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25화 (225/284)

0225 / 0284 ----------------------------------------------

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스스스슷!

순간 키메라 오우거 500마리가 전부 흩어지듯 사라져 버렸으며, 키오킹은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그가 쓰고 있던 황금투구의 이마에 돋아나 있는 뿔에서 기이한 빛이 번쩍이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바닥에 놓여 있는 황금투구를 집어든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후후후, 언데드인 스켈레톤과 데스나이트도 대단하지만 10만의 키메라 오우거 군단을 차지한 건 정말 행운이야.”

지하 공동에 전투대형을 유지하고 있는 스켈레톤과 용아병을 바라보던 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용아병과 스켈레톤들은 귀환하라. 단 10마리의 스켈레톤은 여기에 남아라.”

“…….”

용아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아 있을 10마리의 스켈레톤을 지정했다.

스스스스!

스켈레톤들이 먼저 마법공간으로 사라졌고, 용아병이 나중에 사라졌다.

“자, 스켈레톤들아 가자.”

저벅, 저벅!

스켈레톤들은 김준의 명령에 따라 지하 10층을 향해 2마리씩 조를 이루면서 앞장서서 이동을 시작했고, 그 뒤를 쫓아 준이 걸어갔다.

콰르르르!

8마리의 백마가 끄는 호화로운 귀족마차 한 대가 잘 닦인 길을 달리고 있었다.

경사진 곳을 지나 약간 비탈진 길을 내려가자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났다.

아기자기한 하얀 집들과 푸른 바다, 고기잡이배들이 고기를 잡고 있었으며, 화물선이 항구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모습이 무척 평화롭게 보였다.

항구에는 화물선이 많이 정박해 있었다. 이곳은 르완 왕국의 모리투스 백작령의 항구도시 로스브루어리였다.

스르륵!

마차의 창문이 열리면서 잘생긴 20대 초반의 남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로, 사실 레드 드래곤인 마르시아가 폴리모프 마법으로 변신한 것이다. 드래곤의 모습에서 인간으로 변신한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으음, 예전에 한 번 와본 곳이라 다시 들렀는데 로스브루어리는 언제 봐도 이렇게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남아 있구나. 이런 게 나는 마음에 들어.”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는 수면기에 들어가기 전 512년 전에 이곳을 한 번 구경하고 간 적이 있었다. 그전에도 제대로 구경을 해본 것은 아니만 그때보다 더 발전되고 활기차 보였다.

휘이이이!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던 마르시아는 씨익 웃으면서 다시 창문을 닫았다.

와글와글!

항구의 거리에는 평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를 많이 나와 있었다. 음유시인들이 거리에서 노래와 악기를 연주해 흥을 돋웠다.

눈부신 햇살만큼 밝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방에 가득했고,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여유가 넘쳐보였다. 아름답고 부유한 항구도시 로스브루어리는 여러 왕국에서 온 여행자들로 넘쳐났다.

부두로 가는 길에는 노점상들이 수레에 싱싱한 과일과 야채, 각종 먹을거리를 팔고 있었다.

“싱싱한 과일 있어요.”

“방금 뽑아온 야채입니다.”

“맛이 끝내줍니다. 구입해 가세요.”

웅성웅성!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은 저마다 눈으로 구경만 해도 즐거운 쇼핑을 하며 흥겨움에 젖어갔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주머니 속에서 돈이 나와 무엇인가를 구입하곤 했다. 그를 위해 죽 늘어서 있는 상점들에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기념품과 각종 수공예품도 많았다.

항구도시 로스브루어리는 낮에도 좋지만 밤이 되면 마법등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밤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해두었다.

마법등을 밝힌 노천상점에는 각종 해산물과 술을 팔았으며, 그로 인해 항구도시 특유의 다양한 맛과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콰르르르!

그때였다. 백작 정도의 고위 귀족이라야 소유가 가능한 사치스러운 백마가 끄는 호화로운 귀족마차가 나타나자 평민들이나 여행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마차를 쳐다보았다.

끼이익!

마르시아가 타고 있는 마차가 멈추자 마부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제빨리 마차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마차에서 마르시아가 내리자 주위에 있던 여성들이 모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흰 블라우스에 하의는 검은색 바지를 입은 그는 새하얀 피부에 잘 발달된 몸매, 귀티가 나면서도 조각 같은 얼굴까지, 한마디로 눈부실 정도로 잘생긴 사내였다.

몽롱하게 눈이 풀린 여성들과 길을 걸어가던 남자들까지 입을 쩌억 벌리고 쳐다보았다.

저벅 저벅!

그는 항구도시 로스브루어리에서 가장 큰 상점인 ‘샤반’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 여점원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동시에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마르시아는 상점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 사이 여직원은 마르시아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눈이 커졌다. 한쪽에서 상품을 정리하던 직원들도 입을 쩌억 벌리면서 경악했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제법 잘생긴 남자들도 많이 보았지만 마르시아처럼 이렇게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정도로 잘생긴 남자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요즘 어떤 것이 인기가 있나?”

“아예, 바렌 왕국의 엘도라도산 물건이 최고입니다.”

“그래?”

“예, 손님. 청화백자 다기세트와 접시세트, 물컵세트, 그리고 꽃병도 아주 인기가 좋습니다. 물건이 들여오기 무섭게 팔리고 있어요.”

“어떤 것인지 보고 싶군.”

여직원이 재빨리 진열대에 있는 것을 가리켰다.

“이쪽에 진열되어 있으니 한번 구경해보십시오.”

“그러지.”

“으음, 이런 물건은 처음 보는군?”

마르시아는 청화백자 접시세트를 보고는 문화적인 큰 충격을 받았다.

청화백자 접시세트는 그로서도 처음 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물건이었다. 평민들이나 농노들이 사용하는 토기에서부터 귀족들이 많이 쓰는 은접시까지 사용해보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정말이지 이런 물건은 처음이었다.

상인들은 구리로 만든 접시를 사용하고, 평민들은 구리나 나무그릇을 함께 이용하고, 농노들은 가난하기에 나무를 깎아 만든 그릇을 주로 사용한다.

그렇기에 표면이 반짝거리고, 아름다운 문양과 형태에 완전히 매료된 마르시아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청화백자 접시세트에 푹 빠져 버렸다.

“으음, 여기에 있는 접시세트는 얼마지?”

“8점이 한 세트이고, 천 골드입니다.”

“내가 구입하겠어. 접시세트 옆에 있는 다기세트는 얼마인가?”

“찻주전자 1점과 찻잔이 4점, 차받침 4점, 찻잔의 뚜껑도 4점으로 이루어진 다기세트이며 2천 골드입니다.”

“하하하하, 그것도 내가 구입하지.”

“어머, 이것도요?”

그러자 마르시아 옆으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아부하듯 말했다.

“고가의 물건을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마르시아는 그를 아래위로 살펴보면서 대답했다.

“당신은 누구지?”

“저는 이 샤반의 지배인을 맡고 있는 아디브라 합니다.”

“지배인?”

“이곳 샤반의 영업에 관한 일체의 업무를 처리하는 권한을 가진 책임자입니다.”

“그게 지배인이었군?”

“그렇습니다. 다른 것들도 있는데 꽃병이나 블루문항아리, 상감청화백자병도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것들도 아름다운가?”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구입하신 것보다 더 명품입니다.”

“그렇다면 보고 싶군.”

그리하여 지배인 아디브가 안내한 곳에는 또한 그가 처음 보는 품질의 꽃병 20점과 블루문항아리 25점, 상감청화백자병 5점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르시아는 감동을 받아 손을 떨면서 조심스럽게 꽃병과 항아리를 살펴보았다.

“아! 이런 명품은 처음이야.”

“저도 이 명품이 들어오고는 한동안 충격적일 정도로 감동을 받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으음, 이것들의 가격은 어떻게 되지?”

“오른쪽 끝에 있는 것이 가장 작은 작품으로 2천 골드이며, 그 옆의 꽃병이 3천 골드, 그 옆이 4천 골드, 마지막 대형 꽃병이 가장 아름다운 명품으로 1만 골드입니다.”

“으음, 다른 것들도 좋지만 마지막 것이 가장 매혹적이야.”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이쪽의 블루문항아리를 봐주십시오.”

스윽!

지배인의 말에 마르시아는 고개를 돌려 블루문항아리가 놓여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지배인의 설명이 이어졌다.

“블루문항아리는 세 가지의 크기로 나뉩니다. 오른쪽의 가장 작은 작품이 5천 골드이며, 중간 것이 7천 골드, 큰 것이 1만 골드입니다.”

“꽃병보다 더 작품의 완성도나 미적 감각이 높은데도 가격은 그리 비싸지는 않는군?”

“제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낮게 책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투자가치가 높기 때문에 이런 걸 소유하시기만 하면 나중에 가격은 더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멋지군. 명품이야.”

마르시아는 블루문항아리를 한 점씩 자세하게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특유의 심미안으로 아름다운 물건, 즉 명품을 보면 어떻게 하던지 간에 소유하고 싶어 하는 마르시아이기에 그는 블루문항아리를 전부 구입하려고 마음먹었다.

‘하하하, 이번 유희에는 명품을 많이 보는군! 드워프만 명품을 만드는 줄 알았는데, 인간족에도 이런 명품을 만드는 자가 있다니 놀랍군.’

“하나같이 모두 명품들이군.”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저희 상점에서 가장 고가이며, 명품중의 명품인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명품 중의 명품이라고 하는걸 보니 드워프 물건인가?”

“아닙니다. 드워프들은 아직 도자기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런가?”

“그렇습니다. 이쪽을 봐주십시오.”

지배인의 손짓에 따라 마르시아는 고개를 돌렸다. 블루문항아리와 다른 좀 더 매혹적인 형태의 명품이었다.

“이 작품들은 표면에 조각칼로 깎은 후 문양을 넣은 작품입니다.”

“표면을 깎은 후 문양을 넣는다? 정말 특이하군?”

“그렇습니다. 상감기법이라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의 명칭은 상감청화백자병이라고 합니다.”

“상감청화백자병?”

“그렇습니다. 그려진 그림과 상감기법, 조화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보시면 알게 되시겠지만 명품중의 명품입니다.”

“오오, 이런 걸작은 처음 보는군!”

“오른쪽 가장 작은 작품이 1만 골드, 그 옆의 것이 1만5천 골드, 1만 8천 골드, 2만 골드, 3만 골드입니다.”

“이 정도의 걸작이라면 돈이 전혀 아깝지 않으니 전부 구입하겠다.”

“여기에 진열된 것 전부를 말입니까?”

“그래. 모두 얼마지?”

“먼저 접시세트 3점 3천 골드, 다기세트 2점 4천 골드, 꽃병 20점 7만 골드, 블루문항아리 25점 20만 골드, 상감청화백자병 5점이 9만3천 골드이니 모두 37만 골드입니다.”

“37만 골드?”

“예, 그렇습니다.”

“여기에 혹시 보석도 취급하나?”

“예, 그렇습니다. 보석을 가지고 있으십니까?”

“드워프가 세공한 보석이 있으니 감정을 받은 후 대금을 지급하겠네.”

“알겠습니다. 보석 감정사를 데려 오도록 하겠습니다.”

마르시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직원이 재빨리 보석 감정사를 데려왔다.

보석 감정사는 마르시아가 꺼내놓은 드워프 세공 보석을 하나 하나 정밀하게 감정해 보고는 눈이 커졌다.

하나같이 명품이 아닌 것이 없었다.

마르시아는 감정을 받은 22개의 다이아몬드로 간단하게 대금을 지급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