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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21화 (22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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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스스스스!

준은 그제야 마력장을 거두었다.

그런 그는 제법 마력의 소모가 많았기에 땀이 한 방울 또르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가 직접 걸어가서 파괴해야 끝이 나겠어.”

저벅 저벅!

그것을 훔쳐낸 그는 중얼거리며 혹한의 관문 앞으로 나섰다.

통로에 서서 볼 때는 몰랐는데 그곳은 뼛속까지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기온이 낮은 곳이었다. 이 정도로 혹한이기에 스켈레톤이 견디지 못하고 얼어붙은 것이다.

블러드 게이트가 말한 혹한의 길이 또 한 번 실감났다.

츠츠츠츠!

그는 보호막을 펼치면서 보호막이 얼어붙지 못하도록 화염계 마법도 이중으로 펼쳤다. 그러자 제법 훈훈한 기운이 느껴졌다.

휘이이이!

이때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바람소리가 들려왔는데 준의 귀에 크게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보호막의 표면의 뜨거운 열기와 빙계마법진에서 내뿜어진 혹한이 서로 충돌하면서 수증기가 발생했다.

그런데 그 양이 어마어마했기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수증기는 이내 공동의 천장으로 치솟다가 순간 얼어붙으면서 얼음 알갱이가 되어 후두둑 떨어졌다. 그것은 눈이라기보다 우박에 가까웠다.

그렇게 수증기가 사라진 후 준은 얼어붙은 스켈레톤의 옆을 지나 계속 걸어갔다.

빙계마법진에서 내뿜어지는 혹한의 냉기와 마력이 준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였지만 그 정도로 큰 영향을 받을 그가 아니었다.

그는 천왕대심공을 극성까지 익혔으며, 마법도 9서클 마스터에 올라 있었다.

신의 아티팩트 4개의 권능과 기운도 일부 흡수한 상태였다. 이런 준의 발걸음을 막을 것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마력장을 좀 더 끌어올리면서 걸었다. 그러다 마침내 빙계마법진 앞에 걸음을 멈춘 그는 손을 앞으로 천천히 내밀면서 허공을 움켜쥐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엄청난 압력이 발생하였고, 그것에 빙계마법진이 새겨진 금속판은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콰지직.

퍼펑!

이윽고 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빙계마법진이 새겨진 금속판이 터져버렸다. 동시에 금속판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혹한의 냉기도 순간 사라져버렸다.

츠츠츠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준은 바나리르가 가지고 있던 불의 기운을 조금만 끌어올려 사방에 퍼뜨렸다.

그랬더니 순식간에 공동에 쌓여 있던 눈들이 녹아 물이 되어 한쪽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이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공동은 암석을 깎아 만든 곳이었다.

‘후후후, 역시 바나리르의 불의 기운은 정말 대단해.’

속으로 중얼거리던 준은 갑자기 외쳤다.

“블러드 게이트여, 시험이 더 필요한가?”

-알렉산드라를 소유한 방문자여, 내가 본 최고의 인간이지만 시험을 중단할 수는 없다.

준의 물음에 블러드 게이트는 마치 육합전성의 수법처럼 그렇게 소리가 사방에 울리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소재를 숨겼다.

“그건 왜 그런가?”

-나의 창조주이신 크라이오튼님의 허락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의 보물을 소유할 수 있는 분은 크라이오튼님과 그분의 후계자뿐이다.

“그럼 그들을 제외한 자들이 이곳에 들어오면 모두 죽이나?”

-그렇다, 방문자여, 하지만 그대는 예외라 할 수 있다. 그대는 알렉산드라를 소유한 방문자이기에 크라이오튼 님의 후계자의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의 뜻은… 후계자의 자격을 가지고 있기에 날 무조건 죽이지는 않았단 의미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방문자여, 만약 후계자의 자격이 없었다면 이렇게 편하게 관문을 통과하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서라도 그대를 빨리 제거했을 것이다.

블러드 게이트의 말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온갖 위험이 있는 관문을 설치할 정도의 수준이면 계속 공격을 퍼부어 쉬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준이 후계자의 자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으음, 그럼 지하 10층까지의 모든 관문을 통과해야 하나?”

-그렇다. 누구도 예외란 없다.

“좋아, 이곳도 나에겐 배울 점이 많기에 도전하겠다.”

-창조주이신 크라이오튼 님의 마법실력과 비슷할 정도로 익힌 방문자이지만 절대 방심하지 마라.

“지금 충고해주는 건가?”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리고 한 가지 알아둬라. 앞으로는 관문을 통과하기가 좀 더 힘들 것이다.

“좋아, 기대해보겠다.”

곧장 이곳을 떠났는지 더 이상 블러드 게이트는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목이 마른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물주머니를 꺼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블러드 게이트의 말대로 마법만 익혔다면 고전을 면치 못하겠지만 그는 이미 천왕대심공과 신의 아티팩트가 있었기에 관문 통과는 유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마케리안 대륙 최남단 플로리아 산.

해발 천 미터가 안 되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주위에 있는 10여 개의 산보다 훨씬 높은 산이었다.

즉, 주변에는 크고 험한 산맥이 없었다. 때문에 포악한 몬스터는 없었고 오크와 고블린 등 하급 몬스터만 수백 마리 살고 있었다.

하지만 대신… 이곳에는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의 레어가 있었다.

그그그긍!

거대한 석문이 열리면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잘생긴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그가 왕자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고급이면서 화려했다.

“으음, 이제야 겨우 상처를 회복했어.”

잘생긴 남자는 바로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였다.

넓고 거대한 소파에 앉은 그는 옆에 놓인 선반을 열었다. 그러자 금으로 주조된 술잔과 작은 술통이 보였다.

그는 술통의 마개를 열고는 레드 와인을 금 술잔에 부었다.

쪼르르!

그리고 찰랑거리는 레드 와인의 향기를 맡더니 천천히 마셨다. 그렇게 레드 와인 한 잔을 비운 그는 사색에 젖어들었다.

7천 살의 고룡 레드 드래곤 로티 렉스 마르시아는 수면기에서 깨어난 지 겨우 3년 만에 유희를 준비해 레어를 떠났었다.  그리고 마케리안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신의 아티팩트 5개를 전부 획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문득 갑자기 신의 선물이 생성되는 시기가 된 걸 안 그는 우선 그곳부터 갔다 오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마케리안 대륙의 북부에 있는 우디 숲까지 날아갔는데… 그곳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바로 만 년 전에 신의 선물을 복용한 오크 쿠퍼가 신의 선물을 다시 차지하기 위해 그곳을 오크들의 집단 거주지로 만들어놓은 것을 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드래곤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레드족이었다. 때문에 비록 드래곤 레어에 생활하면서 마법까지 익힌 오크 쿠퍼였지만 자신의 상대는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해 문화와 인지의 발달 수준이 인간족보다 낮은 오크족의 쿠퍼가 신의 선물을 우연한 기회에 복용함으로써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그는 수명이 만 년으로 늘어났으며, 완전한 몸으로 재구성되었다. 거기다 이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일인데 지능도 인간족의 현자급에 버금갈 정도로 급격하게 좋아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구퍼를 사로잡았던 골드 드래곤 그랜트는 각종 마법연구를 하다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자 그랜트의 딸인 하트렛이 이번에는 쿠퍼를 이어받아 가디언으로 삼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오크 쿠퍼는 하트렛의 레어에 있는 각종 마법서적들을 읽으면서 익히기 시작했고, 다른 수만 권의 책도 보면서 지식을 높였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후, 하트렛마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버리자 오크 쿠퍼는 도망쳐 숨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나타나 우디 숲에서 오크들을 규합해 왕으로 군림했던 것이다.

그런 그는 마법 수준이 9서클에 이르러 있었다. 즉, 아직 마르시아 자신보다는 한수 아래의 마법실력이었다. 때문에 마법에 있어서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인간족의 마법사가 갑자기 우디 숲에 나타나 3파전으로 일이 확대되어버린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마르시아였지만 오크 쿠퍼와 인간족 마법사를 상대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렇듯 신의 선물이 생성되는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강력한 적들 때문에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일. 신의 선물이 생성되는 날 결국 마르시아는 오크 쿠퍼와 인간족 마법사를 상대로 치열한 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싸우던 그들 중 제일 먼저 나가떨어진 건 오크 쿠퍼였다. 바로 인간족 마법사가 야비한 수법으로 신의 선물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 순간 그의 파워 워드 킬 마법으로 오크 쿠퍼는 큰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또한 마르시아도 오크 쿠퍼에게 파워 워드 킬 마법을 격중시켰다. 그리고 다시 석화마법을 펼쳐 공격했다. 때문에 죽는 것은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살아도 제대로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되었다.

물론 오크 쿠퍼는 그 즉시 운이 좋게 워프 마법으로 도망쳐 버렸기에 추격하지는 못했다. 거기다 마르시아도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추격은 쉽지 않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플로리아 산에 있는 자신의 레어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치료에 들어갔다.

너무나 큰 부상을 입었지만 자신은 레드 드래곤이었다. 때문에 그는 최상급의 마나석과 강력한 치료마법을 병행하여 빠르게 외상을 회복시켰다.

그러나 외상보다 몸속의 내상이 더 큰 문제였기에 한동안 노력하여 치료를 해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상처는 모두 회복되었다.

사색에서 깨어난 마르시아는 혼자 중얼거렸다.

“오크 쿠퍼, 너의 실력을 난 인정하겠어.”

미개하다 여겼던 오크라 실력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그는 오크 쿠퍼를 인정하기로 했다.

비록 자신은 고룡급의 레드 드래곤이지만 상대는 수명이 겨우 몇 십 년에 불과했던 오크였다. 그러나 신의 선물을 복용함으로 인해 몸이 재구성되어 수명이 믿을 수 없게도 드래곤보다도 더 긴 만 년의 수명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는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오크 쿠퍼가 큰 부상을 입고 워프 마법으로 도망을 쳤다.

때문에 지금은 어느 곳에 있는지… 그리고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오크 쿠퍼에게 상처를 입한 인간족 마법사도 찾을 수 없었다. 그 또한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지만 큰 부상을 입고 워프 마법으로 도망을 쳤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크 쿠퍼보다 더 강력한 그 인간족을 찾는 일에 몰두하기보다는 유희의 목적이었던 신의 아티팩트를 찾는 일에 착수하는 게 좋겠어.”

이윽고 소파에서 일어난 마르시아는 레어의 보물들을 전부 아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그로 인해 일부 식자재만 남은 레어는 순식간에 레어가 텅텅 비었다.

“판스라 있느냐?”

스스스스!

잠시 후, 그런 레어의 한쪽 허공이 이지러지면서 검은 물체가 튀어나오더니 바닥에 내려섰는데, 바로 검은 로브를 입은 리치였다.

“마르시아 님, 저를 찾으셨습니까?”

“그렇다, 판스라. 이제 상처가 회복되었기에 다시 유희를 다녀오려고 한다.”

“그렇습니까?”

“내가 없는 동안 네가 이곳을 잘 지켜야겠다.”

“네, 레어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하하, 리치 가디언 판스라가 있느니 난 걱정하지 않는다.”

“마르시아 님, 유희를 떠나시기 전에 특별한 지시는 없으십니까?”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레어의 보물을 전부 아공간에 넣어 가져가니 넌 주변의 드워프들에게 일러 창고를 채워놓도록 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마르시아님. 그런데 얼마만큼 여행을 하시다 돌아오실 겁니까?”

“일단 이번 유희는 100년으로 잡고 있다.”

“음, 다른 때보다 길군요?”

“그래. 이번 유희는 나에게 아주 특별하지. 그럼 난 유희를 떠나겠다.”

“잘 다녀오십시오, 마르시아 님.”

판스라의 인사에 마르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용언마법으로 텔레포트 마법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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