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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22화 (22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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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스스스스!

흩어지듯 그렇게 마르시아는 순간이동 마법으로 레어에서 사라져버렸다.

리치 가디언 판스라는 즉시 가디언들을 소집해 레어의 경비를 늘렸다. 그러는 한편, 인근에 살고 있는 드워프족에게 통보해 상납할 보물을 이전보다 두 배로 늘리도록 조치했다.

그에 드워프족은 약간의 불만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 협상에 따르기로 했다. 레드 드래곤의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서 드워프족의 상납할 보물을 두 배로 늘렸으니 몇 년 지나지 않아 레어의 보물창고는 채워질 것이었다.

얼마 후, 리치 가디언 판스라는 맡은 임무를 서둘러 처리했기에 이제 한가해졌다.

그가 이렇게 서둘러 임무를 처리한 것은 자신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마법연구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어쨌든 부상을 회복한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가 유희를 나선 이상 언제고 준과 다시 마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준은 관문 도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쾅!

폭음이 터지면서 한쪽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불쑥!

그리고 그로 인해 떨어진 파편을 헤치며 스켈레톤이 먼저 일어났다. 하지만 스켈레톤은 미처 방어를 하기도 전에 또다시 공격을 받았다.

퍼억!

그에 스켈레톤의 몸이 부웅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훨훨 날아가 떨어졌고 가슴뼈가 왕창 박살이 났다.

그런 스켈레톤에게 어느새 다가와 고개를 숙여 바라보던 준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츠츠츠츠!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켈레톤은 언데드라 금방 박살났던 뼈가 스르르 붙으면서 회복했다. 심각한 부상이라 할 수 있었지만 역시 언데드라 회복이 사람과는 달랐다.

스켈레톤이 일어나자 준은 벽이 무너진 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불빛이 없었기에 어두운 그 안에는 뭐가 있는지 잘 보이지 않을 텐데도 피식거리면서 웃었다. 역시 준의 눈은 어둠도 가로막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으음, 이곳에 뱀파이어가 어떻게?”

그런 그가 중얼거리며 그쪽을 향해 걸어 나가자 스켈레톤이 그를 말렸다.

“스켈레톤, 뒤로 물러나라.”

“…….”

그의 명령에 스켈레톤은 이내 뒷걸음질을 치면서 준의 뒤로 물러났다.

“어두운 곳에 있지 말고 밖으로 나오너라.”

이윽고 준이 벽이 무너진 어두운 곳을 향해 말하자 그 안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뱀파이어를 알고 있다니 의외인데?”

준의 눈에 보이는 건 바로 외모는 남성이나, 목소리는 선이 고운 여성이었는데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투명한 목소리였다.

“후후후, 내가 모르는 게 있는 줄 알아? 넌 뱀파이어 일족의 진정한 황족이라는 벤트루족이 아니냐?”

“으음, 그것까지 알고 있다니… 누구냐, 넌?”

준이 말한 뱀파이어 일족의 벤트루족은 진정한 뱀파이어의 황족으로 리더십이 강해 모든 존재들을 이끌고 규합하는 데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벤트루족의 매력은 무서운 것이며 우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여러 뱀파이어 종족이 있는데, 우선 귀족인 갱그렐족은 가장 흡혈귀다운 종족으로, 변신과 밤의 생물을 부리는 데 능하며 가장 본능적이고 강한 일족이다.

브루하족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유산과 문화를 지키고 수호하는 일족이며 노스페라투족은 어둠을 좋아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더러운 일족이다.

흔히 흡혈귀라 하면 우아하고 깨끗한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들의 모습은 반대였다.

그리고 토리도족은 생전에 예술가나 시인들의 집합체이고 트리미어족은 주로 주술사, 마술사, 마법사 등의 이교의 지식에 능통했던 자들의 집합으로, 보다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영생을 추구한 자들이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흔히 괴변가로 통하는 말카비안족이 있는데, 이들의 괴변에는 깊은 뜻과 식견 그리고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하지만 괴변은 늘 시끄럽고 터무니없기 때문에 다른 일족이 피한다.

저벅 저벅!

벽이 무너진 어두운 곳에서 마침내 그가 걸어 나왔다. 그는 새하얀 피부에 잘 발달된 몸매, 수준급 이상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뱀파이어의 특징이었다. 또한 흡혈을 하기 위해서 송곳니가 발달되어 있었지만 평상시에는 보통사람의 송곳니와 똑같았다.

그는 현재 흰 블라우스 검은색 바지 차림이었고 등에는 외투를 걸치고 있었는데 겉은 검은색이고 안은 검붉은 색이었다.

그런데… 준이 책을 통해 알기로, 뱀파이어 일족은 마도시대 때 모두 멸족되었다. 때문에 의아할 수밖에 없기에 그는 뱀파이어를 향해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난 나야.”

“흥,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느냐?”

“후후,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군. 난 프리맨이라 한다. 넌?”

“난 뱀파이어 일족인 벤트루족 부타비크라 한다.”

“부타비크, 어떻게 네가 지하 8층에 있는 것이지?”

“이곳의 주인인 현자 크라이오튼이 나를 살려주는 조건으로 이곳을 지나가는 자를 막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 임무를 받은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 잠들어 있었다.”

“으음…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났거늘 약속을 지키다니, 대단하군.”

“이곳에 오랜 세월 동안 깊은 잠을 자다 보니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는데 너는 아는 것 같구나. 지금이 언제냐?”

“이곳의 주인인 현자 크라이오튼은 지금으로부터 만 년 이상 된 마도시대 말기 때의 인물이다.”

“으음, 그럼 최소 만 년이 흘렀다는 말이군.”

“그럴 것이다. 그보다 부타비크,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나의 질문에 대답해주었으니 물어보아라.”

“너희 뱀파이어 일족은 어떻게 생겨난 거지?”

“하하하하, 그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던 우리 일족만의 비밀을 물어보는구나. 하지만 나 혼자 남았기에 알려주마.”

부타비크의 말에 의하면 마도시대 초기 때의 일이다.

한 네크로맨서가 어둠의 마법(흑마법)을 이용하여 키메라를 연구했다. 네크로맨서라면 누구나 키메라를 연구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였기에 그도 당연히 키메라를 연구하게 되었다.

조금은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거대한 솥에 수십 가지의 마법재료를 섞다가 실수로 그만 선반을 건드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 선반 위에 있던 마계의 하급 마물들의 부산물과 귀족인 마족의 피가 중간계의 최강종족인 드래곤(골드, 실버, 레드, 화이트, 블루, 그린, 블랙)의 일곱 종족의 피와 섞이고 말았다.

이제까지 고생을 하면서 준비한 재료가 뒤섞였기에 결국 실험은 실패였다. 하지만 그대로 버리면서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그는 그대로 거기에 어둠의 마법과 주술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최초로 창조된 종족이 바로 뱀파이어 일족의 황족인 벤트루족이었다. 실수가 오히려 새로운 종을 창조한 것이다.

그는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뱀파이어 일족을 창조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실험은 계속 실패였다. 그래도 실험의 약 70% 정도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다른 재료를 집어넣어 실험을 계속했다.

그러다 창조된 것이 바로 뱀파이어 일족의 다른 족인 갱그렐족, 브루하족, 노스페라투족, 토리도족, 트리미어족, 말카비안족이었다.

그들은 인간들처럼 육체적인 접촉으로는 종족을 번식하지 못하지만 상대의 피를 흡혈하고, 목을 물면서 가지고 있는 피를 약간 불어넣으면 일족으로 변했다. 하지만 원래의 뱀파이어 일족보다는 약한 일종의 하프 종족이 되었다.

그렇게 뱀파이어는 날로 번성했다.

그래서였을까, 피해가 극심하다고 판단한 마탑의 고위 마법사들은 뱀파이어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 땨뮨애 뱀파이어들은 사냥을 피하기 위해 대륙 전역으로 흩어져 숨어서 살게 되었다.

그러다 1차 신마대전쟁이 일어나 대륙이 큰 피해를 입게 되었고, 그것은 뱀파이어 일족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뱀파이어 일족은 꾸준하게 일족을 만들었다.

하지만 마도시대의 고위 마법사들은 지속적으로 뱀파이어를 사냥했고, 수가 많이 줄었다. 그러다 2차 신마대전쟁이 일어나 대륙의 지각변동이 생길 때, 그 신마대전쟁에 참여한 그들은 마침내 멸족하고 말았다.

뱀파이어 일족의 황족인 벤트루족은 다른 일족보다 개체수가 현저하게 적었다.

대륙 전역에 흩어져 있던 일족을 전부 포함해도 불과 500명이 안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은 신마대전쟁을 겪으면서 모두 전멸했다.

하지만 다행히 현자 크라이오튼에게 우연히 발견된 부타비크가 그와 싸우다가 붙잡혔고, 그로 인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즉, 부타비크를 살려주는 조건으로 이곳 비밀의 장소에서 침입자를 막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비밀의 장소 지하 1층과 지하 2층은 침입자가 간혹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이곳, 즉 그가 있는 곳은 지하 8층이기에 아직 한 번도 침입자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깊은 수면에 빠져 있었던 그였는데, 이번에 드디어 잠에서 깨어나 침입자를 막게 된 것이었다.

“자, 이제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해준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싸워보자.”

“부타비크, 잘 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넌 나의 상대가 아니다.”

“뭐야? 흥, 나를 무시했으니 큰 고통을 주고 죽이고 말겠다.”

“후후후, 현자 크라이오튼이 이 자리에 있다고 해도 날 이기지 못할 텐데 네가 과연 날 이길 수 있을까?”

“이… 죽여 버릴 테다!”

쉬이잇!

준의 비아냥거림에 화가 치민 부타비크는 헤이스트 마법이라도 펼친 것인지 순식간에 준에게 접근해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하지만 준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상체를 뒤로 젖힘과 동시에 좌우로 흔들며 공격을 피했다.

때문에 눈 한 번 깜빡거릴 정도의 시간에 부타비크는 준에게 연속으로 12번이나 스트레이트를 날렸지만 한 방도 격중시키지 못했다.

이에 당황한 부타비크는 역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재빨리 뒤로 공중제비를 시전하면서 물러났다.

휘리릭, 처척!

준은 1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섰다. 그러고는 손바닥을 활짝 펴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더니 앞으로 내뻗었다.

슈아아앙!

파공음이 일어나면서 강력한 기운이 부타비크에게로 날아왔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위기감을 느낀 그는 재빨리 옆으로 회전해 피했다.

쾅!

부타비크가 있던 뒤의 벽면에서 폭음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벽면에 지름이 약 2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손바닥이 손도장을 찍은 것처럼 움푹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우수수.

벽이 박살나면서 파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꿀꺽!

부타비크는 입 안이 말라오는지 침을 삼켰다. 만약 저 공격에 격중되었다면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이제야 상대가 도발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저런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신감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이제 그는 상대를 경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츠츠츠츠.

열 개의 손가락 끝에서 손톱이 순식간에 자라났다. 적어도 30센티미터는 넘을 것 같았다.

쉬이잇, 파팟!

부타비크가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준에게 접근해 양팔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손톱이 무기였기에 스치기만 해도 살이 쩌억 벌어질 것 같았다.

그에 준은 보법을 밟으면서 여유롭게 부타비크의 모든 공격을 피했다.

미꾸라지처럼 잘도 피하는 준의 모습에 부타비크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한 번만 맞아라. 이얍!”

쉬쉬쉭!

인간의 동체시력으로 따라잡기 힘들 정도의 빠른 손톱 공격 이었지만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헉헉… 정말 인간 맞아?”

“후후후, 난 분명 인간이다. 부타비크, 그동안 약한 자들만 상대한 모양이구나?”

“으아아아! 죽여 버리겠어!”

스으읏.

부타비크가 갑자기 손톱으로 손바닥을 긋자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아무리 빠른 공격을 퍼부어도 준을 맞추지 못하자 다른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츠츠츠츠.

피가 방울지면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백여 개는 되어 보였다.

투웅!

손가락을 튕기자 백여 개의 핏방울이 암기가 되어 준에게 날아왔다. 피할 곳까지 계산해 날린 핏방울이기에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부타비크의 갈라진 손바닥의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마치 트롤의 재생력을 보는 듯했다.

준은 손가락으로 허공에 간단하게 원을 한 번 그렸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날아오던 핏방울이 모두 공중에 멈춰버리더니 연기로 변해 흩어져버렸다. 고열에 핏방울이 증발해버린 것이었다.

그의 놀라운 수법에 부타비크는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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