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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18화 (21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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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우우우웅!

그러는 와중에도 그의 주변에는 공간이 이지러질 듯한 강력한 마력장이 형성되었다.

두려운 마음에 용아병은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역시나 소용없었다. 그는 마침내 끌어당기는 강력한 흡입력에 의해 그곳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준은 데스나이트를 봉인할 때처럼 이번에도 용아병을 봉인해버렸다. 그 결과 투명하지만 강력한 봉인막에 가로막힌 용아병은 준이 풀어주기 전에는 절대로 그곳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츠츠츠츠.

이윽고 오각형 모양의 봉인막의 크기가 새끼손가락 만하게 줄어들었는데, 그 속에 있던 용아병의 크기도 따라서 줄어들면서 마침내 봉인돌이 되었다.

용아병의 봉인돌은 코끼리의 상아처럼 우윳빛이었다.

스윽.

봉인돌을 만지작거리던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 그걸 집어넣었다. 강력한 언데드인 데스나이트와 용아병을 봉인했기에 그는 마음이 든든해졌다.

한편 거미줄에 칭칭 휘감긴 스켈레톤 200마리는 미라처럼 꼼짝도 못 하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

“후후후, 이런 멍청한 스켈레톤을 어디에 써먹지?”

잠시 생각하던 준은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현자 크라이오튼의 비밀의 장소 안에는 각종 관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때문에 스켈레톤을 어둠의 마법인 흑마법을 이용해 수하로 만들면 위험에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윽고 네크로맨서의 어둠의 마법주문을 떠올린 준은 스켈레톤을 상대로 펼쳐보았다. 그러자 스켈레톤의 붉게 물든 두 눈이 출렁거리면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 했지만 거미줄이 강력하게 휘감겨 있어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점점 강하게 준의 어둠의 마법이 영향을 끼치자 스켈레톤의 붉은 눈은 점점 흐릿해지더니 마침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완벽하게 스켈레톤의 두 눈이 검은 눈이 되자 준은 피식거리며 어둠의 마법을 중지했다. 동시에 스켈레톤에 걸려 있던 어둠의 마법은 해제가 되었다.

마침내 준이 새로 시전한 한 단계 더 강력한 어둠의 마법으로 바뀌었고, 이제 스켈레톤은 완벽하게 준의 수하가 되었다.

스윽.

준은 스켈레톤에 칭칭 감겨 있던 거미줄을 손짓 한 번으로 잘라버리며 말했다.

“스켈레톤아, 일어나거라.”

준의 명령대로 스켈레톤은 벌떡 일어나더니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하하하, 멋진 언데드 수하를 얻었어.”

한 번도 펼쳐보지 못한 어둠의 마법을 시전했는데, 운이 좋은 것인지 한 번에 성공했다. 때문에 이제 똑같은 어둠의 마법을 펼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준은 어둠의 마법을 모든 스켈레톤에게 걸었다. 제법 많은 마력을 사용하는 일이었지만 용감한 언데드 수하를 얻는 것이기에 망설이지 않고 어둠의 마법을 펼쳤다.

그는 200마리의 스켈레톤 전부에게 걸려 있던 어둠의 마법을 해제하고는 한 단계 더 높은 어둠의 마법을 펼쳤다.

이번에도 간단하게 성공이었다. 다만 강력한 어둠의 마법을 대규모로 스켈레톤에게 걸어야 하는 일이었기에 마력도 마력이지만 정신적인 피로도가 너무 컸다. 하지만 어쨌든 성공했기에 기분이 좋았다.

스스스스!

그는 스켈레톤을 10마리만 남기고는 아공간의 문을 열어 그 속에다가 집어넣고는 중얼거렸다.

“일단 스켈레톤 10마리로 관문에 설치된 함정이나 위험을 시험하면 충분히 위험에 대비할 수 있을 것 같아.”

스켈레톤은 언데드라 강력한 힘에 박살이 나더라도 다시 재생되기에 위험에 대한 부담도 적었다.

스윽.

뿌듯한 마음에 미소를 지어 보인 그는 마법주머니 속에서 물주머니를 꺼내어 천천히 물을 마셨다

“아아, 물맛이 시원하고 좋구나.”

그렇게 일단 갈증을 먼저 해결한 그는 이번에는 식재료와 냄비를 꺼내 펼쳐놓았다. 그리고 관문을 통과하려고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공동에서 식사준비를 했다.

한편 블러드 게이트는 은밀하게 나타나 준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관문을 통과하려는 게 일반적인데 저 인간은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문을 통과하는 중에 저렇게 요리를 만들어 먹으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관문에 설치해놓았던 스켈레톤과 용아병을 처리한 후라 그를 어떻게 손써볼 수도 없었다.

거기다 가지고 있는 실력도 대단해서 스켈레톤을 수하로 만들고, 용아병은 봉인하는 것을 지켜보았기에 더더욱 손을 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르르륵!

이윽고 준의 앞에 모닥불이 활활 타올랐다.

그가 미리 천장에 마법등을 올려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기에 그리 어둡지는 않았지만 모닥불로 인해 공동은 더욱 밝아졌다.

이때 냄비의 물이 끓어오르자 준은 돼지고기를 먼저 넣고, 향신료도 집어넣었다. 그것은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푸욱 삶아야 하기에 고기가 익는 동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는 천왕대심공을 운용했다. 대주천을 한 번 시전하면 과도하게 소모했던 정신적인 피로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의 마법은 이미 정점에 올라 있었고 천왕대심공도 극성까지 익혔다. 거기다 신의 아티팩트 4개의 기운을 절반 가까이 흡수했고 지금도 그 특유의 나머지 기운을 흡수 중이었다.

물론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운을 흡수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인간의 경지를 훨씬 벗어났다.

또한 최근에는 불의 기운을 가진 바나리르의 권능까지 흡수했다. 그러나 바나리르의 기운은 아직 3분의 1수준에 머물러 있었는데, 너무 한꺼번에 많이 흡수하게 되면 몸이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몸이 적응할 시간은 주어야 하기에 그는 조심스럽게, 조금씩 흡수 중이었다.

이윽고 천왕대심공으로 대주천을 한 번 시전한 준은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후후후, 역시 천왕대심공은 대단한 심공이야.”

극성까지 익힌 준이었기에 보통의 경우에는 그의 몸이 저절로 몸이 반응해 내공이 스르르 움직여 어지간한 피로도는 금방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지속적으로 긴장한 상태에서는 정신적인 피로도가 너무 커서 대주천을 직접 시전하지 않고서는 피로도를 회복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어쩔 수 없이 이렇듯 천왕대심공을 직접 운용해 대주천을 시전한 것이었다.

30분 정도 만에 정신적인 피로도가 완벽하게 사라진 그는 몸이 훨씬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냄비 속에 집어넣었던 돼지고기는 푸욱 삶겨 있었다.

준은 청화백자 접시에 돼지고기를 담고는 특제소스를 뿌렸다. 그런 다음 과일 샐러드를 준비했으며, 만들어진 야채스프를 적당하게 덜어서 냄비에 담아 불 위에 올려놓았다.

열기가 높다 보니 야채스프는 금방 끓었다. 그러자 그것을 국자로 잘 저은 준은 그릇에 한가득 담았다.

먹는 것에 집착이 강한 준은 언제든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었는데 이계로 넘어와 동굴 속에서 생활할 때 먹을 것이 부족했던 게 원인이었다.

스윽, 슥슥!

돼지고기를 썰어 특제소스를 찍어 입에 넣자 연한 고기가 부드럽게 씹히는 게 아주 맛있었다. 야채스프와 과일 샐러드 역시 맛이 일품이었다.

“쩝쩝, 혼자 먹어도 정말 맛있어.”

한편 그가 지나온 통로에는 사마귀가 새끼를 풀어놓고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때문에 뒤에서 기습당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또한 공동에 있는 3개의 동굴 앞에도 스파이더가 역시 새끼 거미를 소환해 지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디에서든 기습공격을 받을 걱정은 없었고 그래서 더욱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제법 많은 양이었지만 그것들을 전부 먹어치운 준은 이번에는 냄비에 물을 붓고 불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블루스카이 찻잎을 꺼내 끓는 물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금방 찻물이 황금색으로 변했고, 준은 그것을 청화백자 찻잔에 부어서 조금씩 마셨다.

“아, 역시 좋은 차야~! 맛있어!”

위험 속에서 그는 이렇게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는데, 그것은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절대로 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준이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의 비밀의 장소를 찾은 것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호기심에 의해서였다.

또한 엘도라도에서는 글리아나가 자신의 업무를 대신 잘 처리하고 있었고 뉴 엘도라도에서는 양부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것도 한몫했다.

준은 우연히 글리아나를 납치한 자를 추격해 그를 죽이고, 그래서 불의 기운을 가진 바나리르의 행방이 적힌 양피지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런 후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기에 엘도라도 영주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렇게 길을 떠났던 것이고, 운이 좋게도 바나리르를 손쉽게 입수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제는 신의 아티팩트 하나가 남은 상황.

그것은 바로 혼돈의 힘을 가진 히민반가르로, 준은 그것을 보라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팔찌로 알고 있었다.

책에서는 그것이 신의 아티팩트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나머지 신의 아티팩트 4개 전부를 합한 힘보다 더 강하다고 쓰여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정말일지도 몰랐다.

준이 최근에 입수한 불의 기운을 가진 바나리르만 하더라도 먼저 입수했던 신의 아티팩트 3개의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불의 기운을 가진 바나리르도 신의 아티팩트 중 가장 약한 힘을 가진 서열 5위의 소생의 힘을 가진 벤겔미르와 4위의 바람의 기운을 가진 벤뵤르그 2개를 합한 것보다는 약했다.

이런 신의 아티팩트 4개를 합한 힘보다 더 강력한 혼돈의 힘을 가진 히민반가르가 어떤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아직 어디에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머지않아 자신이 소유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기에 마도시대의 유물을 소유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잠시 차를 마시면서 사색에 젖어 있던 준은 깨어나면서 그릇들을 치웠다.

“자, 배도 든든해졌으니 이젠 떠나볼까?”

저벅저벅!

조용한 공동에 준의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는 공동에 나 있는 3개의 동굴 중에서 가장 우측에 있는 동굴을 선택해서 그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번에는 스켈레톤 10마리를 앞장 세워서 걸어갔다.

동굴은 지름이 겨우 3미터에 불과해 비좁고, 동굴천장에 마법등이 설치되지 않아서 어두운 편이었다.

스켈레톤의 뒤로 사마귀와 새끼 사마귀가 이동했고, 다음이 준이었다.

그의 등 뒤에는 스파이더가 뒤따랐는데, 새끼 거미들은 지나온 길에다가 거미줄을 내뿜어 가로막았다. 혹시라도 뒤에서 공격해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너무 철저하게 대비를 해서인지 아직까지는 뒤쪽에서 공격을 받지는 않았다.

약간 휘어진 동굴은 100미터 정도를 걸어가자 끝이 났다.

동굴 끝에는 다시 대리석 통로가 나왔는데, 10미터 정도로 넓었다. 천장도 20미터 정도 되었기에 충분히 지나갈 수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까?”

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통로의 바닥에서 이글거리는 열기가 느껴졌다. 어떻게 이런 걸 여기에 설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통로의 바닥에는 펄펄 끓어오르는 용암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용암의 길은 약 50미터 정도로 무척 긴 편이었다.

스켈레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서 있었다.

준은 두려움보다도 호기심이 일었다. 화염계 마법을 이용해 여기에 이렇게 용암의 길을 설치한 것이 그에게는 무척이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으음, 역시 마도시대의 현자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뜨거운 고열의 열기가 피어오르는데 반해 천장을 살펴보니 깨끗했다. 천장에 열기를 빨아들이는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일단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 확인해보는 게 좋겠군. 아이스 볼!”

츠츠츠츠.

주먹만 한 크기의 얼음의 구가 형성되었다.

준의 손짓에 얼음의 구는 천천히 공중을 날아갔다. 그런데 용암의 길 위로 지나갈 때 갑자기 스파크가 일어나 얼음의 구를 맞추었다.

퍼억!

얼음의 구는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박살나 용암 속에 떨어져 사라졌다.

“으음, 역시 단순하게 용암의 길만 있는 건 아니었어.”

용암의 길만 있었다면 플라이 마법으로 간단하게 공중을 날아서 이곳을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용암의 길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건너가지 못하도록 해놓은 것이리라.

준은 마력을 끌어올려 마법의 눈을 펼쳤다. 그러자 준의 두 눈에 기이한 빛이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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