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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11화 (21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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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가르시아는 두리번거리며 사건 현장을 살펴보았다.

원주민들의 발자국은 밭의 곳곳에서 발견되었지만 몬스터나 다른 발자국은 발견하지 못했기에 몬스터의 소행은 아닌 듯했다.

딕스가 대장인 가르시아에게로 다가와 중얼거렸다.

“대장, 뭐 발견한 것 있어?”

“으음, 아직까지는 없어. 딕스 넌 발견한 것 있어?”

“없어, 대장. 혹시 몬스터가 습격해온 것인지 살펴보았지만 없었어.”

“산맥도 아닌 이런 언덕에 무슨 몬스터가 있겠어? 기껏해야 작은 야생동물이 고작이지.”

“그러니까 더 이상하다는 거야, 대장.”

“으음, 외부의 흔적은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밭에서 일하던 원주민들이 사라지다니.”

가르시아와 딕스가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전투마법사 세이먼이 제리에게 말했다.

“제리야, 뭔가 발견한 것이 있느냐?”

“아직은 없어요, 스승님.”

“으음, 이상하게도 이곳에서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누가 이곳에서 마법을 사용했다는 말이에요?”

“그런 것 같구나.”

“그럼 어떻게 추적하죠?”

“으음, 일단은 마법으로 대지의 정령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스승님, 그건 마나의 소비가 너무 큰데 괜찮겠어요?”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그럼 제가 주위를 경계할게요.”

“그게 좋겠구나.”

전투마법사 세이먼은 정신을 집중해 마법주문을 중얼거렸다.

가르시아와 팀원들도 세이먼이 마법을 펼치려는 것을 알고는 조용히 기다렸다.

세이먼이 마법주문을 중얼거리다가 외쳤다.

“대지의 정령이여,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나에게 보여주소서. 대지의 기억!”

츠츠츠츠.

세이먼의 두 눈이 기이한 빛으로 일렁이더니 며칠 전의 이곳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곳에 나타난 존재가 마법적인 기운이 강해서 방해를 받는 듯 모습이 고르지 못했다.

그에 세이먼은 마력을 더 끌어올렸다. 그러자 흐릿해졌던 모습이 조금 나아지면서 대지의 정령이 기억했던 것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으음, 이런 것이 어떻게?”

세이먼은 경악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한편 제리는 스승인 세이먼이 이렇게까지 놀라는 건 처음 보았다. 그래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평소 세이먼이 얼마나 침착한 성격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르시아와 팀원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어떤 모습을 보았기에 저런 표정인지 무척 궁금했다.

주르륵!

막대한 마력을 소비해서인지 세이먼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이젠 몸까지 부들부들 떨어대는 게 힘겨워 보였다.

그는 더 이상 버티긴 어려워 마력을 내뿜던 것을 중지하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제리가 그런 그를 재빨리 부축해주었다.

“스승님, 괜찮으세요?”

“으음, 이젠 괜찮다.”

가르시아가 세이먼에게 다가와 물었다.

“세이먼, 무엇을 보았는데 이렇게 힘겨워합니까?”

“가르시아 대장, 놀라지 말게. 이곳에 나타난 건 골렘이었네.”

“골렘이라고요?”

가르시아는 세이먼의 말에 당황했다.

골렘이라는 것은 마법의 창조물로, 드래곤이 아니면 조정이 불가능하다 알고 있었다.

“그럼 드래곤이 이곳에 나타났단 말입니까?”

“그건 아니네. 내가 본 골렘은 마도시대의 골렘이었네.”

“예? 마도시대라고요?”

세이먼의 말에 가르시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도시대에는 대마법사급의 고위 서클의 마법사들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드래곤과 마법으로 겨루어도 지지 않았다고 전해지니 얼마나 마법사의 실력이 뛰어났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세이먼이 마도시대를 들먹이자 황당하기까지 했다.

“으음, 나도 믿을 수 없네. 어떻게 여기에 마도시대의 골렘이 나타난 것인지 말일세.”

“골렘이 원주민들을 잡아갔다니 믿기 힘들군요.”

“가르시아 대장, 나도 믿기 힘들었지만 사실이네.”

“세이먼, 혹시 며칠 전에 일어났다는 지진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입니까?”

“갑자기 마도시대의 골렘이 나타난 걸 보면 그 지진과 연관이 없고는 불가능하다네.”

“하… 지진 때문에 오랜 세월 잠자고 있던 골렘이 깨어났으니 이젠 어쩌죠?”

“자칫 잘못하면 팀원들이 전멸할지도 모르네. 자네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겠지만 드래곤의 골렘보다 더 정교하고 강력한 것이 마도시대에 만들어진 골렘이네.”

“저도 언젠가 들었던 것 같습니다. 드래곤의 골렘은 단순하게 레어로 들어오는 것을 막거나 지키는 것이지만 마도시대의 마법사들이 만든 골렘들은 성을 함락시킬 때도 사용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다네. 또한 강력한 몬스터나 드래곤들까지 상대하기 위해 만든 골렘이었네.”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요?”

“그렇다네. 물론 골렘 1기로 드래곤을 상대하지는 못하네. 그러나 이런 강력한 골렘이 3기만 있더라도 드래곤을 막아낼 수는 있다네.”

“세이먼, 설마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가르시아 대장, 이건 분명한 사실이라네. 마도시대 때 대마법사급의 마법사들에게는 이런 강력한 골렘이 보통 5기씩 있었기에 드래곤들도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고 전해지네.”

“으음,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한 마법사들입니다.”

“나도 전해져 오는 책을 읽고 알았다네.”

“마도시대에 관한 역사서를 말씀 하시는군요.”

“그렇다네. 그 역사서에는 분명 이렇게 쓰여 있었네. 골렘 3기는 성룡급의 드래곤과 비슷한 전력이고, 4기는 성룡급의 드래곤은 이기지만 고룡급은 동급이라고 했어. 그러나 5기의 골렘이라면 고룡급과 싸워도 승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드래곤들도 대마법사들을 인정해주었다고 하더군.”

“자존심이 강한 드래곤이 인정할 정도이니 골렘이 얼마나 강한 건지 알겠군요.”

“그러니 내가 경악한 것이라네.”

“그러면 이 의뢰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으음, 이건 우리의 능력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네.”

“어쩐지 100골드나 하는 의뢰가 우리에게 떨어졌다 했습니다.”

“아깝기는 하지만 여기에서 손을 떼는 게 목숨을 보전하는 길인 것 같네.”

“드래곤도 어쩌지 못하는 골렘을 우리가 어떻게 해결하겠습니까…….”

그때였다. 고개를 끄덕이던 세이먼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한곳을 쳐다보았다. 주위에 있던 팀원들 역시 세이먼이 쳐다보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깜짝 놀라고 말았다.

거대한 암벽 앞으로 말을 탄 한 사람이 접근하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 가르시아 팀과 몇 번이나 마주쳤던 준이었다.

“어머, 저 사람이 여길 어떻게……?”

하지만 준은 가르시아 팀원들이 쳐다보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말을 박차고 허공으로 도약했다.

파악!

인간의 도약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그는 3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암벽 석상의 꼭대기에 가볍게 내려섰다.

꼭대기에서 바라본 풍경은 무척 아름다웠다. 그러나 준이 암벽 석상의 꼭대기에 올라온 것은 경치나 구경하려고 올라온 것이 아니었다.

“알렉산드라, 입구가 어디냐?”

“제 기억이 맞는다면 꼭대기에서 주인님의 등 뒤 쪽으로 20미터 정도 밑에 입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플라이 마법으로 내려가 살펴봐야겠군. 플라이!”

부우웅!

꼭대기의 바닥에서 그의 몸이 떠올랐다. 그렇게 하늘을 날아서 암벽 석상의 뒤쪽 밑으로 천천히 내려가면서 살펴보았다.

알렉산드라의 말처럼 밑으로 20미터 정도 내려오자 5미터 정도 크기의 거대한 문 모양의 벽화가 새겨져 있었다.

또한 문의 양쪽에는 암벽 석상과 비슷하게 생긴 3미터 정도 크기의 벽화가 새겨져 있었는데, 하나는 창을 나머지 하나는 전투 도끼를 들고 있었다. 세월의 풍상으로 흔적이 많이 흐릿해져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런데… 9서클 마스터에 오른 준의 초감각에 벽화에서 미세하게나마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번쩍!

순간 준의 눈에서 기이한 빛이 번뜩였다. 암벽 석상에 환상마법이 펼쳐져 있었지만 준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후후후, 이런 걸로 나를 속이지는 못한다.”

스윽, 슥슥.

준이 우측 팔을 앞으로 내뻗어 마치 파리를 쫓듯이 손바닥을 흔들었다.

스스스스.

그러자 환상마법으로 가려져 있던 비밀의 장소 입구가 안개가 흩어지듯이 드러났다. 그리고 암벽 석상에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그에 준은 단단한 암벽에 굴을 뚫어놓고 환상마법을 펼친 것은 분명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이 한 짓이라 생각했다.

“이런 곳에 입구를 만들어놓았을 줄이야… 정말 기발하구나.”

그는 이내 문을 향해 마력을 내뿜었다.

그때였다. 문의 양쪽에 새겨져 있던 암벽 석상의 두 눈이 순간 붉게 물들면서 암벽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순간 위험을 감지한 준이 뒤로 물러났지만 두 석상은 그를 향해 계속해서 공격해왔다.

그들은 바로 비밀의 장소 입구를 지키는 석상 가디언들이었는데, 평소에는 이렇게 암벽에 박혀 벽화처럼 있다가 누군가 접근하면 입구를 지키기 위해 튀어나와 공격하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석상 가디언들이 공격을 시작했지만 허접한 공격에 당할 준이 아니었다. 그는 가볍게 앞으로 손을 내뻗어 장력을 날렸다.

퍼펑!

그와 동시에 두 석상의 가슴에서 가죽 북이 터지는 소리가 일어나면서 뒤로 날아가 암벽에 부딪혔다.

콰쾅!

그리고 이내 요란한 폭음과 함께 석상 가디언들이 암벽에 박혔고 그들을 향해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우수수.

하지만 돌 부스러기가 아래로 떨어졌기에 큰 충격을 받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석상 가디언들은 다시 공격해왔다.

“후후후, 석상 가디언이라서 그런지 단단하군.”

스윽.

그에 준은 이번에는 조금 더 내력을 끌어 모아 장력을 발출했다.

퍼억, 퍽!

두 석상 가디언의 가슴에 장력이 격중되자 20센티미터 정도 움푹 들어가면서 준의 손도장이 찍혔다. 이 정도라면 석상 가디언이라도 박살날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러나 몸에 새겨진 보호마법진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에 충격울 대부분 흡수해버렸다.

그로 인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충격만이 석상 가디언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이었기에 두 석상은 뒤로 훨훨 날아가 암벽에 부딪혔다.

콰쾅!

조금 전보다 두 배는 큰 폭음이 터지면서 두 석상 가디언이 아래로 추락했다.

준은 이대로 바닥과 충돌한다면 아무리 석상이라도 박살나버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두 석상의 몸이 기이한 빛으로 휩싸이더니 순간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등 뒤에서 마나의 기운이 느낀 준은 공중제비를 시전하면서 피했다. 역시나 두 석상이 순간이동으로 준의 등 뒤에서 기습공격을 퍼부었던 것이다.

“하하하하! 대단한 석상 가디언이구나. 조금 더 놀아볼까?”

휘휘휙!

석상 가디언은 2배 이상의 속도를 높여주는 헤이스트 마법이 걸려 있는 듯 몸놀림이 빨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창을 든 석상 가디언에게서 매직 미사일이 10발이나 생성되어 발사되었다.

쉐에에엑!

파공음과 함께 빠른 속도의 매직 미사일이 준에게 날아왔다. 또한 전투 도끼를 든 석상 가디언은 체인 라이트닝이 쏘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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