갯짓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황소 괴물이 몰려왔던 곳이 전방이라면 이번에는 좌측에서 요란한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신경이 거슬리고, 짜증이 일었다. 묘하게도 불쾌감을 유발하는 날갯짓 소리였다. 모기나 파리의 날갯짓 같은 그런 듣기 싫은 소리였는데, 이젠 점점 소음을 넘어 귀가 아플 정도로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하늘 저쪽이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준은 즉시 플라이 마법을 펼쳐 공중으로 떠올라 이글 아이 마법으로 살펴보았다.
“으음, 메뚜기 떼야. 젠장!”
지금 날아오고 있는 메뚜기 떼는 준이 알고 있는 메뚜기와는 조금 달랐다. 흔히 메뚜기라고 하면 곤충이라 할 수 있는데 몸길이가 불과 2~3센티미터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 날아오는 메뚜기는 몸길이가 무려 3배나 되는 9~10센티미터나 되었다. 몸 빛깔은 붉은색이고, 배는 노란색이었다. 전형적인 메뚜기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지만 몸길이가 크고, 특히 입이 무엇이든지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롭게 보였다.
이런 메뚜기가 떼를 이루면서 날아오고 있었는데, 수십만 마리인지 아님 수백만 마리인지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일부의 메뚜기들은 바닥에 내려앉아서는 녹색의 풀들을 마구 뜯어 먹었다.
“으음, 메뚜기 떼를 처리하려면 보통의 마법으로는 불가능해. 어쩌지?”
잠시 방법을 떠올리던 준은 일단 무슨 공격이라도 퍼부어야 했기에 양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고는 대각선으로 내뻗었다. 강력한 마력장을 양손으로 펼친 것인데 공중에 마력장이 응축되었다. 두 개의 마력장이 허공에 응축된 것을 손짓으로 서로 충돌시켰다.
콰앙!
폭음이 터지면서 엄청난 충격파가 날아오는 메뚜기 떼에게로 순간 전달되었다.
후두둑!
충격파에 견디지 못한 메뚜기 떼가 공중에서 대지로 우수수 추락했다. 이런 충격파로 엄청난 수의 메뚜기 떼를 죽였지만 천문학적으로 많았기에 표시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으음, 이런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어. 어쩔 수 없이 권능을 사용해야겠군.”
부우웅!
준은 50미터 정도의 공중에 떠 있었는데, 신의 아티팩트 4개 중 눈과 얼음의 빌헤임의 권능을 펼치기 위해서 500미터 정도의 상공으로 떠올랐다.
스윽!
그러고는 양팔을 옆으로 가슴 위까지 들어 올리더니 빌헤임의 권능을 내뿜었다.
파지지직!
갑자기 대지가 불안정해지면서 번개가 생성되어 지상으로 내리쳤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푸른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생성되어 준의 머리 위에 뭉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거대한 먹구름이 형성되었다.
콰콰콰콰콰!
먹구름 속에서 입자가 가장 크고 굵으며, 탐스럽다는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냉기까지 내뿜어지면서 날아오는 메뚜기 떼에게로 날아갔다.
날갯짓을 하면서 날아오던 메뚜기 떼는 순간 냉동이 되어 바닥으로 우수수 추락하기 시작했다. 꽁꽁 언 냉동 메뚜기 떼의 비가 온 세상에 내리는 것이다.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었던 메뚜기 떼이지만 빌헤임의 권능 앞에서는 초라했다.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못해보고 작살나고 있는 것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메뚜기 떼가 어느덧 끝이 보이고 있었다.
아무리 무서울 것 없었던 메뚜기 떼라고 하더라도 신의 힘 일부가 스며있다는 거대하고, 엄청난 권능 앞에서는 무력했다.
준은 황소 괴물 무리에 이어 메뚜기 떼까지 전멸시켜버렸다.
메뚜기 떼가 전멸했지만 준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마법으로 창조된 세계이기에 이번에는 또 어떤 것이 몰려올지 그게 걱정이었다.
“으음, 이런 식으로는 끝이 없을 것 같아.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야.”
우우우웅!
갑자기 공명음이 준의 몸속에서부터 터져 나오더니 공간이 충격을 받아 출렁거렸다.
츠츠츠츠!
초록색 빛이 내뿜어졌다.
바로 소생의 권능인 벤겔미르였으며, 이어서 파란색 빛이 내뿜어졌다.
이건 바람의 벤뵤르그였다.
이번에는 백색의 빛이 내뿜어졌는데, 눈과 얼음의 빌헤임이었다.
마지막으로 붉은빛이 내뿜어졌는데, 그건 바로 불의 바나리르였다.
이렇게 신의 아티팩트 네 가지의 권능이 모두 준의 몸속에서부터 내뿜어지자 마법으로 창조된 세계에 변화가 일어났다.
최상급의 마나석이 무려 10개나 소비되어 창조된 세계이지만 신의 아티팩트 네 가지의 권능에는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쩌쩌쩌쩡!
금이 가는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마법으로 창조된 세계는 박살나 버렸다.
스스스스!
잠잠하던 공간이 엄청난 기운에 의해 이지러졌다.
준이 다시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의 비밀의 장소, 지하 10층의 통로로 되돌아왔다.
“우욱!”
엄청난 신의 아티팩트 권능을 무려 네 가지나 끌어올려 사용했기에 몸에 무리가 왔다.
준은 침착하게 마음을 진정시켰다. 몇 번의 호흡을 길게 했더니 안정되기 시작했다.
통로의 바닥에는 큰 원 안에 기이한 각종 도형과 룬문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원의 테두리에는 최상급 마나석이 무려 열 개나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심한 충격을 받았는지 최상급 마나석이 모두 박살나 흩어져 있었으며, 마법진도 이미 기능을 잃어 쓸모없는 낙서가 되어 있었다.
끼룩끼룩!
바다 갈매기 3마리가 푸른 하늘을 날아 저쪽으로 날아갔다.
주위엔 온통 바다였다.
콰콰콰콰!
거친 파도를 가르면서 화물선 한 척이 항해 중이었다.
갑판에 나와 바다를 바라보던 마르시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발달된 감각에는 바다 속에서 무엇인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게 감지되었다.
츠츠츠츠!
마르시아의 눈빛이 순간 번쩍였다. 매직아이 마법을 펼친 것이다. 바다 속에서 접근하는 것을 내려다보니 해양몬스터인 디아슈였다.
“으음, 몸길이가 12미터는 되겠군.”
디아슈는 상어와 유사하게 생긴 해양몬스터였다.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치며, 힘이 엄청나다. 그런 해양몬스터가 화물선을 공격하려고 접근 중이었다.
돛의 꼭대기에서 망을 보던 선원이 물살을 가르면서 물속에서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해양몬스터 디아슈를 발견했다.
“디아슈가 다가온다.”
망을 보던 선원의 고함소리에 갑판의 한쪽에 기름을 바르는 작업을 하고 있던 선원들이 깜짝 놀랐다.
“록스, 그게 정말이냐?”
“예, 갑판장님.”
“으아, 충돌한다. 조심해!”
콰앙!
화물선의 측면에 충돌한 해양몬스터 디아슈 때문에 화물선이 크게 휘청거렸다. 부딪친 곳의 일부가 부서져 물이 스며들고 있었다.
“이런 젠장!”
“발리스타에 퀘럴을 장전하라. 어서!”
갑판장의 명령에 선원들은 재빨리 움직여 발리스타에 대형 퀘럴을 장전했다.
선장실에서 럼주를 마시고 있던 선장도 큰일이 일어난 걸 알고는 갑판으로 달려왔다.
“갑판장, 무슨 일인가?”
“선장님, 디아슈가 공격해 왔습니다.”
“뭐라? 어서 발리스타로 공격해!”
“안 그래도 퀘럴을 장전해 조준하고 있습니다.”
“침착해, 꼭 명중시켜야 한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최선 가지고는 안 돼. 무조건 맞춰야 해.”
“예, 선장님.”
마르시아는 신분을 숨기고 있었기에 지켜만 보고 있었다.
츄웅!
화물선으로 디아슈가 접근하자 발리스타에서 대형 퀘럴이 발사되었다. 공중에 선을 그리면서 날아간 대형 퀘럴은 운이 좋아서 디아슈의 등에 명중되었다.
대형 퀘럴이 박혔다고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처를 입었기에 디아슈는 일단 바다 속으로 잠수하면서 기회를 보았다.
잠시 후, 공격 기회가 찾아왔기에 수면을 향해 부상했다.
콰앙!
디아슈는 화물선 바닥을 들이받았다. 화물선이 크게 흔들거렸다. 충격을 심하게 받았기에 일부가 파손되어 차가운 바다물이 스며들었다. 이런 상태로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 마르시아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디아슈를 사냥하기로 했다.
스스스스!
투명화 마법으로 일단 선원들의 눈에 몸을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런 다음에 전격계 마법을 준비했다가 디아슈가 화물선 가까이 접근하자 내뻗었다.
파지지직!
체인 라이트닝 마법이 펼쳐지자 발버둥 치던 디아슈는 순간 기절해 물위로 둥둥 떠올랐다.
“디아슈가 떠올랐다.”
“작살을 가져와. 어서!”
츄츄츙!
선원들이 작살을 던져 디아슈를 맞추었다. 이것도 모자라서 찰스 용병대의 용병들도 석궁에 퀘럴을 장착해서 발사했다. 또한 활을 가진 용병들은 화살을 쏘았다. 발리스타의 대형 퀘럴까지 등에 박히자 피가 주르륵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