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97화 (19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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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스윽!

궁병들은 일제히 활에 화살을 걸고는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주우욱!

명령이 떨어지면 활시위를 놓기만 하면 된다. 모두들 경직된 시선으로 앞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중장기병들이 사거리에 들어왔다. 쏴라, 쏴!”

천인대장의 명령에 궁병들은 일제히 활시위를 놓았다.

시시시싯!

파공음과 함께 화살 천여 발이 일제히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 중장기병이 달려오는 곳에 떨어져 내렸다.

중장기병들은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시하고 말채찍을 휘두르면서 군마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독려했다.

“햐아, 달려라 달려!”

“햐아, 햣!”

무거운 중장기병들을 태우고도 군마는 용케도 속도를 더 높였다.

티티팅, 파팟!

역시나 예상대로 화살로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중장기병들을 어쩌지는 못했다. 다만 화살만 튕겨질 뿐이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군마도 금속마갑을 착용해 두었기에 피해는 없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중장기병들은 방패병이 가로막고 있는 걸 무시하고 그대로 돌격해 버렸다.

와지근!

“아악!”

“크아악!”

중장기병들은 앞을 가로막는 방패병들을 그대로 짓밟으면서 지나갔다.

콰두두두!

워낙 엄청난 돌파력을 가진 중장기병들이라 그 앞을 가로막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슈가각, 콰지직!

“사, 살려줘. 크악!”

“커억!”

그들은 차일 후작의 보병 편제를 짓밟으면서 마음껏 유린했다. 그러자 비명은 보병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도저히 보병들이 어찌해볼 중장기병들이 아니었다.

차일 후작의 보병 편제가 일부 허물어지자 중장기병들은 방향을 틀어 되돌아갔다.

처처처척!

“전열을 정비하라.”

“놈들이 진군해온다. 서둘러라.”

엘도라도 보병들이 진군을 시작했고, 아울러 뉴 엘도라도 병사들도 진군했다. 하지만 중장기병들의 유린으로 사기가 떨어진 차일 후작의 병사들은 오합지졸을 보는 듯 우왕좌왕했다.

그때, 메난 성에 있던 병사들도 부서진 성문을 통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각 부대별로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하면서 편제를 이루었다. 넓은 평지에서 대군끼리 서로 전면전으로 싸우는 전투가 된 것이다.

둥둥둥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보병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엘도라도 병사 진영에서 먼저 함성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뉴 엘도라도 병사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로 함성을 내질렀다.

차일 후작의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엄청나게 몰려오는 병사들을 보고는 지레 겁을 집어 먹었다. 그동안은 병력의 수가 많았기에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지금은 반대의 상황이었다.

적들의 수가 눈에 띄게 많았으며, 무기나 병사의 사기 면에서도 앞섰다.

“궁수준비!”

스윽.

궁병대의 천인대장 명령이 들리자 일제히 화살을 줄에 걸고는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발사하라, 발사!”

시시시싯!

활시위에서 떠난 화살이 일제히 하늘로 치솟더니 포물선을 그리면서 달려오는 병사들에게 떨어져 내렸다. 그 수가 얼핏 천여 발은 넘는 듯했다.

원형 손방패를 팔에 착용한 보병들은 그것으로 화살을 막았고, 칼이나 전투도끼를 가진 자들은 무기를 휘두르면서 화살을 막았다. 하지만 미처 화살을 피하지 못한 보병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아악.”

“크아악.”

옆에서 달리던 동료 병사가 쓰러졌지만 무시하고 계속 앞을 향해 달렸다.

“궁수준비!”

명령이 내려지자 궁수들은 일제히 줄에 화살을 걸었다.

“발사하라, 발사!”

시시시싯!

천여 발이 넘는 화살이 활시위를 벗어나 하늘로 치솟더니 달려오는 병사들에게 차곡차곡 떨어졌다. 달려오던 병사들과의 거리는 불과 50미터가 채 되지 않았다.

“커억.”

“아아악.”

화살을 맞은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와아아아!

병사들의 비명소리는 함성소리에 묻혀 버렸다.

채채챙, 파팟!

서로 뒤섞인 병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면서 적들을 베어 넘겼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비정한 전투가 치열하게 시작된 것이었다.

“크아악.”

“아악, 내, 내 팔!”

내리친 칼에 팔이 잘린 병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면서 비틀 거리다가, 옆구리에 칼에 꽂히면서 쓰러졌다.

슈가각.

“아아악.”

목이 반쯤 잘린 병사의 목에서는 분수 같은 피가 내뿜어졌다.

처참하고, 잔인한 전투였다.

병사들의 사기에서 앞선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의 병사들은 차일 후작의 병사들을 밀어붙였다.

“막아라, 막아!”

만인대장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전투는 점점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차일 후작은 전장을 내려다보다가 침통한 표정이 됐다.

전투마법사 아르시온과 제자들이 공격마법을 퍼부었지만 많이 지쳐서 언제까지 공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메난 성에서 튀어 나온 병사 진영에서는 에밀리와 그의 제자들이 공격마법을 퍼부으면서 병사들을 지원했기에 다른 곳보다 더 많은 병사들을 죽이면서 밀어붙일 수 있었다.

차일 후작의 부관은 전장을 살피면서 더 이상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후작각하, 이대로는 무리입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무슨 소리, 막을 수 있다. 막아라.”

“전장을 보십시오. 우리 병사들이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차일 후작도 눈이 있는데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이라도 절대 후퇴명령은 내릴 수 없었다.

“이러다가는 병사들이 다 죽겠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으으,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부관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차일 후작은 후퇴 명령을 망설이고 있었다. 한쪽에서 병사들을 독려하던 세던 백작도 더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차일 후작의 곁으로 달려왔다.

“후작님,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후퇴하는 게 좋겠습니다.”

세던 백작까지 후퇴해야 한다고 말하자 차일 후작은 눈썹을 꿈틀 거리면서 중얼거렸다.

“부관, 후퇴의 고동소리를 울려라.”

“예, 후작각하. 후퇴의 고동소리를 울려라, 어서!”

“예, 알겠습니다.”

뿌우우우우.

고동소리가 전장에 길게 울려 퍼지자 안 그래도 후퇴의 고동소리만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은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재빨리 뒤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놈들이 도망친다. 추격하라.”

“추격하라!”

와아아아아.

기병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일제히 달아나는 차일 후작의 병사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항복하는 자는 살려주어라.”

“항복하라, 항복하라.”

도망치던 차일 후작의 병사들은 사방에서 추격해오는 기병들을 보고는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내던지면서 항복했다.

“항복하겠소. 살려주시오.”

“살려주시오. 항복이오.”

한편, 달아나고 있는 차일 후작과 세던 백작, 지휘관들과 병사들은 전방에 갈색 로브를 입은 한사람이 평지에 서 있는걸 보고는 황당해했다.

수만 명의 병사들이 달아나고 있는데 앞에서 길을 막고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갈색 로브를 입은 준은 조금도 위축된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당당한 모습에 미친놈으로 취급하는 병사도 있을 정도였다.

준이 가뿐하게 양손을 치켜들었다가 내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스스스스.

갑자기 공간이 일렁거리면서 골렘들이 대거 나타났다.

4미터나 되는 골렘들은 스톤골렘과 대지골렘 이었는데, 백여 기나 되었다. 이런 골렘들의 뒤쪽에는 무려 10미터나 되는 초대형 골렘들도 2기나 있었다.

바로 스톤골렘들의 대장인 스톤과 대지골렘들의 대장인 대지였다.

“항복하라!”

준이 마력을 이용해 소리를 증폭해 말하자 겁을 집어 먹은 병사들은 가지고 있던 무기를 내던지면서 항복했다.

“항복하겠소.”

“항복이오, 항복.”

전방에는 무시무시한 골렘들이 있었으며, 사방에서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 병사들이 포위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전투의 승패는 결정 나 있었다. 저항은 더 이상 무의미했던 것이다. 전투의 마지막을 준은 이렇게 멋지게 마무리해 버렸다.

짜악, 짝!

채찍을 휘두르면서 포로들을 분류했다.

차일 후작의 병사들은 전투에서 5만 명 정도가 죽고, 14만이 포로가 되어 평지에는 온통 포로들과 병사들로 넘쳐났다.

이들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귀족들은 귀족들대로 분류하고, 각 병과별로 병사들을 나눈 뒤, 천명 단위로 줄로 손을 묶어 한쪽에 끌고 가 억지로 바닥에 앉혔다.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의 병사들은 각자 맡은 바대로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쿠르르르.

빈 수레를 수백 대나 끌고 오더니 땅에 떨어져 있는 무기들이나 방패를 실었다. 포로들이 입고 있던 가죽갑옷부터 기사들의 플레이트 아머도 있었다.

포로들은 입고 있는 옷과 신발을 제외한 것들은 모두 압수  당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죽은 병사들을 한곳으로 모아 그들이 입고 있던 속옷만 남기고 모두 벗겨 끌어 모았다.

병사들이 가지고 있던 돈부터 시작해 무기와 방어구, 갑옷, 식량까지 물건은 다양했다. 그것이 어마어마한 분량이라 한나절이 지나갈 동안 계속되었지만, 승리한 병사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 있었다.

비록 조금 수고스럽지만 이것들은 모두 전리품으로 병사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놈들아 우린 귀족이다.”

“우릴 돼지 취급하느냐?”

포로가 된 차일 후작의 귀족들과 지휘관, 기사들은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무시했다.

준은 임시로 막사를 설치하고, 조장이나 백인대장들을 하나씩 면접했다. 그리고 그의 결정으로 이들의 생사가 달라졌다. 대부분 평민들이라 순순히 투항했고, 충성을 맹세했다.

포로들이 보이지 않는 막사에 집어넣고 빵과 스프를 먹인 후에 빵가루가 입가에 묻어 있는지 확인하고는 포로들이 모여 있는 곳의 옆에다가 별도로 모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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