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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16화 (21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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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두두두두!

말을 탄 무리가 저쪽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말발굽소리가 요란한 것으로 보아 제법 많은 사람이 이동 중인 모양이었다.

그들의 선두에는 경갑옷을 입은 기병들이 보통의 속도로 말을 타고 이동 중이었고, 뒤쪽으로는 화려한 귀족마차가 그들을 따르고 있었다.

그 마차의 지붕 모서리에는 깃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깃대의 끝에 매달린 깃발에는 프리맨 후작의 문장과 ‘엘도라도’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마차 안에는 글리아나가 타고 있는 모양이었다.

무장한 기병들은 그 마차를 사방에서 호위했는데, 호위 기병이 무려 200명이나 되었다.

한편 마차의 좌우에는 소드 마스터 헌트와 하그리가 동행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향하는 곳은 배를 만드는 엘도라도 조선소였다.

인근 바다는 각종 물고기와 해산물의 보고였다. 때문에 3백여 척의 고기잡이배가 한창 조업 중이었고, 지금도 엘도라도 조선소에서는 그런 고기잡이배를 만들고 있었다. 또한 화물선도 만들어 해상무역 역시 활발하게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엘도라도 제2조선소에서는 해병들의 군용선인 갤리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고 있었다.

즉, 해적들의 기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엘도라도에서 해병을 양성 중이었는데, 그들을 제2조선소에서 생산된 갤리선에 올라 인근 바다를 지키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40척의 갤리선이 인근 바다를 돌아다니면서 초계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고기잡이배들은 해적선을 걱정하지 않고 안심하면서 조업할 수 있었다.

엘도라도에는 이렇게 안심하고 돈을 벌 수 있었다. 때문에 자신만 열심히 일하면 얼마든지 돈을 모으면서 잘살 수 있었다.

거기다 각종 일거리가 많았기에 조금만 열심히 일하면 하루 세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때문에 현재 엘도라드에는 굶은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일거리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영지병이었다. 비록 훈련이 고되지만 각종 혜택이 많았기 때문인데, 그래서 그런지 영지민들은 가족 중 사내 한 명을 반드시 영지병이 되도록 했다.

거기다 최근에는 아들뿐만 아니라 딸도 영지병이 되는 것이 가능해졌기에 더더욱 영지병 모집에 적극적으로 응시했다.

물론 여자들은 영지병들의 사무에 많이 배치가 되지만 체력이 좋은 여자들은 일반병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쿠르르, 끼이익!

얼마 후, 엘도라도 제2조선소에 글리아나의 마차가 도착했다.

오늘 그녀가 이곳에 방문한 목적은 기존의 갤리선보다 10배나 큰 초대형 갤리선 보기 위해서였다.

보통의 갤리선은 삼각돛이 2~3개였으며 대형은 4개였다. 또한 한 면 10개씩, 모두 20개의 노가 있으며, 노를 젓는 노예가 20명에 병사가 60~70명 정도 승선해 향해했다.

물론 대형 갤리선은 이보다 많은 30개의 노가 있으며, 노예만 30명에 병사가 100~120명 정도 승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건조한 갤리선은 대형 갤리선보다 10배나 큰 초대형 갤리선이었다.

그것은 삼각돛이 이상하게도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배의 가운데에는 계단이 있었는데, 배는 모두 5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한 5층의 천장에는 거대한 굴뚝이 세 개나 우뚝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배의 양쪽 측면에 있어야 할 노가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대신 작은 배들이 10척씩 모두 20척이나 매달려 있었다.

이렇듯 초대형 갤리선은 기존의 갤리선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는데, 바로 노를 이용해 움직이는 배가 아닌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배였기 때문이다. 즉, 엘도라도에서 최초로 증기기관을 채택한 증기선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석탄을 증기기관에 집어넣을 인력이 필요했고, 때문에 배의 기관실에 해병을 200명이나 배치했다.

그리고 갑판에 대기하고 있는 훈련이 잘된 해병들까지 전부 포함하면 무려 2천 명이나 되었으며 마지막으로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전투마법사를 30명이나 승선시켰다.

이렇듯 엄청난 인원이 승선 가능한 것이 초대형 증기 갤리선이었다.

또한 갑판에는 공성무기인 대형 발리스타만 30개나 설치되어 있었고 각종 무기도 가득했으며 석궁처럼 기관으로 발사하는 신기전 화차도 준비되어 있었다.

신기전 화차는 화살 100발을 한 번에 발사할 수 있는 특수 신병기로, 발사 시험에 성공했기에 엘도라도의 각 성에 우선 배치가 된 것인데 이번에 이 배에도 탑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은 해적선 정도는 한 번의 집중적인 공격만으로도 간단하게 침몰시킬 수 있는 엄청난 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엄청난 위력을 지닌 갤리선은 오늘 진수식이 성공적으로 끝이 나 항해를 시작한다면 기존의 갤리선보다 5배는 더 빠를 것이었다.

이 초대형 증기 갤리선의 이름은 ‘프리맨 1호’였다.

이름에 걸맞게 초대형이고 무력이 높은 이 증기선은 앞으로 엘도라도의 바다를 지키는 데 큰 힘을 발휘할 것이었다.

글리아나는 프리맨 1호를 보고는 두근두근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처음 프리맨 1호를 건조할 계획을 잡을 때만 해도 그녀는 과연 이 배가 물에 뜰 수나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준의 열정과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고는 어쩌면 가능할 것도 같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리고 손재주가 뛰어난 드워프들이 건조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프리맨 1호를 보고 이렇듯 감탄에 젖어 있는 것이었다.

프리맨 1호를 본 영지의 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프리맨 1호가 과연 바다를 항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하긴, 글리아나도 처음에 이렇게 생각했으니 귀족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물론 배를 건조한 기술자들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들 역시 배가 너무 상상 이상으로 크고 나무만으로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에 배가 뜰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최초로 곳곳에 무거운 철판을 덧대어 방어력을 높였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했다.

즉, 이 배는 완전한 금속 배는 아니지만 나무와 철판을 절반씩 섞어서 건조한 배였던 것이다. 거기다 바다에 떠다니는 성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초대형이었고, 노를 이용하지 않고 증기기관이라는 것을 채택했기에 더욱 불안해했다.

그러나 오늘 진수식을 하고 바다로 출항한다면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말끔히 사라질 것이었다.

헌트가 글리아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글리아나 님, 진수식이 준비되었습니다.”

“알겠어요. 같이 가요.”

“예, 제가 모시겠습니다.”

이윽고 그들이 프리맨 1호 앞까지 접근하자 그곳에는 깔끔하게 군복을 입은 장교들이 서 있었다. 또한 월슨 선장을 비롯해 갑판장, 기관장, 해병들의 천인대장과 백인대장들까지 있었다.

“월슨 선장, 첫 항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길 빌겠어요.”

“감사합니다, 후작부인.”

그에 글리아나가 월슨 선장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월슨 선장은 옆에 도열해 있는 장교들을 살펴보고는 외쳤다.

“후작부인에 대한 경례!”

처처처척!

그러자 모두들 일제히 거수경례를 하고는 팔을 내렸다.

“모두 승선하라!”

그리고 그의 외침에 모두들 승선하기 시작했다.

뿌우우우!

그러기를 얼마 후, 뱃고동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면서 세 개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콰콰콰콰!

그리고 이내 파도를 헤치면서 거대한 프리맨 1호가 출항했다.

엘도라도 제2조선소에 나와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그 모습에 모두들 박수를 크게 쳤다.

짝짝짝짝!

월슨 선장과 해병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손을 머리 위로 들어 흔들었다.

그렇게 프리맨 1호의 첫 출항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글리아나 님, 주인님께서 설계하신 프리맨 1호가 성공적으로 출항하다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헌트 경도 그런가요? 나도 지금 가슴이 세게 뛰고 있답니다.”

“프리맨 1호가 첫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다면 바로 프리맨 2호와 3호를 건조해야겠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렇게 빠르게 잘 항해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자, 헌트 경. 이젠 어디로 가야 하죠?”

“엘도라도 제철소를 방문하고 영주성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그럼 엘도라도 제철소로 가죠.”

“예, 글리아나 님.”

쿠르르르!

이윽고 글리아나의 마차가 엘도라도 제철소를 향해 출발했다.

한편 패밀리어로 글리아나를 감시하던 스톡은 프리맨 1호를 보고는 경악했다.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배가 삼각돛 하나 없이, 아니 노도 하나 없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이었다.

거기다 대형 갤리선보다 더 빨랐기에, 만약 무장한 병사를 탑승해 다른 왕국을 공격한다면 엄청난 위협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데 가슴이 답답해졌다.

움직이지 못하는 성이라면 공성무기로 공격이 가능할 것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바다를 향해하는 배라면 공격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더구나 배의 규모가 엄청났기에 얼마나 많은 무기가 있을지 미루어 짐작이 되었다.

이때 멍한 표정으로 있는 스톡을 쳐다보던 레드 데빌과 칼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칼리가 한마디 했다.

“스톡 대사형,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으음, 너희들도 저것을 봐야 이야기가 될 것 같구나. 나의 손을 잡아라.”

“예, 대사형.”

스톡의 말에 레드 데빌과 칼리가 그의 손을 맞잡았다.

동시에 패밀리어의 눈에 보이는 프리맨 1호를 본 그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까지 쩌억 벌어졌으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이 되었다.

“저, 저게 진짜 배입니까?”

“마, 말도 안 돼…….”

“으음, 나도 저런 거대한 배는 처음이다. 더구나 삼각돛도 없고 노도 없는 배는 상상도 못 해봤다.”

“어떻게 저렇게 거대한 배가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물론 나도 그게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은 후작부인을 납치하는 일이 먼저다.”

“아, 알겠습니다, 스톡 대사형.”

“후작부인이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 기습공격을 한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기병들이 200명이나 되는데 암흑기사들이 잘 막아줄 수 있을까?”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결코 암흑기사의 상대가 못 됩니다.”

“흐흐흐… 그건 너의 말이 맞다. 그러니 신속하게 처리한 후 이곳을 떠나자.”

“예, 스톡 대사형.”

“모두들 맡은 자리에 은신해 있다가 나의 신호를 기다려라.”

“예, 스톡 대사형.”

얼마 후, 레드 데빌과 칼리는 암흑기사를 반으로 나누어 길 양쪽으로 흩어져 은신에 들어갔다. 그리고 스톡은 후작부인의 마차가 접근하면 앞에서 가로막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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