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06화 (20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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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카라치아 왕국의 수도 세일렘 외곽 5킬로미터 허공.

츠츠츠츠.

갑자기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갈색 로브를 입은 자가 나타났다.

스윽.

그가 눌러 쓰고 있던 후드를 벗자 드러난 얼굴은 준이었다.

“으음, 여기가 좌표대로라면 분명 카라치아 왕국의 수도 세일렘 외곽일 거야.”

준은 두리번거리다가 목적지인 세일렘을 찾을 수 있었다.

카라치아 왕국은 마케리안 대륙의 서부에 위치한 왕국으로 수도 세일렘은 50만 명이 살고 있는 큰 도시였다.

카라치아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는 게 없었던 준은 수도 세일렘으로 들어가서 필요한 물품과 정보를 얻기로 했다.

준이 떠 있는 허공에서 동쪽으로 약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수도 세일렘의 외성이 보였다.

스르르, 처척!

가볍게 땅으로 내려온 그는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불과 5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였기에 운동 삼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수도 세일렘의 외성문이 보이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무장한 경비병들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번거로운 것을 피하기 위해 준은 투명화 마법을 펼친 후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으로 떠올라 가볍게 외성문을 날아서 통과했다.

저벅저벅.

수도라서 그런지 제법 길이 잘 닦여져 있었다.

상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가보았더니 길 양쪽에는 각종 상점들이 밀집해 있었으며, 제법 활기차 보였다.

그중에서 보석 상점의 간판을 확인한 준은 먼저 그곳으로 향했다.

준은 대륙 공통으로 쓰이는 골드화를 가지고 있었지만 대륙의 서쪽에 위치한 왕국이다 보니 아무래도 의심을 피하기 위해 보석을 팔아서 카라치아 왕국에서 통용되는 골드화로 바꾸어 물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게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았다.

3개의 보석 상점 중 ‘루비나’ 라는 보석 상점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 그곳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20대 후반의 깔끔한 직원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기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 옆에는 한창 세공 작업을 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남자의 모습도 보였다. 아마 그가 이 보석 상점의 주인일 것이라 짐작했다.

“보석을 처분하고 싶은데, 가능한가?”

“예, 손님. 어떤 보석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것들일세. 감정해주게.”

스윽.

준은 1캐럿의 다이아몬드와 역시 1캐럿의 루비, 사파이어를 꺼내 내밀었다.

보석을 본 직원의 눈이 커졌다. 척 보기에도 예사 보석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두 커팅이 잘되어 있는 최상급의 보석들이었다.

“손님, 대단한 보석입니다.”

“드워프제 보석이니 그럴 것이네.”

“손님도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렇습니다. 분명 드워프제 보석이 맞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알기 위해 감정해 보겠습니다.”

직원은 한창 세공 작업을 하고 있는 주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주인의 눈이 커졌다.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이 준이 감정을 의뢰했던 보석을 차례대로 정밀하게 감정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 정말 대단한 보석이었습니다.”

“하하하, 그럴 것이오. 그래, 얼마나 줄 수 있소?”

“이 다이아몬드는 3천 골드, 루비는 2,500골드, 사파이어는 2,300골드를 쳐들릴 수 있습니다.”

준은 주인의 속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려 확인해보았다. 감정의 기복이 없는 것을 보아 속이는 것은 아니라 판단되었다.

‘흐음, 그래도 이자는 양심적으로 장사하는군.’

“으음, 그럼 7,800골드인가?”

“예, 그렇습니다.”

“좋소. 골드화로 주시오.”

“예, 손님.”

주인은 금고를 열어 그 속에서 주머니를 두 개 꺼냈다.

주머니를 열자 그 속에는 예상한 대로 골드화가 들어 있었다.

주인은 100골드짜리 골드화 77개와 1골드짜리 골드화 100개를 빈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준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손님.”

“한 가지 물어봅시다.”

“예, 손님.”

“마법물품을 파는 상점은 어디로 가면 있소?”

“상점을 나가서 우측으로 두 블록 걸어가면 나옵니다.”

“아, 그렇구려. 고맙소.”

“다음에도 저희 상점을 이용해주십시오.”

“알겠소. 다음에 또 봅시다.”

준이 루비나 보석 상점을 나가자 주인이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다시 세공 작업을 시작했다.

주인이 가르쳐준 대로 걸어갔더니 마법 상점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배가 많이 나온 비만형의 남자가 쳐다보았다.

“어서 오십시오.”

“지도를 구하려고 하는데, 있소?”

“어떤 지도를 원하십니까?”

“왕국의 전도를 원하오.”

“왕국의 전도는 20골드입니다.”

“보고 결정할 테니 먼저 보여주시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주인이 한쪽에서 왕국의 전도를 꺼내와 펼쳤다. 제법 세밀하게 그려진 것이 이 정도면 상급의 전도라 할 수 있었다.

잠시 전도를 살펴보던 준은 손가락으로 어느 한 지점을 가리켰다.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소?”

“그럼요. 그곳은 기니아 백작령입니다.”

“기니아 백작령이 상세하게 나와 있는 지도도 있소?”

“예, 있습니다.”

준의 요구대로 주인은 기니아 백작령의 지도를 가져와 펼쳤다.

산맥과 주변의 지형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기에 준은 그 지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기니아 백작령을 살펴보고는 목적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성을 가리켰다.

“여긴 어디요?”

“거긴 기니아 백작령의 도시 누빅이라는 곳입니다.”

“누빅?”

“그렇습니다. 기니아 백작령에서 두 번째로 큰 곳이죠. 가장 큰 곳은 아무래도 기니아 백작님의 영주성이 있는 기니아입니다.”

“누빅이라는 곳은 제법 커 보이는데, 얼마나 살고 있소?”

“자세하게는 몰라도 대략 7만 명 정도는 살고 있을 것입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곳이군.”

“기니아 백작령에서 두 번째로 큰 곳이니까요.”

“이 지도는 얼마나 하오?”

“25골드는 주셔야 합니다.”

“그럼 전도와 이 지도를 구입하겠소. 혹시 여기에 아티팩트도 매입하오?”

“예, 그럼요. 좋은 것을 가지고 계십니까?”

“내가 만든 것인데 감정해주시오.”

스윽.

준은 허리에 묶어 놓았던 마법주머니 속에서 금속 막대기를 다섯 개 꺼냈다.

“손님, 마법지팡이입니까?”

“아니오. 이쪽의 두 개는 매직 미사일이 새겨진 것이고, 나머지는 파이어볼 마법이 새겨진 아티팩트요.”

“이런 걸 만드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약간의 재주가 있어서 만들어본 거요.”

“감정가를 책정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정보가 필요합니다.”

“매직 미사일 아티팩트는 한 번에 10발까지 발사할 수 있으며, 총 200발을 발사할 수 있소. 그리고 충전은 반나절이면 되오.”

“아, 정말 대단하십니다.”

“옆의 파이어볼 아티팩트도 마찬가지요.”

“두 가지의 아티팩트는 비록 1서클의 공격마법이 새겨져 있지만 영지전 같은 곳에서는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용병들도 몬스터 사냥을 할 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얼마나 줄 수 있소?”

“매직 미사일 아티팩트는 개당 500골드, 파이어볼 아티팩트는 400골드를 쳐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매직 미사일이 유도 기능도 있어 조금 더 인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2,200골드겠군.”

“예, 그렇습니다. 이 정도면 적정선인 것 같습니다.”

“좋소. 팔겠소. 금괴로 주시오.”

“골드화가 아닌 금괴로요?”

“왜, 안 되는 것이오?”

“아, 아닙니다. 금괴로 드리겠습니다.”

1킬로그램짜리 금괴 하나는 보통 100골드에 거래되었다. 때문에 22개의 금괴를 받았다.

“지도 값은 제하고 주시오.”

“아, 아닙니다. 지도는 그냥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아티팩트를 또 만드신다면 저희 상점으로 가져오십시오. 전부 사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소.”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 금괴를 전부 집어넣고는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런 뒤 활기찬 시장으로 들어선 준은 그곳에서 식량과 과일, 야채, 고기 등 필요한 것들을 대량으로 구입했다.

또한 각종 향신료도 충분히 구입했으며, 바로 먹을 수 있는 빵과 먹을거리도 몇 달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구입했다.

그런데 돈 냄새를 맡은 것인가?

누군가 은밀하게 준을 미행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따라 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준의 이목에 걸려들었다.

그는 모른 척하면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외관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입구의 간판에는 ‘파르디아 레스토랑’ 이라 쓰여 있었다.

준은 잘 몰랐지만 수도 세일렘에서는 맛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평민보다는 귀족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었다.

문 앞으로 다가가자 직원이 문을 열어주었다.

준이 안으로 들어서자 주위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잘생긴 외모에 마법지팡이를 손에 든 것을 본 사람들은 준이 마법사일 것이라 생각했다.

“손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는 직원의 안내로 빈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다.

“어떤 요리로 올릴까요?”

그런 뒤 메뉴판을 잠시 살펴보다가 주문했다.

“치즈와 크림, 콩이 들어간 스프와 돼지고기 훈제 요리, 살짝 익힌 송아지 스테이크, 샐러드, 허브티로 주게.”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준은 손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열 개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있었기에 주위에 있던 손님들의 관심을 받았다. 척 보기에도 예사 반지가 아니라 느낀 것이다.

손님들이 대부분 귀족들이라 준이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가 미스릴 반지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또한 반지에 박힌 보석들도 상급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만큼 귀족들은 안목이 높았다.

그들이 보기에 준은 나이 어린 마법사일 뿐이었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물건은 죄다 값진 것뿐이니 부유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자연스러움과 위엄이 느껴졌다.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또각또각!

누군가 준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가 서 있었다.

“합석해도 되나요?”

“…….”

준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처음 보는 분인데 혹시 수도 세일렘에 살고 있나요?”

“아니오. 이곳은 처음이오.”

“나는 라비나라고 해요. 그쪽은요?”

“나는 다비라고 합니다.”

준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자신을 ‘다비’ 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라비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렇군요. 혹시 마법사인가요?”

“마법사까지는 아닌데, 그냥 여행자라 생각해주시오.”

그때, 주문했던 요리들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여자는 하려던 말을 잠시 중지하고 준을 쳐다보았다.

준은 여자를 보지 않고, 포크와 나이프를 손에 쥐고 식사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여자를 앞에 두고, 잘 보이려 하지 않고 식사를 하는 모습에 라비나는 호기심이 일었다.

안 그래도 준이 열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있는 특이한 모습에 흥미를 가졌기에 이렇게 합석한 것이다.

열 개의 반지는 모두 미스릴로 만들어져 보석이 박혀 있었으며, 감정해보지 않아도 아티팩트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마법지팡이도 예사롭게 보이지는 않았다.

전체가 미스릴에 수정구가 박혀 있었으며, 수정구 속에는 각종 보석과 너무 귀해 구경하기조차 어렵다는 마나석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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