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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15화 (21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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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지독하게 두들겨 맞은 비에드 대사형은 제발 그만 하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그 순간에도 그는 팔과 다리의 뼈와 갈비뼈까지 작살난 상태였기에 지독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었다.

마침내 후작은 시신도 남기지 않을 생각인지 그런 대사형을 초고열 마법을 일으켜 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비에드 대사형은 상대에게 처참하게 당해 소멸되어버렸다.

덜덜덜!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스톡도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열병이 걸린 사람처럼 마구 몸을 떨었다.

“으으, 이런 자를 내가 꼭 상대해야만 할까? 잠자는 드래곤의 코털을 내가 잡아 뽑는 건 아닐까?”

그의 중얼거림에 레드 데빌과 칼리마저 프리맨 후작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공포에 질려 와들와들 떨었다.

“스톡 대사형, 이런 강한 상대의 부인을 굳이 납치하거나 제거해야겠습니까?”

“비에드 대사형이 이자를 잘못 건드려 소멸까지 당했습니다.”

“으음,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마스터의 명이다. 우린 그분의 뜻을 저버릴 수 없다.”

스톡의 단호한 말에 레드 데빌과 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제자라 마스터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거부란 있을 수 없었다.

레드 데빌과 칼리가 순응하는 모습에 스톡이 말을 이었다.

“으음, 비에드 대사형이 소멸된 이상 프리맨 후작의 부인이라도 납치해서 돌아가야만 한다.”

“스톡 대사형, 방법이 있습니까?”

“일단 패밀리어로 엘도라도 영주성을 살펴보면 기회가 올 것이니 그때 납치하도록 하자.”

“저도 그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스톡 대사형.”

“칼리,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예,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톡 대사형의 작전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은밀하게 엘도라도 근처까지 이동하면서 패밀리어로 후작부인의 위치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스윽.

이윽고 스톡은 로브 속에서 몇 가지의 물건을 꺼냈다.

그것들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난감 같았는데, 말벌과 나비를 비롯해 사마귀와 잠자리, 쥐와 작은 새까지 아주 다양했다.

츠츠츠츠.

스톡은 이것들을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어둠의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그곳에서 순간 빛이 번쩍이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들의 두 눈이 붉게 물들면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몸을 일으키자 스톡이 명령을 내렸다.

“큭큭큭… 좋아, 너희들은 내가 원하는 것을 보고는 알려다오. 가거라, 어서!”

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날개가 있는 것들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라 엘도라도 영주성을 향해 날아갔다. 또한 쥐는 땅으로 내려서더니 빠르게 달려 나갔다.

패밀리어가 사라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스톡이었다.

곧 저 패밀리어가 본 것을 스톡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은밀하게 엘도라도 근처까지 접근해 은신해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저벅저벅!

전방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기에 준은 최대한으로 조심하면서 이동하고 있었다.

통로는 제법 길었다. 그리고 그런 통로의 끝에는 바스타드 소드를 손에 쥔 검은빛으로 번들거리는 경갑옷을 입은 기사, 바로 데스나이가 서 있었다.

두 눈이 붉게 물들어 있는 그는 무표정했고 얼굴이 흑인처럼 검었다.

“으음, 여기에 어떻게 데스나이트가 있는 거지?”

준은 데스나이트를 보고는 눈이 커졌다. 마도시대의 현자라 알려진 크라이오튼의 비밀의 장소에 어떻게 이런 데스나이트가 있는 건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데스나이트는 죽음의 기사 또는 사령기사로 불리는 고위 언데드다.

억울하게 죽은 기사의 영혼과 육신으로 탄생된 이들은 불사의 생명력과 생시의 강력한 검술. 그리고 약간이지만 흑마법을 이용한다. 또한 어둠의 군단의 사령관들로, 이성이 없는 하위 언데드를 효율적으로 통솔하는 게 주 임무였다.

그런데 고작 통로를 지키기 위해 서 있다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으음, 데스나이트가 있다면 분명 어둠의 마법에 대한 연구도 했을 것 같아.”

준이 말하는 어둠의 마법이란 네크로맨서들을 일컫는 것이었다.

네크로맨서는 시체 도굴꾼, 사악한 마법사 등등 여러 가지 이름도 있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연구를 하기 위해 시체를 파헤치는 것뿐이다.

그들은 시체를 연구 또는 죽음의 근원을 파헤치는 어둠의 마법사들이며, 그들의 주특기는 죽음의 기운을 이용한 흑마법과 저주 그리고 시체를 다시 부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데스나이트가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크라이오튼은 어둠의 마법에 관해 많이 알고 높은 수준의 경지에 있었던 듯했다.

“그럼 크라이오튼이 준비한 데스나이트가 얼마나 강한지 한번 볼까? 사마귀, 공격해라.”

준이 사마귀에게 명령을 내리자 명을 받은 사마귀는 입을 쩌억 벌렸다. 동시에 입속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새끼 사마귀들이 우르르 튀어나와 데스나이트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의 출현에도 당황하거나 하는 것도 없이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뽑아 든 데스나이트는 공격해오는 사마귀 떼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슈가가각!

새끼 사마귀는 데스나이트의 칼질 한 번에 몸이 두 동강 나버렸다. 순간적으로 몸이 두 동강난 상태이기에 신경이 살아 있는 사마귀는 몸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새끼 사마귀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수십 마리로 떼를 지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데스나이트는 살아 있을 때 실력이 뛰어났던 기사인 모양인 듯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원래 가지고 있었던 검술 실력을 선보였다. 그는 대륙의 3대 검술 중 번개의 검술과 비슷한 검술을 펼쳤는데 그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마침내 그는 뛰어난 검술로 달려들던 새끼 사마귀를 난도질해버렸다.

하지만 새끼들이 수십 마리가 죽었지만 사마귀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이번에는 더 많은 새끼들을 소환했다.

사사삭!

통로를 가득 채울 정도로 새끼를 수천 마리나 소환한 것이다.

그리고 새끼들은 데스나이트에게 무작정 접근만 하는 게 아니라 사방에서 협공을 가했다. 일부 사마귀는 날개를 퍼덕이면서 날아올라 공중에서도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는 죽음의 기사였으며, 불사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러 침착하게 사마귀를 베어 죽였다. 그러나 수가 너무 많았기에 사마귀 떼를 다 죽이지는 못했다.

이윽고 그런 그의 몸에 찰싹 달라붙은 사마귀 떼는 그의 썩은 살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이럴 경우, 보통의 사마귀였다면 그의 몸에 있는 독에 중독되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준이 마법의 약물과 창조마법으로 창조한 마법의 생명체라 그런지 사마귀는 내성이 강했고, 무엇이든지 소화를 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죽어 살이 썩었으나 어둠의 기운과 흑마법으로 다시 살아난 고위 언데드인 데스나이트의 살까지도 뜯어먹으면서 어둠의 기운까지 흡수했다.

결국 강한 검술 실력을 가진 데스나이트였지만 혼자서 수천 마리의 사마귀 떼를 감당하지는 못했다.

털썩!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데스나이트가 마침내 고꾸라졌다. 사마귀 떼에게 너무나 많은 어둠의 기운을 강제로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마귀 떼는 쓰러진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어둠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살을 뜯어먹었고, 그로 인해 사각사각 하는 살을 뜯어먹으면서 삼키는 소리가 연신 그곳에서 들렸다.

얼마 후 데스나이트는 살과 뼈까지 전부 사마귀 떼에게 먹혀버렸다. 그리고 남은 것은 데스나이트의 갑옷과 바스타드 소드가 전부였다.

데스나이트는 몬스터나 다른 것들이 이렇게 공격해왔더라면 절대로 쓰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강한 게 데스나이트였는데, 그런 그도 준이 마법약물과 창조주문으로 창조한 마법의 생명체에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비록 데스나이트가 사마귀 떼에게 당해 이렇게 쓰러졌으나 갑옷이 망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갑옷과 영혼은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의 몸은 재생이 가능할 것이었다. 즉, 데스나이트는 언데드이면서 동시에 불사신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준은 데스나이트가 재생되도록 두지 않았다.

스윽.

그는 손을 치켜듦과 동시에 마력을 일으켜 데스나이트의 갑옷과 바스타드 소드를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기이한 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는데, 제법 긴 주문이었다.

츠츠츠츠.

그러다 마침내 강력한 마력장과 봉인 주문이 정점에 다다르자, 공중에 막 하나가 형성되며 데스나이트의 갑옷과 바스타드 소드를 봉인하기 시작했다.

파지직, 파팟!

그리고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면서 결국 데스나이트는 막으로 봉인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스스스스!

데스나이트가 봉인된 막이 점점 크기가 줄어들더니 새끼손가락 정도만 한 크기로 변한 후 오각형의 검은 돌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후후후… 시간이 지나면 쓸모 있는 수하가 되겠어.”

준의 마력장으로 형성된 봉인 돌. 때문에 그 속에 봉인된 데스나이트는 어둠의 기운을 흡수하지 못해 최고로 약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준의 영향력을 받을 것이기에 원래 계약자와의 고리가 끊어지면서 새로운 계약자로 준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급할 것이 없었던 준은 일단 마법주머니 속에 데스나이트가 봉인된 검은 돌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하하하, 크라이오튼 덕분에 이렇게 데스나이트 부하가 생겼군.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겠어.”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스윽.

이윽고 그는 뒤돌아서서 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면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츠츠츠츠.

그러자 공기 중에 분포되어 있는 수분이 강제로 냉각되면서 얼음이 생성되었다.

쩌쩌쩡!

그것은 통로를 막을 만큼 두꺼운 얼음벽이었고, 계속 마력을 불어넣었기에 빙계마법은 그것을 계속 두껍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얼음벽의 두께가 3미터 정도로 두꺼워지자 준은 마력을 거두었다.

“이 정도면 혹시 뒤에서 언데드가 나타나더라도 약간의 시간은 벌 수 있겠지.”

그랬다. 그는 뒤에서 언데드가 공격할 것에 대비해 빙계마법을 펼쳐 얼음벽을 형성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한 얼음벽이 아닌 빙계마법으로 형성한 것이기에 준의 마력이 스며들어 있어 강도가 일반 얼음의 열 배나 되었다.

때문에 강력한 힘을 가진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쉽게 파괴하기는 힘들 것이었다. 그리고 설사 파괴한다고 해도 시간을 약간이라도 버는 게 이 얼음벽을 형성한 목적이었기에 크게 상관없었다.

저벅저벅!

이윽고 그는 스파이크를 선두에 세우고 그 뒤를 사마귀가 따르도록 했다. 그리고 통로를 이동해 다음 관문을 향해 사라지자, 얼마 후 통로의 천장에 거대한 눈이 나타났다. 블러드 게이트였다.

-으음, 고전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너무 쉽게 데스나이트를 처리했군. 게다가 뒤쪽까지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을 보니 역시나 만만치 않은 상대야. 그러니 먼저 가디언들을 처리해야 되겠어.

스스슷!

하지만 혼자 중얼거리던 블러드 게이트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금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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