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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26화 (22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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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스윽!

그런 후 마르시아가 손짓하자 공중의 한 곳이 이지러지면서 황금 문이 나타났다. 바로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의 아공간이었다. 지배인과 보석 감정사는 아공간을 쳐다보고는 입이 쩌억 벌어졌다.

마법주머니는 마법사들이 만들어 파는 아티팩트이기 때문에 부유한 귀족들이라면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공간은 마법실력이 7서클이 되지 못하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즉, 마르시아가 7서클 마법사라는 뜻이었다.

“으음, 마법사셨습니까?”

“하하하, 그렇다네.”

그는 그렇게 대답하며 구입한 도자기를 간단하게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츠파파팟!

그러자 마르시아의 아공간 문이 닫히면서 순간 사라져버렸다.

“앞으로도 명품을 준비해 놓을 테니 다시 한 번 찾아 주십시오.”

“그러지. 언제고 여길 다시 한 번 들리도록 하지.”

“들려만 주신다면 영광입니다.”

“나는 바빠서 이만 가야겠어.”

스윽!

마르시아가 소파에서 일어나자 지배인도 따라서 일어났다.

저벅저벅!

마르시아는 샤반 밖으로 걸어 나가 마차에 올랐다.

콰르르르!

호화로운 마차의 바퀴가 움직이면서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콰르르르!

백마가 끄는 호화로운 귀족마차는 항구도시 로스브루어리에서 가장 번화가에 자리 잡은 고급호텔 ‘할리’ 앞에 멈추었다.

마르시아가 마차에서 내리자 호텔 앞에 서 있던 남자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마르시아는 호텔 로비로 걸어 들어갔다.

지배인은 그에게 가장 전망이 좋은 3층의 스위트룸을 권했고, 그는 간단히 승낙했다. 마르시아는 마차를 타고 오면서도 생각은 온통 도자기에 가 있었기 때문에 반쯤은 넋이 나간 상태였다.

‘으음, 이런 명품을 만들어 내다니 정말 대단해.’

샤반에서 도자기를 구입해 나온 후 그는 인근에 있는 각 상점으로 들어가 쇼핑을 했다.

그렇게 특색 있는 기념품과 각종 수공예품을 구입하면서 엘도라도에 관해서 정보도 입수했다.

마케리안 대륙에서 왕국과 제국을 통틀어서 가장 단기간에 급격한 발전을 이룬 곳이 바로 엘도라도라 했다. 온갖 신기한 물건들도 그곳에서 개발되어 대륙 전역으로 상인이나 대상을 통하여 판매되고, 특히 암염보다 더 염도가 높은 천일염이라는 걸 개발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다.

또한 귀족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차 문화도 대중화해 이제는 기사나 평민, 상인, 농노에까지 급격하게 보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차는 등급에 따라 가격차이가 심하기에 농노들은 가장 싸고 저렴한 차를 주로 이용했지만 말이다.

또한 실용성과 예술적인 가치가 높은 도자기도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엘도라도는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으로 단기간에 급격한 부를 축적한 뒤 그 막대한 자금력으로 영지의 도로를 개발하였다. 뒤이어 성도 축성했으며, 영지민들의 생활개선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소규모 상인부터 각 왕국의 거대상단, 용병, 유민들까지 엘도라도로 이주하려고 난리였다. 일단 엘도라도에만 가면 배를 굶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며, 각종 일거리가 넘쳐나고 있었기에 무엇을 하던지 간에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었다. 또한 엘도라도에서는 영지병을 대규모로 모집했는데, 처우도 다른 곳에선 감히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좋다고 한다. 그렇게 최근 몇 년 사이, 대세는 엘도라도로 바뀌어 있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였다.

이렇다 보니 해상무역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그래서 엘도라도를 오고가는 정기 화물선과 여객선도 날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 엘도라도는 바렌 왕국을 넘어 하나의 작은 왕국이나 마찬가지였다.

마르시아는 상인에게서 엘도라도에 관한 정보를 듣다가 불현듯 신의 선물을 놓고 싸우던 인간족 마법사가 떠올랐다.

어쨌든 내일 정오에 엘도라도로 향하는 정기 화물선이 출항한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밤은 여기 할리 호텔에서 묵게 된 것이다.

똑똑!

노크소리에 마르시아는 사색에서 깨어났다.

“뭐야?”

“주문하신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들어와.”

“예, 알겠습니다.”

한쪽에 마련돼 있는 테이블에 주문한 요리가 차려졌다. 방금 구운 빵을 비롯해, 스프, 해산물 요리 10가지와 국수요리 6가지, 특제소스를 곁들인 육류요리 6가지가 푸짐하게 차려졌다.

곁들일 야채샐러드, 과일샐러드, 얼음을 곱게 갈아서 꿀과 과일을 섞어 만든 과일빙수까지 있었다.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상태였지만 식성 또한 심미안과 마찬가지로 미식가인 마르시아였기에 천천히 요리를 음미하면서 한 시간이 넘도록 식사를 했다.

“쩝쩝, 정말 맛있군. 엘도라도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니 이건 신세계나 다름없었어. 이번에 그곳을 방문해서 알아보고, 틈틈이 쇼핑도 하면서 추억을 만들어야겠어. 하하하하!”

스스스스!

마르시아는 낮에 구입했던 도자기를 아공간 속에서 꺼내어 만져보면서 감상했다. 하나같이 명품들이었다. 보면 볼수록 싫증이 나야 정상인데 이 도자기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더욱 정감이 가고, 그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새벽이 지나가고 있었다.

끼룩! 끼룩!

흰 갈매기 십여 마리가 하늘을 날아 할리 호텔의 창가를 지나쳐갔다. 갈매기 울음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마르시아는 감상하던 도자기를 아공간 속에 집어넣고는 옷을 벗고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더러운 것을 못 참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그이기에 목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루에 한 번씩 하고 있었다. 물론 마법으로 간단하게 씻을 수도 있었지만 약간 번거롭더라도 직접 물에 들어가 씻는 게 훨씬 개운해서 그는 목욕을 좋아했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마르시아는 호텔정문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준비된 마차를 타고 용병길드로 향했다.

끼이익!

용병길드의 문을 열고 마르시아가 들어서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전부 모아졌다.

그의 인간 같지 않은 아름다움에 충격을 받은 듯 눈이 커진 자가 대부분이고, 사무를 보던 여직원조차도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도 그걸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린 그녀가 당황해하며 급히 물었다.

“어, 어떻게 오셨나요?”

“용병대를 고용하고 싶다.”

“의뢰는 어떤 것입니까?”

“바렌 왕국의 엘도라도까지 날 호위하는 임무다.”

“용병은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50명 정도에 기간은 10일 정도면 되겠는데, 가능한가?”

“50명에 기간이 10일이라면 의뢰비가 제법 비쌀 텐데요?”

“의뢰비는 상관없다.”

“그럼 300골드는 주셔야 합니다.”

“숙식비까지 해서 500골드 주지. 단, 정오에 엘도라도로 가는 정기 화물선이 있다고 하니 그걸 타고 가고 싶다.”

“의뢰비만 주신다면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마르시아는 허리에 매달고 있던 마법주머니 속에서 100골드짜리 골드화를 5개 꺼내어 건넸다.

“여기 500골드다.”

“당장 용병대를 준비해 드릴게요.”

여직원은 한쪽 소파에 앉아 있던 찰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여직원과 눈빛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찰스는 용병대를 운영하고 있는 대장이었다.

그는 즉시 용병길드 밖으로 나가 대원들을 소집했다.

모처럼의 큰 의뢰였다. 500골드짜리 의뢰는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의뢰도 간단한 것으로, 10일 동안 귀족 한 명의 경호업무.

B급 용병 15명과 C급 실력을 가진 용병 35명으로 이루어진 찰스 용병대는 정오까지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서둘렀다.

사실상 준비할 것도 크게 없었다.

화물선을 타고 2일간 항해를 한 뒤에 엘도라도에 들어가서는 귀족 한 명을 호위하면서 그렇게 나머지 8일간의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런 의뢰는 식은 스프 먹기나 나름 없고, 이미 말과 무기는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각자 식수와 식량만 구입하면 끝이었다.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찰스 용병대원들은 각자 식수와 식량을 구입해서 용병길드 앞에 집결했다.

찰스 용병대가 준비를 하는 동안 마르시아는 용병길드에서 차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그러자 찰스가 용병길드 안으로 들어오더니 말했다.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런가?”

“예, 이제 선착장으로 가시기만 하면 됩니다.”

“좋아, 가지.”

마르시아는 찰스에게 바로 말을 낮추었다. 찰스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르시아는 척 보기에도 신분패가 필요 없을 정도로 귀족 이라는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 이건 비단 그뿐만 아니라 마르시아를 본 자들이 하나같이 하는 생각이었다.

마탑에서 마법으로 발급하는 신분패를 마르시아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 가지고 있었다.

백작과 자작, 남작의 작위를 가진 귀족의 신분패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가진 것은 최근 멸망한 켈로 왕국의 귀족 신분패인지라 사실 확인이 더욱 어려웠다.

엘도라도에 남작이라는 귀족이 관광차 방문하는데 경호할 용병대나 기사단도 없이 방문 한다는 건 의심을 받을 소지가 다분했다. 그래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이렇게 번거롭지만 찰스 용병대를 고용한 것이었다.

의뢰비로 500골드나 지불했지만 마르시아에게는 돈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보석을 몇 개만 팔아도 충분하게 쓰고도 남을 돈이 수중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도자기 구입자금 37만 골드를 다이아몬드 22개로 구입했겠는가?

그의 아공간 속에는 보석과 쥬얼리, 각종 보물로 가득했기에 자금 동원력을 따진다는 게 웃기는 일이었다.

선착장에는 엘도라도로 출항하는 정기 화물선이 준비를 끝마치고 대기해 있었다. 정기 화물선의 노예들은 마르시아의 호화로운 귀족마차를 먼저 실었으며, 다음으로 찰스 용병대의 50마리 말을 실었다.

모든 출항 준비가 끝이 나자 정기 화물선은 선착장을 벗어나 바다로 나갔다. 앞으로 2일간 항해를 하면 목적지인 엘도라도 선착장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마르시아는 선실에 있는 게 답답해서 갑판으로 나왔다.

그는 푸른 바다와 출렁거리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엘도라도에 대한 환상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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