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90화 (19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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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채채챙!

뉴 엘도라도 군과 차일 후작의 보병들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주위에는 온통 쓰러진 병사들로 가득했다. 차일 후작의 보병들을 맞아 뉴 엘도라도 군은 화살촉 대형을 유지하면서 목숨을 내놓고 싸웠다. 훈련이 잘된 병사들이었기에 차일 후작의 보병들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전투마법사 아르시온과 그의 제자들이 전투에 개입하면서 전투는 크게 변했다. 공격마법에 의해 대형의 일부가 허물어졌지만 지휘관들의 독려로 재빨리 복구해 아직도 버티고 있었다.

“공격!”

“대형을 박살내라!”

채채챙!

차일 후작의 보병들은 화살촉 대형을 무너뜨리려고 맹공을 펼쳤지만 워낙 튼튼한 대형이라서 파괴하기가 힘들었다. 뉴 엘도라도 군의 화살촉 대형은 전투마법사들의 공격마법에도 제법 잘 버텼다. 그렇다고 피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화살촉 대형을 유지하느라 병사들은 많이 지친 상태였다.

둥둥둥둥.

메난 성에서 북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성주 로슨이 크게 외쳤다.

“후퇴하라!”

화살촉 대형은 방향을 바꾸어 후퇴하기 시작했다. 차일 후작의 보병들이 일부 공격에 가담해 보았지만 방패병들의 방패에 가로막혔다.

“공격 중지!”

“추격하지 마라!”

차일 후작의 보병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더 이상 추격하지 않았다. 뉴 엘도라도 군은 메난 성의 해자까지 이동한 후 대형을 해체하고는 도개교를 건너 성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일단 첫 전투는 그렇게 끝이 났다. 뉴 엘도라도 군은 7천 명의 피해를 입었으며, 차일 후작의 보병들은 그것보다 많은 2만의 피해를 입었다.

저벅저벅.

차일 후작의 병사들이 메난 성 가까이 접근하더니 막사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25만이나 되는 병사들이라서 그런지 금방 진영이 구축되었다. 그들은 구름처럼 모여 각 부대별로 편제를 이루었다. 메난 성에도 병사들이 성주 로슨의 명령대로 각 병과별로 신속하게 편제를 이루었다. 성벽 위에는 궁병들과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창병들이 전격적으로 배치되었다.

까악, 깍!

울음소리와 함께 하늘 저편에서 까마귀들이 날아왔다. 병사들의 시체에서 나는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것이다.

20여 마리의 까마귀가 하늘을 빙빙 선회했다. 일부의 까마귀들은 땅으로 내려앉아 죽은 병사들의 시신을 뜯어 먹었다. 지금은 잠시 대치상태지만 곧 다시 전투가 일어날 것임을 병사들은 잘 알고 있었다.

성주 로슨은 즉시 취사반에 명해 스프와 빵을 병사들에게 배급하도록 했다. 허기졌던 병사들은 스프와 빵을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그리고 음식을 받아든 병사들은 한쪽으로 이동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전투에서 힘을 낼 것인데 약간 부족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병사들의 귓가에 성주 로슨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부족한 병사들은 다시 줄을 서라!”

뒤돌아서던 병사들은 환해진 얼굴로 재빨리 줄을 섰다. 병사들의 사기를 위해서 준이 성주 로슨에게 특별히 명해 스프와 빵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한편, 차일 후작의 진영에서도 지친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동시에 빵과 스프로 허기진 배를 달래도록 조치했다. 차일 후작은 지휘관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지휘관들을 한 차례 살펴본 그가 입을 열었다.

“이곳까지 빠르게 이동하느라 지친 탓도 있었지만 그래도 엘도라도 놈들로부터 입은 피해가 너무 컸다. 만만하게 볼 놈들이 아니었어.”

“그렇습니다, 후작각하. 놈들의 무력이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부관의 대답에 세던 백작이 한마디 하고 나섰다.

“후작님, 비록 우리의 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놈들은 공성전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니 쉬운 전투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던 백작, 좋은 방법이 있나?”

“이런 방법은 어떻습니까? 아르시온 경이 제자들을 이끌고 공격마법을 집중적으로 퍼붓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적들에게 혼란을 주면서 투석기와 발리스타도 합세하는 겁니다.”

“그것만으로 될까?”

“그렇게 한다면 적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그렇게 된다면 몇 번 공격을 퍼부을 동안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줄 수 있습니다. 병사들의 체력이 회복되면 집중적으로 공격해 성을 함락시켜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긴, 세던 백작의 말대로 한다면 병사들의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겠어. 전투마법사들이 공격을 퍼붓는 것만으로도 적들이 긴장할 테니 신경이 무척 날카로워질 거야.”

“그렇습니다.”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해.”

투석기와 발리스타가 앞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아르시온과 그의 제자 25명도 공격마법을 퍼붓기 위해 준비했다. 비록 마나가 많이 소비되겠지만 다시 회복하면 되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아르시온은 고개를 돌려 뒤쪽에 횡대로 서 있는 제자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적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공격마법 위주로 퍼부어라. 특히 화염계 마법과 매직 미사일, 윈드 커터 마법이나 블레이즈 마법도 좋다.”

“예, 스승님.”

아르시온과 제자들은 5개의 공격마법을 즉시 메모라이즈했다.

그러는 동안에 투석기와 발리스타가 먼저 공격을 퍼부었다.

퍼펑!

투석기에서 발사된 돌멩이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와 메난 성에 떨어졌다. 발리스타에서 발사된 대형 퀘럴이 뒤따랐는데, 기름에 불을 붙인 대형 퀘럴이었다. 메난 성의 병사들은 은폐물에 몸을 숨기면서 공격을 피했다.

아르시온이 먼저 양손을 앞으로 내뻗으면서 외쳤다.

“매직 미사일!”

츄츄츄츙.

20발의 매직 미사일이 그의 손끝에서 발사되어 메난 성을 향해 날아갔다. 성벽 위에서 이를 보던 병사들은 눈이 커졌다.

“으악, 공격마법이다! 조심해!”

퍼퍼퍼퍽!

“크아악!”

“커억!”

매직 미사일을 가슴에 맞은 병사들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유도 기능이 있는 미사일이라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볼!”

아르시온의 제자들은 화염계 공격마법을 퍼부었다. 이글거리는 불덩이와 마법의 불화살이 메난 성으로 날아와 떨어졌다.

콰쾅!

“아악!”

화르르.

곳곳에서 병사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불길이 치솟았다.

이 모습을 보며 전투마법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공사를 중단한 메난 성의 내성에 마련된 공성탑 위에서 상황을 보던 준은 차일 후작의 병사들에게도 피해를 주기 위해 소환마법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는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더니 아래로 내리면서 외쳤다.

“주인으로서 말하노니 부름에 응하거라. 바질리스크, 소환!”

우르르릉.

차일 후작의 병력이 있는 곳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쩌쩌쩍.

그리고 이내 땅이 갈라지면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불쑥.

땅속에서 고개를 내민 것은 바질리스크였다.

쿠워어어어!

포효를 내지르던 바질리스크는 땅속에서 빠져나오면서 차일 후작의 병사들을 공격했다.

“이…이건!”

“바질리스크다! 도망쳐!”

30미터나 되는 거대한 몸을 가진 바질리스크가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와 자신들을 공격하자 병사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당황하지 마라! 공격해!”

“화살을 쏴라!”

“공격하라, 공격!”

지이잉.

바질리스크의 두 눈에서 내뻗어진 광선에 맞은 병사들은 그대로 돌이 되어버렸다.

“아악! 죽기 싫어!”

“사…살려줘! 으악!”

한창 공격을 퍼붓던 전투마법사 아르시온과 제자들은 예상치 못한 일에 크게 당황했다.

“으, 하필이면 이럴 때…….”

“매직 미사일!”

츄츄츙.

매직 미사일 10발이 날아가 바질리스크의 등에 격중되었다.

보병들은 한 방만 맞으면 죽는 위력적인 매직 미사일이었지만 두꺼운 가죽을 가진 바질리스크에게는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고작 약간의 고통을 주는 게 전부였다.

화가 난 바질리스크는 더욱 거칠게 날뛰면서 병사들을 공격했다.

“투석기와 발리스타로 공격해, 어서!”

“쏴라, 쏴!”

천인대장들의 독려에 투석기에서는 돌멩이가, 발리스타에서는 대형 퀘럴이 발사되어 바질리스크의 등에 격중되었다. 두꺼운 가죽을 가졌어도 위력적인 투석기와 발리스타의 공격에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돌멩이는 튕겨졌고 대형 퀘럴은 몸통에 박혔다.

지잉, 지이잉.

바질리스크는 눈에서 마구 광선을 발사해 병사들을 돌로 만들어버렸다. 난폭하게 전장을 누비는 바질리스크 때문에 차일 후작의 병력은 큰 피해를 입었다.

광선에 맞으면 돌이 되고 긴 꼬리에 맞으면 날아가 떨어졌다.

녀석은 입으로는 병사들을 마구 잡아먹었으며, 다리로는 이동하면서 병사들을 움켜쥐어 죽였다. 이러니 병사들의 피해가 엄청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초대형 몬스터 괴물이었기에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투석기의 돌멩이와 발리스타에서 발사된 대형 퀘럴이 제법 상처를 입혔지만 마구 날뛸 때까지 모두 맞출 수는 없었다.

메난 성의 병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그것이 차일 후작의 병사들의 화를 더 치밀게 했다. 후방에 대기해 있던 기사들이 참지 못하고 바질리스크를 향해 돌격했다. 검에 마나를 불어넣을 수 있는 소드 익스퍼트 초급의 기사들도 공격에 가담했다.

사방에서 병사들과 기사들이 공격하고 전투마법사들이 공격마법을 퍼붓자 바질리스크도 많이 지쳐 행동이 느려졌다. 상처도 수십 군데나 생겨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바질리스크가 죽을 것으로 보였다. 그들은 바질리스크가 죽으면 전리품으로 가죽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때 바질리스크의 몸에서 빛이 화악 내뿜어졌다.

스스스슷.

그리고 순간 바질리스크가 사라져버렸다. 병사들과 기사들, 전투마법사들까지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이…이게…….”

“바질리스크가 사라졌어.”

“이…이런 젠장!”

막대한 피해만 주고 사라져버린 바질리스크를 향해 기사들과 병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후후후, 좀 더 강력한 놈들을 소환해 피해를 줘야겠군.”

메난 성 내성의 공성탑 위에서 전장을 살펴보던 준은 또다시 소환마법 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제법 강력한 것을 소환하는 모양인지 주문이 길었다.

우우웅.

바질리스크가 처음 소환되었을 당시의 땅에서 기이한 빛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거대한 마법진이 스르르 새겨졌다. 지름이 10미터나 되는 거대한 마법진이었다. 차일 후작의 병사들은 무엇인가 또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고 긴장했다.

번쩍!

마법진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순간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더니 땅이 심하게 요동쳤다.

드드드드드.

쩌쩌쩍.

땅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갈라지더니 그 속에서 무엇인가 튀어나왔다.

“허억, 왕불개미다!”

“이…이런 젠장!”

길이가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왕불개미가 엄청나게 많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땅은 순식간에 붉은 왕불개미로 가득 채워졌다. 독을 가진 왕불개미 군단이 출현한 것이었다.

병사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서서 당할 수만은 없었다. 방패병들은 즉시 서로의 방패를 붙이면서 편제를 이루었고, 그 뒤로는 창병과 궁병들이 배치되었다. 전투마법사 아르시온과 제자들도 즉시 화염계 공격마법을 캐스팅했다.

“파이어볼!”

“파이어 애로우!”

슈슈슈슝.

전투마법사의 양손에서 생성된 불덩이와 마법의 불화살 수십 발이 왕불개미가 튀어나오는 곳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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