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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01화 (20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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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권  혼돈의 히민반가르

시시싯!

파공음을 내면서 두 발의 화살이 날아왔지만 기병들은 재빨리 원형 손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았다.

티팅!

그러자 화살 두 발이 원형 손방패에 가로막혀 튕겨나갔다.

이번에는 기병들이 반격으로 화살을 쏘았지만 모두 빗나갔다.

이곳 야산은 울창한 밀림은 아니었지만 나무들이 많아서 조준하기도 힘들고, 말을 타고 빠르게 달리고 있었기에 말 위에서 이동 중인 목표물을 맞히기란 매우 어려웠다.

또한 도망치는 여자가 상체를 엎드려 말에 최대한 밀착하고 회피 동작을 펼치면서 달리고 있었기에 더욱 맞히기 힘들었다.

레츠 산은 해발 천 미터가 안 되는 야산이라 몬스터는 없고 일부 야생 동물이 살고 있었다.

마을과도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사람들의 발길도 거의 없었다.

“아, 이제 말을 타고 가기엔 무리야.”

길도 없고 잡초와 나무들이 울창해서 어쩔 수 없이 말에서 내려야 했다. 그녀는 말고삐를 잡아당겨 그렇게 산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여자가 말에서 내린 자리에 도착한 기병들도 어쩔 수 없이 말에서 내려 추격했다.

“허억, 헉헉…….”

거친 숨을 내쉬면서 여자는 레츠 산의 봉우리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 온천 저수지가 나타났다.

“아, 산속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기에 목욕이라도 하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곳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사사삭, 사삭!

풀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놈들이 벌써 뒤따라 왔구나. 으응?”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팔찌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근처에서 마법적인 기운이 감지된 모양이었다.

그녀의 팔찌는 문양도 없고, 은색의 평범해 보이는 것이었지만 보호막 마법이 새겨진 아티팩트였다. 그것도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약 1만 년 전인 마도시대의 것이었다.

아티팩트에 새겨진 마법 중에서 그녀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보호막 마법이 유일했다.

시간이나 마법에 관한 지식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팔찌에 대한 것을 조금 더 알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저벅저벅.

그녀는 마법의 기운이 감지되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분명히 가까이 다가갈수록 강력한 결계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 누군지 모르겠지만 강력한 결계를 쳐놓았구나.”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계 속으로 손을 천천히 집어넣어 보았다.

스윽.

아무런 막힘도 없이 그냥 손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제야 용기를 얻은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아당겨 결계 안으로 피하려고 했다.

이히힝!

그러나 말은 겁을 집어먹고 결계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시간이 없었기에 말을 다그쳐서야 결국 결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가 결계 안으로 사라진 후 5분도 되지 않아 기병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주위를 경계하면서 여자를 찾았다. 하지만 보일 리 없었다.

“근처에 숨은 모양이다. 찾아라!”

열 명씩 조를 나누어 주위로 흩어져 수색에 나섰다.

여자는 결계 속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분명 저들은 결계 때문에 보이지 않을 것이니 찾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도 아티팩트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결계가 설치된 것을 몰랐을 터였다.

그녀의 예상대로 기병들이 근처까지 접근했지만 그녀를 찾지는 못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기병들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여자가 분명 근처에 은신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신들의 이목을 속이고 멀리 달아났다면 분명 흔적이 남았을 텐데 아무런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근처에 은신해 있을 것이다! 찾아라!”

기병들은 발자국과 말발굽 흔적을 따라 이동해 결국 그녀가 숨어 있는 결계 앞까지 접근했다.

“대장님, 이곳이 수상합니다.”

한 기병이 결국 결계를 찾아냈다.

결계 안에 숨어 있던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입술을 더 세게 깨물었지만 초조함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만약 기병들이 결계 안으로 들어온다면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하하하하! 분명 이 결계 안에 숨어 있을 것이다. 조심해서 접근해 보도록 해라.”

“제, 제가요?”

“그래, 어서!”

“예, 알겠습니다.”

기병 한 명이 대장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결계로 접근했다.

스윽.

한 손을 내뻗어 결계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결계는 그렇게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출렁!

푸딩처럼 출렁거리기만 할 뿐 손이 통과되지 않았다.

“대장님,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뒤로 물러나 화살로 공격해!”

시시싯!

파공음을 내면서 두 발의 화살이 결계로 날아가 격중되었다.

티팅!

역시나 화살은 결계를 통과하지 못하고 튕겨나가 버렸다.

이번에는 소드 익스퍼트 초급의 조장이 앞으로 나서더니 롱소드로 결계를 힘껏 내리쳤다.

티잉!

그러자 롱소드의 칼날이 튕겨졌다. 그에 충격을 받은 손목이 부르르 떨렸다.

“이, 이게?”

칼질 한 번에 결계가 파괴된다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이렇게 튕겨질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에잇!”

그는 신경질적으로 롱소드를 내리쳤다.

티잉, 쩌쩍!

역시나 칼날이 튕겨졌고, 그것도 모자라 금까지 가버렸다.

“이, 이럴 수가!”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기병대장은 화가 치밀어서 이를 갈았다.

“창으로 박살내버려.”

휘이익!

창을 든 기병이 결계로 다가가 창을 힘껏 내리쳤다.

티잉!

창이 튕겨지자 이번에는 찔러보았다.

역시나 창으로도 강력한 결계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화살과 롱소드, 창으로도 결계를 어쩌지 못하자 모두들 기운이 풀렸다.

결계 안에 있던 여자는 혹시나 결계를 뚫고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병들이 결계를 뚫지 못하자 안도했다.

걱정거리가 해소되었기 때문일까?

그제야 뒤쪽에 있는 천막이 눈에 보였다.

처음 보는 형태의 천막인데도 불구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어떻게 결계 안에 이런 천막이 있는 걸까?”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그녀는 천막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겉에서 보기에는 몇 명의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작은 천막이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 보고는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허억! 이렇게 넓다니!”

그랬다.

천막 안은 마법의 공간이 설치되어 있었기에 엄청나게 넓었다. 저택을 방불케 하는 넓이였던 것이다.

그녀는 천막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마구간도 있었고, 모닥불 피우는 곳과 잠을 잘 수 있도록 침대도 놓여 있었다.

동시에 한쪽에는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5명이 한꺼번에 들어가 목욕할 수 있을 정도의 대형 욕조와 초대형 물탱크도 설치되어 있었다.

이 정도로 넓은 천막이라면 50명이 한꺼번에 생활해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천막 안을 둘러보다가 조금 이상한 물건을 발견했다.

붉은색의 타원형 조각 같은 게 하나 놓여 있었는데, 무늬도 없고 밋밋한 게 별 볼일 없어 보였다.

“이런 게 왜 여기 놓여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펴보다가 문득 조금 전에 본 욕조를 다시 보니 씻고 싶어졌다.

초대형 물탱크에 연결되어 있는 금속관을 욕조 쪽으로 움직였다.

콸콸.

밸브를 돌리자 물이 욕조에 채워졌다.

“아, 누가 이런 시설을 만든 걸까?”

그녀는 입고 있던 갈색 로브, 옷과 속옷까지 전부 벗고는 욕조 속으로 들어가 몸을 기댔다.

그런데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분명 처음에는 차가운 물이었는데,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욕조속의 물이 기분 좋을 정도로 따뜻해진 것이다.

“아, 신기해. 누가 이 욕조를 만든 걸까?”

물이 따뜻해지는 신기한 욕조라서 살펴보니 한쪽에 버튼이 설치되어 있었다.

“응? 이게 뭐지?”

호기심에 버튼 중 하나를 눌러보았다. 그러자 욕조 바닥에서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마법을 이용한 에어풀 기능이었다.

탁월한 마사지 기능으로 피로 회복에 그만이었다.

“아, 신기해!”

공기방울과 물살이 몸에 마사지를 해주자 너무 기분이 좋았다.

호기심에 이번에는 두 번째 버튼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욕조의 측면에 부착되어 있는 두 개의 사각형 상자 중 왼쪽의 뚜껑이 스르르 열렸다. 들여다보니 비누와 때타올이 청화백자 접시 위에 놓여 있었다.

스윽.

먼저 향긋한 꽃향기의 비누 냄새를 맡아보고는 눈이 커졌다.

옆에 놓인 때타올을 보고 비누와 때타올의 사용 용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 물건들이 놓인 청화백자 접시를 들고 살펴보다가 그 아름다움에 놀라고 말았다.

처음 보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탐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던 것이다.

세 번째 버튼을 누르자 오른쪽 상자의 뚜껑이 스르르 열렸다. 그 속에는 레드와인과 와인 잔이 두 개 들어 있었다.

목욕을 하면서 마실 수 있도록 설치한 모양이었다.

유리 제품은 드워프만 만들 수 있기에 아주 귀한 것이었다. 와인 잔도 마찬가지였다.

쪼르륵!

그녀는 와인 잔에 레드와인을 조금 부었다.

“흠흠, 아, 맛있을 것 같아.”

향기부터 한번 맡아보고는 한 모금 마셔보았다.

꿀꺽!

“이야, 끝내주는 맛이야! 최고의 레드와인인 것 같아.”

이제 네 번째 버튼을 누르자 뒤쪽의 벽면이 갑자기 활짝 열렸다.

그곳은 옷장으로, 목욕 가운과 수건이 들어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바로 다섯 번째 버튼을 눌러보았다.

콰아아아!

갑자기 욕조 속에 들어 있던 물이 구멍 속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놀란 그녀는 마지막 남은 여섯 번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구멍 속으로 빠지던 물이 더 이상 빠지지 않았다. 옷장과 상자의 뚜껑도 함께 닫혔다.

“아, 이게 열었던 것을 다시 닫는 버튼인가 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세 번째 버튼을 눌러보자 오른쪽 상자의 뚜껑이 스르르 열렸다. 그런 뒤 여섯 번째 버튼을 눌렀더니 상자의 뚜껑이 닫혔다.

이렇게 욕조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런 시설이 설치된 천막이었다. 누가 만든 것인지 몰라도 엄청난 천재라 생각되었다.

버튼의 용도를 확실히 알게 된 그녀는 비누를 만져보았다.

미끌미끌했다. 그리고 자꾸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거품이 일어났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이번에는 때타올에 비누를 묻혀 몸을 문질러보았다. 온몸에 거품이 일어나면서 향기가 났다.

스윽, 슥슥!

새까만 때가 국수 가닥처럼 피부에서 마구 일어났다.

때를 밀면서도 비누와 때타올이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씻은 뒤 욕조의 물이 탁해지자 다섯 번째 버튼을 눌러 물을 뺐다. 그런 다음 다시 욕조에 물을 채웠다.

2시간에 걸친 목욕이 끝나자 옷장 속에 들어 있던 수건으로 물기를 깨끗하게 닦고는 목욕 가운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입고 있었던 갈색 로브를 비루로 깨끗하게 빨아 한쪽에 널어놓았다.

먼저 모닥불 피우는 자리로 걸어가 한쪽에 잘 쌓아놓은 장작을 몇 개 올려놓고는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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