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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저벅저벅!
준은 지하 2층의 1차 관문이 설치되어 있는 통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1층에 있었던 10개의 관문을 모두 돌파했고 일부는 파괴시키는 데 성공하며 1층의 모든 관문을 통과한 것이었다.
한편 사마귀는 새끼들을 소환해 선발대 형식으로 통로로 보내 설치되어 있는 위험이 무엇인지 알아내주었다. 그에 준은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었다.
또한 스파이더는 사마귀의 뒤쪽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맨 뒤에는 준이 그들을 따라 조심스럽게 통로로 걸어가고 있었다.
“으음, 지하 10층까지 내려가려면 제법 오래 걸리겠는데?”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이 설치한 비밀의 장소 입구를 통과한 이후 10개의 관문을 모두 통과한 시간이 반나절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급할 것 없으니 지하 2층의 1차 관문만 통과하고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도전하는 게 좋겠어.”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서 성급하면 위험하다. 침착하게 움직이면서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었다.
얼마 후, 준이 통로를 벗어나자 제법 큰 규모의 공동이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스켈레톤이 무려 200마리나 도열해 있었다.
스켈레톤은 이미 죽은 시체의 뼈에 마력을 불어 넣어서 만든 언데드다. 부수어도, 부수어도 다시 만들어지기 때문에 성수나 신성마법, 아니면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야 퇴치가 가능했다. 그들은 손에 투핸드 소드를 쥐고 있다.
또 그러한 스켈레톤 앞에는 머리통이 하나 정도 더 큰 투구를 쓴 용아병이 서 있었다.
용아병은 스켈레톤의 일종으로, 드래곤의 어금니로 만들었다 해서 용아병이라 불린다. 이들은 스켈레톤보다 훨씬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고 근력과 민첩성, 마법 저항 면에서도 그들보다 앞선다.
그래서인지 마도시대 때는 주로 대마법사가 사병으로 거느리고 다녔다고 전해지는데, 보통은 유적을 지키며 드래곤 레어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무기는 롱소드를 사용하고, 원형 방패 또한 들고 있었다.
“으음, 이젠 스켈레톤과 용아병인가? 스파이더, 놈들을 쳐부숴라!”
사사사삭!
준의 명령에 스파이더의 텔레파시를 받은 새끼 거미들이 일제히 스켈레톤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에 두 눈이 붉게 물든 용아병이 롱소드를 앞으로 내뻗자 스켈레톤들은 일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저벅저벅!
발소리를 내면서 스켈레톤들이 열을 맞추면서 걷는 것이, 제법 군기가 들어 보였지만 새끼 거미들은 그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어느새 스켈레톤에게 접근해 거미줄을 발사했다.
스켈레톤은 언데드라 성수나 신성마법이나 완전히 가루를 만들지 못하면 다시 재생되기에 거미줄로 사로잡기로 한 것이다.
츄츄츄츙!
순식간에 거미줄이 스켈레톤을 휘감았다.
슈가각!
하지만 스켈레톤이 휘두른 투핸드 소드에 새끼 거미가 두 동강이 나 이내 녹색 피를 흘리며 버둥거렸다.
이렇듯 수십 마리의 새끼 거미가 투핸드 소드에 맞아 두 동강이 났다. 하지만 수가 많은 거미 떼는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스켈레톤을 직접 죽이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은 스켈레톤을 거미줄로 칭칭 감아서 사로잡기 시작했다.
질긴 거미줄에 휘감긴 스켈레톤은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거미줄이 워낙 질겨 끊기는 힘들었다. 또한 스켈레톤이 가지고 있는 투핸드 소드의 날이 무딘 것도 한 이유였다.
이렇듯 거미 떼가 협공해 거미줄로 스켈레톤을 칭칭 감아 마치 미라로 만들어버렸기에 그들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용없었다.
비록 거미 떼가 수백 마리 죽었지만 마침내 200마리의 스켈레톤을 전부 거미줄로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 즈음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용아병이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거미 떼는 용아병을 포위하더니 거미줄을 일제히 내뻗어 칭칭 감아버렸다. 그리고 손쉽게 용아병을 사로잡았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착각이었다. 순간 거미줄에 칭칭 감긴 용아병의 붉은 두 눈에서 레이저 광선 같은 빛이 발사된 것이다.
치이이이!
그 순간 거미줄이 연기를 내뿜으면서 타기 시작하더니 불길이 일어났다.
활활!
물론 그로 인해 용아병 역시 불길에 휩싸였지만 그걸 무시하고 앞으로 성큼 걸어 나왔다.
이 황당한 상황에 준은 눈이 커졌다.
“용아병이 화염계 마법을 사용해?”
예상한 대로 그들은 단순한 용아병이 아니었다.
그의 앞에 서 있는 용아병은 귀한 드래곤의 어금니를 주재료로 사용했고, 온몸의 뼈에는 각종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때문에 불길을 걸어 나올 때에는 어깨 부분에 새겨진 실드마법진에서 보호막이 펼쳐졌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걸어 나올 수 있었다.
휘휘휙, 파팟!
바로 그때 근처에 있던 새끼 거미들이 롱소드에 두 동강이 나버렸다. 그에 나머지 새끼 거미들은 다시 거미줄을 내뿜었고, 용아병은 같은 수법에 또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 보호막을 펼쳤다.
스스스스!
그러자 투명한 보호막에 거미줄이 가로막혀 바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스윽.
바로 이때, 용아병이 롱소드를 앞으로 내뻗자, 칼날의 끝에서 매직 미사일이 순간 생성되어 발사되었다.
퍼억!
매직 미사일에 맞은 새끼 거미의 몸은 박살이 나 주변으로 흩어졌다.
우우우웅!
그러자 이번에는 공명음이 칼날 끝에서 일어나더니 매직 미사일 10발이 생성되어 발사되었고, 매직 미사일은 순식간에 주위에 있는 새끼 거미를 박살내버렸다.
준은 그 상황을 바라보면서 황당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책에서 용아병은 스켈레톤보다 강한 언데드라고는 설명되어 있었지만 직접 공격마법을 퍼붓는다는 말은 없었기 때문이다.
“으음, 현자 크라이오튼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 만하군…….”
이내 오른손에 내공을 끌어 모은 그는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와 동시에 그가 발출한 장력이 용아병의 가슴 부분에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접근해 격중되었다.
퍼억!
뒤로 튕기듯 날아간 용아병은 통로의 벽에 등을 부딪치고서야 바닥에 엎어졌다. 동시에 가슴 부분의 뼈가 왕창 박살나 버렸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뼛조각은 이내 생명이 있는 것처럼 스르르 움직이더니 용아병의 가슴에 처음 모습 그대로 다시 달라붙었다.
상위의 몬스터라도 이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용아병은 언데드였다. 때문에 이 정도 충격을 받았다고 죽지는 않았다.
이윽고 벌떡 일어난 용아병은 준을 쳐다보았다. 눈동자가 없는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눈빛이 더욱 짙어졌기에 노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윽.
그는 롱소드를 준에게 겨누었다. 동시에 칼날의 끝에서 매직 미사일이 생성되어 그대로 발사되었는데, 한 번에 무려 10발이나 발사되었다.
쉐에에엑!
하지만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빠르게 매직 미사일이 날아옴에도 불구하고 준은 피식 웃으며 가볍게 한 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렸다.
푸스스!
단지 그것뿐인데 날아오던 매직 미사일 10발이 전부 공중에서 소멸되어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용아병의 칼날 끝에서 전격계 마법인 체인 라이트닝 마법이 시전되었다.
파지지직!
하지만 빠르고 위력적인 번개 마법인 그것 역시 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푸스스!
이번에도 그냥 팔만 앞으로 내뻗고 있었을 뿐인데 잘 날아오던 번개가 중간에 소멸되어버린 것이다.
“다른 마법은 없어?”
그에 준이 용아병을 놀리자 그것을 알아들은 것인지 용아병은 순간 팔에 착용하고 있던 원형 방패를 날렸다.
슈아아앙!
하지만 파공음을 내면서 날아들은 방패를 보며 피식 웃은 준은 가볍게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마치 앞에 날아다니는 파리를 쫓는 듯한 손짓.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잘 날아오던 원형 방패가 보이지 않는 힘에 가로막혀 옆으로 튕겨나가 버린 것이다.
쾅!
그리고 이내 통로의 벽면에 부딪쳤는데 신기하게도 그 순간 폭음이 일어났다.
우수수!
휘리릭!
동시에 통로의 벽면 일부가 파편이 되어 떨어졌고, 공중을 선회한 원형 방패는 다시 준에게로 날아왔다.
“호오? 선회하는 기능도 있어?”
방패가 자신에게로 날아드는 모습에 준은 왼손으로는 잡는 듯한 동작을 펼쳤다.
그러자 원형 방패가 공중에서 그대로 멈추었는데, 방패가 약간 진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아 보이지 않는 힘이 서로 충돌해 이런 현상을 보이는 듯했다.
이때 준이 나머지 오른손을 앞으로 내뻗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지끈.
뚝!
용아병의 목뼈가 큰 충격을 받아 부러지면서 뒤로 머리통이 날아가 벽면에 충돌하고 만 것이다.
톡.
데구르르!
하지만 이내 바닥을 굴러가던 용아병의 머리통은 공중으로 스르르 떠오르더니 부러진 목에 다시 척 하고 붙었다. 준은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보고서도 참으로 신기해했다.
“후후후, 저렇게 머리통을 다시 붙일 수도 있구나. 정말 대단해!”
용아병을 상대로 가볍게 공격해본 그는 용아병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저런 수하를 거둔다면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데드이니 먹거나 잠을 자지도 않을 것이기에 언제든 불러내 써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스윽.
이때 용아병이 한 팔을 치켜들자 공중에 정지해 있는 듯한 원형 방패가 뒤로 날아가 그의 팔에 착용되었다.
우우우웅!
그 순간 그의 우측 어깨 부분에서 공명음이 일어나면서 마법진이 빛으로 인해 번쩍거렸다.
순간적인 반응이었지만 준은 마법진을 똑똑하게 볼 수 있었다. 각종 도형과 마법의 룬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진 고위 마법진을.
츠츠츠츠.
바로 그때, 공중에 회전하는 거대한 칼날 2개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용아병의 손짓에 그 칼날은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더니 빠르게 날아갔다.
용아병이 펼친 마법은 5서클 전투마법사와 맞먹을 정도의 공격마법이었다.
스윽.
그에 준은 오른팔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더니 쭈욱 내뻗었다. 그 순간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 아티팩트에서 매직 미사일 2발이 생성되어 발사되었다.
투아앙!
파공음이 일어나면서 발사된 매직 미사일 2발은 회전하면서 날아오는 칼날과 서로 중간 정도의 공중에서 충돌했다.
쿠콰쾅!
그러나 일반적으로 매직 미사일보다는 회전하는 칼날을 불러내는 마법인 블레이즈 마법이 더 서클이 높은 마법이었기에 준의 공격이 밀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서로 충돌하면서 소멸되어버렸다. 그것만 봐도 준의 마법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이 가능했다.
즉, 9서클 마스터의 마법실력으로 새겨 넣은 아티팩트였기에 비록 하위의 공격마법인 매직 미사일 마법이었지만 충분히 위력적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준은 용아병을 사로잡기로 하고는 손을 살짝 치켜들었다. 그 순간 용아병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츠으읏!
그리고 이내 준이 다른 손바닥으로 내리누르는 듯한 동작을 취하자 용아병은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 때문에 발버둥을 치는 것조차 이젠 어려워졌다.
그에 용아병의 눈빛이 더욱 붉어지면서 마력을 끌어올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