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10화 (21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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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으음, 밴코밸리에 원주민 실종 사건이라…….”

“아마 몬스터의 소행인 것 같은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조사해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으음, 하지만 단순한 실종 사건 치고는 너무 의뢰비가 많은데?”

“밴코밸리에서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원주민 20명이 실종된 사건이니 의뢰비를 많이 주고서라도 확실하게 알아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음, 그렇다면 우리 팀이 맡아서 해볼게.”

“잘 생각했어요. 자꾸만 치근대는 마르스보다는 가르시아 씨가 적임자 같아서 안심이에요.”

“고마워, 소피아. 이번 의뢰만 잘 처리하면 단단히 한 턱 낼께.”

“그 말 꼭 책임지셔야 해요.”

“그럼~! 내가 허튼소리 할 사람인가?”

“호호, 맞아요. 가르시아 씨는 믿을 수 있죠.”

가르시아는 평소 매너가 좋아서 소피아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다. 덕분에 이번에 아주 운이 좋게도 큰 의뢰를 맡게 된 것이었다.

때문에 건물 밖에서 짭짤한 의뢰를 기다리고 있는 마르스가 이 사실을 안다면 흥분해 의뢰를 빼앗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가르시아가 맡은 의뢰는 밴코밸리에 며칠 전부터 갑자기 원주민이 20여 명이나 실종된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즉, 원주민들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이렇게 용병길드에 의뢰를 한 것이다.

의뢰비가 무려 100골드나 되었기에 가르시아는 의뢰를 맡음과 동시에 소피아로부터 선금으로 50골드를 받았다.

가르시아가 팀원들과 맡았던 첫 의뢰비는 겨우 10골드에 불과했다. 그에 비한다면 정말 대단한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얼마 후 용병길드 건물을 나온 가르시아는 팀원들을 이끌고 재빨리 상점가로 향했다.

그러자 마르스는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나중에 큰 건수를 맡았다는 것을 알고는 분통을 터뜨렸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기에 그도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말을 타고 이동하면서 가르시아는 팀원들에게 100골드짜리 의뢰에 관한 것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팀원들도 큰 건에 흥분했다.

그들 중 딕스가 가르시아의 곁으로 붙으며 말했다.

“대장, 우린 정말 운이 좋아!”

“하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100골드짜리 의뢰를 우리가 맡다니 말이야.”

“하지만… 100골드짜리 의뢰인데 자칫 위험하지 않을까?”

“글쎄… 그건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100골드짜리 의뢰인데 최선을 다해봐야지.”

“맞아, 대장. 이번 의뢰만 잘 처리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의뢰를 맡을 수 있을 거야.”

“자, 마르스가 흥분해서 쫓아오기 전에 서둘러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서 이곳을 떠나자.”

“알았어, 대장.”

가르시아의 팀원들은 각자 맡은 바대로 움직여 각 상점으로 들어가 필요한 것들을 구입했다.

폴은 팀원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었기에 곡물 상점으로 달려가 식량과 식자재를 넉넉하게 구입했다.

물론 전투마법사 세이먼과 제리도 폴과 동행했다.

짐마차 한 대 분량의 물건을 넣을 수 있는 마법주머니를 제리가 가지고 있어 폴이 구입한 식량과 식자재를 그곳에 보관하기 위해서였다.

딕스는 활과 화살을 팀원들이 전부 사용할 수 있도록 인원수대로 구입했다. 가르시아의 조언대로 이번에는 원거리에 적합한 무기인 활을 준비한 것이다.

“가자!”

두두두두!

그렇게 준비를 마치 가르시아의 팀원들은 말의 속도를 높여 도시 누빅의 외성 서문을 재빨리 통과해 달려 나갔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준이 먼저 출발한 밴코밸리였다.

콰두두두!

준은 브라운 종의 명마를 타고 빠르게 달렸다.

말발굽이 땅을 찍으면서 달릴 때마다 흙덩이와 먼지가 심하게 일어났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서 메마른 상태였기에 더욱 먼지가 심한 것이다.

다른 품종의 말이 이렇게 빨리 오랫동안 달렸다면 틀림없이 고꾸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운 종의 말이었기에 이름값을 했다.

말과 리듬을 맞추면서 달리고 있었기에 말도, 준도 아주 좋았다.

“후후후, 역시 품종이 좋은 말이라서 그런지 대단한 놈이구나.”

준은 브라운 종의 명마를 보고는 갑자기 영주성에 있는 노페르슈롱이 생각났다.

성격이 거친 노페르슈롱은 온순한 성격을 가진 브라운 종의 명마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하지만 뛰어난 말이라는 점에서는 같았기에 준은 브라운 종이 노페르슈롱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좋은 명마라고 인정했다.

도시 누빅에서 약 20킬로미터 정도를 달려왔으니 이젠 밴코밸리까지는 10킬로미터 정도 남아 있었다. 따라서 2시간 정도면 도착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즉, 얼만 남지 않은 거리기에 급한 일이었다면 쉬지 않고 달릴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아니었기에 말에게 휴식을 주고 싶어 준은 말을 멈추고 내렸다.

이히힝, 푸르륵!

말은 모처럼 신나게 달려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스윽.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냄비를 하나 꺼내 내려놓고는 물주머니를 꺼내 물을 부었다. 그리고 그것을 말에게 가져가 내려놓았더니 목이 마른지 혀를 물에 축여 먹기 시작했다.

스윽, 슥슥!

준은 그런 브라운 종 말이 사랑스러워 갈기와 몸통을 쓰다듬었다.

얼마 후, 냄비에 부어주었던 물을 말이 모두 먹자, 이번에는 마법주머니 속에서 과일을 꺼내 말의 주둥이로 가져갔다. 그러자 말은 잘 받아먹었다.

그렇게 말이 먹을 것을 다 먹고 나자 준은 말에게 휴식도 주고 자신도 잠시 쉬었다 가고 싶어 마법주머니 속에서 대형 파라솔을 꺼내 설치했다. 또한 간이 의자도 꺼냈는데, 그것은 등받이가 긴 의자였다.

그렇게 해서 시원한 그늘이 마련되자 준은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대면서 다리를 주욱 뻗었다.

와삭!

그리고 과일을 하나 베어 물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평화롭고 한가로운 오후의 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두두두두!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평선 끝에서 지축을 뒤흔드는 요란한 말발굽소리가 예민하고 밝은 준의 두 귀에 똑똑하게 들려왔다.

그에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8명의 사람들이 말을 타고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메마른 땅의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말이다.

한편 가르시아와 팀원들은 전방의 길가에 햇볕을 피하기 위해 천막을 펼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그리고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똑똑하게 볼 수 있었는데… 그는 바로 오늘 오전에 갑자기 야영지에 나타나 도시 누빅으로 걸어간 준이었다.

물론 가르시아와 팀원들이 도시 누빅의 외성 서문으로 통과하려고 할 때도 말을 타고 성문을 나가는 준을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공교롭게도 또 마주친 것이다. 이로써 오늘만 무려 3번이나 마주친 것이었다.

가르시아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전투마법사 세이먼과 제리가 준을 보고는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이렇게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천막을 치고 긴 의자에 기대어 다리까지 주욱 뻗고 편안하게 쉬고 있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했다. 또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처음으로 보았을 때까지만 해도 말없이 사라졌는데 도시 누빅에 들어갔다가 나와서인지 브라운 종 명마를 구입한 그였다. 때문에 재력이 풍부하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한 가르시아 일행은 준을 지나치면서도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서로 눈이 마주쳐도 말은 하지 않았다.

“…….”

“……!”

그러나… 이렇듯 서로 말은 없었지만 또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가르시아 일행이 사라지고 30분이 지난 후, 준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마법주머니 속에 파라솔과 긴 의자를 집어넣고는 말에 올랐다.

“자, 이제 충분하게 쉬었으니 떠나자. 이랴!”

말의 옆구리를 발로 살짝 차자 말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2시간 정도를 달리자 목적지인 밴코밸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시 누빅의 용병길드 내에 있는 정보길드에서 수집한 정보대로 언덕이 10여 개나 되었다.

그리고 그 언덕 중에서 가운데에 있는 언덕에 약 300미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암벽이 솟아 있었다.

암벽은 전체적으로 보면 석상의 형태였다. 조각가가 형태만 대충 만들다가 중도에 포기한 것처럼 생긴 석상 말이다.

“후후후, 암벽을 석상이라고 해도 믿겠군.”

암벽은 원래부터 저렇게 생긴 것인지 아니면 누가 돌을 깎다가 저런 모양이 되었는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지만 원주민들은 저 석상을 부족의 신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가르시아 일행은 이미 밴코밸리에 도착해 원주민 부족장을 만나 의뢰서를 보여주고는 사건 정황을 물어보았다.

부족장은 며칠 전에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 땅이 흔들린 이후 실종 사건이 일어났다고 했다.

낮에 원주민 20명이 언덕의 밭에서 일하는 것을 분명히 보았는데, 날이 저물어도 돌아오지 않아서 찾아 나섰더니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사라졌다고 말이다.

아무리 언덕을 다 찾아보아도 20명의 원주민들은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도시 누빅에 있는 용병길드에 의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즉, 실종된 원주민 20명의 시신만이라도 찾아달라고 의뢰를 한 것이다.

가르시아와 팀원들은 원주민 한 명을 대동하고 실종된 원주민이 일하던 밭으로 가서 이상한 점이 없나 확인부터 해보았다.

한편 그렇게 가르시아와 팀원들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을 때, 준은 거대한 석상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알렉산드라, 저 석상이 맞느냐?”

“저 석상이 분명합니다, 주인님.”

“네 창조주였던 크라이오튼이 보물을 숨겨 두었다는 비밀의 장소로 가는 입구가 분명해?”

“예, 주인님. 제 기억으로는 틀림없습니다.”

“혹시 비밀의 장소를 지키는 가디언들이 있나?”

“창조주셨던 크라이오튼 님이 비밀의 장소를 만들 때 가디언들과 각종 함정을 만들었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으음, 너는 비밀의 장소 안으로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것이냐?”

“그렇습니다. 저는 창조주께서 명하신 후계자에게 비밀의 장소 입구까지만 안내하는 임무를 맡았었습니다.”

“그런데 창조주가 갑자기 죽어버렸기에 후계자가 없었던 거지?”

“예, 주인님.”

“그렇다면 오랜 세월 동안 가디언들은 한 번도 비밀의 장소 밖으로 나오지 않은 건가?”

“예, 주인님. 제가 출입구를 열어주어야만 가디언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알렉산드라가 비밀의 장소로 가는 열쇠란 말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가 있어야만 입구를 열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주인님.”

“좋아, 알렉산드라. 가보면 알겠지. 가자!”

이히히힝!

준이 말 옆구리를 찍자 말은 그가 원하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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