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2 / 0284 ----------------------------------------------
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그 작업 공정을 지나면 조각칼로 흙을 깎아주고 매끄럽게 다듬는 공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다음은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는 자가 겉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다음은 유약 작업 초벌구이가 끝나고, 겉 그림이 완성된 도자기의 표면에 유약을 발라주는 단계였다.
“왜 저렇게 하는 거지?”
“유약이라는 것을 발라주어야 도자기의 표면이 매끄럽고 윤이 난다고 합니다.”
“그렇군.”
“도자기의 마지막 단계는 저기 보이는 가마라는 곳에 다시 도자기를 넣어 구워주는 것입니다.”
“굽는다고?”
“그렇습니다. 높은 온도에서 10시간 정도 구워주면 도자기가 완성되는 겁니다.”
“멋지군.”
“완성된 도자기가 나오면 검사관이 도자기를 검사해 불량품은 그 자리에서 깨버립니다. 따라서 이상이 없는 도자기만 판매되는 것입니다.”
비에드는 도자기 만드는 과정이 신기하기만 했다.
모든 마친 후 그곳을 나와 옆에 마련되어 있는 도자기 판매점으로 들어갔다. 백자를 비롯해 청화백자가 잘 진열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너무 아름다웠다. 왜 귀족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꽃병을 비롯해 찻잔과 주전자 세트, 장식을 위한 항아리까지 수백 가지나 되었다.
이곳에서 비에드는 백자와 청화백자를 무려 5천 점이나 구입했다. 그것들은 마일드 상단이 있는 곳으로 배달되어 각 왕국과 제국에 대부분 팔 것이었다.
마일드 상단은 내일 오전에 엘도라도를 출발할 예정에 있었다. 비에드는 도자기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먹은 후 마일드 상단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글리아나는 영주 집무실의 창가에 서서 밖을 내려다보면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아, 준이 보고 싶어. 돌아오려면 한 달은 걸리겠지?’
똑똑.
“주모님, 헌트입니다.”
“들어오세요. 무슨 일인가요?”
“저와 하그리가 대련을 하려고 하는데 검술을 봐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찾아뵌 것입니다.”
“그래요? 오늘 처리해야 할 서류는 전부 처리했으니 잘되었군요. 가요.”
영주성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 수련장으로 내려왔더니 하그리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두 분의 실력을 모처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라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해요.”
한쪽에 무기가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걸어간 하그리는 롱소드를, 헌트는 바스타드 소드를 집어 들었다. 글리아나가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자 헌트와 하그리가 서로 마주보고 섰다.
스윽.
자세를 잡더니 하그리가 재빠르게 선공으로 나섰다.
휘휘휙, 파파팟.
하그리의 검술은 번개의 검술로, 대륙의 3대 검술 중 하나였다. 눈으로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검술을 펼쳤지만 헌트는 소드 마스터라 여유롭게 그의 검을 막았다.
채채챙!
하그리도 소드 마스터였지만 숙련도 면에서는 헌트가 약간 앞서고 있었다. 헌트가 파워를 앞세운 대지의 검술을 펼치자 검들이 서로 부딪히며 묵직한 소음을 냈다. 하그리는 번개의 검술로는 벅차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스네이크 검술로 변화를 보이면서 헌트를 공략했다.
이에 헌트가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피하거나 바스타드 소드로 막아냈지만 조금씩 뒤로 밀렸다. 하그리는 스테이크 검술이 잘 먹히자 더욱 많은 검술의 변화를 보여주었고 헌트는 대지의 검술에서 번개의 검술로 바꾸어 펼쳤다.
이렇게 두 사람은 대륙의 3대 검술을 바꾸어가면서 펼쳐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채채챙, 파팟.
두 사람은 서로 검을 부딪치고는 뒤로 물러났다.
우우우웅.
갑자기 하그리의 롱소드에 진동이 일어나면서 푸르스름한 오러 블레이드가 검신을 감쌌다. 오러 블레이드가 1미터 정도 더 길어졌다. 헌트도 재빨리 검에 마나를 주입해 오러 블레이드를 펼쳤다. 그의 오러 블레이드는 하늘처럼 파란색이었다.
서로 다른 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검날에 피어오르자 두 사람은 긴장했다.
휘리릭, 파팟!
소드 마스터는 역시 대단했다.
두 사람의 오러 블레이드가 동체시력으로도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펼쳐진 검술은 아름다운 검무를 보는 듯했다.
파지직, 파팟!
“그만!”
글리아나가 외치자 헌트와 하그리가 뒤로 물러나면서 검을 아래로 내렸다.
스스슷.
두 사람은 동시에 오러 블레이드를 소멸시켰다.
“두 분의 현란한 검술은 너무 아름다웠어요. 역시 소드 마스터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더 겨루다가는 자칫 위험을 초래할 것 같아서 중지시켰어요.”
“알겠습니다, 주모님.”
“두 분의 검술은 완벽에 가까웠지만 대륙의 3대 검술을 바꾸어 펼칠 때 매끄럽지가 못했어요. 그것만 좀 더 보완한다면 나무랄 데가 없을 것 같아요.”
헌트와 하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글리아나의 지적은 정확했다. 그녀는 직접 블루스카이차를 타서 두 사람에게 내밀었다.
“목이 마를 테니 마셔요.”
“감사합니다, 주모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가족 같은 세 사람은 차를 마시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비에드 상단주는 도자기 마을을 구경하러 갔나요?”
“예, 주모님. 도자기 마을에 있는 켈리든 마법사에게서 마법통신으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그자가 신경 쓰여요.”
“으음, 사실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헌트 경도요?”
“그렇습니다. 하그리의 눈에도 위험한 자로 인식된다고 했습니다. 저도 숨어서 지켜보았는데,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호호호, 걱정 말아요. 내일 오전에 그자의 상단이 엘도라도를 떠난다고 했어요.”
“하그리는 영주성의 경비를 강화하고 싶답니다.”
“하그리 경, 정말인가요?”
“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내일이면 떠날 테니 그렇게 할 필요 없어요. 경비를 강화하면 식솔들이 불안해해요.”
“으음, 알겠습니다. 그래도 주모님의 침실만큼은 경비를 늘리고 싶습니다.”
“호호, 과민반응이네요. 나의 검술과 마법 실력을 모르세요?”
“그…그래도… 알겠습니다.”
글리아나의 눈빛에 하그리는 차마 거역할 수 없었다.
세 사람은 지하 수련장에서 올라왔다. 글리아나가 자신의 침실로 걸어가자 하그리가 헌트에게 눈짓해 한쪽으로 걸어갔다.
“헌트 형님,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안 되겠습니다. 형님과 제가 오늘밤 주모님의 주변을 지켜야 되겠습니다.”
“으음, 어차피 그자는 내일 오전에 엘도라도를 떠날 테니 오늘밤만 지키면 되겠군. 그렇게 하자.”
“고맙습니다, 헌트 형님.”
“고맙긴, 네 말대로 주군께서 안 계시는 동안에는 주모님의 곁에서 최선을 다해 지켜드리는 게 너와 나의 사명이다.”
“맞습니다, 형님.”
영주성에 밤이 찾아오자 헌트는 글리아나의 침실 밖 정원 입구에 자리를 잡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하그리는 침실 밖 복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렇게 글리아나의 침실 밖에서 소드 마스터 두 사람은 철저한 경비에 들어갔다.
엘도라도 영주성에 아침이 밝았다.
지난 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헌트와 하그리는 안심했다. 그 때문에 기분이 좋은지 아침은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밤사이 명상을 하고 내공심법도 운용해서 몸도 가벼웠다.
하그리는 경비대원들을 모아 평소처럼 간단한 훈시를 하고는 각자의 자리에 배치시켰다. 헌트도 영주성 밖으로 나와 훈련소의 신병들을 살펴보았다.
한편, 마일드 상단은 엘도라도를 떠날 준비를 모두 마치고 이동을 시작했다. 가지고 들어왔던 물건들은 전부 처분했고, 이곳에서 구입한 각종 물건들은 다른 곳에서 다시 팔리게 될 것이었다. 그들은 간단하게 이루어진 검문을 통과했다.
쿠르르르.
마일드 상단의 짐수레와 짐마차는 그렇게 엘도라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바렌 왕국의 남부 영지인 엘도라도를 벗어나 좀 더 가다보면 국경이 나온다. 그 국경 너머에는 미르비아 왕국과 르완 왕국, 로타스 왕국의 국경이 있는데, 마일드 상단은 로타스 왕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엘도라도를 벗어나 15킬로미터 정도를 이동했더니 오후가 되었다. 야영을 해야 하기에 적당한 장소에서 야영에 들어갔다. 마차를 한곳으로 모으고 천막을 쳤다.
화르르르.
그런 뒤 모닥불을 피우고 큰 솥에 물을 붓고 불을 피웠다.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비에드는 자신의 마차에서 미녀들과 키스하면서 생기를 빨아 먹었다. 엘도라도에 있는 동안에는 조심하느라 미녀들의 생기를 흡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남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기에 그동안 흡수하지 못한 미녀들의 생기를 마음 놓고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흐흐흐, 힘이 마구 솟구치는구나. 케르만, 식사를 가져와라.”
“예, 상단주님.”
40여 가지의 요리가 차려지자 비에드는 천천히 맛을 음미 하면서 식사를 즐겼다. 왕이 부럽지 않은 식사였다. 식사가 끝나자 마차의 창문을 열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 하나 없이 컴컴했다.
“흐흐흐, 시간이 되었구나. 그럼 가볼까?”
비에드는 옷을 검은 야행복으로 갈아입은 뒤 머리에는 두건을 눌러썼다. 장갑도 끼고 등에는 검까지 찼다.
완벽하게 준비가 끝나자 정신을 집중했다.
스스스스.
그러자 그가 허공에 흩어지듯 사라져버렸다. 자신만의 능력인 순간이동을 펼친 것이다.
스스슷.
비에드가 다시 나타난 곳은 엘도라도 영주성 안이었다. 미리 정원을 둘러보면서 물색해둔 적당한 장소로 안전하게 순간이동해온 것이다.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흐흐흐, 성공이군.”
츠츠츠.
갑자기 비에드의 팔과 다리가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곧 몸까지 사라졌다. 어둠의 마력으로 투명화 마법을 펼쳐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스윽.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으로 떠오른 비에드는 영주 집무실 창가로 이동했다. 그때까지도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주변에는 무장한 영지병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창문까지 안전하게 접근한 비에드는 벽을 투과해 안으로 들어섰다.
서류를 보고 있던 글리아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응? 인기척이 느껴졌는데. 신경과민인가?”
비에드는 글리아나의 발달한 감각에 놀라면서 더욱 조심스럽게 글리아나의 등 뒤로 이동했다. 그런 뒤 영주집무실에 마력장을 퍼뜨려 소리를 차단시켰다.
스윽.
찻잔을 내려다보니 차가 절반 정도 남아 있었다. 품속에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작은 병을 꺼내 검은 액체를 한 방울 떨어뜨렸다.
‘흐흐흐, 이젠 됐어.’
차에 떨어진 검은 액체는 빠르게 퍼지더니 이내 흔적이 사라졌다. 그것도 모른 채 글리아나는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마신 후 찻잔을 내려놓았다.
글리아나는 눈썹을 찡그렸다.
“아, 왜 이렇게 어지럽지?”
그녀는 몇 초 지나지 않아 고개를 책상에 떨어뜨렸다.
“흐흐흐, 되었구나, 되었어.”
비에드가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아 들어 올리려고 했다.
쉬이잇, 퍼억!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글리아나는 본능적으로 마나가 담긴 주먹을 내뻗었다.
“우욱, 기절한 게 아니었나?”
“누구냐?”
글리아나는 어지러운 상태에서 물었다. 하지만 비에드는 대답해주지 않고 그녀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위력적인 글리아나의 권술에 놀란 비에드는 뒤로 훌쩍 물러났다.
“이…이런 걸 어디에서 배웠지?”
글리아나는 대답 대신에 비에드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발차기를 시전했다. 이에 비에드는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공격을 피했다.
찌이익!
어느새 글리아나의 손가락에 옷이 길게 찢어져버렸다. 눈이 커진 비에드는 뒷걸음질 쳤다. 약물을 복용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낭패를 볼 뻔한 것이다.
비에드가 찻잔에 떨어뜨린 약물은 마법을 일시적으로 펼칠 수 없도록 하고 깊은 수면에 빠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글리아나가 마법 실력이 뛰어나다 알려져 있었기에 미리 대비를 했던 것이다.
그녀는 공격마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심장에 있는 마나고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니 마법을 펼치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