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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파지직!
그것은 너무나 빠른 번개 공격이었다. 때문에 먼저 발사된 매직 미사일보다 먼저 준에게 도달했다.
그에 피하기에는 늦었다고 판단한 준은 보호막을 이중으로 펼쳤다.
퍼펑!
그와 동시에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일어났다. 하지만 강력한 보호막이라 약간 출렁거리는 것으로 그쳤다.
결국 번개는 보호막을 뚫지 못하고 꺾이면서 튕겨져 나갔다.
그런데 이때 매직 미사일이 사방에서 날아와 보호막과 충돌했다.
콰콰쾅!
그와 동시에 일어난 연속적인 폭음. 하지만 역시나 강력한 준의 보호막을 뚫거나 깨뜨리지는 못하고 소멸되어버렸다.
“후후후, 제법 강력한 가디언들이지만 나를 어쩌기에는 아직 멀었어. 하지만 공격력만큼은 아주 마음에 들었어. 이젠 지루하니까 그만 끝내야겠어.”
스윽.
그는 손을 치켜들면서 손가락을 오므렸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두 석상 가디언이 마치 늪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듯 요동을 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은 준의 강력한 마력장에 갇혀 벗어나지 못했다.
츠츠츠츠.
그들은 이내 생성된 투명한 막에 갇혀버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투명한 막이 점점 크기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두 석상 가디언들도 투명한 막처럼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막이 수정구 크기만큼 줄어들자 그 속에 갇혀 있던 두 석상 가디언의 두 눈이 변했다. 붉게 물들어 있던 두 눈이 투명하게 변한 것이다. 동시에 요동치던 몸도 멈추었다.
“후후후, 귀여운 것들!”
스윽.
그런 그들을 보며 준은 두 개의 구를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한편 암벽 석상의 꼭대기에서 이를 내려다보던 전투마법사 세이먼과 제리는 경악했다.
“저, 저럴 수가!”
“마, 말도 안 돼!”
이들이 보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준)와 대결한 것은 분명 마도시대의 석상 가디언인 것 같았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강력한 마법공격까지 퍼부었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를 상대로 이기지는 못했다. 강력한 석상 가디언이 오히려 처음 보는 수법에 사로잡혀버린 것이다.
스으읏, 처척!
준은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서 비밀의 장소 입구라 생각되는 문이 그려진 벽화에 손바닥을 붙였다.
츠츠츠츠.
그러자 준이 손목에 착용하고 있는 팔찌, 즉 알렉산드라에서 기이한 빛이 일어나더니 벽화의 문에 스며들었다.
동시에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암벽 벽화에 새겨진 거대한 문 전체에 알렉산드라에게서 흘러나온 빛에 휩싸이면서 스파크가 일어난 것이다.
우우우웅!
공명음이 일어나면서 거대한 벽화의 문이 젤리처럼 출렁거렸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거대한 벽화의 문에 사람 몸통만 한 크기의 거대한 눈이 형성되었다.
츠으읏!
또한 눈꺼풀이 벌어지면서 붉은색 눈동자가 나타났다.
-알렉산드라를 소유한 자가 드디어 나타났구나.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를 기다렸나?”
-그렇다, 방문자여. 너무나 오랜 세월을 이 자리에서 기다렸다.
“그런가? 너를 뭐라 불러야 되지?”
-나는 블러드 게이트라고 한다.
“블러드 게이트라면 피의 문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일러두지. 나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안으로 들어간 자들은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는 너의 허락을 받은 것인가?”
-그렇다. 알렉산드라를 소유한 방문자이니 당연히 나의 허락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고 관문을 그냥 통과할 수는 없다.
“후후후, 난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하지만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간족은 절대로 끝까지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려 돌아간다면 짐마차 한 대 분량의 황금을 주겠다.”
“호오? 대단한 조건이지만 그걸로는 날 만족시키지 못한다.”
-으핫핫핫! 오랜 세월 동안 방문자를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 알렉산드라를 소유한 자라 특별히 선의를 보였다. 그랬건만 죽는 게 소원이라면 나도 어쩔 수 없지. 자, 안으로 들어가라.”
파파파팟!
이윽고 칠흑같이 어두운 블러드 게이트 안쪽을 마법등이 밝혀주었다. 그와 동시에 그곳은 대낮같이 환해지며 통로가 드러났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 방문자여. 하지만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 나올 수 없다.
“중도에 포기할 것 같았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저벅저벅!
준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통로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블러드 게이트의 음산한 말이 들려왔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도전자는 수백 명. 그들 중에는 검술에 능한 소드 마스터도 있었고 7서클에 이른 대마법사급 마법사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다.
스스스슷!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블러드 게이트의 눈은 사라졌다. 또한 거대한 문의 기이한 빛도 순간 사라져버렸다. 즉, 준이 나타나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스으읏!
준이 사라지고 얼마 후, 전투마법사 세이먼과 제자 제리가 비밀의 장소 입구에 나타났다.
“스승님, 우리도 안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아요?”
“제리야, 그게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예? 왜요?”
“암벽에 새겨진 것을 보니 분명 마도시대 때 새겨진 벽화구나. 조금 전 그자와 같이 문을 열 수 없으면 절대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럼 스승님, 공격마법으로 부수고 들어가면 어때요?”
“허허허, 소용 없대두 그러는구나. 저기 대방어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게 보이지 않느냐?”
“어디요? 아, 저것 말이에요?”
“그래. 저것은 7서클 공격마법이 아니고선 저걸 절대로 파괴하지 못한다.”
“스승님, 그자는 부수지 않고 그냥 들어갔어요.”
“그자는 우리가 모르는 열쇠를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들어갈 수 있지.”
세이먼의 말대로 입구가 닫힌 이상 알렉산드라나 마도시대 때 만들어진 마법의 아티팩트가 없으면 비밀의 장소로 들어갈 수 없었다.
물론 7서클 공격마법을 펼칠 수 있다면 강제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이먼과 제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별수 있느냐, 그냥 돌아가야지.”
“그럼 가르시아 대장의 말대로 포기하고 돌아가야 하는 건가요?”
“그래야겠지… 이곳의 원주민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아마 이것과 관계가 있는 것 같구나.”
“그런데 스승님, 어째서 마도시대의 유물이 여기에 있는 걸까요?”
“그걸 낸들 알겠느냐?”
스승 세이먼의 대답에 제리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아주 오랜 옛날, 마도시대 때의 현자 크라이오튼이 이곳에 비밀의 장소를 설치했다는 것을 이들이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저벅저벅!
통로를 걸어가던 준이 갑자기 멈추더니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마도시대의 마법사니 분명 자신과 같은 9서클 마스터에 이르렀을 것이다. 때문에 어쩌면 자신의 마법 수준보다 높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대비를 한다고 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와 공격할지 모르기에 아무런 대비 없이는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후, 나도 준비해온 것이 있으니 꺼내야겠군.”
스윽.
그는 이내 손을 위로 향하게 하고는 활짝 펼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스스슷!
그러자 손톱 정도 크기의 꿀벌 5마리가 생성되었다. 하지만 보통 꿀벌이 아닌 마법으로 생성한 것이기에 두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그것만 제외한다면 보통의 꿀벌과 구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통로를 수색하거라. 가랏!”
부우웅, 붕붕!
이윽고 그의 말에 두 눈이 붉게 물든 꿀벌 5마리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앞쪽으로 날아갔다.
“일단 꿀벌로 하여금 앞쪽을 정찰하도록 했으니 이번에는 나의 가디언들을 꺼내야겠군.”
스윽.
꿀벌이 날아오르는 것을 본 준은 이번에는 마법주머니에서 미스릴 보석함을 꺼내더니 외쳤다.
“창조주가 부르노니, 스파이더 나오너라!”
츠츠츠츠.
그 순간 미스릴 보석함 속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그것은 곧 형태를 갖추었는데, 바로 2미터 정도 되는 검은 거미였다.
“부르셨습니까, 창조주시여.”
“나를 위해 앞으로 나서야 되겠다.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나면 스파이더 네가 제거하거라.”
“예, 창조주시여.”
사사사삭!
그 스파이더는 앞장서서 이동을 시작했다.
스파이더는 크기를 마음먹은 대로 조절할 수 있었는데, 10미터까지 크기 조절이 가능했다. 하지만 여긴 통로라서 너무 크면 불편했기에 2미터 정도의 크기로 맞춘 것이었다.
스파이더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며 준은 또 한 번 외쳤다.
“창조주가 부르노니, 어서 나오너라 사마귀야.”
츠츠츠츠.
그러자 이번에도 미스릴 보석함 속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사마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무려 2미터나 되는 녹색의 사마귀였는데, 두 눈이 루비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그렇다. 나를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나면 막아야겠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창조주시여.”
녹색의 사마귀는 고개를 숙여 준에게 인사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일단은 이들과 함께 위험에 대비하면서 가면 되겠어.”
스윽.
마법주머니 속에 미스릴 보석함을 다시 집어넣은 준은 이번에는 반지 아티팩트 열 개 전부를 꺼내 손가락에 꼈다.
그것들은 각각 3가지의 공격마법이 새겨진 아티팩트였는데, 마력을 끌어올리지 않고서도 언제든 공격마법을 펼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에 공격은 충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준은 이번에는 위험이 감지되면 자동적으로 반응해 보호막을 펼치는 아티팩트 목걸이를 꺼내 목에 걸었다. 그러고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마법지팡이도 꺼내 손에 들었다.
이렇듯 철저하게 준비를 끝내니 그제야 안심이 되는 준이었다.
저벅저벅!
이윽고 준은 다시 통로를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불현듯 뒤가 신경 쓰였다.
그는 현재 몸의 앞쪽은 넘칠 만큼 준비를 한 상태였다. 그러나 뒤는 아니었다.
순간 그는 마력을 끌어올려 팔을 내뻗었다.
츠으읏!
바로 뒤쪽 통로에다가 빙계마법을 펼친 것이다. 그러자 공기 중에 분포되어 있는 수분이 냉기의 영향으로 순식간에 얼기 시작했다.
쩌쩡!
그리고 이내 두꺼운 얼음벽이 생성되면서 통로가 가로막히자 그제야 뒤쪽도 안심이 된 준이 다시 걸어갔다. 그리고 이내 나타난 꺾여 있는 통로를 지나려 할 때였다.
사사사삭!
작고 미세한 소리를 내며 검은 물결이 밀려오듯 수천 마리의 곤충들이 그의 뒤쪽에서 이동해왔다.
자세히 보니 바퀴벌레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가 날카롭게 돋아나 있는 그 곤충들은 일반적인 바퀴벌레보다 약 3배나 컸다.
이 곤충이 바로 ‘마겔’이라 불리는 공포스러운 곤충이었다.
이들은 소환마법진의 영향으로 통로에 나타난 것이었는데, 육식성이라 상대가 아무리 커도 집단으로 공격해 잡아먹는 아주 무서운 놈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앞을 내다보고 아는 지혜가 있었던 준이 얼음벽을 생성시켜두었다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마겔을 당분간 잡아둘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통로의 앞쪽에서 붉은 왕개미 때가 몰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