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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저벅저벅!
전투마법사 아르시온과 그의 제자 25명이 막사로 들어왔다.
마나가 거의 고갈되어 있어서 도주하지 못하고 포로로 사로 잡혔었다.
준은 6서클 유저인 전투마법사 아르시온부터 살피더니 제자들을 전부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아르시온인가?”
“그, 그렇습니다. 후작각하.”
“흐음, 날 알고 있었군.”
“어찌 후작각하를 모르겠습니까. 왕성에서 멀리서나마 한 번 보았습니다.”
“으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어차피 차일후작은 나에게 패하였다. 엘도라도에서 일해 볼 생각 있나?”
“저를 영입하신단 말입니까?”
“그래. 난 자네 같은 유능하고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네.”
“저의 제자들도 해당되는 것입니까?”
“물론이네.”
“그렇다면 좋습니다.”
“단, 한 가지 해야할 것이 있네.”
“으음, 그것이 무엇입니까?”
“자네들이 배신할지도 모르니까 마법사의 맹세의식을 해야 하네.”
“으음,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너희들도 따르겠느냐?”
“예, 스승님.”
아르시온과 그의 제자들은 바로 마법사의 맹세의식을 준비했고, 준이 바라보는 가운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하하하, 잘했네. 환영하는 기념으로 내가 멋진 선물을 하나 주지.”
스윽.
준이 불쑥 한 권의 책을 내밀자, 아르시온은 의아한 얼굴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자네와 제자들의 능력을 끌어 올려줄 7서클 마법서이니 열심히 익히도록 하게.”
“허억, 이게 그럼 7서클 마법서였단 말입니까?”
“그렇네.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네.”
스윽, 슥슥.
아르시온은 마법서를 펼쳐 살펴보고는 눈이 커졌다.
준의 말대로 정말 7서클 마법서였다. 그동안 마법에 대한 목마름에 허덕였는데, 감로수를 마신듯 눈빛이 몽롱해졌다.
“허허허, 이런 날이 나에게 올 줄이야. 후작각하, 아르시온이 다시 인사 올리겠습니다.”
아르시온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준에게 큰절을 올리자, 그의 제자들도 뒤따라 올렸다.
급한 일을 다 처리한 준이 유유히 막사를 걸어 나오자, 한쪽에 차일 후작을 비롯해 귀족들과 지휘관, 기사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주위에는 무장한 병사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서 있었다.
준은 메난 성의 성주 로슨에게 귓속말로 무엇인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차일 후작과 포로들은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곧 로슨 성주가 백여 명의 기사들을 이끌고 다가왔다.
포로들을 지키던 병사들은 기사에게서 뭔가 지시를 받더니 이들의 두 눈을 천으로 가렸다. 몸이 줄에 묶여 있었기에 반항해 보아도 소용없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메난 성의 성주 로슨이 크게 외쳤다.
준이 마력을 일으켜 소리를 증폭해 주었기에 그것은 멀리 있는 병사들의 귀에도 잘 들렸다.
“죄 없는 우리 병사들이 이번에 너무 많이 죽었다. 그래서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고자 제물을 마련했다. 잘 보아라, 바로 이들이다.”
저벅저벅!
롱소들를 뽑아 든 기사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눈을 가린 포로들의 목을 뎅강 베어 버렸다.
슈가가각!
“크아아악.”
“아아악.”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목이 떨어져나갔다.
포로들 중에는 차일 후작과 부관을 비롯해 세던 백작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순식간에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말 많고, 주머니의 송곳 같은 귀족들을 전부 처리한 준은, 후한을 남겨두지 않아서 좋았다.
화르르르!
죽은 병사들의 시신을 한곳에 모으고 화장시켰다.
그냥 땅에 묻을 수도 있었지만 시신을 악용하는 무리라도 나타나면 큰일이라, 후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화장으로 결정한 것이다.
“출발하라, 출발!”
쿠르르르.
짐수레가 먼저 이동을 시작하고, 일부 병력은 그대로 남아서 메난 성을 다시 정리하기로 했다. 나머지 병력들은 포로들을 이끌고 뉴 엘도라도 영주성을 향해 이동했다.
뉴 엘도라도의 영주성.
베일레 백작은 승전소식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뻐했다. 준은 포로들과 병사들을 이끌고 마차를 타고 대로를 이동해 왔는데, 베일레 백작이 마중 나와 있었다. 마차가 멈추자 준은 마차에서 내려 달려가 백작과 포옹했다.
“하하하, 아들아, 장하구나.”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아버지.”
“그래. 승전 소식은 잘 들었다.”
“아버지, 자세한 이야기는 영주성에 돌아가 해드리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가자.”
베일레 백작은 준의 마차에 올랐다.
다가닥 다가닥.
마차는 그렇게 영주성에 도착했다. 준은 즐거운 식사를 하면서 전투 상황을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또한 이번에 영입한 전투마법사들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하하하, 전투마법사를 그렇게나 영입하였단 말이냐?”
“예, 아버지.”
“하하, 역시 내 아들이구나.”
“이젠 전투마법사들도 어느 정도 보유하게 되었으니, 이들로 하여금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면 앞으로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며느리가 많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연락은 해주었느냐?”
“아직 연락하지 못했습니다. 저녁식사 후에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거라. 아참, 이제 차일 후작이 제거되었으니 수도 까브만 남았구나.”
“그것보다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를 안정시키는 게 더 급한 일입니다.”
“이 정도면 안정된 것이 아니냐?”
“아직은 아닙니다. 아버지, 곧 반란군과 전투를 해야 하니, 병사들을 더 많이 모집하여 훈련시켜야 합니다.”
“으음, 지금의 병사만 해도 충분한데 더 모집해야 하느냐?”
“지금은 병사들만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습니다. 병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아버지.”
“으음, 알았다. 내일부터 대대적으로 병사들을 모집하마.”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포로들을 공사현장에 투입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알았다. 그렇게 하마.”
식사가 끝나고 룸으로 돌아온 준은 마법통신구를 꺼내어 마력을 불어넣었다.
츠츠츠츠.
곧 마법통신구 속에 글리아나의 상체가 보였다.
“글리아나, 나야.”
“아, 준. 어쩐 일이야?”
“오늘 차일 후작의 병사들을 무찌르고 승리했어.”
“그, 그게 정말이야?”
“그래. 믿어도 돼.”
“아, 그럼 엘도라도에는 언제 올 거야?”
“일단 여기를 안정시켜야 하니까 며칠은 있어야 돼.”
“알았어. 기다릴게.”
“그럼 엘도라도에서 봐.”
“응, 준 사랑해.”
“나도.”
스스스스.
글리아나의 모습이 마법통신구에서 사라지자, 그는 그것을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준의 지시로 병사들에게는 포상금이 내려졌고, 죽은 병사들의 집에도 후한 포상금이 전해졌다. 뉴 엘도라도와 엘도라도에서는 3일간 승리의 축제가 펼쳐졌다.
파파팍, 깡깡!
사로잡은 포로들은 각 공사현장에 투입되어 구슬땀을 흘리면서 일했다. 곳곳에 관리인들과 감시병들이 서서 이들을 감시했다.
“서둘러라, 서둘러!”
“야, 거기! 이쪽으로 가져와.”
“예, 알겠습니다.”
포로들은 노예들처럼 족쇄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나마 그들로서 다행인건, 공사현장에서 3년간 일하면 풀어준다는 약속을 해온 것이었다. 거기다 하루에 세 번 식사를 제공하고, 일당까지 지급해 준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포로들도 큰 불만 없이 열심히 공사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다.
뉴 엘도라도는 하루가 다르게 빨리 안정을 찾아갔다.
준은 가끔씩 뉴 엘도라도 곳곳을 방문해, 포로들이 일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포로들은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여유시간이 생기자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일에 착수했다.
그것은 바로 마일드 상단주인 비에드를 죽이고서 획득한 양지피를 살펴보는 일이었다. 그만큼 양지피의 내용은 준에게 중요했다.
“후후후,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의 손에 바나리르의 행방이 그려진 양피지를 입수하게 될 줄이야.”
준은 비에드에게서 신의 아티팩트인 불의 기운이 스며있다는 바나리르의 행방이 적혀 있는 양피지를 입수한 것이다. 거기에는 바나리르는 로타스 왕국령에 있는 한 지점이 그려져 있었다.
“으음,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을 줄이야.”
위치를 모두 파악한 준은 베일레 백작과 글리아나에게 잠시 어디에 다녀오겠다며, 며칠 안으로 돌아올 것이라 말했다.
레츠산.
해발 천 미터가 안 되는 산으로 특별할 것 없는 그저 그런 야산에 불과했다. 로타스 왕국의 북부 로베르타 자작령에 속해 있는 산이며, 로베르타 자작령은 낙후된 지방영지 중 한곳이었다.
스스스슷.
레츠산의 중턱 하늘에 공간이 일렁이면서 준이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 왔다.그는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에 뜬 상태에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으음, 여기가 레츠산인가?”
품속에서 양피지를 꺼내 확인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피지에 그려진 것과 똑같으니 분명히 레츠산이 맞아.”
그는 곧 레츠산의 한곳으로 날아갔다.
멀지 않은 곳에 유황냄새가 진하게 풍겨나는 노상온천이 보였다. 말이 노상온천이지 지름이 약 백여 미터정도 되는 저수지였다. 다만 물이 평범한 물이 아니라 뜨거운 온천물 이라는 게 달랐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이, 온천욕을 즐기면 좋을 것 같았다.
“흐음. 온천욕이나 하면 딱이겠어.”
산속에 자리 잡은 온천 저수지는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피지에는 온천 저수지만 나와 있었기에 직접 찾아 보아야했다.
“으음, 어디에 바나리르가 있을까?”
가장 의심스러운 곳은 물밑이었다. 아무리 봐도 다른 곳은 숨길만한 장소가 없었다.
“후후후, 온천물이 뜨거우니까 그냥 들어가면 살이 익어 버리겠지? 적당한 마법을 펼치는 게 좋겠군.”
준은 자신의 마력을 내뿜어 보호막을 펼치고는, 즉시 마법주문을 중얼거렸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수중 호흡!”
온천물에 들어가서도 준은 호흡이 가능했다.
다른 곳은 그리 깊은 편이 아니었는데, 유독 온천 저수지의 가운데 부분은 다른 곳보다 훨씬 깊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겨우 20미터 정도에 불과했다.
특이한 것은 저수지의 바닥에 있는 제법 큰 바위의 갈라진 곳으로부터 공기방울과 뜨거운 기운이 내뿜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준은 갈라진 곳을 살펴보기 위해 양팔을 옆으로 벌렸다.
쩌어억!
준의 마력으로 갈라진 틈이 훨씬 커졌다. 곧 그의 손짓에 거대한 바위가 들어 올려지더니 저편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쿠콰콰콰.
흙탕물이 일어나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 기다리자 물이 다시 맑아지면서 그곳이 드러났다.
5미터 정도 움푹 파여진 저수지 바닥에는 은빛이 번뜩이는 창이 한 자루 박혀 있었다. 온통 룬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진 창에는 루비가 하나 박혀 있었다.
준이 그토록 찾으려했던 신의 아티팩트중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바나리르였다.
스윽.
준이 손짓하자 바닥에 박혀 있던 바나리르가 스르르 뽑히더니 곧 그의 손으로 거두어들였다. 그것은 불의 기운을 머금은 바나리르라서 그런지 제법 뜨거움이 느껴졌다.
“후후후, 드디어 바나리르가 나의 손에 들어온 건가?”
이미 세 개의 신의 아티팩트를 소유했기에, 그는 바나리르를 손에 쥐는 것만으로도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