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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스윽.
비에드의 손짓에 따라 그 칼날은 파공음과 함께 하그리에게로 날아갔다.
“빠, 빠르다.”
그렇다고 자존심 때문이라도 물러설 수 없었던 하그리는, 롱소드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팔이 떨리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마나를 불어 넣은 모양이다.
파캉!
롱소드로 회전하는 마법의 칼날을 내리쳐 튕겨버렸다. 하지만 마법 칼날은 소멸되지 않고, 허공을 선회하더니 다시 하그리에게로 날아왔다.
눈썹을 한 번 꿈틀거린 그는, 공중으로 도약해 공중제비로 칼날을 피했다. 동시에 대지의 검술로 내리쳐 회전하는 마법의 칼날을 박살내 버렸다.
파사삭!
후두둑!
믿을 수 없는 현상에 비에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럴 수가?”
하그리의 경이적인 방어 수법에 약간 당황했지만, 자존심 때문에라도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으음, 이젠 어쩔 수 없이 어둠의 마력까지 끌어 올려서 상대해야겠어.’
비에드는 속으로 마법주문을 중얼거리더니, 양손을 앞으로 주욱 내밀었다.
“콘 오브 아이스!”
시동어가 끝남과 동시에 원뿔 모양의 얼음조각 10개가 허공에 생성 되었다. 하지만 워낙 밤이고, 투명한 얼음조각이라서 그런지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만 가거라!”
슈슈슈슝!
파공음과 함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원뿔 모양의 얼음조각이 빠르게 허공을 가로질러 하그리에게로 날아왔다.
“흥, 내가 이까짓 수법에 당할 것 같으냐?”
하그리는 즉시 롱소드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검을 빠르게 회전시켜 마치 검의 방패를 만들어 방어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비에드는 영악한 자이기에 빤한 수법만 펼친 것은 아니었다. 동시에 이미 캐스팅이 끝난 공격마법을 시전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즉, 시간차 공격이라 할 수 있었다.
“이것도 받아봐라. 체인 라이트닝!”
비에드가 시동어를 외친 후, 서로 연결된 번개가 원뿔 얼음조각보다 먼저 하그리에게 도달했다.
파지지직!
“아아악!”
너무 순식간에 번개가 날아와 하그리의 몸에 격중되자, 극심한 고통에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들부들 몸을 떨어대던 하그리에게 그제야 원뿔 모양의 얼음조각이 도달했다. 무서운 시간차 공격이었다.
퍼퍼퍽!
번개 공격을 받아 제대로 방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뿔 모양의 얼음조각이 날아왔기에, 그는 최대한 몸을 비틀어 피했다. 그러나 가슴에 3발이나 격중됐다.
퍼퍼퍽!
“끄으으윽!”
심한 내상을 입은 하그리는 입에서 분수 같은 피를 내뿜으면서 비틀거리다가 이내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비에드의 잔인한 얼굴에 득의의 웃음이 번졌다.
“흐흐흐, 대단한 실력이지만 아직 나에게 덤비는 건 무리였다. 이제 너의 고통을 끝내 주도록 하마.”
스윽.
비에드는 검은 구에 불길이 이글거리는 초고열의 불덩이를 오른쪽 손바닥 위에 생성했다.
인시너레이트라는 화염계 마법으로, 초고열의 불덩이라 한 방 맞으면 그대로 재가 되어 버리는 아주 무서운 공격 수법이었다. 비에드는 하그리의 마지막 선물을 그것으로 대신하려 했다.
“그만 가거라!”
초고열의 불덩이가 하그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한 방 맞으면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파란빛의 검날이 옆에서 튀어 나오더니, 초고열의 불덩이를 순식간에 반으로 잘라 버린 것이다.
피시시시.
초고열의 불덩이가 단번에 소멸되어 버리자, 비에드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너, 너는 누구냐?”
“나는 헌트라 한다.”
“헌트라고? 너도 소드 마스터였느냐?”
“그렇다. 너는 내가 상대해주마.”
“으으, 어떻게 이런 일이?”
오늘 여러 번 예상치 못한 일을 겪은 비에드는, 파란색의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하고 있는 헌트를 쳐다보며 내심 긴장했다.
주루룩.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걸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쉬이잇.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헌트는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빠, 빠르다.”
생각했던 것보다 배는 더 빠른 헌트의 몸놀림에 당황한 비에드는, 머리 위로 한 뼘 정도까지 접근한 칼날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정도의 거리라면 그 누구라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만큼 헌트의 검술은 빨랐으며, 예측하지 못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비에드에게는 아직 한 수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숨겨진 능력인 순간이동 능력이었다.
파팟!
승리를 예감하고 있던 헌트는 갑자기 비에드의 몸이 사라져 버리자 당황스러움에 눈이 크게 뜨였다.
“이, 이게?”
겨우 눈 한 번 깜빡거릴 정도의 순간이면 비에드는 몸이 두 동강 나버릴 것이었는데, 바로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설사 미리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도 미처 펼치지 못할 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스스슷!
20미터를 순간이동 해 다시 나타난 비에드의 양손에는 불길이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생성되어 있었다.
“받아라!”
그는 불덩이 두 개를 헌트에게로 집어던졌다.
슈아앙.
파공음과 함께 불덩이 두 개가 날아갔다.
비에드는 이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미리 더블 캐스팅해 두었기에 즉시 시동어를 외쳤다.
“매직 미사일!”
열 발의 매직 미사일이 비에드의 양손 앞에 생성되어 떠 있었다.
스윽.
슈슈슈슝.
그가 양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면서 내뻗자, 매직 미사일이 빠르게 헌트를 향해 날아갔다.
불덩이 두 개가 먼저 헌트에게 날아오자, 그는 바스타드 소드로 베어 버리기보다는 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공중으로 도약해 공중제비를 시전하면서 피했다.
하지만 매직 미사일은 유도 기능이 있었기에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헌트는 바스타드 소드로 매직 미사일을 검술로써 베어 버렸다.
슈가가각!
푸스스스!
오러 블레이드라서 그런지 매직 미사일 열 발은 전부 간단하게 소멸되어 버렸다.
“으음, 헉헉.”
하지만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 하느라 막대한 마나를 한꺼번에 사용했기 때문에 헌트도 많이 지쳤다.
비에드는 근접전보다는 이렇게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것이 훨씬 유리 하다는 걸 알게 되었기에, 그는 소리 없이 웃으면서 양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파지지직!
비에드의 손끝에서 번개가 내뻗어져 헌트에게 날아왔다.
동체시력으로도 따라잡기 힘든 속도의 번개였지만 괜히 소드 마스터가 아니었다.
헌트는 간단히 어깨를 흔들어 피했다. 하지만 번개가 조금 더 빨랐다. 그의 좌측 어깨부분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크으, 으음…….”
마나를 한꺼번에 많이 소모하고, 거기에다가 상처까지 입게 되자 파란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스르르 소멸되어 버렸다. 더 이상 유지하기는 무리였다.
“흐흐흐, 이것도 한번 받아 봐라. 파이어 버스트!”
강력한 화염의 구가 폭발 하면서 주위에 타격을 주는 마법이었다.
화르르르.
불길이 이글거리는 화염의 구가 생성되어 비에드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슈아아앙.
파공음과 함께 화염의 구가 헌트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지칠 대로 지친 그는 더 이상 날아오는 화염의 구를 막아내기가 어려웠다.
‘으음, 이렇게 끝나고 마는 건가?’
그런데 그때,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갑자기 잘 날아오던 화염의 구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푸스스스.
화염의 구가 별안간 소멸되어 버리자, 황당한 상황에 비에드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다랗게 뜨였다.
“이, 이게?”
멀쩡하던 화염의 구가 갑자기 소멸될 이유가 없었다. 누군가 비에드의 마법을 소멸시킨 것이 분명했다.
후우웅, 처척!
예상대로 공중에서 누군가 스르르 내려섰다.
“아니, 이럴 수가?”
비에드는 지금까지 여러 번 놀랐지만, 단연코 지금보다 더 놀란 적은 없었다. 갈색 로브를 입은 자가 비에드의 마차 안에 눕혀 놓았던 글리아나를 가슴에 안고 땅에 내려선 것이었다.
“으으……어떻게 이런 일이?”
글리아나를 안아든 것은 바로 준이었다.
하그리와 헌트가 비에드를 상대할 동안, 먼저 글리아나를 구하고 보겠다는 작전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전혀 몰랐던 비에드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츠츠츠츠.
준의 푸르스름한 안광이 횃불처럼 이글거리고는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이에 비에드는 엄청난 살기 때문에 몸이 저절로 반응해 덜덜 떨려왔다. 마스터도 이 정도의 살기를 내뿜지는 못했었다.
“헌트와 하그리, 괜찮으냐?”
“예, 주군!”
비에드는 공포심이 점점 커지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즉시 시동어를 외쳤다.
“이이, 죽어라. 파이어 버스트!”
강력한 화염의 구가 폭발하면서 주위에 타격을 주는 마법을 펼쳤다.
슈아아앙.
이미 검증된 위력을 가진 불꽃이 이글거리는 화염의 구가 날아왔지만, 준은 가소로움에 피식 웃었다.
푸스스스.
역시 잘 날아가던 화염의 구가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소멸해 버렸다.
“이, 이런? 블레이즈!”
비에드의 시동어에 회전하는 거대한 마법의 칼날이 생성되어 대기했다.
스윽.
그의 손짓에 따라 준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칼날을 보며, 비에드는 이번에는 분명 의도한 대로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잘 날아가다가 막판에 소멸되어 버렸다.
푸스스스.
“이, 이건 말도 안 돼.”
그로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겠지만, 준은 9서클 마스터였기에 충분히 가능한 장면이었다.
결국 도저히 승산이 없다 판단한 비에드는 순간이동을 펼치려고 했다.
“도망치려고?”
“허억, 그걸 어떻게?!”
“후후후, 이 주변이 나의 마력장에 제압된 것도 몰랐나?”
“으, 너는 누구냐?”
“이미 눈치를 챘을 텐데, 난 프리맨 후작이라 한다.”
“허억, 어, 어떻게?”
피웃!
단지 준은 노려본 것뿐인데도, 비에드는 공격을 받았다.
퍼억!
전혀 공격 받은 줄 몰랐던 그는 가슴에 일장을 맞은 후에야 그것이 공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끄으으으.”
가슴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극심한 고통에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가슴을 손으로 눌러 버티려고 해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피가 한 움큼 내뿜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