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89화 (18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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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콰콰쾅!

하지만 아르시온의 불덩이보다 위력이 약했기에 이번에는 몇 명만 피해를 입는데 그쳤다. 그에 눈썹을 찡그린 아르시온은 마법주문을 중얼거렸다. 제법 긴 마법주문을 외우는 걸 보니 위력이 강한 걸 시전하려는 모양이었다.

“이번에도 막아내는지 보자. 파이어 토네이도!”

휘우우웅.

순간 불길이 이글거리면서 빠르게 회전을 시작해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준은 성벽 위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만 했다. 이윽고 불의 회오리바람이 형성되어 뉴 엘도라도군의 화살촉 대형을 향해 이동했다.

병사들이 겁을 집어 먹을 만했다. 또한 가까이 접근하며 열기가 전달되자 그들의 동요는 더욱 심해졌다.

“당황하지 마라!”

“마법사에게 석궁을 쏘아라!”

“쏴라, 쏴!”

투투투퉁!

그런 혼란 속에서도 석궁병들은 전투마법사들을 겨냥하고는 퀘럴을 발사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파이어 토네이도를 시전 중인 아르시온은 제자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실드로 나를 엄호해라!”

“예, 스승님!”

그의 제자들은 재빨리 그의 앞으로 나와 자리를 잡고는 보호막을 몇 겹으로 펼쳤고, 그로 인해 위력이 제법 강한 퀘럴도 보호막을 전부 깨지는 못하고 튕겨나갔다.

화르르르.

그와 동시에 불의 회오리바람이 이동해 화살촉 대형에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크아악!”

“으악! 뜨거워!”

그로 인해 몸에 불이 붙은 뉴 엘도라도군의 대형 일부는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드라비아 왕국의 남부 타르크 직할령.

지난밤에 시체 병사들을 동원해 오크 진영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연합군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궁정마법사 보덴은 금지된 마법까지 펼쳤지만 오크를 전멸 시키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14만 마리 정도 남은 오크 진영에 30만의 오크 지원병이 합세했다.

이렇듯 설상가상이 되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26만의 연합군은 즉시 뒤로 물러나 전열을 정비했다. 티드 바실오크 총부대장은 지친 14만의 오크 전사들을 뒤로 물려 쉬도록 하고는 30만의 오크 지원병들로 하여금 전면전을 펼치도록 했다.

이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연합군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왔다.

채채챙!

“크악!”

“아아악!”

또다시 시작된 충돌에 병사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시체 병사들이 아니라 연합군이었기에 오크 전사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수도 오크 측이 더 많았다.

서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전투를 치렀지만 승기는 오크 진영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5일간의 치열한 전투로 오크 진영은 제법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연합군 측의 피해는 더 막대했다. 연합군의 수뇌부들도 더 이상 버티기는 무리라 판단하고 즉시 후퇴의 고동을 울렸다.

뿌우우우우.

긴 고동 소리와 함께 연합군들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후퇴하라, 후퇴!”

“후퇴하라!”

드라비아 왕국의 리브빌 국왕과 바르빌 공작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뇌부가 말을 타고 재빨리 전장을 벗어나자 연합군은 급격히 무너졌다.

티드 바실오크 총부대장은 도망치는 연합군을 더 이상 쫓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오크 전사들도 많이 지친 상황이었기에 전열을 정비하면서 쉬는 게 먼저였다.

드라비아 왕국의 남부 타르크 직할령이 결국 오크들에게 무너지자 남부에 남아 있던 몇몇의 영지도 며칠 지나지 않아 오크들의 수중에 떨어졌다.

이로써 드라비아 왕국은 사실상 오크 왕국에 멸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국왕과 공작을 포함한 드라비아 왕국의 귀족들은 이웃 나라인 페드린 왕국에 망명하면서 몸을 의탁해야 했다.

모르칸 제국의 남부 국경.

우디 숲을 넘어온 질리의 200만 오크 중 선봉 부대 50만이 먼저 전력을 총동원하여 밀어붙이자 제국군의 제3군단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헤브런 3군단장은 명을 내려 각 사단의 전열을 정비하는 한편으로 물밀듯이 밀려오는 오크들을 막았다.

채채챙, 파팍!

계속 밀리기만 하던 3군단은 대형을 이루면서 오크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이젠 더 이상 밀리지 않았다. 치열한 싸움으로 인해 양측의 피해는 막대했다. 그러나 오크의 총사령관 질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피해를 입은 10~20만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디 숲 앞에서 방향을 틀어 버크 왕국으로 진격한 브랑 백작의 제2군단은 영지 세 곳을 점령하면서 계속 진군하다가 마법통신을 받았다. 오크들이 공격해와 제3군단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에 제2군단 본진의 진군 속도를 줄여야 했다. 너무 멀리 떨어지게 되면 보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나약한 버크 왕국 정도는 언제든 점령이 가능하기에 우선 사단 하나를 우디 숲으로 되돌렸다. 사단으로 하여금 오크들의 측면을 공격하도록 한다는 작전이었다.

“통가, 너를 믿는다.”

“예, 군단장님.”

제2군단의 9사단장인 통가는 10만의 제국군을 이끌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오크 진영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공격하라, 공격!”

“와아아아!”

오크 부대 본진의 측면에서 통가의 9사단이 기습을 해왔다.

기습공격으로 오크 본진이 제법 피해를 입긴 했지만 그것은 새 발에 피였다. 150만이나 되는 본진에게 있어 몇 만의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취익, 공격하라!”

“공격하라, 공격, 취익.”

오크 본진은 오히려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이에 통가의 9사단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물러나야 했다. 이렇게 오크와 제국군은 엄청난 수를 가진 대군이었기에 전투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제국군 측에서는 제국령에 더러운 오크의 발자국을 남길 수 없다는 자존심에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오크 측에서도 고향이면서 동시에 왕국령인 우디 숲을 포기하지 못 했다. 결국 서로의 명분 때문에 끝없는 소모전으로 변해 양측이 피해만 입게 된 것이다.

짹짹짹.

이른 아침 산새 두 마리가 프리맨 후작의 내성에 있는 연못가의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다. 비에드는 창가에 서서 연못가를 내려다보았다. 산새 두 마리는 서로의 깃털을 다듬어주면서 우애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 평화로워 보이는 아침 풍경이었다.

똑똑.

“상단주님, 케르만입니다.”

“들어와.”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래? 알았다, 가자.”

오늘 비에드는 시종 리바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천일염전을 관람하기로 되어 있었다. 광장으로 걸어 나오자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시종 리바드와 케르만이 먼저 오르고 비에드가 마지막으로 오르자 마차가 스르르 출발했다. 그러자 말을 탄 10명의 사병들과 후작부인이 마련해준 100명의 기병들도 호위를 위해서 뒤따라갔다.

다가닥 다가닥.

대로를 따라 해안가로 이동한 마차는 다선 개의 검문소를 별다른 검문 없이 바로 통과해 목적지인 천일염전에 도착했다.

이동 중에 시종 리바드로부터 천일염전에 관한 설명을 들었기에 대략적으로나마 알게 되었다.

“이곳이 설명 드렸던 저수지입니다.”

“무척 크군.”

“그렇습니다. 일단 바닷물을 가두어야 하기에 이렇게 크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으음, 멋지군.”

“저수지에 가둬두었던 바닷물을 옆에 있는 증발지로 보내 바닷물을 농축시킵니다.”

“바닷물이 햇빛에 의해 증발하는 곳이라 했었지?”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결정지로 농축된 바닷물을 보내 소금을 석출하는 겁니다. 바다에서 생산한 소금이기에 천일염이라 불립니다.”

“암염보다 노동력이 적게 들어가 값이 싼 게 이점이겠군.”

“그렇습니다. 아울러 암염처럼 캐내는 것이 아니기에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습니다.”

“멋지군, 멋져. 후작각하는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내신 걸까? 정말이지 대단해.”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륙에서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방법을 개발하셨으니 막대한 자금을 거둬들이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닙니다.”

“천일염전은 구경했으니 이번에는 창고를 구경하고 싶군.”

“천일염전에서 가까우니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에 비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이동한 마차가 천일염 창고 앞에 멈추자 마차에서 내린 그들은 안을 구경했다. 비에드도 마일드 상단을 운영 중이기에 큰 창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엘도라도의 천일염 창고는 그런 비에드의 상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이것은 창고라고 불러야 하는 건지 성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렇게 큰 창고는 처음 보는군.”

“그럴 겁니다. 불이 나거나 비가 내릴 수도 있기에 재해로부터 천일염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신축한 창고입니다. 또한 마법을 새겨 놓았기에 불이 붙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이런 창고가 아니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나무로 지은 창고였는데 점차 저장하는 천일염의 양이 많아져서 새롭게 돌로 쌓아서 신축한 겁니다.”

천일염 창고까지 구경한 비에드는 상업지역으로 이동했다.

상업지역은 엄청나게 활기찼다. 대륙의 제국과 왕국을 돌아 다녔지만 이곳만큼 활기찬 곳은 없었다. 길가에 상점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대략 수천 개는 되어 보였다.

잘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했더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군.”

마차에 오른 비에드는 영주성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글리아나를 보고 싶었지만 일이 바쁜지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첫날 대면한 이후로 5일이 지나도록 얼굴 한 번 볼 수 없었다.

“으음, 내일 오후면 상단의 출발 준비가 끝난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내일 비에드는 도자기 마을을 구경 가기로 되어 있었다. 지난 5일 동안 엘도라도를 구경해본 결과 모든 것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으로 보였다.

‘프리맨 후작은 사업적으로는 천부적인 머리를 타고난 것 같아.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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