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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화르르르.
끼아아악!
불덩와 마법의 불화살에 격중된 왕불개미는 비명을 지르면서 날뛰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몸에 불이 붙은 왕불개미는 그대로 타죽었다. 하지만 땅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었기에 수백 마리가 죽는 것 정도로는 표시도 잘 나지 않았다.
아르시온은 좀 더 강한 화염계 마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불의 벽!”
화르르르.
거대한 불의 벽이 형성되어 이글거렸다. 왕불개미는 거대한 불의 벽은 겁을 집어먹고 다가오지 못했다. 그것도 잠시 불의 벽이 없는 곳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왕불개미가 다가온다! 화살을 쏴라!”
“석궁병은 왕불개미를 공격하라!”
시시시싯.
화살이나 퀘럴에 맞은 수백 마리의 왕불개미는 꿈틀거리다가 뒤집어져 버둥거렸지만 그 또한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쏴쏴쏴쏴.
기괴한 소음이 일어나면서 접근한 왕불개미는 차일 후작의 병사들을 공격했다. 입에서 독액을 내뿜으면서 달려들었기에 중독된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병사 한 명당 10마리 정도의 왕불개미가 합공해 물어뜯었다.
“으아아악!”
“커억, 사…살려줘!”
왕불개미에게 물린 병사의 몸이 떨리다가 곧 잠잠해졌다.
“파이어 버스트!”
슈아앙, 콰쾅!
화염구가 날아가 격중되자 왕불개미가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사방으로 불꽃이 튀면서 연쇄적으로 불에 타 죽었다.
“이렇게 해서는 왕불개미를 다 죽이지 못한다. 어쩌지?”
잠시 고민하던 아르시온은 즉시 불의 벽을 소멸시킨 뒤 제법 긴 마법주문을 중얼거리더니 시동어를 외쳤다.
“파이어 핸즈!”
화르르르.
지름이 10미터나 되는 불길이 이글거리는 마법의 손바닥 두개가 공중에 형성되었다. 그것들은 아르시온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더니 왕불개미를 빗자루로 쓸듯 쓸면서 지나가버렸다.
화르르르.
“끼아악!”
마법의 손바닥에 닿았던 왕불개미는 전부 불이 붙으면서 타 죽었다. 마력의 소모가 심한 듯 아르시온의 이마에서는 연신 땀이 흘러내렸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최대한 많은 왕불개미를 죽이고자 아르시온은 정신없이 마법의 손바닥을 움직였다.
그의 노력 때문일까? 왕불개미의 피해가 엄청났다.
스스스스.
마법의 손바닥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소멸되어버렸다.
왕불개미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무려 만 마리가 넘게 불에 타 죽었다.
“공격하라!”
슈슈슝.
궁병과 석궁병들은 화살과 퀘럴을 쏘아 왕불개미를 죽였다.
쿠워어어어!
그때 갑자기 엄청난 포효가 터져 나오면서 땅속에서 거대한 것이 튀어나왔다. 지름이 10미터나 되는 여왕불개미였다.
“으아, 여왕불개미다!”
“공격해!”
화살과 퀘럴이 날아가 여왕불개미에 격중되었지만 딱딱한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전부 튕겨나가 버렸다.
키아아아!
여왕불개미의 입에서 독액이 마치 안개처럼 내뿜어졌다.
치이이이이.
“커억!”
“아악!”
병사들은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괴로운 비명을 지르더니 고꾸라졌다. 여왕불개미의 치명적인 독에 중독되어 쓰러진 것이다. 여왕불개미가 병사들에게 다가가자 그 뒤로 엄청난 숫자의 왕불개미가 모여들었다.
슈슈슈슝.
투석기에서 발사된 돌멩이가 여왕불개미에게 격중되었다.
끼아아악!
여왕불개미는 충격이 제법 심한 듯 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효과가 있다! 계속 공격해!”
“발리스타로도 공격해!”
여왕불개미가 움직이고 있었기에 잘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십 발을 발사하자 한두 발씩은 격중되었다.
끼아아악!
여왕불개미는 비명을 크게 내질렀다. 발리스타에서 발사된 대형 퀘럴이 두꺼운 피부를 뚫고 박혔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형 퀘럴은 위력적이었다. 화가 난 여왕불개미는 독액을 마구 난사했다. 그로 인해 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낙엽이 떨어지듯 우수수 쓰러졌다.
“물러서지 마라!”
“공격하라, 공격!”
기사들도 롱소드를 뽑아 들고는 왕불개미를 베어 죽이면서 진군했다. 병사들도 서로 협공하면서 왕불개미를 공격했다.
바질리스크의 공격으로 만 명이 조금 넘는 피해를 보았지만, 왕불개미는 더 큰 피해를 입혔다.
병사들은 전투 도끼나 검으로 내리쳐 왕불개미를 죽였으며, 궁병들이나 석궁병들은 화살과 퀘럴을 쏘아 죽였다.
여왕불개미를 향해 수백 명의 병사들이 사방에서 포위해 달려들면서 무기를 휘둘렀다. 그 때문에 독액을 내뿜고 짓밟으면서 병사들을 죽이던 여왕불개미도 상처를 많이 입고는 결국 쓰러졌다.
“와아아아!”
“여왕불개미가 죽었다!”
“죽여라, 죽여!”
왕불개미는 더 이상 땅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왕불개미와 차일 후작의 병사들과의 전투는 결국 병사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주위는 온통 죽은 병사들과 왕불개미로 가득했다.
왕불개미의 공격으로 3만 명이 넘는 많은 병사들이 죽었다. 비록 많은 병사들이 죽었지만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에 차일 후작은 병사들의 사기가 높아졌을 때 공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진군의 고동을 울렸다.
뿌우우우우.
고동 소리가 울려 퍼지자 차일 후작의 보병들이 메난 성으로 진격했다. 성벽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성주 로슨이 외쳤다.
“적들이 다가온다! 투석기를 쏘아라!”
“투석기는 어서 공격하라, 공격!”
외성 안에 준비되어 있던 투석기 12대에서 일제히 돌멩이가 쏘아져 달려오는 차일 후작의 보병들에게 떨어졌다.
퍼퍼퍽!
“아악!”
“크아아악!”
메난 성 앞에는 해자가 있어서 건너가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가까이 접근하다가 궁병들이 발사한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병사들이 많았다. 그래도 차일 후작의 보병들은 계속 몰려들었다. 다급해진 메난 성의 병사들은 포로로 사로잡은 만 명을 전투에 이용하기로 했다.
5명씩 다리에 끈을 묶고는 성벽으로 끌고 가서 활을 지급해 공격하도록 만들었다. 말을 듣지 않는 포로들은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버렸다.
반항하는 몇 명을 본보기로 죽여 버리자 포로들은 겁을 집어 먹었다. 살벌한 모습이 연출되자 포로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포로가 되기 전에만 해도 같은 편이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는 그들을 죽여야만 했다. 그렇게 전투는 비정하게 흘러갔다.
차일 후작은 병사들이 해자를 건너가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공병부대를 이용했다. 공병부대원들은 즉시 빈 수레에 흙이나 돌멩이를 실어 해자 앞으로 가져가 메웠다. 수백 대의 수레가 동원되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동원한 방법이 바로 죽은 병사들과 왕불개미의 사체를 실어서 가져가 해자를 메우는 방법이었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서둘러라, 서둘러!”
공성 사다리를 성벽에 걸어 올라오던 병사들을 발견한 그들은 위에서 사다리를 밀어버렸다.
“으아악!”
“사…살려줘! 아악!”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아래로 추락사했다. 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차일 후작의 병사들이 대규모로 투입되어 공격을 펼쳤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포로들을 동원한 것은 사실 성주 로슨의 생각이 아니었다. 준이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면 병력이 부족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포로들을 이용하게 한 것이다. 5명을 한조로 만들어 다리를 묶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한 다음 성벽 위에 배치하여 올라오는 병사들을 떨어뜨리거나 창이나 활로 공격하도록 했다.
준은 메난 성 내성의 공성탑 위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차일 후작의 병력을 붙잡아 두는 게 최종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전투마법사 에밀리와 제자들은 처음에는 의문스러워했지만 곧 이어진 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성벽 위에서 포로들이 돌멩이를 집어 들고 사다리로 올라오는 병사들에게 집어던졌다.
퍼퍼퍽, 빠악!
“크아악!”
사다리를 타고 성벽 위로 올라오던 병사가 떨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한쪽은 성을 점령하기 위해, 한쪽은 성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다.
치열하게 싸우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었다.
뿌우우우.
고동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자 차일 후작의 병사들이 뒤로 물러났다.
차일 후작의 첫 전투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다가닥 다가닥.
기병 30이 한 대의 귀족 마차를 호위하면서 천천히 이동 했다. 안에는 비에드와 비서 케르만, 시종 리바드가 타고 있었다.
“백작님, 저기 보이는 곳이 엘도라도 도자기 마을입니다.”
시종 리바드가 마차의 작은 창문을 열고 한곳을 가리켰다.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저렇게 석성을 쌓아서 그들의 가족들까지 보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영지병들도 제법 배치되어 있겠군?”
“그렇습니다. 3천의 기병과 만 명의 영지병들이 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많이 배치할 필요가 있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영주님께서는 그리 생각하지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지금보다 배나 많은 영지병을 주둔시키려고 했지만 가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영지병을 더 이상 늘리시지는 않았습니다.”
“으음, 그런 일이 있었나?”
“하지만 도자기 마을 인근에 신병 훈련소를 마련해 2차적인 방어를 준비하셨습니다.”
“신병 훈련소?”
“예, 엘도라도에서는 수시로 영지병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훈련시키는 장소가 바로 신병 훈련소인데, 엘도라도에는 무려 10곳이나 됩니다.”
“그럼 여기 도자기 마을 인근에도 그런 신병 훈련소 중 하나가 신설되어 신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여기에도 만 명 정도의 신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을 겁니다.”
“으음, 그럼 10곳이나 된다고 했으니 영지병이 10만은 된다는 말이군. 정말 대단해!”
“영주님께서 자력으로 영지를 지킬 수 있어야 된다고 하시면서 다른 영지보다 몇 배나 많은 영지병들을 모집하십니다.”
“으음, 프리맨 후작님을 한번 뵙고 싶군.”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니 어느새 마차는 도자기 마을의 성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200명의 무장한 영지병들이 지키는 검문소에서 간단한 검문을 받아야 했다.
리바드가 글리아나가 발행한 통행증을 검문대장에게 건네자 그는 꼼꼼하게 확인하고 기병들과 마부, 마차 안의 사람 수를 확인했다. 검문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상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지병들은 마차의 밑과 천장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통과!”
다가닥 다가닥.
마차와 호위 기병들은 20미터 앞에 있는 해자에서 멈추었다
도개교가 내려와 땅에 닫자 마차는 다시 움직여 도자기 마을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도자기 마을의 성은 2만 명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넓었으며, 대장간과 곡물 가게를 비롯해 어지간한 각종 상점들은 다 있었다. 길가를 중심으로 양쪽에 자리 잡은 상점은 깨끗했으며, 개성적인 간판과 인테리어로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도자기 마을 자체에도 필요한 상점들은 다 있군. 게다가 활기차기까지 하구나.’
마차가 멈추자 시종 리바드가 먼저 내렸고 뒤이어 비에드가 내리자 케르만이 뒤따라 내렸다.
도자기를 만드는 곳은 실로 엄청난 규모였다. 수십 명의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흙을 반죽하고 있었다. 도자기의 가장 기초가 되는 작업으로, 반죽한 흙을 원통형으로 말아 한쪽에 운반하는 사람들 옆에서는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