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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05화 (20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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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알렉산드라의 아공간을 둘러보고 돌아온 준은 잠시 그대로 서서 사색에 젖어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영지로 돌아가는 문제는 보류하는 게 좋겠구나.”

스윽.

그는 허리에 묶어두었던 마법주머니 속에서 마법통신구를 꺼냈다.

스스슷!

마법통신구 속에 글리아나의 얼굴이 나타났다.

“글리아나.”

“준, 언제 돌아와?”

“일이 좀 생겼어. 그걸 처리하고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보고 싶어, 준.”

“나도 그래, 글리아나.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돌아갈게.”

“응, 기다릴게.”

“엘도라도엔 별일 없지?”

“현재까지는 없어. 옆에서 헌트와 하그리가 많이 도와주고 있어.”

“다른 일도 중요하지만 최우선적으로 영지병을 늘리고 혹독한 훈련을 시켜야 해. 그 일에 차질이 있어선 안 돼. 알지?”

“알고 있어, 준. 안 그래도 최선을 다해 영지병을 모집하면서 각종 무기와 군량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어.”

“현재 엘도라도 영지병은 얼마나 되지?”

“현재는 20만 명인데 준이 말한 대로 100만 명으로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

“유민들도 꾸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응. 준의 말대로 하고 있으니 걱정 마.”

“저번처럼 글리아나가 납치될 수도 있으니까 항상 헌트와 하그리에게 최측근 경호를 맡겨야 돼.”

“알고 있어.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어.”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할게.”

“응. 사랑해, 준!”

“나도 사랑해, 글리아나.”

글리아나와 마법통신을 해본 결과 엘도라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번에는 약간 걱정되는 뉴 엘도라도에 있는 베일레 백작과 마법통신을 시도했다.

아직 집무실에 있었던 것인지 직접 마법통신을 받았다.

“프리맨이냐?”

“예, 아버지.”

“엘도라도엔 가지 않은 것이냐?”

“일이 좀 생겨 잠시 어디를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 너무 오랫동안 영지를 비우지 말거라.”

“예, 아버지. 글리아나가 빈자리를 잘 채워주고 있기에 아직은 걱정 없습니다.”

“똑똑한 아이니 잘할 것이다.”

“예, 아버지. 그건 그렇고 뉴 엘도라도엔 영지병 모집 상황은 어떻습니까?”

“네 말대로 영지병 모집과 훈련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적이 공격해 온다면 믿을 수 있는 건 영지병뿐입니다.”

“알고 있다. 지금도 영지병 모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버지, 일단 영지병이 100만 명으로 늘어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셔야 합니다.”

“나도 그 점을 명심하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예, 아버지만 믿겠습니다. 일단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의 영지병이 준비되면 언제든 반역자들을 처단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힘을 기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알았다, 아들아.”

“자금은 부족하지 않습니까?”

“아직까지는 걱정 없다.”

“혹시라도 자금이 부족하다면 언제든 글리아나에게 연락해 지원을 받으세요.”

“그렇게 하마.”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아들아, 최대한 빨리 돌아와야 한다.”

“예, 아버지.”

스스스슷!

마법통신구 속에 보이던 베일레 백작의 모습이 사라졌다.

스윽.

준은 마법통신구를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알렉산드라, 비밀의 장소가 그려진 별자리 지도를 다오.”

“예, 주인님.”

츠츠츠츠.

공중에 나타난 별자리 지도를 집어든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마케리안 대륙전도를 꺼내 대조해보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별자리를 보고 작성한 지도라서 그런지 지금도 정확했다.

지도를 작성한 당시의 왕국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마케리안 대륙전도를 보면 현재 어떤 왕국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으음, 이곳은 마케리안 대륙의 서부지역인 카라치아 왕국령이잖아?”

카라치아 왕국은 대륙의 서쪽 해안가에 자리 잡은 왕국이었다.

왕국의 북쪽으로는 피츠 왕국이, 동쪽에는 수에르 왕국, 남쪽으로는 겔런 왕국이 각각 자리하고 있었다.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세 왕국은 카라치아 왕국보다 국력이 조금 더 높았다.

상대적으로 카라치아 왕국이 이들 세 왕국보다 약하다는 말이다.

또한 대해양 쪽으로는 7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해상왕국인 로파 제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섬으로 이루어진 로파 제도는 해적이나 외부세력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특이하게도 부족연합체를 결성했다.

그것이 오늘날의 해상왕국이 된 역사였다.

준은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의 보물이 묻혀 있는 장소를 탐험할 생각에 약간 흥분되었다.

“후후후, 이렇게 흥분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는 꿈같은 일이었다.

당연히 준도 흥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도시대의 현자가 마련해둔 비밀의 장소에는 분명 상당히 위험한 가디언들이 지키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약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스윽.

준은 팔을 들어서 허공에서 금속 덩어리를 꺼냈다.

아공간을 직접 열지 않고서도 이렇게 의지력을 이용해서 손으로 꺼낼 수 있었다.

금속 덩어리는 미스릴이었다.

황금보다 수십 배나 고가의 미스릴인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것만으로도 그의 재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츠츠츠츠.

그는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려 강제로 미스릴을 녹였다.

미스릴이 마력에 견디지 못하고 녹기 시작하더니 액체 상태로 변했다.

준은 액체 상태의 미스릴을 노려보면서 의지력만으로 형태를 만들었다.

아름다운 보석함이 만들어지자 이번에는 마법약물을 이용해 룬문자를 새겨 넣기 시작했다.

정교한 작업이었지만 힘들이지 않고 완성할 수 있었다.

스스슷!

마법약물을 이용해 미스릴 보석함의 안과 겉에 온통 새겨 넣었던 룬문자는 신기하게도 증발하듯이 사라져버렸다.

공중에 떠 있는 미스릴 보석함을 집어 정밀하게 살펴본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수 없이 의도한 대로 정확하게 완성된 것이다.

“후후후, 충실한 수하들의 거처가 마련되었으니 이제는 수하들을 창조해볼까?”

이번에는 마법약물을 이용해서 충실한 수하들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드래곤 레어에서 입수한 마법서를 응용하는 것이기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마법적인 재료가 제법 많이 필요했지만 준은 아공간에 충분하게 보유하고 있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열 개의 보석과 최상급 마나석이 준비되었다.

자아를 가진 수하들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재료도 재료지만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9서클 마스터에 오른 준에게는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필요한 재료가 모두 갖추어지자 그것들을 잘 섞은 뒤에 형태를 만들었다.

첫 번째 형태는 다리가 여덟 개 달린 거미였는데, 크기가 주먹 정도였다.

스윽.

사파이어와 상급의 마나석을 염력으로 몸통 부분에 집어넣고는 마력을 불어넣었다.

츠츠츠츠.

준의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한 거미의 몸에서 기이한 빛이 내뿜어졌다.

번쩍!

눈이 너무 부셔서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지만 준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강력한 마력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5분 정도 마력을 불어넣었더니 자아를 가진 수하가 창조되었다.

신장이 무려 10미터나 되는 초대형 거미였다.

창조 주문을 불어넣어 창조한 생명체이기에 손톱만 한 크기부터 이렇게 10미터나 되는 거대한 신장으로까지 변화가 가능했다.

그런데 눈은 두 개뿐이었으며, 사파이어처럼 옅은 청색이었다.

“창조주시여, 제게 이름을 주십시오.”

“너를 스파이더라고 부르겠다.”

“감사합니다, 창조주시여.”

스윽.

준은 스파이더에게 미스릴 보석함을 내밀어 보여주면서 말했다.

“앞으로 이곳이 네가 거주하는 곳이 될 것이다. 그만 이 속에 들어가서 쉬어라.”

“예, 창조주시여.”

스스스슷!

스파이더는 허공에 흩어지듯 그렇게 사라졌다.

두 번째로 만든 것은 독수리였다.

루비와 최상급 마나석을 집어넣고는 마력을 불어넣자 갈색의 털을 가진 독수리가 창조되었다. 두 눈은 루비를 넣어서 만들었기 때문인지 붉은색이었다.

“창조주시여, 제게 이름을 주십시오.”

“너는 이글이라 부르겠다.”

“감사합니다, 창조주시여.”

“저것이 앞으로 네가 거주하게 될 곳이니 들어가 있거라.”

“예, 창조주시여.”

스스슷!

이글은 준의 명대로 사라졌다.

다시 부를 때까지 미스릴 보석함 속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준은 열 종류의 생명체를 창조했는데, 동물 3종류와 곤충 7종류였다.

열 마리의 창조물들이 들어 있는 미스릴 보석함을 아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남은 미스릴을 가지고 마법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마법지팡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티팩트를 만드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그였기에 남들과는 다른 응용력으로 기발한 마법을 새겨 넣었다.

마법 지팡이 끝에는 수정구를 끼워 넣었으며, 수정구 속에는 상급의 마나석과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를 집어넣었다.

마법을 펼칠 때 유리하도록 이미 보석에는 공격마법을 새겨 두었다.

그렇게 해서 멋지고 근사한 마법지팡이가 만들어졌다.

“후후후, 수하들도 창조했고, 이렇게 마법지팡이도 만들었으니 이젠 로브와 반지 아티팩트, 부츠만 만들면 되겠군.”

스윽.

그는 아공간 속에서 여행자들이 입고 다니는 평범한 갈색 로브를 꺼냈다.

그곳에 마법약물을 이용해 대방어마법진을 새겨 넣었으며, 불에 타지 않도록 화염계 마법을 막아내는 마법도 새겼다.

또한 한기나 열기에 버틸 수 있도록 보호막 마법도 그려 넣었다. 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마법약물로 코팅도 했다.

이렇게 하면 먼지가 묻더라도 가볍게 한 번 로브를 털어주는 것만으로도 다시 깨끗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츠는 오우거 가죽으로 만들 것을 꺼내 마법약물을 칠하면서 몇 가지 마법을 걸어두었다.

미스릴을 녹여 일단 열 개의 반지 형태로 만들었다.

그런 다음에 보석을 하나씩 박아 넣고 마법약물로 룬문자를 그렸다.

반지 하나에 세 가지씩의 공격마법을 새겨 넣은 것이다.

“후후후, 이것으로 대충 준비가 끝났으니 카라치아 왕국령으로 가서 식량을 충분하게 구입해 떠나면 되겠군.”

모든 계획을 다시 한 번 점검한 준은 모두 아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침대로 걸어가 누웠다.

흥분으로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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