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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뾰로로롱.
아름다운 새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두 마리의 새가 하늘을 가로질러 저쪽으로 날아갔다.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도 불씨만 남아 있었다.
“아함, 벌써 아침인가?”
폴은 상체를 일으켜 기지개를 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폴, 잘 잤어?”
“예, 딕스.”
불침번을 서던 딕스란 자가 목이 마른지 물주머니를 꺼내 입에 물고 물을 마셨다.
꿀꺽!
“딕스, 나도 좀 주세요.”
“받아, 폴.”
딕스가 물주머니를 던지자 그것을 받아든 폴이 마개를 열어 물을 마시고는 다시 돌려주었다.
“아침 준비할게요.”
“배고프니 서둘러줘.”
“알았어요, 딕스.”
폴이 제리에게로 다가가더니 몸을 흔들었자 그제야 제리가 눈을 떴다.
“폴, 무슨 일이야?”
“응, 불이 꺼지려고 하니까 장작을 넣어야 되고, 스프도 끓여야 돼.”
“벌써 아침 준비하는 거야?”
“응, 서둘러야 돼.”
“알았어.”
제리는 허리에 착용하고 있는 마법주머니 속에서 장작과 스프를 만들 재료를 꺼내주었다.
그러자 폴은 그것들을 받아 들고는 숯불만 남은 곳에 장작을 넣어 불을 다시 일으켰다.
장작은 곧 흰 연기를 내면서 활활 타올랐다. 그에 냄비에 물을 붓고는 불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 다음 스프를 넣을 재료를 손질해 잘게 자르고는 냄비 속에 집어넣었다.
이윽고 향긋한 스프 냄새가 주위로 퍼져 나가자 용병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곧 아침을 먹어야 하기에 그들은 서둘러 잠자리를 치웠다.
“식사 준비가 다 되었으니 모이세요.”
“알았다.”
폴은 국자로 스프를 쇠그릇에 덜어 빵과 함께 내밀었다. 그러자 용병들은 그것을 각자 하나씩 받아 들고는 한쪽으로 걸어가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스스스슷!
그때였다. 갑자기 용병들의 전방에 갈색 로브를 입고 후드까지 눌러쓴 자가 소리도 없이 마치 유령처럼 나타났다.
그에 용병들은 잘못 보았나 하고 눈을 껌뻑거렸지만 분명 사람이었다.
준은 그런 용병들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도시 누빅을 향해 걸었다.
“누구지?”
“어떻게 나타났지?”
용병들은 약간 당황했지만 전투마법사들인 제리와 세이먼은 경악했다. 근처에 마법사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스승님, 저 사람 분명 마법사죠?”
“으음, 그렇구나. 손에 마법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너도 보았느냐?”
“예, 미스릴과 수정구가 박혀 있는 고급 마법지팡이였어요.”
“으음, 수정구 속에 든 것은 보았느냐?”
“예? 수정구 속에도 뭐가 들어 있었나요?”
“그래. 어떻게 수정구 속에 4가지의 보석과 최상급의 마나석을 집어넣은 것인지 모르겠구나.”
“예? 그게 정말이에요?”
“그렇다. 저자는 나로써도 추측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마법사다.”
“5서클 마스터인 스승님보다 더 실력이 뛰어나다고요?”
“으음, 7서클의 대마법사급의 마법사 같더구나.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고 말이야.”
“서, 설마요? 젊어 보이던데, 그렇게 마법 실력이 뛰어나기야 하겠어요?”
“조금 전 그가 나타날 때 마나의 유동을 느꼈느냐?”
“아니요.”
“그럼 그가 어떻게 나타났다고 생각하느냐?”
“순간이동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요?”
“아니다. 그는 어젯밤에도 저곳에 있었다. 아마 결계를 쳤을 것이다.”
“스승님, 결계를 칠 실력이면 최소한 6서클 마스터라는 말 아니에요?”
“그렇다. 그가 가지고 있는 마법지팡이는 대마법사가 아니고서는 감히 만들 수도 없는 그런 아티팩트였다.”
“아,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있었을까요?”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어쨌든 저자가 도시 누빅으로 들어가는 것 같으니 어쩌면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리와 세이먼이 잠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준은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에 떠오르더니 그들의 시선에서 사라져버렸다.
“아, 스승님. 저 사람이 플라이 마법을 펼쳤어요.”
“공중을 저렇게 빨리 날아가는 자는 처음 보는구나.”
제리와 세이먼뿐 아니라 준의 마법 실력에 용병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도시 누빅 외성문.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외성 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몇 명에 불과했지만 외성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외성 안으로 들어가 일하는 사람들인 모양이었다.
검문을 위해 30명의 무장한 경비병들이 서 있었는데, 짐이 없는 자들은 바로 통과되었지만 짐을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은 소지품 수색을 당했다.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을 날아가던 준은 경비병의 눈을 피하기 위해 투명화 마법을 펼쳤다.
스스스슷!
잘 날아가던 준의 모습이 허공에 흩어지듯 그렇게 사라지자 아무도 준을 발견하지 못했다.
가볍게 외성 문을 날아서 통과한 준은 주위를 살펴보다가 적당한 곳에 내려섰다.
스윽.
준이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눈앞으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손바닥에 꿀벌 세 마리가 앉아 있었다.
그런데 보통의 꿀벌과는 약간 다르게 두 눈이 붉은색이었다.
“용병길드를 찾아라.”
부웅!
준의 명령으로 날개를 퍼덕이면서 공중으로 날아오른 꿀벌은 주위를 한 차례 빙빙 돌더니 세 방향으로 날아갔다.
저벅저벅.
준은 꿀벌이 날아간 곳 중에서 우측 길로 걸어갔다.
꿀벌이 보는 것은 준도 똑같이 볼 수 있었다.
10분 정도 걸었더니 목적지인 누빅 용병길드의 2층 건물이 보였다.
건물 전체가 하얗게 칠해져 있어 깔끔해 보였다.
“돌아오너라.”
스윽.
꿀벌들은 준의 명령에 되돌아왔다. 그리고 준이 내민 손바닥 위에 내려앉더니 사라져버렸다.
누빅 용병길드 건물 앞에는 가죽 갑옷을 입은 용병들이 10여 명이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갈색 로브를 입고 마법지팡이를 손에 쥔 준이 다가오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준이 후드를 눌러 쓰고 있었기에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왔기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용병 한 명이 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준은 그 용병을 옆으로 피하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무시를 당한 용병은 머쓱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뒤따라 들어가는 것도 이상했기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킬킬킬.”
“하하하하!”
상황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자 용병들은 낄낄거렸다. 그게 더 웃긴 모양이었다.
누빅 용병길드 안으로 들어간 준은 두리번거리면서 안을 살펴보았다.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40대 중반의 용병으로 보이는 자들이 두 명 앉아 있었다. 또한 한쪽에는 책상이 놓여 있고, 의자에 앉아 있는 20대 초반의 제법 예쁘게 생긴 여자가 한창 서류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준은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정보 열람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를 따라오세요.”
여자가 일어나 안쪽에 설치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기에 준도 뒤따라갔다.
이윽고 그의 눈에 2층의 문 앞에 놓인 책상 앞에 수염을 기른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소피아, 바쁜 시간일 텐데 여긴 어쩐 일이야?”
“로지, 정보 열람을 원하시는 손님이에요.”
“그래?”
그제야 준을 쳐다본 로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덜컹.
그러고는 문을 열어주면서 중얼거렸다.
“안으로 들어가셔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고맙소.”
준은 열려진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은 햇볕이 들어오는 작은 창이 하나 있는 단조로운 곳이었는데 그곳에는 턱수염이 난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정보 열람을 원하셨다고요?”
“그렇소.”
“일단 소파에 앉으십시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파에 앉았다.
그는 준을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물었다.
“저는 피터라고 합니다. 어떤 정보를 원하십니까?”
“이곳 누빅에서 서쪽으로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관한 정보를 원하오.”
“그곳이라면 밴코밸리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밴코밸리?”
“밴코밸리를 모르시는 것을 보니 여기 분이 아니신 모양이군요.”
“그렇소.”
“밴코밸리는 십여 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지역을 말하는데, 그 언덕 중에서 중심부에 있는 곳에는 거대한 암벽이 마치 석상과 비슷한 형태로 솟아 있습니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까?”
“밴코밸리에 관한 것을 들으시려면 50실버를 주셔야 합니다.”
“아,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스윽.
준은 1골드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제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밴코밸리에 관한 것들을 들려주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주민들이 그곳에 정착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얼마나 살고 있습니까?”
“300명 미만이 살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저수지가 하나 있기에 밭을 일구며 살아갑니다.”
“그럼 혹시 그곳에 관한 전설이나 전해져오는 이야기는 없습니까?”
“원주민들의 전설이 하나 있긴 합니다.”
“그래요? 어떤 것인지 말해주십시오.”
“아주 오랜 옛날 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그곳에 있던 산을 무너뜨리고 지금의 언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각종 보물을 지하에 묻고는 그곳에 거대한 암벽을 솟아오르게 했다고 하며, 그런 후 그 암벽을 손짓만으로 깎아서 석상을 만들고는 떠나버렸다고 합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떠났다고 합니까?”
“신은 그곳을 떠나면서 언제고 대리인이 이곳을 다시 찾아올 거라고 했습니다.”
“그럼 원주민들은 그 석상을 신으로 여기고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매년 그 석상에 제사를 올리면서 신성시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최근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습니까?”
“어떻게 아셨습니까? 며칠 전에 그곳에서 지진이 일어나 언덕 하나가 푹 주저앉은 일이 있습니다.”
“언덕이 지진으로 무너졌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원주민들은 신의 노여움을 받았다고 하면서 난리입니다.”
“…….”
준은 지진이 일어난 게 아마도 알렉산드라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강력한 준의 마력으로 단번에 기능을 회복한 알렉산드라와 현자 크라이오튼의 보물이 묻혀 있는 비밀의 장소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었다.
때문에 기능을 회복하면서 갑자기 서로 교신이 되었기에 지진이 일어났을 거라 생각되었다.
스윽.
필요한 정보를 모두 입수한 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보료는 50실버이니 나머지는 돌려드리겠습니다.”
“아니오. 나머지는 가지시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냥 받기는 미안해하는 것 같으니 간단한 것으로 두 가지만 물어봅시다.”
“예, 얼마든지요.”
“이곳은 처음이라 모르니 마시장과 보석 상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시오.”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이곳을 나가 3블록만 걸어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5블록 가면 마시장이고 보석 상점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2블록 가면 있습니다.”
“고맙소.”
“필요한 정보가 있으시다면 다음에도 찾아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소. 그럼.”
준이 밖으로 걸어 나가자 그는 옷 속에서 수정구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