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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그 순간 새끼 사마귀들이 때로 튀어나와 통로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준은 이번에는 스파이더에게 명령을 내렸다.
“스파이더는 새끼들을 소환해 우측에서 2번째 동굴로 움직여라.”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창조주시여.”
그러자 스파이더의 입이 크게 벌어지면서 새끼 거미들이 쏟아져 나와 움직였다.
그런데 이때, 공동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소환마법진 하나에서 공명음이 터지면서 거대한 것이 기어 나왔다.
지네와 비슷한 모양의 그것은 등에는 두꺼운 등껍질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지간한 무기로는 부수지 못할 듯했다. 거기다 몸길이는 무려 7미터에 이르렀다.
그것은 바로 ‘프레우트리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로, 지금은 멸종되다시피 해 거의 볼 수 없는 곤충과의 돌연변이 몬스터였다. 이렇듯 어둠의 마력을 먹고 간혹 돌연변이가 나오기도 했다.
“으음, 프레우트리안이 이곳에 소환되다니 만만치 않겠어.”
준은 예전에 몬스터 총람에서 프레우트리안에 관해 읽어본 적이 있었고 그 내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내 새끼 거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스파이더는 프레우트리안과 싸우기 위해서 마력을 내뿜어 몸 크기를 키웠는데, 순식간에 몸통과 긴 다리까지 커지더니 무려 10미터에 이르렀다.
프레우트리안 역시 7미터나 되는 신장을 가지고 있었기에 큰 편이었다. 하지만 현재 스파이더는 더 거대했기에 싸움에 자신이 있었다.
거대한 두 괴물은 이내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파이더 새끼들은 공동 안으로 흩어졌고, 그 순간 나머지 2개의 소환마법진에서도 소환물이 각각 소환되었다.
“으음, 저건 카브리안이잖아?”
그 모습에 준이 중얼거리 ‘카브리안’이라 불린 몬스터는 몸통과 꼬리가 전갈 모양과 비슷했다.
다만 머리는 새의 모양을 한 괴물로 마계의 하급 몬스터였는데, 몬스터 총람에는 설명이 나와 있었지만 이미 멸종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듯 소환마법진에서 튀어나왔는데 몸길이가 무려 9미터에 가까웠다.
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준은 이번에는 옆의 소환마법진을 쳐다보았다.
“으음, 또 마계의 하급 몬스터인 울드츄파잖아?”
그러자 이번에는 몸통은 늑대이고 머리는 아귀를 닮은 돌연변이 괴물이 그의 눈에 들어왔는데, 몸길이가 8미터나 되었다.
또한 늑대의 몸통을 가지고 있었기에 몸이 빠르고 아귀를 닮은 입을 가지고 있었기에 상대를 한 번 물어뜯으면 두 동강나기 쉬울 듯했다.
스윽.
순간 위험을 느낀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미스릴 보석함을 꺼내고는 중얼거렸다.
“이글, 나오너라.”
스스슷!
그러자 미스릴 보석함 속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서서히 변하더니 이내 갈색의 털을 가진 거대한 독수리가 되었는데, 날카로운 발톱이 4개나 달린 발이 무려 6개였다. 또한 등에는 촉수가 8개나 달려 있었기에 그것으로도 공격이 가능했다.
“이글은 저기 있는 카브리안을 공격하거라.”
“예, 창조주시여.”
이윽고 공중으로 날아오른 이글은 카브리안을 공격했고, 이내 둘 사이에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었다.
“좋아, 이번에는 울드츄파를 상대할 놈만 소환하면 되겠군. 나오너라 다우리아!”
스스슷!
준의 명에 의해 그다음으로 미스릴 보석함에서 나온 것은 딱정벌레와 비슷하게 생긴, 딱딱한 등껍질에 긴 턱과 집게발을 가진 다우리아였다.
다우리아는 몸길이가 무려 10미터에 이르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딱정벌레를 대상으로 삼아 창조한 마법의 생명체였다.
이렇듯 거대한 공동에 나타난 여러 마법의 생명체는 몬스터와 치열한 다툼을 전개했다. 그리고 통로에는 사마귀 떼와 마겔 떼가 싸우고 있었다.
현재, 공동에서 싸우는 쪽은 준이 소환한 마법의 생명체가 약간 우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통로 쪽은 사마귀 떼가 연신 밀리고 있었다. 그만큼 마겔 떼의 수가 많고 공격력이 우수했다.
“사마귀는 뒤로 물러나거라.”
때문에 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사마귀 떼를 향해 명령을 내리자 사마귀들은 즉시 공동으로 물러났다.
물론 사마귀의 새끼들은 아직도 마겔 떼와 싸우고 있었지만 곧 전멸할 것으로 보였다.
“흥, 이것을 받아보거라. 윈드 커터!”
휘이이이!
그렇게 사마귀 떼가 물러난 순간 준이 생성한 강력한 바람의 칼날이 통로로 날아갔다. 그리고 마겔 떼는 바람의 칼날에 의해 몸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하지만 수천 마리의 마겔 떼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곧 그 자리는 다시 채워졌다.
“흠… 결코 쉽지 않군. 조금 더 강력한 수법을 써야겠구나. 월 오브 파이어!”
화르르르!
그러자 이번에는 불길이 이글거리는 화염의 장벽이 통로에 형성되었다.
하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마겔 떼는 용감하게 전진을 감행했다. 그러나 화염의 장벽 앞에 이르자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일부 마겔 떼는 불길에 타면서 버둥거리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조금 더 상승효과를 보여주지. 윈드!”
휘이이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준은 바람의 마법으로 불길이 통로 안까지 번지게 해 마겔 떼를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파이어 스피어!”
화르르륵!
그와 함께 불길이 이글거리는 화염의 창이 생성되었고, 그것을 통로로 집어 던지자 화염의 장벽을 뚫고서 화염의 창이 날아가 마겔 떼를 휩쓸었다. 하지만 마겔 떼는 아직도 너무 많았다.
“으음, 이렇게 하다가는 끝이 없겠구나. 강력한 한 방으로 끝내야겠어. 플레어!”
화르르, 활활!
7서클의 강력한 화염계 마법인 플레어는 초고열의 불길을 일직선으로 쏘아내는 마법이었다.
초고열의 불길이 통로에 내뿜어지자 마겔 떼는 순식간에 재가 되어 흩어졌고, 통로의 벽과 천장이 뜨거운 불길에 액체가 되어 주르륵 흘러내렸다.
쿠쿠쿵!
그러다 결국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통로가 붕괴되어버렸다.
스스슷!
그제야 준은 내뻗던 마력을 중지시켰고 그로 인해 플레어는 스르르 소멸되었다.
“후후후, 이젠 마겔 떼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한편 지네와 비슷하게 생긴 프레우트리안은 결국 스파이더와 치열하게 싸우다가 죽었다. 스파이더에게는 새끼 거미들이 많았다. 때문에 협공으로 손쉽게 프레우트리안을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몸통은 전갈, 머리는 새의 머리를 가진 카브리안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이글과 비등하게 싸웠지만 스파이터가 측면에서 공격해왔기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새끼 거미들이 달려들어 살을 뜯어먹었기에 순식간에 뼈만 앙상하게 남아버렸다.
또한 늑대의 몸통에 아귀의 입을 가진 울드츄파를 상대한 건 초거대 딱정벌레인 다우리아였다. 그러다 역시 스파이더가 측면에서 협공하자 울드츄파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결국 쓰러졌다. 그리고 역시나 새끼 거미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신나게 살을 뜯어먹었고 결국 뼈만 남았다.
이윽고 준은 조금 수고스러웠지만 3개의 소환마법진을 직접 파괴했다. 그러고는 알렉산드라가 알려준 우측에서 2번째 동굴로 들어갔다. 이젠 비밀의 장소에 관한 도면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었기에 이동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츠츠츠츠.
그렇게 동굴 안을 얼마나 걸었을까. 공동의 천장 부분에 순간 블러드 게이트의 거대한 눈이 나타났다. 그리고 감았던 눈이 떠지면서 붉게 물든 눈동자가 보임과 동시에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크흠,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능력을 가진 방문자였구나. 하지만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아직 제대로 된 시작도 안 했으니 말이야.
스스스스!
그리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우우우웅!
농축된 마나의 강력한 힘에 의해 공간이 이지러졌다.
이 정도로 공간이 영향을 받을 정도라면 워프마법으로 누군가 이동해오는 것이 분명했다.
잠시 후, 이지러진 공간 속에서 지름이 1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구가 튀어나왔다.
파지지직!
그것은 보호막이 펼쳐진 구였는데 표면에서 연신 스파크가 일어났고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스스스슷!
그러다 연기가 허공에 흩어지듯 그렇게 거대한 구가 흩어졌다. 동시에 검은색 갑옷에 투구까지 검은 것을 눌러쓰고, 역시나 검은 말을 탄 10명이 나타났다.
그들의 앞에는 세 사람이 서 있었는데, 세 사람 중 가운데에 서 있는 자는 녹색의 로브를 입고 손에는 마법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그의 양쪽에 있는 두 명은 은빛으로 번쩍이는 경갑옷을 입고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마스터의 제자들이었다.
“레드 데빌은 우측을 맡아 수색하도록 하고 칼리는 좌측을 맡는다.”
“예, 사형!”
“알겠습니다, 스톡 사형!”
마스터의 대제자 비에드가 준에 의해 죽어버렸다. 때문에 이제 대제자는 스톡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마스터의 명으로 비에드의 시신이라도 수습하기 위해 이곳으로 이동해온 것이었다.
“암흑기사들은 나를 따라 중앙을 수색한다.”
“알겠습니다, 스톡 님.”
이윽고 암흑기사 10명 중 대장을 맡고 있는 자가 대답하더니 수신호로 암흑기사들을 부챗살처럼 주변으로 흩어지게 해 수색하도록 조치했다.
그렇게 해서 이들은 주변 수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얼마 후, 기사 중 한 명이 뭔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누군가 치열하게 싸운 흔적이었는데 주변에는 검붉은 피가 말라 있었다.
스톡은 그 흔적을 자세하게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분명 이곳이다. 모두들 이곳으로 모여라, 여기가 분명하다.”
스톡의 외침에 주변을 수색하던 레드 데빌과 칼리가 달려왔다. 그리고 한 발 먼저 도착한 칼리가 물었다.
“스톡 대사형, 흔적을 찾았습니까?”
“그렇다, 여기가 분명하다.”
스톡이 손짓하는 곳을 칼리가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레드 데빌 역시 그곳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스톡 대사형, 이곳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으음,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흐흐흐, 그렇다면 대지의 기억마법으로 확인해보면 조금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겠군.”
스윽.
스톡은 양팔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제법 긴 대지의 기억마법 주문을 한참 동안 중얼거리다 마침내 외쳤다.
“대지의 어머니여, 나 스톡에게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보여주소서.”
츠츠츠츠.
그러자 스톡의 두 눈이 기이한 빛에 휩싸이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양팔을 옆으로 벌림과 동시에 레드 데빌과 칼리가 그의 팔을 붙잡자, 스톡이 보는 것을 레드 데빌과 칼리도 볼 수 있었다.
대지의 기억마법으로 보는 상황은 아주 심각했다. 그리고 실력이 뛰어났던 비에드 대사형이 상대에게 너무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에 그들은 경악했다.
프리맨 후작이라는 자는 너무 강한 상대였다.
제대로 실력발휘도 못한 채 연신 공격을 당하던 비에드 대사형이 궁지에 몰리면서 어둠의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스치기만 해도 결국 상처가 악화되어 죽음에 이른다는 데스 애로우까지 펼쳤으나 그것은 상대의 수법에 소멸을 당해버렸다.
또한 프리맨 후작이라는 자가 손바닥을 내뻗으면 손에서 마치 오러 블레이드 같은 것이 날아가 비에드 대사형의 가슴에 격중되었다. 그러니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 훨훨 날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지독한 상처를 입었어도 상처를 치료하는 마법을 펼칠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계속 상대에게 당했다.
이걸 보고 있던 스톡과 레드 데빌, 칼리는 공포에 젖어들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이, 이럴 수가……!”
“이, 이건 말도 안 돼.”
그 순간 전의를 상실한 비에드 대사형을 향해 프리맨 후작이 원수를 대하듯 강력한 기운이 스며들어 있는 주먹과 발차기 공격을 퍼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