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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이들은 크기가 5센티미터 정도 되는 날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정찰로 내보낸 꿀벌 5마리를 공격해 잡아먹었다.
하지만 준은 놀라기보다 오히려 피식거렸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당황했을 테지만 준을 놀라게 하기엔 뭔가 부족했던 것이다.
“스파이더와 사마귀를 보냈으니 일단 지켜보면 알겠지.”
그에 준은 파도처럼 통로를 가득 채운 채 밀려드는 붉은 왕개미에게 이번에는 스파이더와 사마귀를 보냈다.
그리고 이내 스파이더가 입을 쩌억 벌리면서 치명적인 독기운을 머금은 독가스를 내뿜었다.
치이이이!
부식성이 있는 산이라 붉은 왕개미는 그대로 몸이 녹아내렸다. 하지만 워낙 많은 수의 붉은 왕개미라 죽은 것들을 넘어 계속 달려왔다.
그 모습에 자아를 가진 마법의 생명체이기에 지능이 제법 높은 스파이더는 기이한 비명을 지르면서 입을 벌렸다.
끄워어어어!
그러자 이번에는 입 안에서 엄청난 수의 거미가 튀어나왔는데, 몸집이 붉은 왕개미보다 두 배는 큰 거미였다.
그들은 일제히 거미줄을 내뿜어서 붉은 왕개미를 칭칭 감았다. 하지만 붉은 왕개미는 거미보다 배는 많았다.
그때, 스파이더의 뒤쪽에서 엄청난 수의 사마귀 떼가 몰려와 강력한 앞발을 이용해 붉은 왕개미를 움켜잡고는 그대로 뜯어먹었다.
하지만 스파이더 떼와 사마귀 떼 그리고 붉은 왕개미 모두 엄청난 수를 보유하고 있어서인지 치열한 다툼은 좀처럼 끝이 나지 않았다.
“스파이더와 사마귀는 뒤로 물러나라.”
그렇게 붉은 왕개미를 공격하길 얼마 후, 준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스파이더와 사마귀는 즉시 뒷걸음질 치면서 물러났다.
준은 스파이더 떼와 사마귀 떼가 붉은 왕개미를 엄청나게 잡아먹고는 있었지만 조금씩 밀리고 있는 상황인 듯해 물러나라는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그런 다음 붉은 왕개미들을 보며 외쳤다.
“한 방에 쓸어버릴 적당한 마법이 있으니 받아보거라. 마그마 블래스터!”
츠츠츠츠!
그 순간 뜨거운 고열로 뭉쳐진 사람 상반신 정도 크기의 마그마탄이 생성되었는데, 얼마나 열기가 뜨거운지 통로를 순식간에 찜통으로 만들었고 공기 중에 분포되어 있는 수분도 그로 인해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마그마탄이 앞에 나타나자 준은 양팔을 가슴 앞으로 끌어당기다가 순간 앞으로 내뻗었다.
투아앙!
그러자 파공음이 터지면서 마그마탄이 쏘아졌다.
콰콰콰콰!
파이어 볼보다 파괴력이 몇 배나 강하며 관통성과 폭발성을 동시에 갖춘 뛰어난 공격마법이기에 붉은 왕개미들은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통로를 가득 채우고 있던 붉은 왕개미들이 전부 마그마탄 한 방에 소멸되어버린 것이다.
“후후후, 역시 예상한 대로 한 방에 화끈하게 청소해버렸어.”
마그마탄의 열기는 워낙 고열이었기에 통로의 천장을 비롯해 벽면과 바닥이 일부 녹아내려 액체상태가 되었다.
“이런 상태로는 여길 통과하지 못하니 약간 열기는 식히는 게 좋겠군.”
츠으읏!
그에 준은 왼팔을 앞으로 내뻗어 빙계마법을 펼쳤다. 그러자 강력한 냉기의 영향으로 고열에 이글거리던 통로가 순식간에 냉각되었다.
“자, 이제 냉각되었으니 스파이더와 사마귀는 앞으로 나서거라.”
“예, 창조주시여.”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창조주시여.”
준의 명령에 스파이더가 먼저 텔레파시로 대답했고, 이어 사마귀가 대답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먼저 나선 건 스파이더였다. 또한 스파이더와 20미터 정도 거리를 두면서 천천히 사마귀가 뒤따랐다.
그리고 이번에도 준은 사마귀와 5미터 정도 거리를 두면서 뒤따라갔는데, 이내 붉은 왕개미에 의해 지나가지 못했던 꺾인 통로를 지나던 그는 바닥에 있는 소환마법진이 파괴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으음, 바닥에 소환마법진을 설치했었군? 마그마탄으로 공격하길 정말 잘했구나.”
그에 잠시 중얼거리며 파괴된 소환마법진을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마침내 뒤쪽의 통로에서 바퀴벌레와 비슷하게 생긴 마겔이 얼음벽을 부수었다.
초감각으로 인해 준은 공기의 미세한 파장만으로도 무엇인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그는 금세 마겔이 몰려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으음, 이번에는 뒤쪽의 통로인가? 하지만 문제없어. 나도 이 정도의 소환마법진은 충분히 그릴 수 있지.”
스윽, 슥슥!
그는 마력을 이용해 간단하게 소환마법진을 그리는 한편, 우측 손바닥을 위로 보이게 하면서 파이어 볼을 생성했다.
화르르!
그러자 불길이 이글거리는 배구공 정도 크기의 불덩이가 생성되어 공중에 떠올랐다.
피윳!
그리고 준이 손가락 튕기는 것만으로도 파이어 볼은 마겔이 있는 통로를 향해 날아갔다.
소환마법진을 그릴 동안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약간의 시간을 벌면 되는 것이기에 준은 파이어 볼이 천천히 날아가도록 조정했다.
잠시 후, 파이어 볼은 50미터 정도를 날아가다가 빠르게 달려오는 마겔의 선두와 충돌했다.
콰쾅!
그리고 이내 굉음과 함께 폭발하며 충격파와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로 인해 수백 마리의 마겔이 떼죽음을 당했고, 일부 마겔은 몸통이 박살나거나 불탔다.
“소환마법진이 완성되었으니 소환해볼까.”
스윽.
이때 소환마법진이 완성된 것인지 준은 양손을 머리 위로 천천히 치켜들며 소환마법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제법 길게 소환주문을 외운 그는 이윽고 크게 외쳤다.
“마나의 힘에 순응하는 이여, 나의 부름에 나오너라. 소환!”
츠츠츠츠.
그 순간 소환마법진에서 기이한 빛이 번쩍이다가 이내 사라졌다.
사사사삭!
그와 동시에 5센티미터 정도 되는 크기를 가진 흰 왕개미 한 마리가 소환마법진에서 튀어나와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흰 왕개미의 뒤를 따라 소환마법진에서 물이 내뿜어지듯 엄청난 수의 흰 왕개미가 쏟아졌다.
순식간에 수백여 마리가 튀어나왔기에 통로에는 금방 흰 왕개미 떼로 가득했다.
“가라, 너희들의 먹이가 앞에 있다. 어서 가거라.”
준의 외침에 흰 왕개미 떼는 통로 저편으로 달려 나갔다.
“앞으로 10분 동안은 계속 흰 왕개미 떼가 쏟아져 나올 것이니 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그렇게 잠시 소환마법진에서 흰 왕개미 떼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바라보던 준은 이내 뒤돌아 통로 저편으로 사라졌다.
한편 마겔은 여전히 준을 추적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을 듯했다. 그들의 전방에서 흰 왕개미 떼가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두 무리의 곤충들은 서로 뒤섞이며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죽고 죽이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얼마 후, 소환시간이 다 되어버린 흰 왕개미 떼는 결국 마겔에 의해 전멸해버렸다.
물론 마겔도 막대한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워낙 수가 많았기에 그다지 표시가 나지 않았다.
사사사삭!
그들은 이내 통로 바닥을 내딛으면서 다시 준을 추격해왔다.
저벅저벅!
준은 한참을 걸어 결국 통로의 끝에 도달했다.
전방은 불빛 한 점 없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여 있었다. 하지만 준은 천왕대심공을 익혔기에 어두운 곳도 잘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이런 거대한 공동이 존재할 줄이야…….”
그런 그의 말대로 그곳에는 거대한 공동이 펼쳐져 있었다.
천장이 100여 미터가 넘고, 사방의 넓이도 300미터가 넘었다. 또한 공동의 끝에는 동굴이 5개나 뚫려 있었다. 그러나 뭐가 있는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스윽.
그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염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공동 바닥에 흩어져 있는 자갈 열 개가 스르륵 떠오르더니 천천히 날아와 준의 앞에 멈추었다.
“라이트!”
그리고 열 개의 자갈이 모두 준에 의해 한 번에 라이트 마법이 걸리자 마법등처럼 환하게 빛을 내뿜었고, 그의 손짓에 의해 자갈이 5개씩 뭉치면서 더욱 밝게 빛났다.
휘이이익!
두 묶음의 자갈은 그렇게 빛을 내면서 준의 손짓에 따라 넓은 공동을 날아다니며 무엇이 있는지 수색했다.
하지만 천장까지 전부 수색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으음, 분명 여기에도 뭔가를 설치해놓았을 텐데 없군… 알렉산드라, 혹시 이 공동에 대해 아는 것 있어?”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주인님.”
“그래? 아는 대로 말해봐.”
“이 공동의 바닥은 평범해 보이지만 이곳을 걸을 경우 아주 위험합니다.”
“그건 왜 그렇지?”
“바로 바닥에 환상마법이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으음, 환상마법이라면 별것 아니잖아?”
“물론 환상마법만 있다면 조심만 하면 되지요. 하지만 문제는 바닥에는 소환마법진이 3개나 설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가까이 접근하면 소환마법진에서 소환물이 튀어나올 것입니다.”
“으음, 그럼 날아서 가는 게 좋겠군.”
“그나마 그 방법이 가장 안전한 방법 같습니다.”
“그럼 공동의 끝에 있는 5개의 동굴은 안전한 거야?”
“아닙니다. 5개의 동굴 중 한 곳만이 안전한 길이고, 나머지 4곳은 온갖 함정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알렉산드라, 그럼 어느 동굴이 안전하지?”
“제 기억으로는 우측에서 2번째 동굴이 가장 안전한 동굴입니다.”
“그럼 저 동굴에는 함정이 전혀 없는 거야?”
“저의 기억으로는 그렇습니다, 주인님.”
“그렇군. 그럼 혹시 말이야, 이 비밀의 장소를 전부 관리 감독하는 가디언이 있나?”
“예. 있습니다, 주인님.”
“그럼 2번째 동굴이 바뀌었을지도 모르잖아? 함정이 생겼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젠장! 알렉산드라, 이곳을 관리 감독하는 가디언이 누구지?”
“주인님께서 처음 이곳으로 들어오실 때 보셨던 블러드 게이트입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주인님.”
“그럼 그걸 왜 말하지 않았지?”
“주인님께서 물어보시지 않으셨기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흠… 이렇게 막연하게 움직이다가는 언제 공격을 받을지 모르겠군… 알렉산드라, 이 비밀의 장소에 관한 도면을 보여다오.”
“예, 주인님.”
츠츠츠츠.
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가로가 긴 둥글게 말린 것이 스르르 공중에 펼쳐졌다.
그에 준은 자신이 있는 공동이 어디쯤인가 확인해보았다. 그러자 열 개의 층 중 1층의 3번째 칸이 공동과 비슷하게 그려져 있었다.
“알렉산드라, 이 공동이 겨우 1층의 3번째 관문이야?”
“그렇습니다, 주인님.”
“그럼 여기 도면대로라면 모두 10층이 있는 것 같은데 맞아?”
“예, 주인님. 각 층마다 열 개의 관문이 있으며, 지하 10층까지 내려가야만 비밀의 장소가 나옵니다.”
“으음, 이걸 언제 다 통과한단 말인가…….”
준은 이곳을 전부 통과하기까지 몇날 며칠이 걸릴지 장담하지 못했다. 또한 각 관문마다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이기에 선뜻 앞으로 나아갈 수만도 없었다. 거기다 알렉산드라도 이곳에 설치되어 있는 함정에 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곳 전체를 관리 감독하고 있는 블러드 게이트가 분명 함정을 바꾸어놓았을 거라는 점이었다.
“으음, 그럼 블러드 게이트가 내가 이동하는 상황을 전부 파악하고 그때마다 적절한 함정이나 소환마법으로 공격해오겠군…….”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주인님.”
“그렇게 된다면 적의 함정에 완전히 빠져 언제 벗어날지 모른다는 것인데… 충분하게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구나.”
그때였다. 뒤쪽 통로에서 마겔이 몰려오고 있었다.
“음, 일단 뒤쪽부터 해결한 뒤 생각해봐야겠군. 사마귀는 통로에서 접근하는 것들을 막아라!”
“예, 창조주시여.”
준의 명령이 내려지자 사마귀는 입을 쩌억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