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96화 (19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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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으아아아!”

한창 신나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내린 화염의 비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차일 후작은 괴성을 질렀다.

엄청난 화염계 공격마법에 전투는 중단되었고, 곧 대책마련에 고심했다. 메난 성에 누군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실력을 가진 마법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전투마법사 아르시온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6서클 유저의 마법실력을 가진 그였지만, 상대는 자신보다 더 높은 마법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화염의 비 마법은 적어도 7서클은 되어야 시전이 가능한 마법으로, 이런 대규모의 마법을 펼치려면 대마법사급의 마법사들 만이 가능했다.

“아르시온경, 어떻게 하면 되겠소?”

“후작각하, 상대는 저보다 더 높은 경지의 마법사입니다. 조금 전에 보신 화염의 비 마법 같은 대규모 살상이 가능한 다른 마법을 또 펼친다면, 병사들의 피해는 불 보듯 빤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조언을 구하는 게 아니오.”

“상대는 대마법사급의 마법사입니다. 메난 성을 공격하는 것 보다는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뭐요? 물러나다니 감히 그런 말을 입에 올리다니…….”

차일 후작의 부관이 화를 벌컥 냈다. 주위에 있는 지휘관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후작각하, 적들에게 대마법사가 있는 한, 병력 절반은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으음, 갑자기 대마법사가 나타나다니, 젠장!”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자존심 때문에라도 물러설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공격하기엔 피해가 너무 클 것 같아서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새벽을 지나 아침이 밝아오자 어둠이 걷혔다.

저벅저벅!

차일 후작의 병사들이 다시 메난 성으로 접근해왔다.

삐이익!

성벽 위에서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휴식 겸 선잠으로 졸고 있던 병사들은, 호각소리에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는 각자의 자리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적들이 몰려온다.”

“신속하게 각자의 자리로 움직여라, 어서!”

천인대장이나 백인대장의 외침에 병사들은 신속하게 이동했고, 성벽에 배치되어 있던 병사들은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긴장했다. 지난밤 그렇게 죽이고도 아직도 엄청나게 많은 병사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보려는 듯 메난 성을 사방에서 포위한 뒤 공격을 준비했다.

쿠르르르.

이동 투석기 20대가 배치되자 공격명령이 내려졌다.

“발사하라, 발사!”

투투퉁.

투석기에서 발사된 돌멩이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성벽으로 날아갔다.

콰쾅!

폭음과 함께 성벽 일부가 박살나자, 돌가루가 그대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충차를 내보내라.”

쿠르르르.

굉음을 내면서 충차가 성문을 향해 움직였다.

“저 충차를 막아라.”

“화살을 쏴라.”

시시시싯.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갔지만 충차에 맞고 튕겨졌다. 화살로 어찌할 수 있는 충차가 아니었다.

쇠를 덧대어 몸을 은폐한 병사들은 계속 충차를 성문 앞까지 밀었다.

“힘을 내라, 성문이 바로 앞이다.”

“영차, 영차.”

근육질의 병사들은 호흡을 맞추면서 충차를 계속 밀었고, 드디어 성문과 충돌했다.

콰앙.

동시에 굉음이 일며 성문이 흔들렸다.

튼튼한 성문은 한 번의 공격으로 파괴하기는 불가능했다. 적어도 십여 번은 넘게 부딪쳐야만 파괴될 것이다.

펄펄 끓어오르는 물을 가져와 퍼부으려고 했으나, 전투마법사들의 공격마법이 먼저였다.

“파이어볼.”

“매직 미사일.”

아르시온과 제자들은 연속으로 공격마법을 시전해 메난 성문 위로 날렸다. 궁병대도 열렬히 지원 사격을 퍼부었다.

“화살을 쏴라.”

시시시싯.

수백 발의 화살이 메난 성문 위로 날아가 병사들의 몸 위로 무자비하게 꽂혔다.

“크악.”

“크아아악.”

화살을 맞은 병사는 비명을 지르면서 성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워낙 많은 화살이 날아왔기에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납작 엎드렸다. 하지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내다보다가 화살을 맞고 쓰러지는 병사들이 수십 명이었다.

상황이 아주 유리하게 전개되자 차일 후작은 전장을 바라보면서 득의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부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작각하, 적의 마법사가 너무 조용한 게 이상합니다.”

“으음, 그러고 보니 그렇군. 공격할 때가 되었을 텐데 너무 조용해.”

휘이이이.

그때, 갑자기 흙가루를 동반한 바람이 심하게 전장에 불었다.

준이 마력을 이용해 강력한 흙바람을 일으킨 것이었다.

“허억, 어디서 이런 바람이?”

“흙바람이다. 눈을 감아라.”

차일 후작의 병사들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심한 흙바람에 당황했다.

성벽 위에서 이를 내려다보던 병사들은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는 즉시 활을 쏘았다.

“화살을 쏴라.”

“이때다. 어서 쏴라.”

시시시싯.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황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병사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런 병사들은 화살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퍼퍼퍼퍽.

“으악.”

“크아악.”

화살을 맞은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무더기로 쓰러졌다.

“으으, 충차는 뭐하는가! 어서 성문을 파괴하라.”

지휘관의 독려에 충차는 계속 성문을 두드렸다.

콰앙.

그러자 돌가루가 성문 위에서 푸스스 떨어졌다. 충격을 받은 성문은 결국 금이 가버렸다.

쩌쩌쩍!

“성문에 금이 갔다. 계속 공격해.”

“힘을 내라.”

곧 성문이 깨진다는 생각에 충차를 밀던 병사들은 더욱 힘을 내어 밀어붙였다.

콰쾅!

우지직!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성문은 결국 파괴되었다.

“성문이 파괴되었다. 공격하라.”

“진군하라, 진군.”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면서 차일 후작의 보병들이 물밀듯이 성문을 향해 몰려왔다.

“적들을 막아라, 막아.”

성에 있던 병사들도 성문을 방어하기 위해 달려갔다.

메난 성에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성문 앞에는 메난 성의 병사들과 차일 후작의 보병들이 뒤섞여 싸움을 하느라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채채챙, 파팍.

“커억.”

“으아악.”

밀고 들어가려는 세력과 그걸 막으려는 병사들로 난리였다.

둥둥둥둥!

그때, 갑자기 지평선 끝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무장한 병사들이 진군해왔다.

이제 곧 메난 성을 함락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사기가 올라 있던 병사들과 차일 후작은 당황했다. 예상하지 못한 병사들이었기에 아르시온은 서둘러 마법사의 눈 마법으로 병사들의 정체를 확인해 보았다.

깃발을 앞세운 병사들의 모습을 확인해 보니 뉴 엘도라도라는 글자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허억, 뉴 엘도라도의 병사들입니다.”

“뭐? 그, 그럴 리가?”

전투마법사 아르시온의 말에 차일 후작은 깜짝 놀랐다.

조금의 시간만 더 있었다면 메난 성을 함락시킬 수 있었는데, 느닷없는 지원병에 난처해진 상황이었다.

“안되겠다. 어서 병사들을 후퇴시켜 전열을 정비시켜라. 어서!”

“예, 후작각하.”

부관이 즉시 옆에 있는 병사에게 눈짓하자, 병사는 고동을 입에 물고는 크게 불었다.

뿌우우우우.

신나게 밀어붙이던 차일 후작의 보병들은 난데없는 후퇴명령에 당황했다. 메난 성의 성문이 박살나 버렸기에 함락은 이제 시간 문제였는데, 느닷없는 후퇴명령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후퇴명령이 떨어진 이상 병사들은 신속하게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후퇴한 병사들은 곧 전열을 정비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뉴 엘도라도의 지원병들이 몰려온 것이었다.

“흥, 적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겁먹지 마라. 적들보다 우리의 수가 많다.”

지휘관들의 외침에 병사들은 약간이나마 안도했다.

차일 후작의 병사들은 27만 명에서 그동안 많이 죽어 현재는 약 19만 명 정도였지만, 뉴 엘도라도 병사들은 채 절반이 안 되는 규모였다. 그러나 무장상태와 사기가 높아 보였기에 생각보다 어려운 전투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흐흐,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는데 죽으려고 와주었구나.”

차일 후작은 잘됐다고 생각했다. 메난 성도 함락 시키고 지원병들도 모두 죽여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종종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 법.

두두두두.

차일 후작의 병사들이 대형을 이루고 있는 좌측 편에서 말발굽소리가 나면서 일단의 기병들이 모습을 보였다.

1~2천정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점차 기병들의 숫자가 늘어나더니 족히 만 명은 되어 보였다.

좌측엔 기병 만 명에 중앙에는 뉴 엘도라도 병사 7만, 메난 성에도 약간의 병사들이 있으니 삼면에 적이었다.

긴장했는지 차일 후작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자 부관도 걱정이 되는지 한마디 했다.

“후작각하, 적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으음, 나도 알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후퇴할 수는 없지 않느냐?”

“하지만 우리 병사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이대로 전투를 한다면 피해가 커질 겁니다.”

“나도 알고 있다. 어차피 한 번은 부딪쳐야할 놈들이다. 이번 기회에 다 죽여 버리겠다.”

그때, 새로 나타난 기병들의 뒤쪽으로 검은 점들이 나타났다. 잘못 보았나 싶어 몇 번이고 다시 살펴보자, 무장한 보병들의 모습이 보였다. 횡대로 넓게 퍼져 줄을 맞추면서 진군해오는 보병들은 엄청났다.

“허억, 저놈들은 뭐지?”

“엘도라도 병사들입니다.”

“뭐야? 엘도라도 병사들이 어떻게 여길?”

엘도라도의 병사들은 뉴 엘도라도 병사들보다 더 많은 10만 명이었다.

이에 차일 후작의 병사들과 뉴 엘도라도와 엘도라도 병사들의 수가 서로 비슷해졌다.

콰두두두두!

말발굽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엘도라도 중장기병 3천이 빠르게 차일 후작의 병사들을 향해 달려 나가자 차일 후작의 보병들은 긴장했다. 선두에 서 있는 방패병들의 얼굴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중장기병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보병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중장기병들이다, 모두 조심해라.”

“방패병들은 최대한 서로 몸을 붙이고, 창병들은 사선으로 창을 겨누어라.”

각 부대의 천인대장들은 이런 명령만 내릴 뿐 달리 방법이 없었다.

타타탁, 처척!

보병들은 지휘관들의 명령에 신속하게 방어하면서 움직였다.

“아직이다. 궁수들은 대기하라!”

활을 겨누고 있는 궁병들은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다들 긴장감으로 손바닥에 땀이 배어났다.

한 병사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침묵 속에 울렸지만, 모두들 빠르게 달려오는 중장기병들을 쳐다보느라 다른 곳에 정신을 팔 틈이 없었다.

“궁수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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