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87화 (18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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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엘도라도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

비에드가 리바드의 뒤를 따라 이동한 곳은 소연회실이었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불을 밝히고 있었고 바닥에는 붉은색 카펫이 깔려 있어 실내가 매우 화려했다. 또한 그곳의 벽면에는 뛰어난 솜씨가 느껴지는 화려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또한 청화백자 항아리가 여러 점 장식으로 놓여 있었는데, 드래곤이 비상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 더욱 뛰어난 명품이었다. 테이블과 의자도 모르칸 제국산으로 장인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세련되고 멋있었다.

그리고 테이블의 가운데 부분에는 청화백자 꽃병이 놓여 있었으며 붉은 장미꽃이 꽃꽂이 되어 있었다. 비에드가 그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자 리바드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후작부인께서 나오실 겁니다.”

“후작각하께서는 외출하셨는가?”

“예, 일이 있으셔서 지금은 뉴 엘도라도에 잠시 가계십니다.”

“뉴 엘도라도?”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뉴 엘도라도는 얼마 전에 영주님의 아버님이신 베일레 백작께서 국왕전하께 작위를 하사받으시면서 받은 영지입니다.”

“그런가?”

“예, 엘도라도 바로 옆에 있는 영지를 하나로 모아 뉴 엘도라도라 명명했습니다.”

“흠, 잘 알았네.”

이렇게 리바드와 비에드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하녀가 청화백자 찻잔과 주전자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비에드는 엘도라도산 백자 도자기는 대륙에 보급이 많이 되고 있는 추세이기에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마일드 상단에서도 취급하고 있었고 수입이 짭짤한 편이라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청화백자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과 진귀함에 돈이 될 거란 걸 바로 알아보았다. 역시 상인은 상인이었다.

“으음, 이 도자기의 이름은 뭔가?”

“예, 청화백자 도자기라는 것으로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물건인데 현재는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입니다.”

“으음, 그렇군.”

쪼르르.

그렇게 말한 리바드가 직접 차 주전자를 들어 그의 잔에 차를 부어주었다. 그에 비에드는 차를 한 모금 마셔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는 최근에 자주 마시고 있는 블루스카이 차였는데, 엘도라도에서 생산되는 이것은 고급품이라 귀족들에게 날로 인기를 얻고 있었다.

“음, 차가 향기롭고 맛있군.”

“감사합니다.”

그는 잠시 후, 케르만에게 명령을 내렸다.

“케르만, 가져온 선물을 내려놓아라.”

“예, 상단주님. 저쪽에 내려놓아라.”

그러자 케르만이 노예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노예들은 가져온 철궤를 한쪽에 내려놓았다. 모두 세 개의 철궤였다. 그러자 경비대장인 하그리가 리바드에게 눈짓했고, 그에 리바드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백작님, 따라온 3명만 이곳에 남고 휴게실에서 대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알았네, 케르만과 두 명만 남고 밖에서 대기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이윽고 케르만이 눈짓하자 허리에 검을 찬 두 명의 사병만 남고 나머지 사병과 30명의 노예들은 경비기사들을 따라 옆에 있는 휴게실로 들어가 대기했다.

딸깍.

그리고 잠시 후, 소연회실의 뒷문이 열리면서 흰 블라우스와 흰 치마를 입은 글리아나가 들어섰다. 그녀는 활동하기 편한 복장을 하고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아름다움은 빛이 났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미녀를 보고 100명의 미녀를 보유한 비에드였지만 마음 한곳이 충격을 받아 빠르게 쿵쿵거렸다.

‘아, 아름답다…….’

비에드는 예전에 몇 번 아름답다는 엘프를 보았지만 글리아나의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글리아나의 아름다움은 비에드로 하여금 예상하지 못한 욕심이 일어나도록 했다.

‘너무나 아름답구나. 가지고 싶어.’

하지만 그는 내심을 숨기고 재빨리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후작부인. 미켈 폰 비에드 백작입니다.”

“백작님이셨군요, 반갑습니다.”

그 말에 글리아나도 대답하며 키가 크고, 잘생긴 그의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위험한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거지?’

오늘 처음 보는 비에드 백작이었다. 그런데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으로 보면 절대 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정상인데 너무나 이상했다. 바로 백작의 묘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느낌이었지만 글리아나는 자신의 직감을 믿기로 했다.

‘느낌이 좋지 않아, 경계하는 게 좋겠어.’

그렇게 단정 지은 그녀가 잠시 생각에 빠지려는 찰나, 그녀의 귀에 비에드 백작의 말이 들렸다.

“후작부인, 후작각하께서 안 계시다구요?”

“그렇게 되었어요. 뉴 엘도라도에 처리할 일이 있어 가셨습니다만 곧 돌아오실 겁니다.”

“후작각하를 뵈었으면 했는데 아쉽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예요.”

“그건 그렇고, 이곳에 오면서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을요?”

“예, 후작부인.”

이윽고 비에드의 눈짓을 받은 케르만은 두 명의 사병들에게 재빨리 눈짓을 보내자, 사병들은 철궤를 열었다.

철궤 안에 든 것은 다름 아닌 모르칸 제국을 비롯한 여러 왕국을 거치며 구입한 각종 장식품들로 제법 명성이 자자한 장인들의 물건으로, 적게는 몇 골드부터 많게는 수십 골드나 하는 결코 흔하지 않은 장식품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장식품들이 무려 세 상자나 되니 아마도 수천 골드는 될 듯싶었다.

“저의 성의이니 받아주십시오.”

“예, 고맙게 잘 받을게요.”

그에 간단한 성의 표시가 끝이 나고, 몇 마디 주고받고 있을 때 행정사가 들어와 글리아나에게 귓속말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글리아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죄송해요. 손님이 찾아오셔서 이만 일어나 봐야겠군요.”

“저는 괜찮습니다, 후작부인.”

“리바드가 성을 구경시켜드릴 겁니다. 저녁식사 때 뵙죠.”

“알겠습니다, 후작부인.”

글리아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먼저 뒷문으로 나갔다. 그러자 리바드가 비에드에게 말했다.

“백작님, 제가 성을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알았네. 잘 부탁하네.”

잠시 후, 리바드의 뒤를 따라 비에드는 엘도라도 성을 구경했다. 그리고 급할 것이 없었기에 천천히 구경을 하고 있었지만 나름대로는 성의 구조를 파악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모른 채 리바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설명하고 있었다.

엘도라도 성의 규모는 왕궁에 버금갈 정도로 컸다. 하지만 화려함은 그에 미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넓은 정원에는 꽃들이 만발했으며, 분수대도 설치되어 있었다. 또한 성 뒤편에는 제법 큰 인공연못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으음, 위급할 때 성의 식수로도 이용할 수 있겠군.’

또한 곳곳에 무장한 병사들이 50명씩 조를 이루면서 경비를 서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눈빛이 번뜩이는 게 잘 훈련된 병사라는 게 느껴졌다. 무기와 가죽갑옷도 상태가 좋았으며, 급식도 잘 이루어지는지 병사들의 영양상태가 좋아 보였다.

‘음, 모르칸 제국군보다 더 상태가 좋구나.’

제국과 각 왕국도 많이 방문했던 비에드라 누구보다도 병사들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어떤 곳도 엘도라도보다 수준이 떨어졌다. 이렇듯 일반 병사들을 살피던 중 그는 조를 이루고 있는 자들 중 5명의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으음, 기사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기에 이 정도인 거지?’

그리고 이내 주변을 더 자세히 살피던 비에드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눈에 들어온 일반 병사의 수만 해도 2만은 넘어 보였고, 기사도 3천 명은 넘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이지 않은 병사와 기사들까지 포함하면 배는 될 것으로 짐작되었다.

이렇듯 엘도라도 성의 외부만 봐도 이곳이 대단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부는 더 대단했다. 성의 내부에는 일반 병사는 조금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대부분은 기사들로 배치가 되어 있었으며 예술품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으음, 프리맨 후작이 천일염으로 막대한 부를 이루었다고 하더니 대단해.’

이렇듯 엘도라도 성을 구경하면 할수록 새로운 면이 드러났기에 비에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집무실로 돌아온 글리아나는 비에드라는 자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헌트가 말했다.

“주모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에요, 단지 비에드라는 자가 자꾸 신경이 쓰이네요.”

“으음, 제 눈에도 위험하게 보이는 자였습니다.”

“그래요?”

“예, 느낌이지만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나도 이상하게도 느낌이 좋지 않았어요.”

“그러셨군요. 그자는 비밀이 많아 보였는데, 어떻습니까?”

“맞아요, 그렇게 보였어요.”

“그렇다면… 비에드라는 자와 거리를 두는 게 좋겠습니다.”

“흠… 알았어요, 헌트 경.”

비에드가 넓은 엘도라도 성을 구경하는 동안 어느새 날은 저물었고 중연회실에 그를 위한 저녁식사가 마련되었다. 글리아나는 헌트와 하그리를 대동하고 그 자리에 참석했다.

순간 비에드는 눈이 커졌다. 낮까지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아름다웠던 글리아나였다. 그런데 아름다운 드레스로 갈아입고 치장해 들어서자 이제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으음, 너무 아름답구나…….’

주방장이 정성들여 만든 요리는 맛있었지만 비에드는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번쩍 정신이 들었다. 잘 갈린 칼날을 연상시키는 헌트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으음, 어디에서 이런 자가 또 나타난 거지?’

낮에 첫 대면한 경비대장 하그리만 해도 엄청난 실력을 가진 검사라 알고 있었는데 헌트는 그보다 더 강해 보였다. 하지만 이내 놀란 마음을 접은 그는 스테이크를 칼로 잘라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이윽고 비에드는 와인 잔을 들어 붉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후작부인, 이곳 엘도라도는 올 때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거예요.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저도 가끔씩 놀라고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후작님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소문이 대륙에 퍼져 있습니다.”

“그런가요? 그 정도인지는 몰랐네요.”

“흠, 그보다… 제가 보기에 엘도라도에는 급격한 유민들의 유입으로 식량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그건 걱정 없어요. 뉴 엘도라도에는 넓은 농지가 있기에 엘도라도가 소비하고도 남을 정도니 말이에요.”

“시종에게 듣기는 했습니다만 뉴 엘도라도는 정확하게 어디를 말하는 것입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바야 자작령과 국왕의 직할 영지였던 그라드를 통합한 곳이에요.”

“아, 그라드라면 이해가 갑니다. 넓은 농지와 기름진 땅이라 밀 생산이 많은 곳이죠.”

“그래요. 그라드만 해도 충분하지만 노바야 자작령과 이곳 엘도라도에도 밀밭과 잡곡을 생산하고 있기에 남을 정도인데, 상단이 엘도라도에 들어오면서 식량도 가지고 들어오기에 그것들을 모두 창고에 비축해두고 있죠.”

“하하. 정말 부럽습니다, 후작부인.”

메인요리까지 먹고 나자 이번에는 하녀가 후식으로 청화백자 접시에 담긴 과일과 블루스카이차를 가져와 내려놓았다. 그것을 먹고 나자 하녀가 빈 접시를 치우고는 코코아씨를 볶아 만든 가루를 넣어 만든 조각케이크와 초콜릿 차를 내려놓았다.

비에드는 처음 먹어보는 조각케이크와 초콜릿 차에 눈이 동그래졌다.

“음, 이렇게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차는 처음 먹어봅니다.”

“그럴 거예요, 엘도라도에서만 생산되는 것이니까요.”

비에드는 글리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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