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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실로 믿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어떻게 공격을 받은 것인지 끝끝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비에드였다.
헌트와 하그리가 준의 곁으로 다가오자, 그는 가슴에 안아들고 있던 글리아나를 맡기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싸워볼까.”
“으……젠장!”
정말 싸우고 싶지 않은 상대였지만,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비에드는 어쩔 수 없이 양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면서 내뻗었다.
“라이트닝 볼트!”
시동어를 외침과 동시에 그의 양손에서 마법의 번개가 내뻗어졌다.
파지지직!
순식간에 준에게 마법의 번개가 날아왔다. 그것을 피해야 하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준은 가만히 서 있었다.
츠츠츠츳.
역시나 준의 전신을 투명한 보호막이 보호하고 있었고, 마법의 번개는 보호막에 격중되어 불꽃을 튀기더니 스르륵 소멸되어 버렸다.
“이, 이게?”
비에드는 당황하여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자신의 공격을 전혀 피하지도 않고 이렇게 막아내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그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기에 더 두려웠다.
‘으음, 어쩔 수 없이 어둠의 마력으로 상대해야겠군.’
양손에 어둠의 마력을 불어 넣은 비에드는 마법주문을 중얼 거리면서 양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만 죽어라. 데스 애로우!”
비에드는 이번만큼은 자신 있었다. 어둠의 마력으로 형성한 마법 화살은 죽음의 기운을 함유하고 있었기에,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점점 악화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공격이었다.
슈슈슝!
검은빛의 죽음의 화살 3발이 빠르게 준을 향해 날아갔다.
스윽.
이번에는 준이 오른손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리면서 가볍게 내뻗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쉬이잇!
파공음과 함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기운이 비에드에게로 주욱 날아갔다.
푸스스스.
죽음의 화살 3발은 잘 날아오다가 준이 발출한 기운에 소멸 되어 버렸고, 조금도 줄지 않은 기운은 결국 비에드에게 날아와 격중됐다.
퍼억!
비에드의 가슴부분이 마치 밀가루에 손도장을 찍은 듯 움푹 들어갔다.
“크어어억!”
폐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면서 비에드는 뒤로 훨훨 날아가 떨어졌다. 족히 9미터 정도는 날아간 것 같았다.
반동으로 벌떡 일어난 비에드는 상체를 숙이면서 입에서 검붉은 피를 울컥 내뿜었다. 그리고는 열병이 걸린 사람처럼 마구 몸을 떨었다. 온몸이 박살난 듯 지독한 고통이었지만, 그는 어둠의 마력을 겨우 끌어 모아 있는 힘껏 외쳤다.
“큐어 크리티컬!”
츠츠츠츠.
비에드의 몸에 순간 기이한 빛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제법 강력한 치료 마법이었기에 내상이 조금 나아진 것이다.
“정신을 어디다 내놓고 있는 거야?”
“허억!”
준의 말에 비에드는 깜짝 놀랐다.
상처를 치료한다고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았을 뿐인데, 준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퍼퍼퍽!
내공을 실은 준의 주먹에 맞은 비에드는 뒤로 날아가야 할 상황이었는데, 날아가지 못했다. 준이 그의 발등을 밟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뼛속까지 전달되는 준의 주먹에 맞은 비에드는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먹을 한 방씩 맞을 때마다 몸이 저절로 공중으로 떠오르려했지만, 발등을 밟고 있어서 떠오르지 못했다. 샌드백처럼 집중적인 주먹맛을 본 비에드는 정신이 흐릿했다.
준의 주먹은 눈으로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으며, 지독한 고통을 동반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각종 장기에는 출혈이 있을 것이고, 갈비뼈는 여러 대 부러졌을 것이다.
“끄으으……제, 제발 그만!”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준은 손가락으로 찔러 비에드의 성대를 망가뜨려 버렸다.
“컥, 끄으으.”
말도 제대로 못하고 기침만 내뱉는 그를 내려다보며, 준은 만족스런 미소를 내비쳤다. 철저하게 박살낸 뒤 지독한 고통을 받으면서 죽게 만들려고 한 모양인지, 준은 끝까지 극악무도하게 비에드를 궁지로 내몰았다.
퍼억, 우두둑, 빠악!
팔과 다리의 뼈들도 내공이 담긴 준의 공격에 맞아 철저하게 박살나고 있었다. 그러자 더 이상 지독한 고통에 참지 못하고, 비에드는 그만 기절해 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헌트와 하그리도 준의 잔인한 보복에 몸이 떨려올 정도였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그런 장면이었다.
“응? 이건 뭐지?”
비에드의 상의가 찢어지면서 드러난 것은 둘둘 말린 양피지였다. 준은 그것을 펼쳐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그의 몸을 더듬어 다른 것이 있나 살펴보았지만 그것뿐이었다.
“후후후, 대단한 능력을 지녔지만 나를 만난 게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거라.”
준은 기절한 비에드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리며 중얼거린 뒤 마지막으로 강하게 주먹을 꽂았다. 그러자 비에드는 그대로 날아가 떨어졌다.
“잘 가거라. 플레어!”
츠츠츠츠.
초고열의 불꽃을 일으키더니, 손짓 하나에 불꽃이 그대로 날아가 비에드의 몸에 격중됐다.
화르르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 비에드의 몸은 재가 되어 흩날렸다.
마스터의 대제자 비에드는, 상대를 잘못 만나서 자신의 능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죽어버린 것이다.
“돌아가자.”
“예, 주군.”
스스스스.
순간이동 마법으로 준 일행은 엘도라도 영주성으로 바로 이동 되었다.
“잠시 내가 글리아나 곁에 있을 테니 너희들은 나가거라.”
“예, 주군!”
준이 헌트와 하그리를 바라보며 한마디 하자, 그들은 바로 영주의 침실에서 나갔다.
스윽.
마력을 일으킨 준은 해독마법을 펼쳐 글리아나의 중독을 풀어 주었다.
스르륵.
그제야 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준의 얼굴이었다.
“준, 어떻게 여길?”
“글리아나, 머리는 아프지 않아?”
“응, 개운해. 어떻게 된 거야?”
준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고, 그제야 글리아나는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준, 오늘밤은 여기 있을 거지?”
“그렇게 하고 싶지만 뉴 엘도라도의 메난 성으로 다시 가봐야 해.”
“급한 일이야?”
“그래. 차일 후작이 이끄는 대군이 지금도 메난 성을 함락하고자 공격중이야. 내가 그걸 막아야해.”
“그럼 엘도라도는 언제 올 거야?”
“으음, 일단 차일 후작의 대군을 물리쳐야 하니 한 달 정도면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알았어. 빨리 돌아와야 해.”
글리아나가 준의 가슴에 안겼다가 떨어지자,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나의 사랑 글리아나, 걱정 마 곧 돌아올게.”
“준, 나도 사랑해.”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순간이동 마법을 펼쳤다.
스스스스.
흩어지듯 그렇게 준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와아아아!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성 주위로 울려 퍼졌다.
차일 후작의 병사들은 메난 성을 한창 공격 중이었다. 저녁을 먹은 병사들은 1차 공격이 실패한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온 힘을 다해 밀어 붙였다.
채채챙, 파팟!
전투마법사 아르시온과 그의 제자들은 공격마법을 마음껏 퍼부었다. 특히, 화염계 공격마법이 주된 공격이었다.
불이 난 메난 성의 외성 안 곳곳에는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전투마법사 에밀리와 그의 제자들은 외성벽 위에서 차일 후작의 병사들을 향해 공격마법을 마음껏 퍼붓고 있었다.
“파이어볼!”
“매직 미사일!”
전투마법사들의 시동어에 불덩이와 매직 미사일이 형성되어 차일 후작의 병사들에게 날아갔다.
퍼퍼퍽!
“크악!”
“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병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갔지만, 성벽 아래에는 워낙 많은 병사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몇 십 명이 쓰러지는 것은 표도 나지 않을 정도로 미미했다.
끝없이 밀려드는 적들에 메난 성의 병사들은 지쳐 버렸다. 벌써 몇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도 적들은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었다.
“쏴라, 쏴!”
시시시싯!
궁병들은 천인대장의 명령에 화살을 일제히 쏘았다.
퍼퍼퍼퍽.
“크아아악.”
화살에 맞은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는 동안, 적병들은 공성 사다리를 이용해 계속 올라왔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어느새 메난 성의 내성에 있는 공성탑 위에 있는 공간은 단숨에 이지러졌다.
스스스스.
이동마법으로 이동해온 준이 주위를 살펴보니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으음, 차일 후작이 단단히 마음을 먹었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밤 메난 성을 점령하려는 차일 후작의 의지가 반영된 전투였기에 그만큼 치열했다.
“후후후, 한 방 제대로 먹여야겠군. 파이어 레인!”
준의 마법 시동어가 외쳐지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갑자기 대기가 요동치면서 밤하늘에 먹구름이 생성되고 있었다.
우르르릉.
파지지직!
천둥소리까지 요란하게 일어나더니, 뭉쳐지고 있던 먹구름 속에서 번개가 쳤다. 이에 전투 중이던 병사들이 하늘을 올려다볼 정도였다. 그러자 전투마법사 아르시온이 놀라 크게 외쳤다.
“으… 큰일이야, 누군가 화염의 비 마법을 펼쳤다.”
“그, 그럴 리가요?”
아르시온의 제자들은 스승의 말에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곳을 피해야한다. 서둘러!”
“스승님, 한창 공격중인데 피하다니요?”
“시간이 없다. 날 따라와라. 어서!”
아르시온이 재빨리 메난 성에서 물러나자, 제자들도 어쩔 수 없이 스승의 뒤를 따라 후퇴했다.
쏴아아아아!
그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렸다. 그런데 일반적인 비가 아니라 고열을 동반한 화염의 비였다.
“우왁, 화염의 비다 도망쳐!”
“사, 살려줘. 아악!”
차일 후작의 병사들이 있는 하늘에서 광범위하게 화염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병사들은 몸 여기저기에 불이 붙으면서 살려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화르르, 활활!
대량 살상을 하기에 매우 뛰어나고 효과적인 화염계 공격마법이었다. 이 불꽃은 물로는 꺼지지 않으며, 하급의 방어마법조차 태워 버렸다.
“크아악!”
“갑옷에 불이 붙었다. 꺼줘!”
불의 지옥이 연상될 만큼 병사들에게는 공포였다. 그로인해 수만 명이 화염의 비로 인해서 타죽었다. 메난 성벽 위에서 이를 내려다보던 병사들은 처참함에 고개를 돌렸다.
치열하게 전개되던 전투는 이 화염의 비 마법 한 방으로 중단되었다. 화염의 비가 내리는 지역을 허겁지겁 벗어난 병사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도 화염의 비를 피하고자 뛰어가는 병사들이 수천이었다. 갑옷에 불이 붙어 괴로워하는 병사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